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하거나 우울할 때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기쁠 때 기쁨을 더해주는 아름다운 소리를 부엌에 있는 유리컵으로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무지무지하게 화가 났을 때 어떻게 하나요? 물건을 내던지는 것은 과격한 듯하고 그냥 참기는 힘들때 이불을 뒤집어 쓰고 힘껏 소리를 질러본 경험이 한번쯤 있지 않습니까? 그러고 나면 조금쯤 시원 해지죠.
돌아보면 우리는 여러 소리 속에 묻혀 삽니다. 내 자신이 내는 소리, 자연의 소리, 자동차 경적소리, TV나 오디오소리, 그밖의 여러 기계가 내는 소리.
정말 많습니다. 그 중에는 듣기 괴롭고 짜증스러운 것도 있지만 귀를 즐겁게 하는 것도 있습니다. 피곤하거나 우울할 때는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기쁠 때는 기쁨을 더 해주는 소리(음악)가 있기 때문에 우리의 삶이 더욱 풍부해질 수 있는 게 아닐까요.
마음의 기쁨이 될 수 있는 아름다운 소리를 여러분의 부엌에 있는 유리컵으로 만들 수 있답니다.
먼저 여러가지 모양의 유리컵을 준비합니다. 물컵, 와인잔, 아이스크림잔······.
준비됐으면 물을 조금 묻힌 손가락으로 와인잔 가장자리를 따라 문질러 주세요. 소리가 잘 안난다구요? 손가락에 적당히 힘을 주세요. 힘을 너무 주면 컵이 소리내기를 거부한답니다. 유리컵도 부드러운 손가락을 좋아하거든요. 바이올린 선율과 같은 고운 소리가 들리나요?
다른 모양의 컵도 해보도록 하죠.
어떻게 이런 고운 소리가 나느냐구요? 컵 모양에 따라서 고운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들리지 않기도 합니다. 아래가 넓고 위가 좁은 와인잔이 잘 되는데 그런 모양의 컵이라야 공명이 잘 일어나기 때문이죠.
물체는 두드리거나 서로 비비거나 튕기면 진동하게 되고 이 진동은 공기를 통해 전달되는데, 이를 소리라고 합니다. 따라서 소리를 내려면 물체를 진동시켜야 되겠죠.
여기서 컵을 진동시키는 것은 손가락과 컵테두리의 마찰입니다. 컵이 진동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려면 컵에 물을 담으세요. 그리고 테두리를 문지르면서 물을 살펴보세요. 무엇을 볼 수 있나요? 손가락이 가해주는 진동수와 컵의 고유진동수가 같으면 컵의 진동이 심해지고 진폭이 커지면서 고운 소리가 나게 되는 거죠. 이런 현상을 공명이라고 합니다.
올해 처음 개최된 학생과학 올림픽대회에서 가장 인상 적인 실험은 '소리로 유리잔 깨기'였습니다. 유리컵을 문질러 소리를 내면서 오실로스크프를 이용해 컵의 고유 진동수를 알아냅니다. 그렇게 해서 알아낸 진동수(즉 컵의 고유진동수)의 음파를 증폭시켜 정지해 있는 컵에 보내면 컵의 진동이 심해지다가 깨져버리는 거죠.
또한 다리(橋) 위에서 통행하는 사람들의 진동수와 다리의 고유진동수가 일치하게 되면 다리가 무너지게 됩니다. 이렇듯 공명의 위력은 대단하답니다.
그럼 고유진동수란 무엇일까요? 정지해 있는 물체를 진동시키려면 외력이 필요한데, 외력을 가하지 않아도 물체가 계속 진동할 때 이 진동수를 고유진동수라고 합니다.
모든 물체는 고유진동수를 가지고 있고 이 고유진동수는 모양 길이 질량 등으로 결정됩니다. 그러므로 컵의 모양 재질 두께에 따라 소리의 높낮이가 달라지게 되는 거예요.
보너스 실험
8개 컵으로 연주하기
도레미파솔라시도. 8개의 유리컵으로 한 옥타브를 만들어 봅시다. 먼저 유리컵에 물의 모양을 달리 하면서 소리를 내보세요. 물의 양이 많아질수록 저음의 소리가 나죠.
그러면 물의 양을 조절해 가면서 음높이를 맞춥시다. 그리고 나서 '고향의 봄'을 연주해 보도록 해요. 솔솔 미파솔라라솔~. 크리스마스 캐럴이면 더욱 좋겠네요.
소프라노의 고음, 알토의 저음. 기타줄을 튕기면 굵은 줄이 저음의 소리를 내고 줄이 가늘수록 고음의 소리를 내게 되죠.
이런 음의 높고 낮음은 진동수와 관계가 깊은데, 진동수(1초동안 진동하는 횟수)가 클수록 작아지기 때문에 기타줄이 굵거나 컵의 물의 양이 많아지면 낮은 소리가 나게 되는 것입니다.
주둥이가 좁은 병에 물을 담고 입으로 불어보면 역시 소리가 나는데, 이때는 물의 양이 많을수록 소리가 높아 질까요, 낮아질까요? 소리가 높아지죠. 이 때의 주된 진동체는 병 속의 공기이니까 물의 양이 많아질수록 공기 기둥이 짧아지거든요.
컵이나 병 이외의 다른 물체로도 소리를 만들어보며 올 한해를 깔끔하게 마무리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