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에 눈을 뒤집어쓰고 도야마(富山) 평야의 동쪽에 당당하게 우뚝 서 있는 다테야마 연봉은 의외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각종 문명의 이기들을 조합해 산과 산 사이를 관통하는 관광코스로 개발해 놓았기 때문이다.
일본의 도야마(富山)가 우리와 가까워 졌다. 지난 4월26일부터 우리의 국적기가 이곳에 취항, 주3회씩 왕복 운항하고 있기 때문이다.
논의 비율이 가장 높은 도야마
일본 혼슈(本州)의 정중앙 북부, 우리나라 동해와 마주하고 있는 도야마현은 면적 4천2백52㎢, 인구 1백10만명을 포용하고 있다. 도야마만(灣)과 나란히 도야마 평야가 펼쳐지고 동·남·서쪽 3면이 산지로 둘러싸여 있다. 동부는 북알프스로 불리는 히다(飛彈) 산맥의 고산지대이고, 남부는 중간 높이의 히다산지, 서부는 구릉형의 도나미(礪波)산지다.
도야마 평야는 구레하(吳羽)구릉에 의해 동서로 양분되는데, 동부는 배후산지에서 흘러 내리는 구로베강(黑部川) 진쓰강(神通川) 등 여러 하천이 형성하는 복합선상지로 된 평야다. 서부는 쇼강(圧川)의 선상지와 그 하류인 이미즈강(射水川)의 삼각주로 된 도나미평야다.
기후는 북서계절풍의 영향으로 겨울에 눈이 많은데, 특히 산지에는 20m 이상의 적설량을 기록한다. 현청(縣庁)소재지인 도야마시(市)는 연평균기온 13.3℃, 연강수량은 2천3백88mm.
현의 경제기반이 돼온 농업이 최근 공업으로 급속히 이행하고 있다. 그러나 농경지의 대부분은 아직도 논이어서 논의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 따라서 농업의 주종은 벼농사인데, 도나미시(市)와 쇼게(圧下)지구와 구로베강 선상지의 뉴젠쵸(入善町)에서는 논의 그루갈이로 튤립을 재배해 그 구근(球根)을 수출하고 있다.
수력자원이 풍부해 구로베강 수계의 구로베댐, 쇼간지강(常願寺川) 수계의 아리미네(有峯)댐에 의해 최대출력 1백96만kW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공업은 금속 화학 종이 펄프 기계 방적 등 5개 부문 공업의 비중이 높다.
그밖에 도야마시를 중심으로 한 가정약(家庭藥), 다 카오카시(高岡市)의 동기(銅器) 등 특색있는 전통공업이 성하다.
도야마현 중앙에 위치한 도야마시는 인구 31만명의 시가지로 도야마만에 면해 있다. 원래 지방 영주의 성읍으로 발전하다가 현의 행정 상공업 중심지가 됐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에 전재(戰災)를 입었으나 전후에 재건 됐다.
도야마 대학·천문대 및 도야마성지의 향토박물관 등 교육 문화시설이 있고, 현립공원으로 지정된 구레하산(山)은 산정에서의 조망이 뛰어난 행락지다.
그러나 도야마현은 이보다 일대의 산악지대와 함께 국립공원에 속해 있는 다테야마(立山) 산지와 구로베협곡으로 유명하다. 다테야마는 후지산(富士山) 하쿠산(白山)과 함께 옛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숭앙받아온 일본 3대 영산(靈山)의 하나로 꼽힌다.
고산식물의 보고 미다가하라
일본 혼슈의 한가운데 평균 3천m 이상의 고봉들이 거대한 파노라마대(臺)를 이루고 있는 재팬알프스(Japan Alps) 가운데 다테야마는 가장 핵심을 이룬다. 다분히 일본적인 냄새가 풍기는 재팬알프스라는 이름은 19세기 영국의 선교사 레버렌드 월터 웨스턴(Reverend Walter Weston)이 이 일대의 높은 산봉우리를 하니씩 오르고서 유럽의 알프스산맥에 빗대어 붙인 것이라고 한다. 재팬 알프스의 정식명칭은 중부산악국립공원.
일본 사람들은 이 산악지대를 우리나라의 태백산처럼 일본의 지붕이라며 세계적인 산악공원임을 자랑한다. 이 가운데 다테야마는 유럽의 알프스처럼 대단히 웅장하고 때묻지 않은 자연으로 이곳을 찾는 이들로 하여금 가슴이 탁 트이게 한다. 우리나라 산들이 가지고 있는 아기자기한 멋과는 달리 화산지형의 산들이 하나의 큰 지붕을 이루고 있다.
정상에 눈을 뒤집어쓰고 도야마 평야의 동쪽에 당당하게 우뚝 서 있는 다테야마 연봉은 의외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각종 문명의 이기들을 조힙해 산과 산 사이를 관통하는 관광코스로 개발해 놓았기 때문이다.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Alpine Route)로 불리는 이 코스는 약 90km로 전차 케이블철도 고원버스 터널버스 로프웨이 트롤리버스 노선버스 등 온갖 탈 것들을 동원해 놓았다.
도야마역에서 먼저 다테야마행 전철을 타면 해발4백54m의 다테야마역에 도착한다. 여기서 케이블철도를 타면 7분만에 비죠다이라(美女平·해발 9백77m)에 도착한다. 이 주변은 원시림 지대로 아름드리 삼나무숲이 울창하며 일본 유수의 야조의 보고이기도 하다.
비죠다이라부터는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 여정의 핵심인 고원버스를 타게 된다. 고원버스는 미다가하라(彌陀ケ原)로 가는 도중 급커브 길에서 일본에서 최고 높이 (3백50m)를 자랑하는 쇼묘폭포(稱名滝)를 볼 수 있도록 잠시 정차한다. 미다가하라는 해발1천9백30m, 동서 20km, 남북 3km의 대고원으로 고산 식물의 보고로 꼽히는데, 군데군데 파여있는 연못들도 꽃만큼이나 아름답다.
고원버스의 종점 무로도(室堂·해발 2천4백50m)는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의 정점에 해당되는 지점. 여기까지 오는 도중 오타니(大谷)를 지날 때에는 도로 양옆으로 높이 20m의 눈벽이 차창을 가로막는다. 여기는 가을이 시작되는 9월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해 이듬해 4월까지 그치지 않고 오는 폭설지대로 관광객들의 통행(4월25일~11월30일)을 위해 도로의 눈을 치우는 비용이 해마다 7천 만엔(5억5천만원)이나 든다고 한다.
무로도에서는 수많은 관광인파 못지 않게 자연이 빚어놓은 환상적인 파노라마를 만나게 된다. 터미널에서 북쪽으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미쿠리가이케(みくリガ池)는 화산 폭발에 의해 생긴 고산호수(둘레 6백m, 수심 15m)로 우리나라의 백두산 천지를 연상시킨다. 여기서 15분쯤 더 가면 지고쿠타니(地獄谷)가 있는데 아직도 화산연기를 내뿜고 있다.
빙하기부터 살아온 새 라이쵸
무로도에서는 귀한 새를 볼 수 있다. 라이쵸(雷鳥)가 그 새인데, 빙하기부터 살던 새로 현재 2백50여 마리가 살고 있다. 도야마현의 상징이며 천연기념물인 이 새는 겨울에는 흰색, 여름에는 갈색으로 털갈이를 한다. 도야마현의 상징동물로 또 가몽카라고 불리는 일본영양이 있다.
무로도에는 관광객 등산객 스키어들만 오는 게 아니다. 산악신앙인들도 많다. 무로도 동쪽 오마야(大山·해발 3천3m)의 오야마신사(神社)가 이들로 하여금 이 산을 오르게 한다. 다테야마의 최고봉은 오난지야마(大汝山·3천15m)이지만 오야마가 주봉으로 불리는 것은 정상에 신불(神佛) 혼합의 신사(峰本社·1860년 건조)가 세워져 오랫동안 다테야마 신앙의 중심이 돼왔기 때문이다.
무로도에서 구로베댐으로 향하는 길은 매우 사치스럽다. 무로도 터미널에서 다테야마를 관통하는 터널버스로 다이칸보(大觀峰)에, 여기서 케이블카로 구로베다이라(黑部平)에, 다시 케이블철도로 구로베호(湖)에 간다. 폭 4백92m, 높이 1백86m의 거대한 돔형 아치식의 구로베댐은 7년간의 공사 끝에 지난 63년 완성했는데, 일본에서 댐의 높이가 제일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구로베댐에서는 트롤리버스로 오기사와(扇沢)까지 가며 거기서 다시 노선버스를 타고 시나노오마치(新濃大町)로 가면 약 90km의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의 여정이 끝난다. 비경의 자연경관을 볼 수 있지만 탈 것들의 전체비용만 1만엔(7만5천원)을 넘어 고급관광이 아닐 수 없다.
한편 도야마현에서 우나쓰키(宇奈月)온천과 구로베협곡을 빼놓을 수 없다. 도야마 지방철도가 우오쓰(魚津)를 지나 내륙으로 들어가 구로베강을 따라 산속 깊이 들어간 곳에 우나쓰키온천이 있다. 이 온천은 일본 유수의 온천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구로베협곡의 기점이기도 하다.
구로베협곡은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협궤 철도를 타고 우나쓰키로부터 게야키다이라(櫸平)까지 약 20km의 V자 계곡을 달리며 경관을 즐기게 한다. 도중 가네쓰리(鍾釣)에 내리면 눈앞에 펼쳐지는 만년설과 함께 노천 온천욕의 묘미를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