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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EXPO 국제마이크로 로봇 대회

국내외 10개팀 결선 참가 첨단과학의 수준겨뤄

전자공학 제어공학 컴퓨터공학의 집약체로 불리는 마이크로마우스는 간접적으로 나마 참가국들의 전반적인 로봇 제조기술 수준을 가늠케 했다.

과학 잔치 93 대전 엑스포 전 기간의 하루 행사로는 가장 의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엑스포 93 국제마이크로 로봇 경연대회'가 지난 10월7일 엑스포 극장에서 열렸다. 츠꾸바 엑스포에 이어 두번째로 엑스포 기간중 열린 마우스 대회이기도 한 이번 대회는 국내에서 열리는 첫 국제 마우스 대회란 점에서도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국내대회는 서울대 제어계측학과 주최로 지난 83년부터 시작된 이래 작년까지 10회가 열린 바 있다.

이번 대회에는 지난 8월31일 서울대에서 열린 국내 예선을 통과한 3팀과 역대 우승팀중 3개 팀 등 국내 6개팀과 외국에서 초청된 7팀이 함께 경연을 펼칠 예정이었으나 대회 당일 국내 1개팀과 영국 2개 팀이 불참, 10대의 마이크로마우스만 선보였다.

이번 국제 대회에서는 15분 내에 10회까지 주행해 이중 마우스의 가장 빠른 경연시간을 기록으로 삼았다. 경연시간은 주행시간(시작점에서 종착지점을 찾아가는 데 걸리는 시간)과 그 주행 시작 전까지의 미로시간(마우스를 처음 동작시킨 후 매 주행을 시작할 때까지의 시간)에 30분의 1을 곱한 값을 더해서 계산하며, 이때 제작자의 도움 없이 주행을 마치면 경연 시간에서 3초를 감해주는 보너스를 받는다. 예를 들어 주행시간이 20초이며 이 주행을 시작하기 전까지 처음부터 6분이 경과했고 이때까지 제작자가 마우스를 만지지 않았다면 20+(6×60)/30-3으로 29초의 경연시간을 기록하는 것이다.

마이크로 마우스, 혹은 마우스라고도 불리는 마이크로 로봇은 건전지와 같은 독립적인 동력원을 이용해 주어진 미로를 찾아가도록 프로그래밍된 경기 전용 로봇. 겉모습은 정교하게 만든 단순 장난감처럼 보인다. 그러나 마우스 하나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제어공학 전기전자공학 컴퓨터공학 기계공학 등 첨단 기술이 모두 동원되야 한다는 점에서 산업체의 로봇과 다름이 없다.

마우스가 통해야 하는 미로는 18㎝×18㎝의 장방형 단위구역 16×16으로 구성된다. 미로를 위에서 바라볼 수 있는 인간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같은 크기는 별것 아니지만 25㎝×25㎝ 이내의 크기를 가진 마우스가 센서만을 이용해 길을 찾아가는 것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89개 팀이 참가하고 속도 성능 알고리듬 모든 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는 8월의 국내 예선에서 완주에 성공한 마우스의 숫자가 10여팀 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은 '제 갈 길을 아는 마우스' 만들기의 어려움을 잘 말해준다.

이번 대회 관심의 초점은 외국 출전자들의 마우스와 이들이 거둘 기록. 국내 참가자들 조차 시작 전부터 참가에 의의를 두는 모습이었다. 외국 마우스가 이 분야 전문가들의 작품인데 비해 국내 마우스들은 모두 대학, 혹은 대학원에 재학중인 아마추어들의 작품이었던 것. 국내 참가자들은 이미 여러 국제대회에서 상위 성적을 거둬 이 방면에 이름 높은 외국 마우스들을 보며 새로운 정보를 구하려 애썼다.
 

대회 당일 발표된 미로는 국제대회 이름에 걸맞게 어려웠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 실감
 

(표) 대회참가자 명단과 성적
 

다른 기초 과학분야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국내의 마우스 제작 여건은 대회에 참가한 싱가포르나 캐나다 미국, 그리고 로봇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에 비교가 안될 만큼 열악해 부품 하나 구하는데도 애를 먹고 있다고 국내 참가자들은 입을 모았다.

일본 시스템 디자인 주식회사에 근무하는 마사루 이다니의 '노리코 92'는 올해 미국에서 열린 7회 IEEE(Institute of Electrical and Electronics Engineers)-APEC 대회에서 1등을 했던 마우스. 이 대회는 마우스대회 중 가장 권위있는 대회로 정평나 있다. 이와 함께 이 대회에서 2등을 차지하고 92년 전일본대회에서도 2등을 차지한 미국 MIT 연구원 토니캘로지로의 '미티미우스5'의 선전도 기대를 모았다.

3명의 제자와 함께 참가한 싱가포르 니안 폴리테크닉의 강사 영푹셍의 'NP-ZAP' 역시 90년부터 올해까지 홍콩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지에서 열린 각종 대회에서 1, 2등을 다툰 마우스다. 일본센다이 항공사에 근무하는 하루미 마츠키의 '가루가모나', 캐니다에서 초청된 루이스 지오프로이의 '마우스 모빌' 등도 국제 대회에 참가해 좋은 성적을 낸 바 있는 마우스.

3백여명의 관람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3시간동안 펼쳐진 대회 결과 1등은 12초20의 기록을 세운 NP-ZAP이 차지했다. 강력한 우승후보인 노리코92는 3차 주행에서 7초대에 진입하는 기록을 세워 객석에서 탄성을 터뜨렸지만 경연시간은 22초18에 머물고 말았다. 결국 예상대로 외국팀의 마우스는, 대회 전날 예행 연습 도중 부품이 파손돼 실제경기에 여벌로 침여한 마우스 모빌을 제외하고 1등부터 4등까지 차례대로 석권,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를 실감케 했다.

국내 참가자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낸 윤지녕씨(아주대 제어계즉공학과 대학원)의 'MANIAC 3'는 올해 예선에서 1등을 차지한 마우스로, 22초73을 기록해 학생부 특별상을 받았다. 윤씨는 대학 2학년 때부터 마우스를 만들기 시작, 작년 대회에 처음 출전해 5등을 차지한 바 있다. 그는 입상소감으로 "제작 여건만 갖춰지면 외국 것보다 훨씬 잘 만들 수 있다"고 말해 국내 제작 환경에 아쉬움을 표했다.
 

마우스는 빛에 민감하기 때문에 대회도중 플래시와 오토포커스를 이용한 사진촬영이 금지됐다.
 

소프트웨어는 외국 것 못지 않다

이번에 참가한 외국 마우스들은 미로를 찾아가는 탐사 방법을 비롯해 시간 단축을 위한 대각선 주행이 가능하고, 모터 배치 등에서 공통점을 보였다. 이들은 또한 국내 마우스가 대개 전방 1개 측면 32개의 광센서(적외선 센서)를 사용하고 있는데 반해 센서의 숫자와 배치가 훨씬 자유로웠다.

마우스는 크게 센서와 구동모터 그리고 CPU에 탑재한 미로를 찾는 최단 알고리즘의 소프트웨어로 나누어 실펴볼 수 있다. 사용 가능한 센서는 여러 종류지만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센서는 적외선 광센서. 회로를 구성하기 쉽고 가격도 만만하기 때문인데, 벽에 반사돼 돌아오는 적외선을 광트랜지스터를 통해 받아 벽의 유무를 판단한다. 빛에 매우 민감해서 경기중 광량과 빛의 상태 등도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마우스에 사용되는 모터는 크게 DC모터와 스텝모터로 나눈다. DC 모터는 플라스틱 모델 완구 등에 흔히 사용되는 모터로, 크기에 비해 속도와 힘이 좋은 게 장점이다. 그러나 이 모터는 제어가 쉽지 않아서 마우스에 사용되는 모터는 대개 스텝 모터를 사용한다. 스텝모터는 펄스를 가하면 일정 각도로 돌기 때문에 제어가 쉽다. 이번에 참여한 마우스중 미티마우스 5와 마우스 모빌, 노리코 92 등은 DC 모터를, 국내 팀은 모두 스텝모터를 채용했다.

하드웨어부분에 대한 기술은 주어진 국내 여건상 갑작스런 발전을 기대하기 힘든 게 사실. 그러나 소프트웨어 부분은 국내 참가자들이 '결코 외국 학생부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할 만큼 매년 성장하고 있다.

이 대회 조직위원장인 이범희교수(서울대 제어계측학과)는 "기초 과학분야에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 이 대회의 목적"이라고 밝히고 "예선과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의 과학기술이 충분히 가능성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 소득"이라고 말했다.
 

외국 마우스들은 방향전환시의 시간단축을 위해 대각선으로 주행하는 묘기를 펼쳤다.
 

1993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정경택 기자
  • 이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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