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과학의 큰 줄기를 형성하고 있는 상대성이론. 이에 관해 국내 학자가 직접 저술한 책이 출간됐다. 책이름은 '쉽게 배우는 상대성이론, 아인슈타인과의 두뇌게임'. 그동안 국내에서는 상대성이론에 관한 많은 책들이 나왔으나 모두 번역본으로 우리나라 사람이 직접 저술한 책은 한권도 없었다. 저자는 우주론을 전공한 한국표준과학원 천문대의 라대일 박사(35).
-우리나라 사람이 쓴 상대성이론 책이라는데 큰 의미가 있는데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설명해주시지요.
"그렇습니까. 저는 그 부분은 크게 의식하지 않았습니다.
요즘 학생들이나 자연과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상대성이론에 대해 많은 궁금증을 갖고 있지요. 그런데 그동안의 상대성이론에 관한 많은 책들은 어려운 수식 중심으로 집필됐기 때문에 학생들이나 일반인들에게 상대성이론에 대한 컴플렉스만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도 공부하면서 애를 많이 먹었구요.
그래서 수학적인 관점이 아니라 자연철학적인 관점, 즉 보다 넓은 시각에서 상대성이론을 소개해보려고 한 것이지요. 따라서 이 책은 독자가 아인슈타인의 입장에 서서 그가 어떤 사고과정을 거쳐 상대성이론을 탄생시켰는가를 체험해보는 일종의 '사고(思考)여행'을 하도록 꾸며졌습니다. 과학의 생명은 주어진 문제를 풀고 지식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상상력과 직관력 그리고 논리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추론의 과정을 통해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 아니겠습니까. 이런 관점에서 이 책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만이 아니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 했다고 해야겠지요"
'아인슈타인과의 두뇌게임'은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의 핵심을 소개하면서도 수식이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 또한 앞부분에서는 고전역학이 성립하는 과정을, 뒷부분에서는 현대우주론을 덧붙여 상대성이론의 역사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저자는 중고생 에서 대학 교수까지, 상대성이론에 대해 조그만 호기심만 가진 사람이라면 누가 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전공이 상대성이론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1917년 일반상대성이론이 등장하고 나서 1918년에 현대우주론이 시작될 만큼 일반상대론은 현대우주론의 모태가 되고 있습니다. 일반상대성이론이 탄생하기 전의 우주론은 전무합니다. 따라서 정통 현대우주론을 공부하는 사람은 일반상대성이론을 공부하지 않고는 불가능하지요."
라박사는 서울대 천문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펜실베이니어 대학에서 광역(extended)인플레이션이론으로 학위를 취득했다. 그의 지도교수는 옛소련의 린데와 함께 뉴(new)인플레이션이론으로 유명한 스타인하트. 라박사는 스타인하트와 공동으로 뉴인플레이션이론이 가지고 있던 문제점을 극복하고 광역초팽창이론(extended inflation theory)을 확립하는데 크게 기여한 셈.
"인플레이션이론이란 한마디로 상대론과 양자론을 결합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봉합은 됐는데 서로 피가 섞여도 아무 문제가 없는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려면 많은 연구가 있어야겠지요. 저의 과제가 바로 이 분야입니다."
-주위에서 들으니까 역사와 예술 쪽에도 관심이 많다던데···
"대학원 시절 전공 공부를 하면서 언뜻 진로를 잘못 선택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가 있었습니다. 제가 삼국유사나 삼국사기, 자치통감, 위지동이전, 한원(장안성에 끌려온 고구려 포로 이야기) 등을 한문 원전으로 읽었다면 곧이 들으시겠습니까. 그것도 미국과 일본 도서관에서."
그가 들려주는 한원의 이야기 한 토막을 소개한다. 이 책에서 고구려 사람들은 동해쪽을 왼쪽, 티벳을 오른쪽으로 기술해놓았다. 그 이유를 곰곰 생각해 보니 만주 벌판에 앉아서 중국 대륙쪽을 호령하는 자세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라박사는 한원의 일본 번역판에서는 이를 잘못된 표기라고 표시해놓은 것도 확인했다. 요즘 많이 읽히는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와 같은 종류의 책을 자연과학자의 입장에서 한번 써보겠다는 것이 그의 조그만 소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