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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의 행성은 밤하늘의 보석이다, 작게 보이지만 어마어마하게 큰 보석이다. 그 보석은 보는 사람이 임자다.

어두운 밤하늘을 자세히 쳐다보면 밝고 어두운 뭇별들이 셀 수 없을만큼 많이 빛나고 있다. 이 수없이 많은 별들 중에서 행성들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행성들은 맨눈으로는 항성과 잘 구별되지 않는다. 따라서 행성의 위치와 출몰에 관련된 자료를 사전에 준비하지 않으면 초보자는 물론 숙련된 관측자인 경우에도 밤하늘의 많은 별들 중에서 행성을 쉽게 찾을 수 없다. 지난달에는 천구상을 매우 복잡하게, 그러나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행성의 분류와 움직임에 대하여 알아보았으므로 이번달에는 초보자가 행성을 찾는 방법과 의미있는 관측을 위해 필요한 각 행성의 간략한 특징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자.

행성의 위치를 찾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이달의 별자리와 함께 행성의 위치가 같이 나와있는 최신호의 천문, 과학잡지를 참고하는 것이다. 화성 목성 토성 등의 크고 밝은 행성들은 별자리와 비교하여 그 위치를 조금만 익히면 표시되어 있는 그 주변에서 항성과 구별하여 어느 별이 행성인지를 간단히 알아낼 수 있다. 그리고 천체망원경으로 보면 이들 행성은 항성과 확연히 구별된다. 또한 매년 천문대에서 발행하는 역서에는 각 행성의 적경, 적위값과 거리, 광도, 시직경, 출몰시각이 약 10일의 간격이 있는 일자별로 자세히 표시되어 있기 때문에 좌표값으로 성도와 비교하면 원하는 행성의 근접한 위치를 쉽게 계산할 수가 있다.

그러나 작고 어두운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등 멀리있는 외행성은 밝은 별만 간단하게 나와있는 작은 성도나 역서만을 가지고 찾기에는 조금은 부족하다.

천체망원경으로 행성을 관측할 때 배율은 유효최고배율 또는 그 이상의 한계배율로 크게 확대해서 보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러나 초점거리가 짧은, 고배율의 접안경을 사용하면 행성을 찾기가 매우 힘들다. 처음에는 가능한 한 시야가 넓고 낮은 배율의 접안경을 사용해서 망원경의 시야중심에 행성을 잡은 후 점차 고배율의 접안경으로 바꾸어가며 관측하는것이 좋다.

또한 작은 천체망원경으로 천체사진집이나 과학잡지에 나와있는 것처럼 커다랗고 뚜렷한 행성이 보일거라고 지나치게 기대하고 들여다보면 안된다. 배율을 높여감에 따라 행성의 상이 무너지면서(애매한 표현이지만) 더욱 잘 보이지 않는, 작고 초라한 행성의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크게 실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크고 선명한 행성의 사진들은, 대구경 고성능의 천체망원경과 여러가지 필터등을 사용해서 고감도의 필름으로 장시간의 노출과 색처리를 통해 전문가가 촬영한 것, 또는 지구에서 발사된 우주선이 행성에 근접하여 찍어 합성한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작은 천체망원경을 통한 육안관측으로는 사진처럼 절대 잘 보이지 않는다.

■ 태양의 막내아들, 수성

수성은 행성중에서 태양에 가장 가까운 내측을 공전하고 있기 때문에 일년중 대부분은 태양 가까이에 있다. 수성을 성공적으로 관측하는 비결은 언제, 어디에 나타나는가를 정확히 알아내는 것이다. 늦은 겨울이나 이른 봄의 초저녁, 서쪽하늘에서 동방최대이각이 될 때나 늦은 여름이나 초가을 새벽녁의 동쪽하늘에서 보기 쉽게되는 서방최대이각이 되는 시기가 관측의 최적기다. 지평선까지 쫙 펼쳐져 잘보이는 장소가 아니면 수성의 관측은 매우 어렵다.

아침이 되면 수성은 보다 높은 하늘에 떠 올라 관측하기에는 유리한 위치에 자리잡지만 하늘이 이미 밝아져버린 상태이고, 저녁에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따라서 수성의 모습을 지구상에서 자세히 관측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수성도 달처럼 차고 이그러짐이 있지만 낮은 하늘 때문에 시잉 (seeing)이 나빠 잘 알 수 없다. 하지만 끈기있게 노력하여 기회를 잡는다면, 태양 출몰의 가장자리에서 반짝이는 별, 태양을 졸졸 쫓아 다니는 막내아들 수성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초저녁의 샛별, 금성

저녁무렵 서쪽하늘에 유난히 밝게 빛나는 별을 본적이 있읍니까? 그것은 '초저녁의 샛별'이라고 하는 금성이다. 금성은 수성보다 훨씬 크고 지구보다 조금 작은 행성으로, 구름으로 뒤덮여 있어 빛을 아주 잘 반사한다. 상당히 밝기 때문에 천체망원경을 샀다면 바로 보고 싶은 대상 가운데 하나다. 금성은 수성과 마찬가지로 지구의 내측을 공전하는 내행성이기 때문에 태양에서 크게 벗어난 위치에서 보이는 일은 없고, 저녁무렵의 서쪽하늘이나 새벽녘의 동쪽하늘, 지평선 낮은 위치에서 밖에 볼 수 없다.

금성을 바라다보는 즐거움은 달이 차고 이그러지는 것처럼 변화해 가는 모양을 보는 것에 있다. 구경이 작은 망원경으로도 형태의 변화는 잘 보인다. 특히 지구와의 거리가 짧아지는 내합 전후에 금성이 있을 때는 초승달 모양으로 상당히 크게 보여 처음 본 사람은 깜짝 놀란다. 반대로 지구와의 거리가 멀어지는 외합의 전후에는 크기도 작고 형태도 원에 가깝기 때문에 그다지 흥미롭지 않을 수도 있다.

스케치를 하거나 확대촬영을 해서 일일이 기록해 두면 점점 이그러져가는 모습이나 역으로 점점 부풀어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고, 관측회 등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틀림없이 주목받는 대상이 될 것이다.

구경 60mm의 소형 굴절망원경으로도 충분히 관찰할 수 있다. 배율은 1백배 정도로 하면 보기에 알맞다. 기간을 두고 변화하는 위상들을, 그리고 구름 속의 지형을 보여주는 희미한 그림자들을 찬찬히 주시하라.
 

금성의 차고 이그러짐
 

■ 불타는 화성

화성은 외행성 가운데 첫번째 행성이다. 외행성과 지구의 거리는 태양-지구-외행성으로 나란히 펼쳐지는 충일 때 가장 짧다. 화성의 충은 약 2년2개월 마다 발생한다. 충이 발생하기 전후에는 화성을 크게 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그 중에서도 충이 여름에 발생할 때는 특별히 거리가 가까워줘 대접근이 가능하다 화성이 가까이 다가오면 아마추어 천문가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반대로 같은 충이라도 거리가 먼 접근을 소접근이라 한다. 대접근과 소접근이 발생하는 것은 화성의 궤도가 타원형이기 때문이다. 대접근시에는 화성의 모습을 최대로 크게 볼 수 있다.

화성을 향해 망원경을 돌리는 순간 여러분은 조금 실망하게 될 것이다. 60mm 굴절망원경을 사용하는 경우 가장 높은 배율로 보아야 운이 따를 때 기껏 하나의 극에서 흰 점만을 볼 수 있기 때문. 만일 몇 주 동안 화성을 계속해서 추적한다면, 계절 변화에 따라 극관이 자라나거나 줄어드는 것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화성은 대접근기에는 시직경 25초에 달해 구경 60mm 1백배로 큰모양과 극관을 알 수 있지만, 가장 멀리 있을 때는 시직경 3.5초가 되어 관측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충의 전후 2-3개월 10초 이상의 시기가 관측의 기회이다.

■ 기울어져 있는 토성의 고리

토성이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더라도 처음으로 천체망원경으로 실물을 들여다보았을 때의 놀라움은 확실히 컸을 것이다. 반드시 '망원경을 사길 잘했다'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만큼 토성의 모습은 신비하고 아름답다. 토성의 신비함은 작은 망원경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고리들은 정확히 토성의 적도면 위에 놓여있다. 그 모습은 마치 창이 큰 모자를 쓴 것과 같아 우주의 불가사의함을 말해준다. 20배-30배의 저배율로 고리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고, 50배-60배로는 그것이 고리라고 하는 것을 확실히 확인할 수 있다.

망원경의 배율을 최대로 높여 고리들을 관찰해보자. 눈을 적응시켜 자세히 보면 고리들의 밝기가 서로 다르며 ,바깥쪽 고리가 안쪽의 고리보다 조금 더 어둡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 두 고리 사이에는 틈이 있는데, 이것이 발견자의 이름을 붙인 '카시니의 간극'이다. 이 간극은 폭이 약 5천km 가량 되는데, 조건만 좋다면 1백mm 구경의 망원경을 가지고 검은 선을 포착할 수 있다.

토성의 고리는 그 면이 황도면과의 사이에 경사를 갖고 있기 때문에 보이는 고리의 기울기에도 매년 변화가 생긴다. 토성의 공전주기는 약 30년 걸리기 때문에 15년에 한번 고리는 최대로 넓어진 것처럼 보이고, 반대로 15년에 한번 고리는 가늘게 되어 완전히 옆으로 세워져 전혀 보이지 않게 되어버린다. 매년 고리의 변화를 관찰하거나 사진을 찍어두면 그 변화모양을 잘 알 수 있다.

토성에도 소구경으로 보이는 위성 타이탄이 있지만 8등급이기 때문에 갈릴레오 위성만큼의 볼품은 없다. 구경이 15cm 20cm 등으로 커지게 되면 타이탄 외에도 몇개의 어두운 위성(10등급 이하)이 모습을 나타낸다.

■ 행성들의 맏형, 목성
 

(표) 목성의 4대 위성에 관련된 자료
 

목성은 아마추어가 관측하기에 아주 좋은 행성이다. 왜냐하면 우리 태양계중에서 가장 큰 행성으로 적도의 직경은 지구의 약 11배인 14만3천km나 되며 최고로 밝을 때는 -3등급 가까이 되기 때문에 작은 망원경으로도 표면의 줄무늬를 확인할 수 있고, 4개의 갈릴레오 위성도 함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행성은 약 13개월마다 충의 위치에 온다. 물론 충일 때가 관측의 최적기이다. 망원경 시야에 떠오른 목성의 외형을 보면 찌부러진 타원으로 보인다. 이것은 목성의 자전주기가 약 9시간 50분으로 짧기 때문에 적도부분이 부풀어져 타원처럼 되어 있는 것이다.

여러분은 저 유명한 대적반(大赤班)을 보고 싶어할 것이다. 표면을 자세히 관측하면 줄무늬나 띠같은 모양에 타원형의 붉은 기를 띤 부분이 보인다. 이것은 시기에 따라서 진하게 되기도 하고 엷게 되기도 한다. 길이가 4만km나 되는 이 거대한 타원형 구름은 남열대에 위치해 있는데, 남온대 줄무늬에 대적반 만곡부를 만들며 움푹 들어가 있다.

대적반은 언제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목성은 빠른 속도로 자전하고 있기 때문에 대적반이 지구 쪽을 향해 있지 않으면 볼 수 없다. 그러므로 대적반을 보지 못했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아주 낮은 배율로 목성을 보면 그 주위를 돌고 있는 4개의 갈릴레오위성 모습을 볼 수 있다. 목성에는 많은 위성이 있지만 이 4개의 위성은 소구경으로도 쉽게 볼 수 있다. 4개의 위성은 목성의 주위를 공전하고 있기 때문에 일시에 4개의 위성이 목성의 동쪽에 보이기도 하고 서쪽에 보이기도 한다. 때때로 3개 이하로 보이는 일도 있다. 이때는 4개의 위성 중 몇개가 목성의 안쪽으로 돌아서 보이지 않거나 목성의 정면으로 와서 겹쳐져 있을 때다. 겹쳐져 있을 때 목성 본체를 잘 관찰하면 그 위성이 떨어져 있는 작은 점의 자취가 보이기도 한다.

이 위성들은 갈릴레오가 자신이 만든 작은 망원경으로 발견한 것들이다. 갈릴레오 위성들이 목성을 한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2일에서 17일까지 서로 다르다. 이것은 하늘에서 보는 그들의 모습이 하루하루 달라진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보이저가 근접하여 촬영한 목성
 

■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은 어둡게 보이기 때문에 육안으로 발견할 수 없다. 그 중에서 천왕성은 약 6등급의 밝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노력하면 소형망원경으로 찾을 수 있다. 천문잡지의 위치자료와 역서의 자료 등으로 위치를 확인하고 꼼꼼히 찾아야만 발견할 수 있다. 처음에는 저배율로 찾고 발견되면 접안경을 교환해 고배율로 한다. 항성과의 구별방법으로는 색이 약간 녹색을 띠고 있으며 원반상으로 면적을 가지고 보인다.

해왕성은 8등급, 명왕성은 13등급으로 상당히 성능이 좋은 망원경으로도 찾기가 힘들다. 명왕성은 현재 해왕성보다 태양에 가까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행성들 사이의 순서가 뒤바뀌어 있는 것이다. 이것은 명왕성의 궤도가 상대적으로 더 타원형이기 때문에 일어난 일시적인 현상이다. 이 행성은 하늘에서 여느 별처럼 보이는데, 수많은 희미한 별들과 이를 구별하는 일이 쉽지 않다.

천체관측은, 사진으로 본 풍경과 직접 가서 땅을 밟고 만지고 느끼고 호흡한 실제 여행과의 차이가 아닐까 한다. 천체망원경으로 행성을 다 돌아본 여러분은 뿌듯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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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이강순 자료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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