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위성을 이용한 GPS(지구위치측정시스템)는 자동차 선박 항공기 운항뿐 아니라 대규모 측량기술에도 활용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고대의 순례자들은 밤하늘의 별의 위치를 통해 갈 길을 찾았다. 그런데 과학기술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갈 길이나 자신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다시 별을 바라보는 일이 생기고 있다.
물론 '별'이라 하더라도 고대인들이 바라다본 별과 오늘날의 그것은 매우 다른 의미를 가진다. 현대에 정확한 위치정보를 가르쳐주는 것은 인공위성이다.
일본의 과학지 '우탄'에 따르면 지난 7월에는 인공위성에 의한 '지구위치측정시스템'(GPS, Global Positioning System)이 운젠다케 화산의 화산재로 덮인 지역의 흙과 돌들을 제거하는 작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내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이 시스템이 자동차의 자동운행장치를 비롯, 선박이나 항공기의 항법 장치로 이용되기 시작한 것은 90년 경. 최근에 GPS가 화제가 된것은 걸프전 때였다. 쿠웨이트에 침공한 이라크군 전차, 혹은 그 탄약고를 정확하게 폭격한 장면이 TV로도 방영되어 화제를 모았는데, 이 폭격의 정밀도를 뒷받침해준 것이 GPS였던 것이다.
GPS는 본래 미국방부가 군사목적으로 개발한 것으로, 지구 주변을 도는 6개의 궤도(고도 약 2만㎞)의 24개 GPS위성 중 몇개의 위성에서 발신되는 전파를 수신, 각 위성에서의 도달전파의 차이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산출하는 것. 자동차의 운행장치나 측량 등의 기준으로 이용되기 시작한 여러 시스템은 이 GPS가 발신하고 있는 마이크로파 신호를 이용한다.
그런데 GPS를 자동차용 운행장치로 이용하는 경우를 보면 수십m 정도의 오차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걸프전에서는 그 정밀도가 훨씬 높아졌다는 말도 있지만 그래도 몇 m의 오차는 남게 되는데, 이같은 오차율을 안고서는 높은 정밀도를 요구받는 측량의 수단으로서는 사용할 수 없다.
그런데 여기에 여러 신규기술을 더해가며 GPS에서 ㎝단위, ㎜단위의 정밀도를 얻어내는데 성공했고 드디어 토목건설의 측량 등에 응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운젠다케 화산의 무인 중기 시스템에 이 GPS를 이용할 것을 제안한 것은 일본의 한 건설회사. 이 회사는 이미 하네다 국제공항 확장공사 등 10여개의 대규모건설공사에서 GPS의 힘을 빌렸다고 한다.
토목건설용 GPS측량과 자동차용 GPS운행장치의 큰 차이는 GPS전파를 한대의 수신기로 수신하는 '단독측위'(자동차 운행장치의 경우)인가, 혹은 두 대의 수신기로 수신하는 '상대측위'(토목건설측량의 경우)인가에 있다.
'단독측위'의 경우 위성이 조금씩 지구를 향해 낙하하는 등의 미묘한 변화가 오차를 만들어내는데 반해 '상대측위'는 위성의 전파를 수신, 한쪽을 기준국으로 하여 두 대의 수신기의 상대측위를 먼저 평균낸 다음 다른 한쪽이 측량의 각 지점을 이동하면서 전파를 수신, 정확한 상대 위치를 산출해낸다. 그것도 고정밀도 3차원 위치측정이 가능하다. 기준국을 확실하게 설치하면 이동국쪽은 움직이는 차에 실어도 된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몇 사람이 2주에서 3주간 매달려 해내는 현장에서의 측량작업이 겨우 2시간에 끝난다.
운젠다케 화산의 무인중기에 의한 돌 제거작업을 위해 제안된 GPS측량시스템은 이보다 한발 더 앞서 있다. 그때까지 GPS측량으로 얻어진 데이터는 측량 뒤에 컴퓨터에서 처리, 수치화했으나 무인중기용으로 개발된 GPS측량시스템의 경우 수치화가 그 자리에서 이루어진다. 즉 무인중기는 자신이 있는 장소, 가야할 장소를 3차원에서 파악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이에 의해 무인 중기를 경계구역 안에 놓고 안전지역에서 원격조종으로 중기를 리모트 컨트롤할 수 있다.
무인중기가 그때그때 GPS측량시스템에 의해 산출해내는 자신의 위치의 정밀도는 '오차 2㎝ 이내'. 이 정밀도로 자기 위치를 계산해 내는 것이 가능하다면, 모든 표적이 사라지고 흙과 돌로 묻힌 지역에서도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정확하게 알고 안전하게 공사를 진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