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지구과학 - 화석, 지질시대의 기후생물분포 알려주는 자연의 역사책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

화석사진^양서류


화석이 없었다면 2억년 전 중생대 공룡의 모습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쥐라기 공원'이 재미없는 영화가 됐을지도 모른다. 화석은 지질시대의 기후 수륙분포 고지리 등의 환경을 알려주는 중요한 역사책이다.

화석(fossil)은 어원으로 볼 때 '파내다'라는 뜻에서 기원된 것으로 18세기까지만 해도 뚜렷한 정의 없이 땅속에서 파낸 기묘한 것을 모두 화석이라 했다. 최근에 와서 지질학자들이 그 뜻을 생물에 관계되는 물체에만 국한해 "화석은 지질시대로부터 보존된 생물의 유해 인상 흔적으로 생물체의 구조가 인지되는 물체"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지질시대라는 뜻은 지구가 탄생하고 지각이 형성됐다고 생각되는 38억년 전부터 역사시대가 시작된 1만년 전까지를 말한다. 그러므로 역사시대에 살던 생물의 유해는 화석으로 취급되지 않는다. 즉, 고대 무덤에서 출토된 미이라 등은 화석으로 취급하지 않으며 고고학에서 다루게 되는 것이다. 지질시대로는 약 1만년 전부터를 신생대 제 4기 홀로세(또는 충적세)라 하는데, 이 시기의 생물의 유해나 흔적은 화석과 구별해 반화석(subfossil)이라 하기도 한다.

화석 - 네안데르탈인의 소장품

화석이 인류에게 알려지게 된 것은 인류의 탄생과 함께라고 생각해도 무리가 아니다. 약 15만년에서 7만년 전까지 살았던 인류의 선조인 네안데르탈인(Neanderthalensis)이 발견된 곳에서 소장품으로 보이는 완족류의 화석이 발견된 바 있다. 아마 이것은 권위의 상징으로 흔치않은 화석을 이용한 것으로 생각된다. 뿐만 아니라 이미 기원 전에 스트라보(Strabo) 헤로도투스(Herodotus) 크세노폰(Xenophanes) 등은 이미 화석이 고대 생물의 흔적임을 알고 있었다. 실례로 BC 450년 경 헤로도투스는 이집트를 여행하면서 조개 화석을 발견하고 지중해 부근이 전에는 넓은 바다의 일부분이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당대의 가장 권위있는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와 그의 학파는 화석을 생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런 것은 진흙에서 지렁이가 자라듯이 '암석 중에서 자라난 것'이라고 믿었다. 그의 제자 중의 한 사람은 지층이 퇴적될 때 들어간 동물의 알이나 식물의 씨가 암석 중에서 자란 것이라고 주장했다.

화석에 대한 고대 그리스의 이러한 생각은 중세에 이르기까지 지속돼 화석에 대한 지식의 발전을 저해했다. 더구나 중세에 들어 창조론 등의 영향으로 지구의 나이가 수천 년 정도로 규정되면서 수 만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생물의 화석화 작용이나 진화, 또는 지표의 변화 등에 대한 생각의 여지를 없애버렸다. 당시 화석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은, 화석은 괴이한 물건이며 암석 중에 조형력이 있어서 광물처럼 화석도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일부는 사람을 미혹하게 하려는 귀신의 장난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불과 2백년 전까지만 해도 이러한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학문적 암흑기에도 소수의 사람들은 화석의 참 의미를 알고 있었는데,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 게롤라모 프래카스 토로(Gerolamo Fracastoro, 1480-1533), 버나드 팰리시(Bernard Palissy, 1510-1590) 등은 화석이 생물체가 화석화 작용을 받은 것으로 믿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수에즈 운하를 팔 때 많은 바다 생물의 화석을 발견하고 그 곳이 전에는 바다였다는 기록을 남기고 있다.

독일에서는 1696년 발견된 매머드의 화석을 둘러싸고 당시 김나지움 선생인 텐첼(E. Tentzel)은 이 화석을 큰 짐승의 뼈라고 했으나,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학 선생들의 주장처럼 이 화석을 자연의 장난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해 일대 논쟁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조개 어류 나뭇잎화석 등은 화석이 생물과 깊은 관계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게 했으며, 당시 신학자들은 이를 노아의 홍수로써 설명하려 했다. 그 예로 쇼이히처(J.J. Scheuchzer 1672-1733)는 화석을 'Sports of Nature'라고 했는데, 1726년에 발견된 도롱뇽 뼈의 화석을 'Homodiluvii testis' 즉, 홍수 때 죽은 사람의 뼈라고 했다. 그러나 이것은 얼마 안가서 격변설을 주장한 큐비에(Cuvier, 1769-1832)의 연구로 큰 도롱뇽의 화석임이 밝혀졌다.

화석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1706년에는 미국에서 높이 15㎝ 무게 1㎏의 코끼리의 이가 발견됐다. 매사추세츠주의 지사는 이를 사람의 이라고 믿었고 어떤 사람에게 보낸 편지 중에 이런 이를 가진 사람은 거인으로 홍수 때 맨 나중까지 견디다가 물이 그 큰 키를 삼켰으므로 죽은 것이며 이때에 생긴 지층이 두꺼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했다.

화석이 되기 위한 조건은 육지보다 바다 밑이나 호수의 바닥, 또는 강바닥과 같은 물밑 환경이 좋다. 이런 곳에 쌓인 생물체는 공기 중에서 분해되지 않도록 가급적 빨리 매몰돼야 하며 동물의 뼈나 껍질, 식물의 목질 부분 등과 같이 단단한 부분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생물체가 다공질이면 지하수에 녹아 있던 SiO₂CaCO₃등의 광물질이 삼투해 들어가 구멍을 메꾸어 버리거나 지하수 속에 녹아 있는 광물 성분이 매몰된 생물의 조직을 서서히 치환해 형성되기도 한다. 특히 나무줄기는 ${SiO}_{2}$로 한 분자씩 치환돼 나이테 등의 나무의 조직을 그대로 보존하기도 하는데 이를 규화목이라고 한다.

생물체의 조직은 탄소 화합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건류되면 흑연에 가깝게 탄화돼 보존되기도 한다.

화석으로 나타나는 대부분의 종은 이미 멸종해 버린 것이 많으나 6천5백만년 전부터 시작된 신생대의 생물 화석은 거의 현재 살아있는 종이 많다.

1900년 시베리아에서 발견된 매머드(mamoth)는 신생대의 대표적인 화석으로 2만년 전에 살던 것으로 생각되는 코끼리의 일종인데, 시베리아의 동토층에서 보존이 잘 된 채로 발견돼 매머드의 몸뚱이와 다리에 붙은 살 껍질 털, 위 속의 내용물 등이 그대로 남아 있고 살의 신선도는 동행했던 개가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화석을 만들어 보자

진짜 화석을 만들 수는 없지만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화석이 형성되는 과정을 간단히 알아볼 수 있다.

1.석고를 이용한 화석 만들기

실제로 나뭇잎이나 조개 껍데기 따위의 본을 이용해 어떻게 화석이 형성되는지 알아보기로 한다. 석고 반죽과 물을 혼합해 부드러워질 때까지 저은 후 넓은 접시에 2㎝ 깊이 정도로 부은 다음 바셀린을 칠한 나뭇잎이나 조개 껍데기를 그 위에 놓는다. 다시 그 위에 석고 반죽을 부어 넣고 단단해지면 떼어 내어 반으로 갈라 조개 껍데기나 나뭇잎의 주형을 관찰한다. 이때 석고에 손바닥을 찍어 관찰하는 것도 흥미 있다.

2. 송진으로 화석 만들기

몇 조각의 송진을 저온의 불에 끓지 않을 정도로 저어가며 녹인다. 사방 1㎝정도의 종이상자를 만들고 여기에 녹은 송진을 붓는다. 송진이 굳기 전에 죽은 곤충과 같이 표면이 비교적 딱딱한 표본을 완전히 담근다. 이때 공기 방울이 생기면 달구어진 바늘로 공기 방울을 건드려 쉽게 없앨 수 있다. 송진이 완전히 굳은 후 종이를 떼어내고 모양을 다듬으면 호박 속의 곤충 화석과 같은 모습을 볼 수 있다.

화석 중에서 이와 같이 생물체는 용해돼 없어졌으나 외형이 보존된 형태를 몰드라고 한다. 즉 이 구멍 속에 다른 광물질이 들어가 가득 차 버리면 새로운 물질로 된 화석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지질시대는 크게 표1에서 보는 것처럼 선캄브리아대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로 구분하는데, 각 시대별 대표적인 화석은 표와 같다.
 

화석 모형 만들기

 

화석은 어디에 쓰이나

화석이 없었다면 2억년 전 중생대 공룡의 모습을 알 수 있었을까? 쥐라기 공원이 재미없는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화석은 지질시대의 기후 수륙분포 고지리 등의 환경을 알게 해주는 중요한 역사책이다. 물론 지질시대를 구분하는 것도 각 지층에서 나온 화석의 연구로 결정된 것이다. 넓은 의미의 화석인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은 경제적인 가치를 주기도 한다.

그러나 화석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생물체 진화의 과정을 알게 해주는 단서가 된다는 점이다. 화석의 연구로 각 지질 시대의 경계에서 수많은 종이 멸종하거나 새롭게 태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지구상의 생명이 어떻게 태어났으며 어떻게 진화해 왔고 또 인류는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는지를 화석의 연구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과거를 아는 일은 결국 인류의 미래를 알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표1)지질시대의 생물의 변천
 

1993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이석형 교사

🎓️ 진로 추천

  • 지구과학
  • 생명과학·생명공학
  • 역사·고고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