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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이 사라지는 개기월식

6월의 천문정보

6월4일에는 보름달이 1시간30분이나 자취를 감추는 개기월식이 일어난다. 월식 사진에 도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만큼 철저히 준비해 이날을 기다려보자.

낮의 길이가 가장 길고 태양의 고도가 가장 높은 하지가 끼어 있는 6월. 이달의 아침 천문박명시각은 평균 새벽 3시18분경부터 시작되며, 저녁 천문박명시각은 21시 50분이나 되므로 실제로 별을 관측할 수 있는 시간은 채 5시간 정도밖에 되지 못한다.

그러나 이달에는 개기월식이나 금성의 서방최대이각과 같은 천문현상들이 우리의 시선을 기다리고 있어, 밤하늘을 지키는 사람들에게는 결코 짧지 않은 밤이 될 것이다.

밤하늘의 별자리들도 많은 변화를 일으켜, 겨울을 대표했던 마차부자리나 큰개자리는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고, 힘차게 동쪽하늘을 박차고 떠오르던 사자나 처녀자리도 어느덧 서쪽하늘로 기울기 시작한다. 밤이 깊어가면서 동쪽하늘을 목동 헤르쿨레스 거문고 백조자리 순으로 양보하며 사라져 가는 것이다. 이때 남쪽하늘에서는 화려한 성운 성단의 보고인 전갈자리와 궁수자리가 봄에 허전했던 공간을 차지하며 아마추어들의 시선을 기다리고 있다.

6월4일 개기월식

이달 4일은 음력 4월15일로 보름달이 뜨는 날이다. 만약 달을 행성으로 간주한다면 충이 되는 날이다. 즉 태양 지구 달이 우주공간상에서 일직선상으로 늘어서는 날이다. 달의 움직임은 상당히 빠르므로 정확히 일직선상이 되는 시각은 개기식이 진행중일 22시경이 될 것이다.

이날 서울지방의 일몰시각은 정확히 19시 49분이고 월출 시각은 정확히 19시 48분이다. 즉 태양이 서쪽으로 넘어가기 위해 지평선에 한쪽을 걸치고 있을 때 동쪽에서는 달이 1/3쯤 걸친 상태에서 떠오르고 있을 것이다.

이 시각에 보름달은 전갈자리의 안타레스 근처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상당히 남쪽에서 떠오른다. 보름달의 밝기는 -12.7등급이나 된다.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인 시리우스보다도 약 3만배 정도 밝은 것이다. 그러므로 보름달이 하늘에 떠있게 되면 밤하늘 전체가 밝아지므로 다른 어두운 천체들을 관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처럼 먼 하늘 물체들을 관측하는 사람들에게 천적과도 같은 보름달이 이달 4일에는 1시간 30분씩이나 그 자취를 감추어 버린다. 지구의 그림자가 달을 뒤덮어 버리는 것이다. 독자 여러분은 구름에 가려지는 달의 모습은 여러번 봐 왔을 것이다. 구름과 같이 실체가 있는 것에 의해 달이 가려지는 것은 우리에게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하지만, 밤하늘에서 보이지 않는 암흑체에 의해 달이 가려져 갈 때 우리는 신비감을 느낀다. 월식 자체를 모르는 일반 사람이 보게 된다면 두려움 같은 것도 느낄지 모른다.


(표1)6월4일의 개기일식 진행상황
 

(표1)에서 반영식이라는 것은 지구의 본그림자가 아닌 반그림자에 달이 가려지는 것을 말하는데, 달의 밝기 변화가 크지 않으므로 일반인은 쉽게 느끼지 못할 것이다(그림).


(그림)반영식과 본영식

 

우리는 월식을 관측하며 어떤 기록을 남겨야 하나? 필자는 국민학교 때 월식을 보며 절을 하고 소원을 빌었던 기억이 난다. 우선 별다른 관측장비가 없는 사람들은 자신이 위치하고 있는 장소에서 월식의 정확한 진행시각을 기록하라. 사전에 자기 시계를 TV나 라디오를 통해 정확히 보정해두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안시관측 장비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작은 달지도를 여러장 복사하여 시간별로 달이 지구그림자에 먹혀 가는 과정과, 식이 끝나가면서 그림자로부터 탈출하는 과정을 기록하면 훌륭한 기록이 될 수 있다. 물론 망원경을 이용하여 좀 더 정확한 식의 진행시각을 기록하는 것은 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사진촬영은 다음과 같이 크게 3가지로 나누어 촬영할 수 있다.

①식의 진행 상황을 다중노출로 한 필름에 기록

달의 천구상 이동경로를 어느정도 정확하게 예측하여, 이 이동경로와 카메라 시야의 대각선을 일치시켜서 튼튼한 삼각대 위에 카메라를 고정시킨다. 맨 처음 달의 위치는 대각선의 가장 하단에 위치시키고, 촬영은 3분에서 5분간격으로 한다. 그런데 이번 월식은 식의 진행시간이 워낙 길기 때문에 50mm 표준렌즈로 처음부터 끝까지 기록할 수 없다. 가능하면 초점길이가 짧은 렌즈를 이용하도록 하라. 아니면 아예 두장의 필름을 이용하여 시작과 끝을 나누어 기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②식의 진행 과정을 여러장의 필름에 기록

망원렌즈로 촬영해도 좋고 직초점방식이나 확대촬영방식 어느 것도 괜찮지만 적당한 노출과 확대촬영을 할 때 한시야에 넣는 것이 중요하다.

③식심중에 자동가이드로 장시간 노출을 주어 촬영

1분이상의 노출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시골이라면 달의 밝기 때문에 보이지 않던 별들이 아름답게 찍혀 나올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개기식 중에 달의 색변화 또한 주목할만하므로 가능하면 여러장을 찍도록 노력하라.

(표2)의 노출시간을 기준으로 하여 F수가 2배 커질 때는 노출시간을 4배 길게, 2배 작아질 때는 노출시간을 4배 짧게 해야 한다. 단 위의 노출시간은 하늘의 투명도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으므로 한장의 사진당 노출을 여러 단계로 해서 찍어두면 안전할 것이다.

옛날사람들은 개기월식을 이용하여 달과 지구의 상대적 크기를 측정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생각해보자. 해답은 다음달에 게재하기로 한다


.(표2) 월식의 적정 노출표


■ 금성의 서방최대이각

이달 10일 22시에 금성이 겉보기에 태양으로부터 서쪽으로 가장 멀리 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서방최대이각이 된다. 이때의 이각은 47도 정도이고 밝기는 -4.3등급정도이며 시직경은 24초 정도다. 망원경 시야상에서 마치 하현달의 모양을 하고 있는 금성은 시직경이 급격히 줄어들어가고 있지만, 밝기는 여전하다. 유난히 빨리 푸르게 바뀌어 가는 여름의 새벽하늘을 지키는 꿋꿋한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줄 것이다.

■ 수성의 동방최대이각

이달 18일 2시에 수성과 태양과의 이각이 25도나 되는 동방최대이각이 된다. 태양이 북쪽으로 많이 치우쳐 있기 때문에 아주 캄캄한 하늘에서 수성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밝은 하늘에서 0.7등급밖에 안되는 이 행성을 찾으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도전해보라. 어려운만큼 희열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혜성을 찾는 아마추어들은 몇 백시간씩 노력을 들여 해가 진 서쪽하늘을 뒤져서 아주 어두운 혜성을 찾아내곤 한다. 1등급이나 되는 수성을 찾는 것은 이것에 비하면 일도 아닐지 모른다. 22일에는 월령 2.0의 달이 수성과 비슷한 고도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초보자에게 수성을 찾을 수 있는 최고의 호기가 될 것이다.

■ 목성과 토성의 유

목성과 토성이 각각 2일과 11일에 시적경이 변하지 않는 유가 된다. 목성은 밝기와 크기면에서 아직 관측의 적기이며, 토성은 이달 말에는 뜨는 시각이 밤 11시 이전이므로 새벽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아름다운 토성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1993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심재철 교육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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