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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원자로」 슈퍼피닉스 앞날에 먹구름

사고 잇따라 2년간 운행정지

차세대원전으로 주목받던 고속증식로가 아직은 기술적 완성도에서 허점이 많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차세대원전으로 주목받던 고속증식로
 

발전하면서 사용한 연료보다 더 많은 연료를 만들어내는 '마법의 원자로' 고속증식로가 사고로 오랜 기간 휴면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프랑스의 차세대 원전 '슈퍼피닉스'의 운영 재개시기가 점점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거대 불사조'란 뜻을 가진 이 원전은 87년 연료저장탱크에서 액체 나트륨이 누출된 사건 이후 1970년 1차 냉각계에 공기가 들어가 나트륨의 순도가 떨어지는 등 사고가 잇따라 90년 7월 운행이 전면 정지됐다. 그 이후 지금까지 휴면상태. 불사조가 날기를 아예 포기하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들 정도.

슈퍼피닉스는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이 공동출자한 NERSA사가 건설하여 86년 12월에 전면 운행을 시작한 세계 유일의 고속증식로. 기존 원자로가 원료로 ${U}_{235}$(자연상태에 존재하는 우라늄 중 0.7%)를 사용하는 반면에 고속증식로에서는 ${U}_{238}$(97.3%)을 원료로 사용한다. ${U}_{238}$에 고속중성자를 흡수시켜 핵분열물질인 플루토늄(${Pu}_{239}$)으로 바꾸면 사용이 가능해진다. 이때 소모된 핵연료(${U}_{238}$)보다 생성된 ${Pu}_{239}$의 양이 더 많으므로 증식로라 한다. 고속중성자를 흡수시키기 때문에 앞에 '고속'이라는 말이 덧붙여졌다.

고속증식로는 기존의 원자로와는 달리 자연에 풍부한 ${U}_{238}$을 원료로 사용할 수 있을 뿐더러 1차원료인 ${U}_{238}$보다 ${Pu}_{239}$가 더 많이 생성되는 장점이 있어 '차세대 원전'으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슈퍼피닉스의 성격이 단순한 실험로가 아닌 상업운전 바로 전단계의 완성도를 가진 1백24만㎾의 원자로였기 때문에 기대가 매우 컸던 것이 사실. 다만 기존 원자로보다 건설비용이 많이 들고 운전비용이 높아 경제성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던 것.

피닉스의 운영 성과를 토대로 유럽에서는 1백50만㎾급 고속증식로를 추진할 계획이며 미국 일본도 고속증식로를 설계하고 있어 2020년 내에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런데 현재의 상황은 슈퍼피닉스에 먹구름이 질게 깔려 있어 이 모든 계획이 차질을 일으킬 듯하다.

오는 7월까지(정지기간 만2년) 슈퍼피닉스의 운영 재개를 장담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슈퍼피닉스의 아우라고 할 수 있는 피닉스 고속증식로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출력 저하 현상이 일어나 여러번 운행이 정지됐기 때문이다. 아우(피닉스)가 그랬다고 형(슈퍼피닉스)이 반드시 그러하리라는 필연성은 없지만 그럴 개연성이 다분하다는 것이 원전을 반대하는 환경보호론자들의 생각.

슈퍼피닉스가 정상 운전이 되려면 우선 나트륨의 누수를 가정한 화재 대책을 완벽하게 마련해야 하고, 피닉스의 출력 저하 원인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최근 프랑스 내의 과학자의원 환경보호론자들 약 3백명이 '슈퍼피닉스를 폐기하자'는 의견을 모아 프랑스 크레송 수상에게 보냈다. 또 고속증식로가 위치한 곳에서 1백㎞밖에 떨어지지 않은 스위스 쥬네브 주 자치단체에서는 정부에 대해 증식로의 운전 재개 반대를 프랑스측에 요청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결국 슈퍼피닉스 재개 문제는 기술문제를 떠나 정치문제화하고 있는 셈.

관계자들은 피닉스와 슈퍼피닉스는 쌍둥이는 아니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주민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게 됐다.

슈퍼피닉스는 운영이 시작된 이래 완전 가동했던 날은 불과 1백75일밖에 되지 않아 완성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점점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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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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