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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유류처럼 체온 가진 물고기 있다

다랑어 등 25종, 생존영역 확장 위해 진화한 결과인 듯

냉혈동물로 알려진 어류 가운데도 몸 전체나 일부를 따뜻하게 유지하는 능력을 가진 25종이 있다.


다랑어, 청색치류 등은 먹이를 얻기 위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체온을 갖게 된 듯
 

일반적으로 어류는 체온이 주변의 물의 온도에 따라 오르내리는 냉혈동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근착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적어도 25종의 어류는 조류나 포유류처럼 주변의 온도변화에 관계없이 눈이나 뇌, 혹은 몸 전체를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수년간 과학자들은 이러한 어류의 능력을 설명하는 두가지 가설을 놓고 논쟁을 벌여왔다. 이중 한 이론은 이들 어류가 새로운 먹이를 얻을 수 있는 곳까지 활동영역을 넓히기 위해 몸을 따뜻하게 하는 기술을 습득했다는 것이다. 물고기들이 온도가 낮아서 경쟁 어류가 도달할 수 없는 곳을 드나들기 위해 체온을 유지하게 되었다는 뜻의 이 이론은 '영역확장설'이라 불린다. 또 하나의 가설은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기술이 이들 어류의 호흡 능력을 향상시켜 더욱 활동적이게 한다는 것이다.

시카고 대학의 동물생리학자인 바바라 블록(Barbara A. Block) 박사는 최근 첫번째 이론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새로운 유전적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어류가 몸을 따뜻하게 하는 기술은 하나의 경로를 통해 진화된 것이 아니고 세가지 분리된 경로를 통해 형성됐다고 한다.

블록박사는 지난 4월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기술이 한번에 진화된 것이라면 별로 중요하게 여겨질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연구에 따르면 어류가 중추신경계와 눈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 이롭다는 점은 점점 명백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1백여년 전부터 모든 종의 다랑어(참치)들이 어류로서는 특이하게 온혈동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어류의 아가미는 방열판으로 작용, 피가 산소를 얻기 위해 아가미를 순환하는 동안 열이 주변의 차가운 물로 방출된다. 그러나 다른 어류와 달리 커다란 중앙 열생산 근육과 높은 대사능력을 가진 다랑어는 많은 양의 열을 만들어 낸다. 이들은 또한 이 열이 몸안에 잘 보존되도록 하고 아가미로의 손실을 막아주는 동맥과 정맥 사이의 열 교환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한편 1980년대에 과학자들은 나비고등어(buttefly mackerel)와 청새치류(marlin), 황새치류(swordfish) 등의 주둥이가 긴 각종 물고기(billfish)들이 비록 훨씬 제한적인 방법이지만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고 있음을 알아냈다. 이들 어류는 눈 가까이에 커다란 근육으로 이루어진 특화된 열 생산기구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뇌와 눈만을 따뜻하게 하는데 사용된다.

블록 박사는 이 어류들이 몸을 따뜻하게 하는 기술을 개발한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진화와의 관계를 조사했다.

블록 박사는 세 종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유전자의 유사성과 상이성을 검토하는 형태학적 작업을 수행했다. 각 종의 DNA를 낱낱이 조사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그들 어류의 새로운 진화사 도표를 작성했다. 그리고는 온혈 어류가 출현한 분기점을 밝혔다. 각각의 온혈 어류가 발견되는 각 분기점에서 그 온혈 어류와 가장 밀접한 종은 냉혈 어류였다. 이는 그들이 온혈 어류를 공동의 조상으로 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온혈어류의 진화사에서 그들과 가장 가까운 냉혈 어류의 생활상을 비교해보면 온혈어류가 가지는 이점은 생존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온혈 어류는 그들의 가장 가까운 냉혈어류보다 더 차가운 물속으로 내려갈 수 있다. 아마도 그곳이 아니면 얻을 수 없는 먹이를 얻기 위해.

가령 블루핀 다랑어는 극지방에서 먹이를 얻지만 새끼를 낳을 때는 적도로 돌아온다. 황새치의 경우도 차가운 심해에서 먹이를 얻고 밤이 되면 수면으로 올라온다. 이때 이들은 약 30분 안에 18.9℃ 정도의 온도차를 경험하게 된다. 아무리 냉혈 동물들의 체온이 수온에 따라서 변한다고 해도 이렇게 빠르고 극단적인 변화는 견뎌내기 힘들 것이다.

1993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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