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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을 솔직하게 쓰고 말하라

KAIST 합격생 인터뷰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인창고 곳곳에서는 3학년 학생들이 졸업사진을 찍느라 분주했다. 저마다 머리를 매만지고 포즈를 취하는 모습에서 졸업을 앞둔 학생들의 설레임이 느껴졌다. 현종 군도 마찬가지였다. 인터뷰 장소로 온 현종 군은 동아리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왔다며 활짝 웃었다. 2012학년도 KAIST 학교장 추천 전형에 최종합격한 학생이니 분명 과학이나 교과와 관련된 동아리일 것이라 생각하고 동아리를 물었더니 뜻밖이다. 배드민턴 동아리 소속이다.

“과학동아리도 좋지만 실험이나 연구활동은 스스로 자료를 찾으면서 할 수도 있고 수업시간에 실험으로 할 수도 있잖아요. 그보다는 체력을 위해 배드민턴 동아리를 했어요. 고등학교에서 오래 앉아서 공부하려면 체력이 필요해요. 따로 시간 내기 힘드니까 동아리 활동을 이용했죠.”

1학년 때부터 꾸준히 해 온 배드민턴 실력은 이제 수준급이다. 동아리 활동으로 체력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도 풀 수 있어 좋았단다. 건강한 학생의 느낌이 물씬 난다.

스댕? 아니죠. 스테인리스강이에요

KAIST는 무(無)학과다. 학과별로 지원자를 받지 않는다. 얼마든지 꿈이 바뀔 수 있는 때이고, 여러 분야의 지식을 통섭할 수 있길 바라기 때문이다. 물론 자기소개서에는 ‘향후 학업 및 진로계획’과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본인의 자질’ 등을 쓰도록 한다. 따라서 어느 정도 자신의 진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노력해야 한다.

현종 군의 꿈은 신소재 공학을 공부해서 금속연구원이 되는 것이다. 합금을 만드는 분야에 관심이 많다. 현종 군은 “모든 산업의 기본은 물질의 소재라고 생각한다”며 “재료에 대한 지식을 쌓아서 실생활에 쓰는 재료를 개발해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합금분야는 발전가능성이 크다. 제 5대 국새에도 금 합금이 쓰였고, 수소를 저장하는 수소저장합금 개발도 활발하다. 심지어 양식업에서도 쓰인다. 2011년에는 구리합금으로 만든 양식어망이 통영에서 첫선을 보였다. 우주선 개발이나 반도체 공학, 생명공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의 합금이 필요하다.

현종 군의 꿈은 집에서 시작됐다. 비즈(장식에 쓰이는 작은 구슬)공예 사업을 하셨던 아버지 덕분에 여러 가지 재질의 보석을 접했다. 호기심 많은 현종 군은 보석에 대해 정보를 찾다가 합금과 운명적으로 만났다. “금속은 어떤 재료를 어떤 비율로 섞느냐에 따라 성질이 많이 달라진다”며 “인터넷에서 금속과 관련된 논문도 찾고 KAIST 교수님이 쓰신 논문도 읽어 봤다”고 말하는 현종 군은 그 중 KAIST 권혁상 교수의 ‘스테인리스강의 이해(한국철강신문)’를 인상 깊게 읽었단다. 이 책을 통해서 금속의 쓰임부터 조합하는 원료의 비율에 따라 금속의 성질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자세히 알게 됐다. 게다가 흔히 ‘스댕’이라고하는 스테인리스강의 다양한 종류를 알게 되면서 더욱 흥미를 갖게 됐다. 그의 KAIST를 향한 꿈이 시작된 것이다.



“자기소개서, 꾸며서 쓰지 않아야 해요”

전교 등수는 평균 3~4등, 내신 등급평균 1.6등급이다. 거의 빠지지 않고 참가한 교내 수학, 과학 경시대회에서는 최우수상을 비롯해 많은 상을 받은 우수한 학생이지만 현종 군이 처음부터 KAIST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KAIST의 학교장 추천 전형을 알게 됐다. 게다가 KAIST가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꿈과 비전을 갖고 노력해온 학생을 원한다는 소식에 지원을 결심했다. KAIST에 권혁상 교수가 있는 것도 큰 몫을 했음은 물론이다.

KAIST의 입학전형은 1차 학교장 추천, 2차 일반, 3차 외국고 전형으로 크게 나뉜다. 그 중 학교장 추천 전형은 1단계에서 서류평가와 방문면접평가를 한다. 서류평가는 자기소개서, 학교장 추천서, 교사 의견서를 포함한 서류를 평가하고 방문면접에서는 입학사정관이 지원자의 학교를 방문해 면접을 한다. 2단계에서는 개인면접과 집단면접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심층면접을 한다. 현종 군은 원서를 접수하기 한 달 전부터 스스로 자기소개서를 준비했다. 각 항목에 뭘 쓸지 많은 고민을 했다.

“일단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를 보면서 거기 적힌 경험 중 자기소개서의 각 항목에 들어갈 수 있는 게 뭔지 썼어요. 무작정 소설을 쓸 수 없잖아요. 경험을 받쳐줄 근거가 학생부에요. 그리고 사람마다 뜻 깊은 경험은 다를 수 있어요. 뜻 깊다고 생각한 이유도 꼭 써야 해요.”

현종 군은 자기소개서를 쓰는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꾸며서 쓰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느낀 점을 공들여 써야 한다. 그는 자신의 ‘장애우와 함께하는 작은 학교’ 활동을 예로 들었다. 학교에서 소개해 준 봉사 프로그램인데 가까운 곳의 장애우들에게 공부도 가르치고 함께 어울렸다. ‘봉사활동을 했다, 뜻 깊었다’ 수준이 아니라 느낀 점을 상세히 쓰는 것이 좋다.

“봉사활동을 하기 전에는 할까 말까 고민도 많이 했어요. 장애우는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아서 시작했죠. 그런데 아이들과 강강술래도 하고 어울려보니 이 아이들도 저와 같은 또래의 비슷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어요. 그제서야 제가 편견을 갖고 있었다는 걸 느꼈죠. 저의 가치관을 바꾼 중요한 터닝 포인트에요. 이 내용을 자기소개서에 상세히 썼습니다.”

이런 경험은 면접에도 좋은 영향을 미쳤다. 방문면접 때 입학사정관이 이 이야기를 듣고 크게 공감했다.

입학사정관과의 첫 만남


3학년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고 4일 뒤가 바로 1단계 방문 면접이었다. 학교에서 매일 담임선생님과 진학지도선생님 등과 함께 모의면접을 했다. KAIST입학사정관 전형의 질문은 학생의 활동이나 성향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질문이나 결과가 있을 수 없다. 현종 군이 예상질문지를 만들 때도 자신의 학생부와 자기소개서를 분석했다. 예상질문을 40~50개 뽑고, 매일 모의면접을 했지만 막상 면접날이 되자 떨렸다. 그는 “면접이 생전 처음이라 많이 긴장했는데, 신기하게도 입학사정관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시작하니 하나도 떨리지 않았다”며 웃었다. 입학사정관과 1:1인터뷰지만, 대체로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질문은 주로 서류를 확인하는 내용이었다. 현종 군은 서울대 데이터마이닝 캠프에 참가해 은상을 받았는데, 어떤 활동을 했는지에 대해 질문받았다. 모의고사 점수 변화에 대해서도 물었다. 성적이 떨어졌을 때 다시 올리기 위해 했던 노력을 묻는 식이었다.

자신감 있게 임한 심층면접

현종 군은 원래 내성적인 성격이었다. 이런 성격을 고치고 싶어서 1학년 때 독서토론반 활동을 했다. KAIST 입학 준비를 위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도움이 됐다. 2학년 때는 교내 독서토론 대회에서 은상을 받았다.

KAIST의 심층면접 준비에서는 같은 반 친구들의 도움이 컸다. 5명의 친구와 실전처럼 집단토론을 하면서 분위기에 익숙해지는 노력을 했다. 덕분에 집단토론의 분위기에 적응하기 쉬웠다.

실제 2단계 집단토론에서는 여섯 명의 학생이 세 명의 교수 앞에서 토론을 했다. 주어진 3개의 논제, ‘애플과 삼성의 소송’, ‘클라우드 컴퓨팅’, ‘고령자 운전면허 말소’ 중학생들끼리 의논해서 ‘고령자 운전면허 말소’를 주제로 정하고 찬반토론을 시작했다. 처음 접한 논제였지만, 여러번 모의 토론을 해 분위기에 익숙해서인지 고도의 집중력으로 주장과 그에 맞는 근거를 생각해 냈다. 스스로도 놀라웠다. 이후 30분 간 개인 면접을 할 때는 수학문제(필수)와 물리, 화학, 생물문제 중 하나를 풀었다. 보통 고등학교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의 문제가 나올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아니라고 한다.

“제가 푼 문제의 경우는 문제 자체는 과학2까지 열심히 공부하면 풀 수 있는 내용이었어요. 다만 단순히 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 거기에서 좀 더 창의적으로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는지를 보는 것 같았어요.

가령 엔탈피 문제가 나온 화학은 그냥 엔탈피만 푸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를 이용해 연료에 따른 에너지 효율을 이야기한 친구가 칭찬을 받았다고 해요.”

KAIST로 향하는 발걸음

현종 군은 8월에 일찌감치 합격한 후 10월에는 학교장 추천 전형 예비신입생 1박 2일 워크숍에도 다녀왔다. 워크숍에서 교수님의 강의도 듣고 지역별 선후배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같은 전형으로 합격한 선배와 멘토링도 시작했다. “선배들이 학교생활에 대해 설명해 줬다”며
“동아리에는 꼭 가입해서 즐겁게 생활하며 공부할 것”이라 말하는현종 군의 얼굴에서 벌써 KAIST에서 열심히 생활하는 그의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신소재공학을 공부해서 대학원에 갈 거예요. 그리고 KAIST 안에 있는 연구소에서 열심히 연구하고 싶어요.” 이현종 군의 꿈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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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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