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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속 소금의 기능

부족하면 졸도, 지나치면 고혈압

예로부터 생존의 필수품으로 인식돼온 소금. 매일 섭취하면서도 무심결에 지나쳐온 이 백색의 광물질이 몸에서 맡은 역할을 살펴보니…


(표1) 체액의 전해질 조성^삼투압의 중요 인자인 Na와 k의 조성비는 뚜렷한 구분을 보인다. ISF는 세포간질액을, ICF는 세포내액을 말한다.
 

인간을 비롯한 동물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영양소인 소금(NaCl)은 지구상에서 가장 흔한 식품의 하나다. 흔히 소금은 바닷물을 증발시켜 만드는 것으로만 알고 있지만 염분이 있는 호수나 암염의 형태로도 다량 산출된다.

중국 대륙의 북서부지역이나 미국대륙의 내부지역 등 바다가 먼 곳에서는 바다에서 얻은 소금의 무기질인 요오드가 부족해 호수나 암염에서 얻은 소금에 이를 첨가하기도 한다. 요오드는 갑상선 호르몬의 구성물질로, 이것이 부족하면 갑상선종(腫)에 걸리거나 키가 자라지 않는 난쟁이병이 생긴다.

소금은 부패방지를 위한 방부제의 역할도 하지만, 역시 소금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바로 음식의 맛을 짜게 하는 것이다. 개인의 식생활 경험에 따라 짜게 먹거나 혹은 싱겁게 먹기도 하는데, 대체로 사람은 소금 간을 한 음식을 그렇지 않은 음식보다 좋아한다.

우리가 매일 먹는 각종 식품에서 발견되는 나트륨량과 칼륨량은 소금 섭취에 영향을 준다.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는 사람들은 칼륨량은 풍부한 반면 나트륨량이 적어 소금을 많이 쳐 짜게 먹는 습성이 있다. 곡식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인이 비교적 많은 소금을 먹고 있다는 것을 떠올리면 될 것이다. 이런 현상은 번지라는 학자의 보고에서 이미 밝혀진 바 있는데, 그에 따르면 야생에 사는 초식동물은 소금을 찾아 먼거리를 헤맨다고 한다.

이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소금에 포함된 나트륨 때문이다. 음식물에 포함된 나트륨은 인체내에서 거의 흡수되며 흡수된 나트륨은 세포외액의 가장 주요한 양(+)이온으로 전해질 역할을 한다. 체액의 균형은 바로 신체 수분 보유 부위에서의 나트륨 농도에 달려있는 것이다(표1).

나트륨이 인체내에서 맡는 중요한 기능중 하나는 세포내 삼투압을 조절하는 일이다. 세포내액과 세포간질액 사이에 존재하는 세포막은 자유로이 물을 투과시키는 성질이 있다. 세포내외의 삼투압은 칼륨과 나트륨 등에 의해 일정한 상태에서 동일하게 평형을 이룬다(칼슘 마그네슘 인산 등도 삼투압 조절에 관여). 세포가 자신의 삼투압을 직접 조절할 수 있는 기전은 없으며 세포외액의 삼투능력에 의존하고 있다. 이 세포외액의 삼투압은 매우 복잡한 향상성에 의해 조절된다.

나트륨은 담즙 췌액 장액 등 알칼리성 소화액 성분이 되기 때문에 이것이 부족하면 소화액 분비가 감소해 식욕이 떨어진다. 한편 염소(cl)는 위액의 염산을 만들어주는 재료로서 중요하다.


염전
 

인체에 소금 부족하면 졸도하기도

건강한 사람은 불필요한 염분을 주로 소변으로 배설한다. 많은 양의 땀을 흘리거나 설사, 혹은 저 나트륨 식사를 하면 나트륨 부족으로 근육통 토사 구토 현기증을 일으켜 심하면 쇼크에 의해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신장은 이같은 현상에 반응하는 매우 중요한 나트륨 조절기관이다. 부신피질 호르몬의 하나인 알도스테론(aldosterone) 호르몬은 콩팥의 세뇨관에 작용해 나트륨의 배설을 억제하는 일을 한다.

물론 많은 땀을 흘렸다 하더라도 항상 나트륨 결핍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우리의 평균적인 식단은 충분한 나트륨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1L의 땀에는 2g의 나트륨이, 혈액 1L에는 3g의 나트륨이 들어있다. 보통 땀으로 인해 2.6kg의 체중이 손실됐을 때 나트륨 부족현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때는 일시적으로 짠음식을 공급해주어야 한다. 여름철 군대나 공사장 등에서 땀을 많이 흘리는 일을 하다 쓰러졌을때 소금물을 먹이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한편 소금의 섭취와 관련해 가장 큰 논란거리는 소금 섭취와 혈압의 상관관계를 둘러싼 것이다. 혈압을 조절하는 요인은 크게 자율신경계에 의한 조절과 신장에서 나오는 혈압조절 물질(renin)로 나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상대적으로 콩팥의 기능은 점차 감퇴되는데, 이는 나이가 들수록 고혈압의 발생 빈도가 높아지는 것의 한 이유가 된다. 세계 대부분의 인구집단에서 남녀의 평균 혈압수준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혈압의 증가로 인한 사망률 역시 점점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여러 역학적 연구는 나트륨의 섭취가 증가할수록 고혈압의 발생빈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 1961년 메닐리(Meneely)와 달(Dahl)이라는 두 학자가 서로 다른 인종의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식이 소금 섭취량을 조사하고 이때 나타나는 고혈압의 발생빈도를 조사한 결과, 식염의 섭취와 임상적으로 특성을 나타낸 상태의 고혈압 발생빈도 간에 관계가 있음이 밝혀졌다(그림1). 즉 짠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 식습관을 지닌 북부 일본인들은 고혈압 발생 퍼센트에서도 가장 높게 나타나 소금 섭취가 적은 에스키모인들과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같은 결과는 또다른 동물실험에서도 나타났다. 즉 1백91마리의 흰쥐를 7개군(群)으로 나누고 각 군의 식이 소금 함량을 각기 다르게 해 9개월 뒤 혈압을 측정한 결과 식이 소금 함량이 증가할수록 수축기 혈압이 증가했음이 나타난 것이다.

이와 함께 나트륨 섭취와 수명과의 상관성에 관한 동물 실험도 있었는데, 그 결과는 짜게 먹인 흰쥐 실험군이 가장 먼저 죽는 것이 발견됐다.


(그림1) 인종간 식염섭취와 고혈압 발생빈다
 

초기 인류의 식염 섭취량은 1일 0.6g

그러나 나트륨 섭취가 고혈압의 발생빈도를 증가시키고 사망률을 높인다는 견해에 반대하는 일부학자들은 고혈압 환자에게 소금을 제한시키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주장한다. 1958년에 실시된 한 연구는 고혈압이 있는 20명의 남자와 정상혈압을 지닌 20명의 여자를 대상으로 소변내 나트륨 함량을 조사했는데, 그 결과 비슷한 범위내에서 나트륨이 배설돼 나트륨 섭취와 고혈압간의 상관성을 제시하는데 실패했다.

이같이 나트륨 섭취와 고혈압간의 상관성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는 고혈압의 발병 원인이 식이변화 외에도 산업사회에서 부과되는 심리적 스트레스, 체중 활동량 등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데다가 유전적인 요소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간은 고혈압에 대해서 유전적으로 감염되기 쉬운 면과 저항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똑같은 환경 아래에서도 어떤 사람은 고혈압이 발병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는 것에 대한 해답은 유전적 요소에서 찾을 수 있다.

어릴 때의 혈압이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이 되어서까지 연장된다는 사실은 고혈압이 어릴 때 그 징후를 나타낸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최근 몇몇의 연구는 유아기 때가 아동기에 비해 단위 체중당 나트륨 섭취량이 많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1960년대 후반 미국에서 조사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당시 등장한 유아식의 보급으로 유아의 식염 섭취량이 필요량의 7-10배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영양지도 지침서에 따르면 어릴 때의 혈압은 성장후의 혈압을 예측해주는 가장 좋은 예언자로서, 어릴 때의 혈압 분포 곡선은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이 되어서까지 계속 뒤따르는 현상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있다.

학자들은 인류가 지구상에 생존하면서 수많은 생리적 기전들이 유전인자내에 포함될 당시의 식염 섭취량을 0.6g으로 추정한다. 그 이후 육식을 주로하던 수렵인들의 1일 식염섭취량은 3.5g이었으며 현대인들은 이보다 더욱 높은 수치인 1일 16-18g의 식염을 섭취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 맞춰 유전자 물질이 변화되기에는 2백만년이라는 시간으로는 부족하다. 그러므로 인체가 이러한 과잉 식염섭취에 적응하지 못함으로 인해 세포내외액의 삼투압 유지 및 산 염기 평형 등 생체내의 항상성 유지에 관여하는 나트륨과 칼륨의 불균형 상태가 초래된 것이다. 게다가 현대 산업사회의 발달은 나트륨이 첨가된 가공식품과 편이식품의 이용을 증가시켰고 이에 따라 생체내 전해질의 불균형 상태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소금 선호는 선천적인가

칼륨의 고혈압 방지 효과는 1959년 일본학자인 사사키 등이 식염 섭취량은 비슷하나 칼륨 섭취량이 다른 일본 북부의 두마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칼륨 섭취가 높은 마을 주민의 혈압이 낮았음을 보고하면서부터 활발해졌다. 이후 나트륨의 섭취를 줄이고 칼륨의 섭취를 증가하기 위해 쌀과 과일 위주의 이른바 '켐프너(Kempner) 식사'가 고혈압 환자의 치료법으로 이용돼왔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계 나라에서는 지방의 섭취보다 나트륨의 높은 섭취로 인해, 구미 여러나라에 관상 동맥경화증 환자가 많은 것과 달리 뇌졸중 환자가 많은 경향을 보이고 있다.

성인 한사람이 하루에 필요로 하는 나트륨 필요량은 5백mg이다. 식염은 40%의 나트륨과 60%의 염소를 함유한다. 하루 7.5-18g의 소금을 먹으면 3-7g의 나트륨을 섭취하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수치는 순도가 높은 소금을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며 소금의 정제도와 순도에 따라 다르다.

식사중 나트륨의 적정 수준을 정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은 정상인의 경우 나트륨 섭취에 대해 생리적인 내성을 나타내는 범위가 다양하며 짠맛에 대한 역가 및 음식과 관련된 식염에 대한 문화적인 중요성의 차이 때문이다.

짠 맛을 즐기는 식성이 선천적인 것이냐 후천적인 것이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오랫동안 하루에 2백50mg의 식염을 섭취하던 사람은 추가로 1g을 첨가했을 때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지만 하루 10-20g의 식염을 섭취하던 사람은 5-10g의 식염이 첨가되도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는 인간의 짠 맛에 대한 식성이 사회적 식습관에 따른 후천적인 결과임을 알려주는 것이다.

우유를 제외한 대부분의 식품은 본래 적은 량의 나트륨을 함유하고 있다. 우리가 먹는 나트륨의 약 3분의 1 내지 2분의 1 정도는 조리과정에서 첨가된 것이다. 특히 조미료, 그중에서도 화학조미료나 향신료는 대부분 많은 나트륨을 함유하고 있어 사용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현명하다. 각국의 소금 섭취량은 나라마다 다르며 한국영양학회의 영양지침서가 밝힌 1일 권장 소금 섭취량은 10g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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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이기열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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