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1. 인간의 혈액형은 400가지 이상

사람들의 혈액형은 왜 서로 다를까. 서로 다른 혈액형은 왜 섞일 수 없을까. 수백가지 혈액형중 ABO식과 Rh식이 중요한 이유는?

일반인 대부분이 알고 있는 혈액형의 종류는 아마도 A형 B형 AB형 O형 그리고 Rh형 정도일 것이다. 심지어는 혈액형의 종류가 그 이상 또 무엇이 있느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는 수백개의 혈액형이 존재한다.

혈액형이란 사람의 적혈구에 각기 존재하는 항원을 의미한다. 즉 A형인 사람은 적혈구에 A라는 항원을 가진다는 뜻이고 AB형인 사람은 A와 B라는 항원을 가지며 O형인 사람은 A나 B항원이 모두 없다는 뜻이다. Rh 양성이라는 말은 적혈구에 D라는 항원을 가진 사람이란 뜻이고 Rh 음성인 사람은 적혈구에 D라는 항원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사람의 혈액형이 수백가지라는 말은 사람의 적혈구에 수백가지의 항원이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사람의 적혈구에는 4백개 이상의 다른 적혈구 항원들이 존재하는데, 이는 여러가지 혈액군을 결정하는 유전자에 의하여 결정된다. 각각의 유전자의 빈도는 인종에 따라 차이를 보이므로 인종별로 어떤 적혈구 항원이 나타나는 빈도도 달라지게 된다. 이러한 항원들의 숫자나 세포내의 분포, 물리 화학적 성상 등은 혈액군 별로 다양하여 생체 안에서나 생체 밖에서의 항원-항체반응에 차이를 보이게 된다.

다행이 대부분의 혈액형 항원들은 면역원성이 약하여 항체 형성을 유발시키지 못하며 어떤 인구집단의 대부분의 사람에게 존재하거나 혹은 극소수에게만 존재함으로써 임상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임상적으로 중요한 혈액형 항원군은 20여개 정도다. 항원의 종류가 많으므로 이를 혈액군으로 대별하는데 예를 들어 A B AB O 형은 모두 ABO항원군에 속한다. (표1)에 주요 혈액형 항원군 및 항원을 나열하였다.

이렇게 많은 혈액형들이 존재하는데 왜 일반적으로 ABO혈액형과 Rh혈액형만을 중요시하는 것일까? 그 대답은 간단하다. ABO혈액형과 Rh혈액형이 수혈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표1) 주요 혈액군 항원들
 

병리학자 란트슈타이너가 최초로 혈액형 분류

우리가 혈액형을 검사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수혈을 하기 위한 것이다. 즉 어떤 혈액이 어떤 환자에게 수혈되어 수혈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기 위해 꼭 맞추어야 할 혈액형이 ABO혈액형과 Rh혈액형인 것이다. 예를 들어 A형인 사람은 혈청 중에 항B 항체를 가지며 이 항체는 B형 혈액이 수혈되면 즉시 반응하여 적혈구를 파괴시키게 된다.

A형인 환자가 A형의 혈액만을 수혈받는 것은 이제는 상식이 되어 있다. 그러나 인간이 혈액형을 발견하기 전에도 혈액이 부족한 환자들에게 수혈이 시도되었다. 처음에는 동물의 혈액을 동물에게 수혈하는 시도가 이루어졌고 이에 동물의 혈액을 사람에게, 그리고 사람의 혈액을 사람에게 수혈하는 시도들이 순서적으로 이루어졌다.

인공적인 출혈로 죽어가는 개에게 다른 개의 혈액을 주입하여 사망을 방지한 실험을 근거로 1667년 프랑스의 의사 데니스(Denis)는 송아지의 혈액을 출혈이 심한 사람에게 수혈했다.

그 당시의 수혈에 관한 기록을 살펴보자.

"혈액이 환자에게 수혈되기 시작하자 환자는 자신의 팔을 따라 열감(heat)이 느껴진다고 말하였다. 맥박이 증가되었으며 이마에 땀을 흘렸다. 맥박의 변화가 심하였고 환자는 신장부위와 위부위에 심한 통증이 있으며 질식할 것 같다고 하였다. 환자를 눕히자 잠이 들었는데 다음날 아침까지 깨지 않았다. 다음날 그가 일어난 후 소변을 보았는데 그 색깔은 굴뚝 검뎅이가 섞인 것처럼 검었다."

이 기록은 전형적인 심한 용혈성 수혈부작용에 해당되는 소견들이다. 다행이 이 환자는 사망하지 않았으나 그 이후 계속된 수혈 결과 환자가 사망하게 되자 수혈행위는 1세기 이상 금지된 바 있다.

사람에게 사람의 혈액을 수혈하는 시도는 19세기 초에 들어서야 이루어졌는데 산부인과 의사인 블런델(Blundell)은 출혈이 심한 산모들에게 최초로 사람의 혈액을 수혈하여 일부에서 치료에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다른 환자들은 심한 부작용을 보이거나 사망함에 따라 19세기 말까지도 수혈이란 결과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치료행위로밖에 인정되지 않았다.

진정한 의미의 현대적 수혈이 시작된 것은 20세기에 이르러서였다. 1900년 오스트리아 병리학자 카를 란트슈타이너(Karl Landsteiner)는 어떤 사람의 혈청이 다른 사람의 적혈구를 응집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에 따라 사람의 혈액형을 A형 B형 C형(훗날 O형으로 바뀜) 등으로 분류했다. 이어 2년 후에는 AB형도 기술되었다. 란트슈타이너는 ABO식 혈액형을 발견한 업적으로 1930년 노벨상을 수상하였다.

란트슈타이너의 이같은 대발견 이후 많은 혈액형들이 속속 발견됐다. M, N, P, 그리고 Rh혈액군이 그중 일부다. Rh혈액군은 1940년 란트슈타이너와 비너(Wiener)가 리서스 원숭이(rhesus monkey, 북인도산 원숭이로 의학 실험에 많이 쓰인다)의 적혈구를 토끼와 기니픽(guinea pig)에게 주사하여 얻은 항체가 사람의 적혈구를 응집시키는 경우가 85%, 응집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15%임을 관찰하면서 발견되었다. 이를 리서스원숭이의 이름을 따서 Rh혈액군으로 명명하였다.

그후 항글로불린 검사법의 개발에 따라 수많은 적혈구 항원이 새로이 발견되었다. 오늘날까지 보고된 적혈구 항원의 수는 4백여개가 넘는다.

혈액형 유전 양식에는 예외도 있어

사람의 염색체는 부(父)와 모(母)로부터 각기 유래된 22쌍의 상염색체(autosome)와 2개의 성염색체(sex chromosome)로 구성된다. 성염색체는 여성의 경우 두개의 X이고 남성의 경우 X와 Y염색체이다. 유전자(gene)란 ABO혈액형 등의 어떤 성상(character)의 유전을 결정하는 염색체 DNA의 일부분을 말한다. ABO혈액형의 A와 B 유전자처럼 동일 위치에 존재하는 유전자를 대립유전자(allele)라 한다.

혈액형이 A라는 것은 A라는 표현형(phenotype)을 가졌음을 말하며 갈은 표현형이라도 유전자형(genotype)은 다를 수 있어 두개의 대립유전자가 같은 AA일수도 있고 대립유전자가 다른 AO일 수도 있다. 자식은 부모 각각으로부터 대립유전자중 하나씩을 받게 된다.

ABO형의 예를 들면 아버지가 A형, 어머니가 B형일 때 자녀는 A형 B형 AB형 O형이 모두 가능하다. 여기서 0형이 나올 수 있는 이유는 아버지의 유전자형이 AO일 수 있고 어머니의 유전자형이 BO일 수 있으며 부와 모로부터 O형 유전자만을 물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A형인 사람의 유전자형이 AA인지 AO인지는 검사로는 감별이 불가능하며 가족들의 혈액형 검사를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AB형의 경우에는 유전자형도 AB이고 O형의 경우에는 유전자형이 OO이므로 만일 부모가 AB형과 O형이라면 자녀는 A형 혹은 B형이 된다. 이러한 일정한 유전방식을 이용하여 혈액형검사가 친자감별에 이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혈액형의 유전양식에 예외가 있음를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O형인 아버지와 AB형인 어머니 사이에서 AB형의 자녀가 태어날 수 있는가 묻는다면 누구라도 그럴 수 없으며 그 아이는 이 아버지의 친자(親子)가 아니라는 답을 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Cis-AB라는 매우 드문 혈액형을 가진 가족들이 있는데 우리나라에도 수십가족이 보고되어 있다. Cis-AB형인 사람은 자녀에게 A나 B 유전자중 하나만을 유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AB유전자를 한꺼번에 유전시키므로 부모중 나머지 한명의 혈액형에 관계없이 A와 B 항원을 모두 가지게 된다. 간혹 혈액형에 얽힌 친자문제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일반적인 상식만을 가지고 속단을 내리기 전에 꼭 전문적인 검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

동양인은 A형, 미국인은 O형이 많다

(표2)에서 보듯 인종에 따라 ABO혈액형이 나타나는 빈도가 다른데,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인에서 A형의 빈도가 가장 높은 반면 미국 백인 및 흑인들에서는 O형의 빈도가 가장 높다. 또한 한국인의 경우 B형이 27%이고 가장 드문 형인 AB형이 11%나 되는데, 이는 다행한 일이라 할 수 있다. ABO형이 일치하는 혈액을 구하기가 외국에 비하여 비교적 쉽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Rh 혈액형의 빈도도 인종간에 차이가 많은데 한국인의 경우 0.1%만이 Rh 음성이므로 1천명에 1명만이 음성인 반면 서구인들은 15%가 음성이다. 반면 1954년에 레바인(Levine)에 의해 발견된 디에고(Diego)라는 혈액군에 속하는 ${Di}^{a}$항원은 구미인에서는 거의 없으나 아시아인과 미국 인디언에 비교적 많은 항원으로 알려져 있다. ${Di}^{a}$항원은 한국인의 6.4-14.5%에서 양성으로 보고되고 있고 일본인이나 중국인에서도 유사한 양성률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디에고 항원의 인종별 빈도 차이는 미국 인디언이 몽고인종임을 입증하는 대표적인 혈청학적 자료로 흔히 인용되고 있다.


(표2) ABO 혈액형의 인종별 빈도
 

자신의 혈액형 잘못 아는 경우 많아

우리나라 사람중 상당수가 자신의 혈액형을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다. 원인은 검사가 잘못된 경우도 있으며 자신이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ABO혈액형 검사는 크게 혈구형검사와 혈청형 검사로 구분할 수 있다. 혈구형 검사란 적혈구에 A항원이나 B항원이 있는지를 검사하는 것으로서 검사할 적혈구를 슬라이드에 놓고 항A와 항B 시약을 떨어뜨려 응집이 나타나는가를 보는 것이다. 36쪽 사진을 보면 왼쪽 항 A시약을 떨어뜨린 쪽에서는 응집이 일어나고 오른쪽의 항 B를 떨어뜨린 쪽에서는 응집이 일어나지 않는데 이 경우 이 사람은 A형이 된다.


항 A 시약을 떨어뜨린 왼쪽에는 응집이 일어났고 항 B를 떨어뜨린 오른쪽에서는 아무반응이 없다. 이 경우 이 사람은 A형이 된다.
 

혈청형 검사란 A형인 사람은 항상 혈청중에 항 B항체를 가지고, B형인 사람은 혈청중에 항 A를 가지며, O형인 사람은 혈청중에 항A, 항B 항체를 가지고, AB형인 사람은 아무 항체도 가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용한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A형 적혈구와 B형 적혈구에 검사할 사람의 혈청을 가하여 응집이 일어나는 것을 관찰하여 혈액형을 검사한다.

대부분 혈구형검사 결과와 혈청형검사 결과는 일치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두가지 검사를 모두 실시하여 그 결과가 일치되어야만 혈액형을 판단할 수 있다. 그 결과가 일치되지 않을 때에는 정밀검사를 필요로 한다.

우리나라 국민학교나 군대에서 실시되는 혈액형검사는 편의상 실시되는 약식검사로서 귓바퀴나 손끝을 찔러얻은 한두방울의 혈액으로 혈구형검사만을 시행하는 것이 보통이다. 혈청형검사까지 하려면 주사기를 사용하여 2ml정도의 혈액을 채취한 후 혈청을 분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에 단체 검사에서 적용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국민학교나 군대 등에서 시행된 혈액형 검사는 그 결과를 참고는 하되 1백% 믿어서는 곤란하다.


혈액의 4백배 확대사진. 가장 많은 것이 적혈구, 가운데가 백혈구, 작은 점이 혈소판이다. 혈액 1㎣에는 적혈구 약 4백50만개, 백혈구 5천개, 혈소판 15-20만개가 떠 있다.
 

1993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한규섭 교수

🎓️ 진로 추천

  • 생명과학·생명공학
  • 의학
  • 화학·화학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