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령7일이 되면 달표면은 일대 장관을 이룬다. 특히 '비의 바다' 근처의 아페닌 산맥의 험난함과 아름다움은…
달이 그 주기에 따라 모양이 달라진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사진을 통해 달 표면의 모습을 많이 보았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천체망원경을 통해 자기 눈으로 직접 확인하며 보는 달 표면의 모습이란 감동을 불러 일으키며,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신비하다.
지난달에는 달관측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기초지식과 기록법에 대해 알아 보았으므로 이번달에는 본격적으로 월령의 순서에 따라 변하는 달에서 구경할 만한 것들을 알아보자.
월면을 관측하기 위한 망원경이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다. 소형쌍안경은 쌍안경대로, 작은 구경의 천체망원경은 작은대로 편리하며, 큰 구경의 천체망원경은 큰대로 보다 세밀하게 월면의 구석까지 관측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배워왔듯이 "망원경의 능력은 접안경을 바꿔서 변하는 배율보다는 대물렌즈(또는 반사경)의 구경에 따라 결정된다"는 비정한 규칙이 있기 때문에 관측을 계속하다 보면 욕심이 생겨 어느 정도 구경 이상의 큰 망원경을 갖고 싶어한다. 그러나 망원경의 구경에 따라 가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만 가기 때문에 원하는 대로만 할 수는 없다.
먼저 (표1)에 망원경의 구경에 따라 식별 가능한 월면의 지형을 표시했다. 이것을 참고로 하면 월면관측에 어느 정도의 구경이 필요한가를 가늠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표는 기류가 안정된 밤에, 충분히 조정된 우수한 망원경으로 한계 배율 이내에서 관측경험이 많은 관측자가 관측했을 때 식별할 수 있는 것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제 어떻게든 천체망원경은 준비가 되었다고 하자, 그러나 망원경을 통해 막상 월면을 관찰해보면, 초보자에게는 접안경을 통해 확대되어 보이는 무수히 많은 크고 작은 크레이터가 어떤 크레이터인지를 구별하기 어렵다. 여행을 하는데는 지도가 필요하듯이 월면의 관측에도 '월면도'라는 달지도가 꼭 필요하다.
달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천체로 예로부터 천체관측의 주대상이었던 만큼 월면의 지형을 표시한 월면도의 종류도 많다. 먼저 초보자에게는 개략적인 월면도(그림1)로 관측을 하고 그다음 수준을 높여 전문적인 월면도 사용을 권하고 싶다.
너무 자세히 나와있는 월면도는 초심자에게 혼란만 가져오고, 더욱이 월면이 자세히 나와있는 전문 월면도는 아직까지 국내에서 제작된 것이 없어 천체망원경 전문판매점이나 과학기술 외국서적을 취급하는 전문서점에서 주문해야만 구할 수 있다.
달은 크게 9개의 바다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풍요의 바다, 감로주의 바다, 위기의 바다, 고요의 바다. 맑음의 바다, 비의 바다, 폭풍우의 바다, 구름의 바다, 습기의 바다 등이 그것이다. 이 바다를 통해 대강 달의 모양을 파악한 후 본격적인 망원경을 통한 확대관측에 들어가는 것이 순서다.
역서나 천문잡지에 나와있는 '월출표'를 참고하면 달의 뜨고 지는 시간을 알 수 있다. 망원경으로 관측하면 달이 거꾸로 보이므로 월면도와 비교할 때 주의하여야 한다. 처음에는 40~50배의 낮은 배율로 달을 잡고 1백배 이상의 고배율로 달의 세세한 부분을 관측한다. 그저 월면을 한번 보고 지나치면 관측에 아무 의의가 없게 된다. 지난달에 설명했듯이 스케치를 통해 기록을 남기며 관측을 하는 것이 좋다.
달에는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작은 크레이터에서부터 큰 것은 2백95km(베일리 크레이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크레이터 수가 훨씬 많은데 이것은 바다가 고지보다 나이가 어리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크레이터에는 운석 충돌로 인해 생성된 것이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렇지 않고 화산분출에 의한 것은 프톨레마이우스 알폰서스 등 몇개 되지 않는다.
월령에 따른 달 관측
먼저 초승달에서부터 월령 3~5일쯤의 달을 보자. 4일 정도가 되면 감로주의 바다, 고요의 바다, 그리고 맑음의 바다 등 굴곡이 심한 바다가 등장한다. 이 때는 아직 달의 고도(高度)가 낮기 때문에 공기의 진동이 심하여 안정적으로 보기는 힘들지만, 태양빛에 절반쯤 비쳐보이는 '위기의 바다'(Mare Crisium)는 훌륭한 구경거리다. 이 바다가 전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월령 4일쯤이 지난 이후인데 남북으로 약간 타원형을 한 그 모습은 바다라기보다는 큰 화구와 같아 보인다.
이렇게 보이는 것은 비스담한 각도에서 보고 있기 때문이며 실제로는 동서로 긴 원형의 바다다. 또한 이 위기의 바다는 지난달에 설명했듯이 달 자신의 각운동인 칭동현상 때문에 때로는 다주 길죽하게 보였다가 어떤 때는 약간 원형에 가까와지기도 한다.
월령 6~8일경을 전후한 상현에는 '맑음의 바다'(Mare Serenitatis)가 아름답다. 달은 일몰 때에 남쪽하늘에 보이며 달의 고도도 훨씬 증가돼 있다. 하늘이 충분히 어두워지고 달의 고도가 높아진 후 본격적인 관측을 하는 것이 좋다. 달의 바다는 원래 조금씩 주름이 잡혀 있는데 '맑음의 바다'는 특히 광선 상태에 따라 변하면서 생기는 많은 주름으로 유명하다.
상현달에서 눈에 먼저 띄는 것은 중앙 부분의 남쪽에 있는 아르자켈 알폰서스 프톨레마이우스 등 지름 96~1백44km나 되는 아주 큰 크레이터들이다. 이중에서 알폰서스는 화산의 분화가 관측되었다고 해서 한 때 화제가 되기도 했다. 힙파르쿠스에서 히기누스의 계곡을 지나 북쪽 '비의 바다'를 둘러서 있는 알프스 코카서스 두 산맥도 좋은 관측대상이다. 비의 바다는 바다라 이름붙여진 것 중에서 가장 큰 것인데, 동서로 1천2백km, 남북으로 1천1백km 정도 된다. 이런 바다는 달의 앞면(지구를 향한 쪽)에 많고 뒷면에는 별로 없다. 비의 바다 가운데 있는 아르키메데스라는 평평한 크레이터를 자세히 관찰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월령 7일이 되면 달 표면은 일대 장관을 이룬다. 이 때부터 달의 아래쪽에 있는 각종 분화구가 모습을 들어낸다. 특히 비의 바다 근처에는 거대한 아페닌 산맥이 있는데 험난하고 아름다운 자태는 지구상의 그랜드 캐년을 방불케한다.
달의 남극 부근은 무수한 환상산(環狀山)들이 밀집해 있어서 아주 장관이다. 특히 상현을 지나 월령이 9~10일이 되면 클라비우스 티코 마기누스 등의 화구가 무척 아름답다. 클라비우스는 달 면에서 가장 큰 화구의 하나로 지름이 2백35km나 된다. 그 가운데에는 소화구들이 많이 있다. 티코는 지름 87km의 언덕을 지닌 균형잡힌 아름다운 크레이터다. 훌륭한 중앙 화구군을 가지고 있어 보름달이 가까와 오면 유별나게 반짝이며 방사상으로 뻗은 휘조(輝照)를 선보인다. 또한 '무지개 만'(Sinus Iridum)은 마치 진주 목걸이 같은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월령 12~13일쯤 되면 달도 상당히 굵어지게 된다. 이에 따라 달의 광도도 증가되어 배율이 적은 소형 망원경으로도 눈이 부시다. 따라서 전용 문필터(moon filter)를 써서 광도를 줄여 관측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반달을 지나면 달의 적도 아래쪽에 분화구의 여왕 코페르니쿠스 분화구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그 모습을 빛낸다. 잘 살펴보면 그 주위가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는 것을 알 수 있으며 그 경계에는 카르파티아 산맥이 마치 밀려오는 파도 모습을 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다각형을 이루고 있는 지름 46km의 아리스타르쿠스 크레이터는 지구의 그늘에 들어가 있을 때도 보일 정도로 가장 밝은 빛을 낸다. 1961년 옛소련에서는 이 분화구에서 수소 가스가 나오고 있는 것을 발견했으며 1963년 미국에서는 붉은 반점의 화산활동 흔적을 발견했다고 한다. 학문적으로 주목해야 할 크레이터다.
월령 13~14일이 되면 일몰과 동시에 달이 얼굴을 내밀며 달 표면에서는 휘조가 눈에 띈다. 보름달이 지나면 빛이 반대쪽에서 비치지만 앞에서 본 대상들을 다시 관측할 수 있다. 보름달 후 2~3일은 상현 때에 잘 보이지 않던 서쪽 부분의 모습을 관측하는 것이 좋다. 달의 남반구에는 구덩이가 몰려있고, 북반구에는 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다. 폭풍의 바다에는 가운데에 커다란 구덩이가 빛나고 있다. 남반구에서는 또다른 커다란 구덩이 티코 브라헤가 빛나고 있다. 달은 언제나 여러가지 모양으로 위상이 변하는데 이에 따라 출몰시각도 바뀌게 된다.
13일경이 되면 폭풍의 바다 북쪽에 아리스스타르쿠스 분화구가 보인다. 이 분화구는 플라토와 함께 지각 활동이 활발해 밤에도 빛을 볼 수 있다. 달의 남극지방엔 라이프니츠라는 큰 산맥이 있다. 해가 질 무렵에 던져지는 크레이터 벽 그늘의 길이를 기준으로 계산을 하였더니 지구에서 가장 높은 산인 에베레스트보다도 더 높은 9천m를 넘는 것도 있고 5천m 높이의 산도 여럿 있음이 밝혀졌다.
월면은 보면 볼수록 신기하다.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가는 줄을 모르게 된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아예 월면 지리학이라는 전문 용어까지 붙여가며 이 분야의 연구에 몰두하고 있기도 하다.
달의 마술, 월식
하늘의 만달이 시시각각으로 검은 그림자에게 먹혀 들어가다가 나중에는 아예 자취를 감췄다가는 다시 제 모습을 나타내는 천체현상이 바로 월식이다. 지구의 그림자는 달보다 면적이 약 7배나 크기 때문에 금환월식은 일어나지 않는다. 월식은 보통 약 2시간에 걸쳐서 진행되므로 관측하기 쉽다.
월식에는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콜룸부스가 미국 대륙에 상륙했을 때에 인디언들이 먹을 것을 주지 않아서 아주 어려운 지경에 빠졌다고 한다. 이 때 콜룸부스는 가지고 있던 달력으로 월식이 일어날 것을 알았고 그는 인디언들을 향해 "우리들에게 먹을 것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하느님이 노하셔서 오늘 밤에 저 달을 핏빛으로 변하게 하실 것이다"라고 위협했다.
그날 밤, 콜룸부스가 말했던 대로 월식이 일어났다. 이것을 본 인디언들은, 하느님이 노하셔서 자기들에게 재앙을 내리신다고 벌벌 떨고는 먹을 것을 잔뜩 가지고 와서 사과했다고 한다.
옛날 사람들이나 미개한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일식이나 월식도 오늘날에는 몇 시 몇 분 몇 초부터 시작되어 언제 끝난다고 정확하게 예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태양과 달의 운동이나 그 표면의 모습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기회로 이용되고 있다.
월식 때 달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붉은 색을 띠게 된다. 이것은 달과 반대 방향에 있는 태양에 의해 태양빛이 지구의 대기와 부딪치며 굴절하여 달이 그늘 속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측자에게 월식에 의한 달의 그림자는 불그스름하게 보인다. 빛과 밝기의의 관측에는 보는 사람의 주관에 따라서 그 느낌이 다르겠지만 지구 대기안에 있는 미립자(微粒子)의 양에 따라서 빛과 밝기가 자꾸 변한다. 붉은 표면과 밝은 표면이 공존하는 달의 모습은 매우 환상적인 모습이다. 개기월식 때 달빛의 변화를 주의깊게 관찰해볼 필요가 있다.
올해 월식은 6월4일과 11월29일 두차례 일어난다. 둘다 개기일식이나 11월29일 것은 서울지역의 월출시간이 일러(17시16분) 반영식만 잠깐 볼 수 있다. 따라서 6월4일의 월식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6월4일의 월식 관측은 '6월의 천문정보'에 자세히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