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지구는 탄생 이후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렀을까. 또 미래에는 어떤 모습을 하게 될까. 판구조운동을 통해 알아본 지구의 과거와 미래.
약 60억년 전 태양의 모체가 만들어진 후, 약 46억년 전에는 태양주위 성운으로부터 지구가 탄생하게 된다. 지구가 핵, 맨틀, 지각으로 분리된 과정에는 아직도 논란이 있지만 여하간에 지구가 만들어지면서, 혹은 만들어진 직후 지구는 핵 - 맨틀 - 지각으로 분리된다. 이때부터 지구는 긴 진화의 여행에 들어가게 된다.
판구조론은 과거 11억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지질현상들을 잘 설명해 주고 있지만, 11억년 그 이전에도 현재와 유사한 판구조운동이 작용했는지 여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은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그 주된 이유는 11억년 전 이전의 암석들은 대부분이 형성된 이후에 여러 번의 열작용(변성작용)과 변형작용을 받아 판운동의 근본 열쇠가 되는 고지자기 해석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오래된 암석들 중 형성된 후 약한 열작용과 변형작용을 받은 암석들이 일부 남아 있어 11억년 이전, 특히 25억년 이전의 시생대(Archean)의 조산운동에 대한 미약한 증거를 얻을 수 있다.
초대륙의 한 주기는 5억년
11억년전 이후의 암석에 대하여는 여러 지질학적 자료가 풍부하기 때문에 판구조운동이 비교적 잘 정립되어 있다. 이 시기에 지구는 여러 대륙판(continental plate)들이 모여서 하나의 초대륙(supercontinent)을 형성했다가 흩어지는 과정을 2회에 걸쳐 반복 했는데, 이 주기가 약 5억년으로 이를 월슨주기(Wilson Cycle)라고 한다.
대륙판들이 이렇게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모였다가 흩어지는 현상이 단순한 우연인지 어떠한 과학적인 원인이 있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아서, 여러 학설들이 주장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공대의 앤더슨(Don L. Anderson)은 그 원인을 해양판과 대륙판의 열전도 차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두꺼운 초대륙이 형성되면 이 초대륙은 얇은 해양판과는 달리 맨틀에서 방출되는 열을 쉽게 외부로 전도하지 못하여 초대륙판의 기저부에 열이 집적되는데, 이 열 효과로 초대륙은 돔(dome)형태로 부풀어 오르다가 결국에는 깨어져 균열이 생기고 이 균열을 따라 마그마가 분출되면서 초대륙이 분리되었다는 것이다.
반면 맥길(McGill) 대학의 하인스(Andrew Hynes)는 초대륙이 분리되는 원인을 지구의 자전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두꺼운 초대륙은 지구의 자전시 각 운동량(angular momentum)이 커서 큰 힘을 받기 때문에 이 힘에 의하여 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에는 이 두 과정 모두가 초대륙 분리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다면 흩어진 여러 개의 대륙들은 왜 다시 모여 초대륙을 형성하는 것일까?
하인스의 계산에 의하면 해령에서 형성된 해양판은 나이가 오래될수록 식으면서 약 2억년의 나이에 이르면 하부에 있는 연약권의 밀도보다 커져 결국에는 맨틀로 섭입(subduction)하게 된다. 또한 대륙판을 분리시키는 맨틀대류도 시간이 지나면서 식게 되므로 대륙판들이 무한정 벌어질 수는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약 1억8천만년 전부터 분리되기 시작한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대륙은 지금부터 약 2천만년 후에는 그 연변부에 섭입대(subduction zone)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부터 두대륙의 분리는 멈추게 되고 결국에는 다시 가까워져 충돌, 합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자료들로부터 오하이오 대학의 낸스(R.D.Nance)와 그 동료들은 최근 초대륙 주기(Supercontinent Cycle)라는 이론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이론에 의하면 초대륙의 수명은 약 1억년이며 초대륙이 분리되면서 형성되는 해양판의 수명은 약 4억년(해양이 형성·확장 되는데 2억년, 다시 닫히는데 2억년)으로 초대륙의 한 주기는 5억년이라는 것이다.
40억년전 이전에도 대륙지각은 존재한 듯
그러면 지구가 탄생한 후 현재까지 판들이 어떻게 움직였는지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지구 탄생에서부터 약 5억 7천만년 전까지를 선(先)캠브리아기라고 한다. 선캠브리아기는 다시 25억년전을 기준으로 그 이전은 시생대(Archean), 그 이후는 원생대(Proterozoic)로 나뉜다. 현재 지구상에서 발견되는 암석 중 방사성 동위원소의 연대측정이 가능한 가장 오래된 암석은 캐나다 북서부 슬라브 지역에 있는 아카스타편마암으로 그 나이는 약 39억6천년이다.
또한 오스트레일리아 서부에 분포하는 시생대의 퇴적암 중 규암에서 추출한 광물인 지르콘(zircon)의 나이가 약 40—43억년으로 밝혀져, 최소한 40억년 이전에도 대륙지각이 일부나마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러한 자료들은 지구의 과거를 보여주는 극히 일부일 뿐, 지구 탄생에서 약 40억년 전까지의 지질학적 자료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때문에 이 기간동안의 지구 진화에 대하여는 개략적인 상상만 가능할 뿐이다.
초기의 지구는 비교적 차가운 물체로 집적이 되었으나 부가물질들의 계속적인 충돌과 이미 집적된 물질로부터의 방사성원소 붕괴에 의한 열로 맨틀의 많은 부분이 부분용융되어 철과 마그네슘 성분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염기성 내지는 초염기성의 초기 지각이 형성 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최초의 지각은 높은 지구내부의 열로 인한 빠른 맨틀대류와 빈번한 운석의 충돌로 매우 불안정하여 맨틀물질과 섞이고 재순환되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이때의 지각은 주로 코마티아이트(komatiite)라는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지구가 점차 냉각되면서 코마티아이트로 이루어진 초기 해양지각은 비교적 안정되기 시작하고 코마티아이트가 맨틀로 가라앉아 섞이는 부분에서는 부분용융으로 분출된 마그마로부터 현무암질 대지(basaltic plateau)가 형성되어 최초 대륙판의 원시핵이 형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때의 판들은 비교적 높은 지구열로 인해 불안정하고 작고 얇아 현재의 판들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이동했을 것이다. 약 38억년전 이후부터는 계속되는 지구의 냉각으로 인해 새로이 만들어지는 해양지각은 현무암질 물질이 우세해지고 점차 두꺼워지게 된다.
해양지각에 현무암질 물질이 더 우세해지면서 맨틀로 잠기게 되는 부분에서는 함수현무암(wet basalt)의 부분용융으로 토날라이트(tonalite : 화강암질 성분이지만 화강암 보다는 사장석의 양이 현저하게 많음)가 초기 대륙판의 원시핵에 관입하면서 좀더 안정한 형태의 대륙판의 핵이 만들어져 크라톤(craton)을 형성하게 되고 대륙판은 성장하게 된다.
약 27억년전 후로는 이러한 토날라이트의 관입이 절정에 달해 이때 대륙판의 약 50—80%가 형성된다. 이후 25억년전 이후부터는 대륙판에 화강암의 관입이 우세해지면서 지구는 좀 더 완전한 해양판과 대륙판으로 나뉘어 원생대로 접어든다.
11억년전 이후부터 현재와 유사한 판구조운동
약 11억년 전에는 지구상에 판의 섭입작용이 있었다는 확실한 지질학적 증거가 있다. 즉 11억년 이후부터는 현재와 유사한 판구조 운동이 일어났다는데 대해 지질학자들은 의견을 같이 한다. 그러나 대륙판과 해양판이 명확하게 나뉘어지기 시작한 시생대 말부터 11억년 전까지의 조산운동에 현재의 판구조론을 적용시킬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지질학자마다 의견이 다르다.
판구조론을 적용할 수 없다는 학자들이 말하는 주된 이유는 세가지 정도 된다. 첫째, 고지자기 자료분석 결과 그 시기에 대륙판간의 상대적인 이동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둘째, 그시기에는 지열이 높아 현재 판구조운동의 중요한 원동력의 하나인 각섬암이 에클로자이트(eclogite)로 전이되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추정되기 때문이다. 셋째, 그 시기의 암석에는 판 섭입작용의 증거가 되는 오피올라이트(ophiolite), 청색편암(blue schist), 멜란지(melange) 같은 암체가 발견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지자기 해상능력의 한계로 판들이 짧은 거리를 이동한 것은 밝힐 수가 없고 그 당시에 섭입작용이 있었다 해도 높은 지열로 청색편암이 만들어지기 어려웠을 가능성이 있다(청색편암의 형성은 비교적 낮은 온도와 높은 압력을 필요로 한다). 또한 현재의 섭입대 모두에 멜란지가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해양지각이 저각으로 섭입되는 곳에만 형성이 되기 때문에 이 시기에 고각의 섭입작용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뉴멕시코 광산공과대학의 콘디(Kent C. Condie)는 약 30억년 전부터는 각섬암이 에클로자이트로 변이되는 것이 가능했다고 본다. 그러므로 11억년전 이전에도 비교적 짧은 거리의 대륙판 이동과 섭입작용이 있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여하간에 원생대 말기로 접어들면서 섭입 작용이 광범위해지고 지구는 현재와 같은 판 구조운동의 영역에 들어가게 된다.
10억년전 경에는 북미, 유럽과 아시아를 합친 로라시아(Laurasia), 남미와 아프리카를 합친 서(西)곤드와나(West Gondwana) 그리고 남극대륙, 호주, 인도를 합친 동곤드와나(East Gondwana) 등 세개의 큰 대륙판이 있었다. 이들 대륙은서로 충돌하기 시작하여 6억8천만년전 하나의 초대륙을 형성하였다가 6억년 전부터 분리가 시작된다. 5억7천만년 전부터는 생물들이 급속도로 번성하면서 지구는 고생대로 가게 된다.
적도 가까이에 뭉쳐 있던 로라시아 대륙판
고생대초 캠브리아기(5억7천만년-5억년전)에 로라시아 대륙판은 로렌시아(Laurentia : 현재의 북미), 발티카(Baltica : 현재의 유럽), 시베리아, 카자흐스타니아(Kazakhstania : 현재의 카자흐 공화국), 그리고 중국판들로 분리된다. 이 판들은 이때부터 오르도비스기까지 적도 가까이에 위치해 있었다.
오르도비스기 중엽(4억7천만년전), 곤드와나 대륙판(현재의 남극대륙, 남미, 아프리카, 호주, 인도를 합친 거대한 대륙)은 남극 근처로 이동한다. 4억2천만년전 사일루리아기에 발티카와 시베리아판은 로텐시아판에 가까워지면서 데본기 초기(4억년전) 로렌시아판과 발티카판이 충돌해 다시 로라시아판을 형성하게 된다. 이때의 충돌로 북유럽에는 칼레도니아 조산대가, 그리고 북미동부에는 아카디아 조산대가 만들어진다.
석탄기 말기(3억년전)에 곤드와나판과 로라시아판이 충돌하여 헤르시니안 조산대가 만들어지고 카자흐스타니아판과 시베리아판이 충돌한다. 이 판들의 접합은 판게아(Pangaea)라는 초대륙 형성의 시발점이 된다.
고생대 말기에서 삼첩기 초기(2억6천만년전-2억4천만년전)에 시베리아판은 발티카판과 충돌해 우랄산맥을 만드는 동시에 중국판과도 충돌하여 삼첩기 중기(2억 3천만년전)에는 완전한 하나의 초대륙인 판게아가 형성된다.
판게아는 쥐라기 중엽(1억8천만년전)부터 다시 분리가 시작되어 북미판과 아프리카판이 벌어지면서 그 사이에 북대서양이 만들어지며 또한 아프리카판은 인도판, 남극대륙판과 벌어지기 시작한다. 백악기 중엽(1억년 전)에 아프리카판과 남미판이 벌어지면서 남대서양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이때 아프리카판은 유라시아판과 충돌하면서 알프스산맥을 만들며 인도판은 히말라야 산맥을 만들기 위하여 유라시아 판쪽으로 빠르게 북상하기 시작한다.
신생대초 제3기(6천 5백만년전)에 접어들면서 그린랜드와 노르웨이가 벌어져 북대서양이 더욱 확장되며 뉴질랜드는 호주판으로부터 분리되어 그 사이에 타스만해가 만들어진다. 제3기 중엽(3천5백만년전) 인도판은 계속 북상하여 유라시아판의 티벳과 충돌, 히말라야 산맥이 만들어진다. 이때 남미판은 남극대륙판과 분리되고 호주판도 남극대륙판으로부터 떨어져 빠른 속도로 북상한다.
3천만년전 경 사우디아라비아와 아프리카 사이에 리프트가 발달, 홍해가 만들어지며 아이슬랜드가 대서양 중앙해령 위에서 수면 위로 부상하게 된다.
1천만년 전에서 현재까지는 태평양 해령에서의 확장방향이 바뀌며 아덴만이 열린다. 2천만년전 경 태평양판과 북미판이 접하게 되어 형성되기 시작한 산안드리아 변환단층이 더욱 성장하고 캘리포니아만이 만들어지고 있다.
2억2천만년 미래에는 다시 초대륙 만들어져
현재 지구는 7개의 주요판(유라시아판, 호주 - 인도판, 태평양판, 남극대륙판, 북미판, 남미판, 아프리카판)과 그외 여러 개의 작은 판으로 나뉘어져 판들 간의 상호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 나라는 큰 규모로 볼 때 중국판의 일부분에서 진화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은 쿨라 해양판과 태평양판의 섭입작용으로 형성되어 우리나라 남동부에 인접하여 옛소련의 시코테 알린(Sikhote Alin)까지 이르는 긴 화산호(volcanic arc)로 존재하다가 4천만년 내지는 3천만년 전부터 동해가 열리면서 우리나라로부터 멀어진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월슨 주기가 미래에도 적용이 된다면 현재 초대륙(판게아)이 벌어지기 시작한 지 1억 8천만년이 지났기 때문에 앞으로 약 2천만년 후에는 대륙판들이 다시 모이기 시작할 것이다.
즉 대서양의 연변부에는 섭입대가 형성되어 대서양이 좁아지기 시작할 것이며 호주가 현재와 같이 매년 약 8㎝의 속도로 북상한다면 약 5천만년 후에는 일본과 충돌하게 되고 현재의 월슨주기가 끝나는 약 2억2천만년 후에는 대서양이 완전히 닫히면서 남미와 아프리카, 북미와 유라시아판이 충돌해 하나의 거대한 초대륙을 다시 형성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초대륙의 순환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반복될 것인가? 스탠퍼드 대학의 슬립(Norman Sleep)은 지구가 계속해서 식기 때문에 연약권의 점성이 점차 커져 판운동은 점점 느려지고 약 10억년 후에는 판운동이 멈추게 되어 대륙판들의 위치는 영원히 고정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반면 캘리포니아 공대의 엔더슨(Don L. Anderson)과 버클리의 진로즈(Raymond Jeanloz)는 지구가 과거 수십억년 동안 2백℃ 밖에는 식지 않았기 때문에 지구의 판운동은 지구가 태양으로 흡수되는 약 50억년 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앞으로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해 명확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지질학자들, 특히 지구내부를 연구하는 지구물리학자들의 역할이 크게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