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 중심에 존재하는 태양은 태양계 유일의 항성이며 가장 큰 천체로, 지구 에너지 대부분의 근원이다. 이러한 태양이 있기에 지구에서는 낮과 밤이 반복되고, 다양한 기상 현상이 나타난다.
태양은 별의 진화 과정 중 주계열성 단계에 속한다. 태양의 표면 온도는 5778K(섭씨 약 5505도)이며, 태양의 질량은 약 2×1030kg으로 지구 질량의 약 33만 배에 이른다. 이는 태양계 전체 질량의 99.866%를 차지하는 엄청난 물리량이다.
태양의 가장 중심부에는 핵이 위치하는데, 핵에서 일어나는 수소의 핵융합 반응을 통해 생성된 에너지는 복사층과 대류층을 지나 태양의 표면인 광구에 도달해 태양계로 방출된다. 광구 면에서 방출된 에너지는 태양계뿐 아니라 지구, 특히 지구의 에너지 전환 과정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번 호에서는 태양 에너지의 생성과 전환을 시작으로 다양한 발전 과정을 살펴보고, 에너지 고갈과 같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알아보자.
● 태양에너지의 생성과 전환
물질은 분자로 이뤄져 있고, 분자는 다시 원자로 이뤄져 있다. 원자를 구성하는 것은 원자핵과 전자이며, 원자핵을 구성하는 입자는 양성자와 중성자다. 위 그림은 물 분자의 구조를 나타낸 모식도이며, 물 분자를 구성하는 수소의 구조와 중수소 원자핵의 구조를 각각 나타냈다.
이와 같은 물질의 구조에서 원자핵 속 입자들의 배열이 달라지는 것을 핵반응(핵분열, 핵융합)이라고 한다. 이 중 고온에서 가벼운 원자핵들을 융합시켜 더 무거운 원자핵이 되는 과정을 핵융합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양의 에너지가 생성되고, 태양은 이런 방법으로 에너지를 생산한다. 태양이 에너지를 만드는 구체적인 반응은 수소의 핵융합 반응이다.
태양의 핵은 온도가 약 1500만K인 초고온으로, 중심부의 수소 원자들이 플라스마 상태(기체 상태의 물질이 고온·고압 상태에서 전자와 원자핵이 분리된 상태)로 존재할 수 있다. 플라스마 상태에서는 수소의 핵융합 반응이 가능한데, 수소 원자핵 4개가 융합해 헬륨 원자핵 1개를 만든다. 아래는 수소의 핵융합 반응 과정과 이때 발생하는 질량 결손을 나타낸 그림이다.
수소의 핵융합 반응을 통해 헬륨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일부 질량 손실이 발생하는데, 이때 줄어든 질량만큼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는 아인슈타인의 질량-에너지 등가 이론(E=mc2)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즉, 감소한 질량이 에너지로 발생한다는 원리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 태양은 영원히 존재할 수 있을까? 아쉽게도 태양의 수명은 영원하지 않다. 태양 내부에서 핵융합에 이용할 수 있는 수소의 양은 태양 전체 질량의 10% 정도다.
이때 생성되는 에너지를 태양이 1년 동안 방출하는 에너지로 나누면 태양의 수명을 구할 수 있다. 계산해보면 태양의 수명은 약 100억 년이다. 다만, 태양은 50억 년 전부터 핵융합 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해 온 만큼 앞으로 약 50억 년간은 계속 에너지를 생산할 것이다. 영원하지는 않지만, 꽤 오랜 시간 동안은 태양이 사라질 지도 모른다는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태양의 중심부에서 수소의 핵융합으로 발생한 에너지는 우주 공간으로 방출되는데, 지구에 도달하는 양은 그 에너지의 20억분의 1 정도다. 이때, 단위 시간 동안 지구 대기권 밖에서 태양 광선에 수직인 면적(단위면적)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를 태양 상수(I)라고 하는데, 그 값은 대략 2cal/cm2·분이다.
그리고 이렇게 해서 지구로 도달한 태양에너지의 30%는 대기와 지표에서 반사돼 우주로 되돌아가고, 약 70%의 에너지가 지구에 흡수돼 다양한 형태로 전환된다.
지구를 비롯한 모든 행성은 공 모양이다. 이 때문에 태양으로부터 받는 에너지가 위도에 따라 달라 위도별 열수지에 차이가 난다. 지구를 기준으로 에너지 수입에 해당하는 태양 복사에너지와 지출에 해당하는 지구 복사에너지의 차이를 ‘지구의 열수지’라고 하며, 식으로는 아래와 같이 나타낸다.
위도에 따라 태양 복사의 입사각이 달라지기 때문에 저위도에서 고위도로 갈수록 태양에너지의 흡수량이 감소한다. 이 때문에 위도에 따른 에너지 불균형이 발생한다.
하지만 저위도의 과잉 에너지는 대기와 해수의 순환으로 에너지가 부족한 고위도로 수송되므로 지구는 전체적으로 복사 평형을 이룬다.
이렇게 흡수된 태양 에너지는 지구 환경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며 지구의 물질과 에너지 순환을 일으키는 근원이다. 지표의 물은 태양에너지를 흡수해 수증기가 되고, 수증기가 응결하는 과정에서 열에너지를 방출하며, 비나 눈을 통해 다시 지표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역학적에너지로 전환된다. 또한 태양에너지는 식물의 광합성 작용에 이용돼 화학에너지로 바뀌어 동·식물의 생명 활동을 유지시킨다.
생물이 죽어 땅속에 묻히면 화석연료(석유, 석탄 등)가 생성되고, 화석연료는 연소 과정을 통해 열에너지로 전환된다. 이 밖에도 태양에너지는 다양한 형태로 전환돼 지구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 발전 방식과 에너지
마찰이나 공기저항이 있을 때 운동하는 물체의 역학적에너지 중 일부는 열에너지 등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전환된다. 이 때문에 운동하는 물체의 역학적에너지는 보존되지 않는다. 그러나 역학적에너지와 다른 형태로 전환된 에너지의 합은 항상 일정하다. 이를 ‘에너지 보존’이라고 한다.
아래 다양한 종류의 에너지를 정리했다. 에너지가 전환하는 과정에서 에너지의 총합은 항상 보존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1. 원자력 발전
우라늄과 같이 무거운 원자의 핵분열을 이용해 원자력 발전소에서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우라늄(U)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가 많아 불안정하다. 그래서 우라늄 원자핵에 중성자를 충돌시키면 핵반응이 일어나 우라늄 원자핵이 쪼개지는 반응이 나타난다.
이 반응에서 생성되는 물질은 기존의 물질보다 질량이 감소한다. 이때 감소한 질량 때문에 많은 열에너지가 방출된다(질량-에너지 등가 이론). 원자력발전소는 이런 열에너지를 이용해 물을 끓여 증기로 터빈을 돌리고, 터빈과 연결된 발전기에서 전기에너지를 생산한다.
핵분열 시 방출되는 2~3개의 중성자가 다른 우라늄 원자핵들과 충돌해 또 다른 핵분열이 반복되는 것을 연쇄반응이라고 한다. 연쇄 반응은 제어봉과 감속재를 이용해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제어봉은 우라늄 원자핵과 충돌할 수 있는 중성자를 흡수해 연쇄반응의 속도를 줄이는 역을 한다. 여기에는 카드뮴이나 붕소가 쓰인다. 또 고속의 중성자를 느리게 만들면 반응 효율을 높일 수 있는데, 이때 사용하는 것이 감속재다. 감속재로는 주로 물이나 흑연이 사용된다.
핵발전은 에너지 효율이 높고, 다른 발전 방식과 비교해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 화석연료와 달리 원료가 세계적으로 비교적 골고루 분포해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 하지만 발전기를 돌린 뒤 증기를 식히기 위해 사용되는 냉각수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 해수 온도가 상승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또 방사선 유출 위험과 함께 방사성폐기물 처리와 안전성에 대한 불안이 사회적 갈등을 만든다는 문제도 있다. 실제로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때 발생한 쓰나미로 도호쿠 지방 연안이 피해를 입으면서 후쿠시마 원전에서 엄청난 양의 방사성 물질이 바다로 누출되는 사고가 있었다. 이에 따른 피해는 광범위하며 아직도 진행 중이다.
2. 풍력 발전
바람의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풍력 발전의 경우 에너지 고갈 문제와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발전 방식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발전 시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과 다른 발전 방식보다 설치 기간이 짧다는 점, 산간·해안·방조제 등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곳에 설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바람을 이용하는 만큼 바람이 부는 조건에 따라 전기에너지의 생산량이 달라지며, 별도의 에너지 저장 장치가 필요하다. 소음이나 조류와의 충돌에 의한 피해 등도 풍력 발전의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3. 태양광 발전
태양광 발전은 태양열 발전과는 발전 방식이 다르다. 태양열 발전의 경우 집열판을 통해 태양의 열에너지가 증기의 운동에너지로, 이것이 다시 터빈의 회전운동으로 바뀌고 최종적으로 전기에너지로 전환된다.
반면 태양광 발전은 태양에서 방출되는 빛에너지를 발전기 없이 직접 전기에너지로 전환한다. 여기에는 태양전지가 이용되는데, 햇빛을 비추면 태양전지에서 전류가 발생한다. 태양전지에서 전기를 일으키는 기본단위를 ‘셀’이라고 하는데, 셀을 조립해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최소 단위인 ‘모듈’을 만들고, 작업의 효율을 위해 모듈을 조립해 사용 여건에 맞게 설치한 것을 ‘어레이’라고 한다.
태양광 발전의 경우 사실상 연료 고갈의 위험이 없다는 점, 별도의 연료비가 들지 않는다는 점, 환경오염 물질을 발생시키지 않고 진동과 소음이 적을 뿐만 아니라 수명이 길다는 점, 유지비가 적다는 점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태양전지를 설치하는 초기 비용이 많이 들고, 대규모 발전소 건설을 위해서는 넓은 장소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날씨와 일사량에 따라 전력 공급이 불안정해 다른 발전 방식과 비교해 발전 효율이 낮은 것 또한 단점이다.
● 신재생에너지의 종류
생물체의 유해가 땅속에 묻혀 오랫동안 높은 열과 압력을 받아 변성돼 만들어진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의 연료를 화석연료라고 한다. 석탄의 경우 지질시대의 식물이 따뜻하고 습한 땅속에 매몰된 뒤 오랜 시간 고온·고압의 환경에서 고체로 변성된 것이다.
석유는 바다나 호수 속의 플랑크톤이나 동물이 퇴적된 뒤 높은 온도와 압력을 받아 생성된 점성이 큰 갈색의 액체로, 화학적으로는 탄화수소 혼합물이다. 시추공을 바다 밑 땅속 깊숙이 뚫어서 채굴해 증류탑에서 성분별로 분리해 사용한다. 석유 가스, 나프타, 등유, 경유 등이 이에 해당한다.
천연가스는 대부분 석유와 함께 매장돼 있기 때문에 주로 석유와 함께 생산되며, 석유처럼 시추공을 이용해 채굴한다. 가정용 도시가스 등에 이용된다.
하지만 화석연료의 경우 매장량의 한계가 있어 언젠가는 고갈될 수밖에 없다. 또 화석연료 매장 지역이 편중돼 있어 국가 간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화석연료가 탈 때 대기 오염을 유발하며 온실가스를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고갈될 염려가 없고,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는 새로운 에너지 자원 개발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기존의 화석 료를 변환해 이용하거나 수소, 산소 등의 화학 반응을 통해 전기 또는 열을 얻는 신에너지와 햇빛, 물, 지열, 강수, 생물의 유기체 등을 포함하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인 재생에너지로 나뉜다.
이들 에너지의 경우 자원이 고갈될 가능성이 작으며, 온실 기체 배출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초기 투자비용이 많다는 단점 또한 있다. 다음은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의 대표적인 예다.
1. 연료전지(신에너지)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물과 전기를 얻는 장치를 연료전지라고 한다. 연료전지의 원리는 다음과 같다.
연료전지는 환경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으며, 발전기를 거치지 않아 다른 발전 방식과 비교해 에너지 효율이 매우 높은 편이다. 하지만 가연성이 높아 저장하기가 어렵다는 점과, 수소를 생성하는 비용과 연료전지 발전소 건설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2. 조력발전과 파력발전(재생에너지)
조력발전은 방조제를 쌓아 밀물과 썰물에 의한 바닷물의 높이차를 이용해 발전기를 돌려 전기에너지를 얻는 방식이다. 온실가스 배출이 없고, 발전 비용이 저렴하며,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초기 시설 투자비가 많이 든다는 점과 해수면 높이에 차이가 없을 때 가동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발전소의 위치 선정이 까다롭다. 발전소 건설 시 생태계가 파괴된다는 것 역시 단점이다. 현재 경기 안산시 시화호 방조제 중간에 있는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세계 최대 규모의 조력발전소다.
파력발전은 바람에 의해 생기는 파도의 운동에너지를 이용해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연료비가 들지 않고, 넓은 해역에 적용할 수 있으며, 반영구적 사용이 가능하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고, 방파제와 연계해 건설되기 때문에 경제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전기에너지의 생산량이 일정하지 않고, 파도에 의해 파손될 위험이 있다.
제주 용수리 해상면에 설치된 파력발전소는 2016년 준공된 국내 최초의 파력발전소로, 제주 지역 주민들에게 연간 580MWh(메가와트시) 규모의 전력 생산 및 공급을 목표로 운영 중이다.
● 친환경 에너지 도시
환경오염과 에너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지역의 특성에 맞게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등 에너지 자립과 환경을 생각하는 도시를 ‘친환경 에너지 도시’라고 한다. 세계적으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친환경 에너지 도시가 운영 중이다.
일반 자동차의 시내 이용을 금지하고, 그 동력으로 재생에너지만 사용하는 아랍에미리트(UAE)의 마스다르, 풍력발전 사업으로 차세대 그린 에너지의 가능성을 입증한 일본의 타치카와, 전기버스 운행과 보행자를 위한 다리 건설 등 대기 오염 방지 정책을 펼쳐 깨끗한 도시로 되살아난 미국의 채터누가, 친환경 대중교통 체계와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를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로 교환해주는 ‘녹색 교환 프로그램’ 시스템을 갖춘 브라질의 쿠리치바가 대표적인 예다.
앞으로도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은 계속 돼야 한다. 또 이런 노력은 국가 차원뿐만 아니라 개인 차원에서도 진행돼야 한다. 미래를 위해 에너지 문제 해결을 향한 노력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