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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동아리를 소개합니다 - 미림여자정보과학고 ‘앱반’

여자 저커버그, 여기 다 모였네!








“앱반의 모토가 뭐냐고요? ‘공모전 싹쓸이’랍니다.” “깔깔깔.”
회장을 맡고 있는 김소연(2학년) 학생이 말하자 동아리 친구들이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좀 더 멋진 말로 표현해 달라고 말을 했지만, 학생들은 “정말로 공모전에서 모든 상을 다 받을 거예요”라고 자신 있게 답했다.

동아리방은 그동안 받은 상패로 가득했다. ‘앱반’이라는 명칭으로 활동을 한 것은 올해 3월이지만, 전공 관련 동아리로 이미 2011년 부터 활동을 해왔다. 그동안 받은 공모전 상이 모두 12개. 구글 플레이 등 앱 마켓에 올린 것도 많다.


우리는 ‘프로자이너’

현재 앱반에는 2학년 7명, 1학년 8명 등 모두 15명이 활동하고 있다. 미림정보과학고는 정규 수업시간에 앱 개발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언어 등을 공부한다. 그러나 앱반 학생들에게는 수업만으로 부족했다. 매주 금요일 동아리 방에 모여 지도 교사인 함기훈 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며 마켓에 올릴 수 있는 실제 앱을 개발했다. 공모전 일정이 발표되면 점심시간과 주말에도 모여서 준비를 해왔다.

함 교사는 “앱 개발은 학생 개인별로도 하고 있고 팀을 이뤄서도 하고 있다”면서 “학생들의 시야를 넓혀주기 위해서 진정한 경쟁이 벌어지는 공모전에 참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앱도 애플용, 안드로이드용, 윈도우용 등 다양한 방식에 맞춰 개발하고 있다.

학생들이 개발한 앱은 실생활에 필요한 것부터 게임까지 다양하다. 이승연(2학년) 학생은 색과 건강의 관계를 조사할 수 있는 설문조사 앱을 개발했다. 빨강, 파랑, 노랑, 하양, 검정 등 5가지 색을 누르면서 자신의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앱이다. 김연지(2학년) 학생은 쓰레기 분리수거 개념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앱을 개발했다. 그는 “앱을 게임하듯 조작하다보면 복잡한 분리수거 품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장유정(1학년) 학생은 “한번 하게 되면 결국 끝까지 하게 되는 스도쿠같이 중독성이 강한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라며 웃었다.

앱을 개발할 때 학생들이 기획하고 프로그램을 짜고, 디자인까지 모두 직접 한다. 개발의 전 과정을 모두 소화해내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앱반 학생들은 스스로를 ‘프로자이너(Prosigner)’라고 말한다. ‘프로그램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합성한 말이다.








‘빌게이츠의 선물’을 아시나요

앱 개발이 항상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개발자라면 겪는 컴퓨터 오류는 유쾌한 앱반 학생들에게도 골치덩어리다.
“자바 언어 수행평가 시험 중이었어요. 프로그램을 잘 짜고 있었고, 이대로 가면 1등이 확실했는데, 글쎄 갑자기 화면이 파란색으로 변하면서 다운이 된 거예요.”

장유정(1학년) 학생은 최근 겪은 사례를 얘기하면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화면이 파란색으로 바뀌는 ‘블루 스크린’ 현상이다. 이들은 블루스크린을 ‘빌 게이츠의 선물’이라고 익살스럽게 부른다. 빌 게이츠 회장이 만든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를 쓰다가 겪는 오류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는 블루 스크린만큼 골치 아픈 게 또 있다. 바로 ‘레드 스크린’이다. 함 교사는 “그래픽 카드 오류로 인해 생기는 것으로 학생들이 오랫동안 열심히 공부했다는 증거”라면서 웃었다.


한국 정보기술(IT)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마이스터고 학생들은 졸업하면 대부분 기업에 취직을 하는 등 안정적인 길이 주어진다. 앱반 학생 중 일부는 이미 취업이 예정돼 있으며 학생 대부분은 3학년 때 취업할 회사가 결정되고, 업무에 필요한 교육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더 큰 꿈이 있는 듯하다. 앞으로 어떤 인물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 대해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창업자)요! 안철수(안랩 창업자)요! 양준철(벤처기업 온오프믹스 창업자)이요!”라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기업을 창업한 인물들이다. 앱반 학생들은 안정된 길도 좋지만 자기만의 생각을 실현하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바이트’로 받아서 ‘더블’로 ‘리턴’해주는 인물이 되도록 미래 알고리듬을 짜겠습니다”라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속담을 패러디 한 것으로, 훌륭한 소프트웨어로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뜻이다.

정희성 시인은 1971년 서울대 관악캠퍼스 기공식을 기념해 “누가 조국의 가는 길을 묻거든, 눈을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라고 시를 썼다. 42년이 지난 지금, 누가 한국 IT의 미래를 묻거든 서울대에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조금 돌려 ‘미림여자정보과학고를 보라’고 말해도 되겠다.



 

2013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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