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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새로 산 최신형 연료전지 자동차를 끌고 의기양양하게 가족여행을 떠난 당신. 그런데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연료가 떨어져 차가 멈춰서고 말았다. 가족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가운데, 불현듯 트렁크에 소주가 있다는 게 생각났다. 연료 투입구에 소주를 넣자 거짓말처럼 자동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주말 낚시 여행에서 친구와 마시다 남은 소주가 이렇게 고마울 줄이야!

다 좋은데 너무 비싼 연료전지

위 이야기는 메탄올이나 에탄올 같은 유기물로 에너지원을 얻는 연료전지의 원리를 이용해 꾸며본 가상의 이야기다(소주로도 연료전지 작동이 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 좋지않을 수 있다). 연료전지 개념은 1839년 영국 물리학자 윌리엄 그로브가 처음 만들었다. 수소를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연료전지가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1965년, 미국 우주선제미니 5호에서 선내 전력과 음료수를 공급하면서부터다.

기존의 배터리는 금속과 전해질 사이에서 일어나는 산화환원 반응으로 전기를 만든다.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 사이에서 일어나는 산화환원 반응을 이용한다. 물(H2O)을 수소(H2)와 산소(O2)로 분리하기 위해 집어넣는 전기 에너지를, 수소와 산소를 물로 합치면서 거꾸로 빼낸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오늘날에는 수소를 얻을 때 물보다 전기에너지가 적게 드는 메탄올(CH3OH)이나 포름산(HCOOH)같은 유기물을 연료로 활발하게 쓰고 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연료전지를 보기는 아직 힘들다. 연료전지 내에서 수소를 환원시키는 데 쓰는 촉매가 값비싼 귀금속인 백금(Pt)이기 때문이다. 연료전지는 같은 성능의 배터리보다 10배 이상 비싸기 때문에 실용화하기엔 가격 경쟁력이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연료전지의 효율을 높이고 단가를 낮춰 상용화할 수 있을까. GIST의 에틀 촉매연구센터가 하고 있는 연구가 바로 이것이다.

촉매 연구로 연료전지 상용화 당긴다

에틀 촉매연구센터 이재영 부소장이 세계적으로 선도하고 있는 연구는 포름산 연료전지다.

“무한정한 물 대신 포름산 같은 유기물을 수소 공급원으로 쓰는 이유는 3분의 1 수준의 전기 에너지로도 수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부소장의 말처럼 적은 전기 에너지로 수소를 얻는 것은 연료전지 상용화에 매우 중요하다. 수소를 얻는 데 전기가 많이 들수록 당연히 연료전지의 효율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 부소장이 연구하는 포름산은 연료로 쓸 때 산화환원 반응이 빨라 순간적으로 고전압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많은 수소를 얻기 위한 다른 방법은 촉매를 직접 개선하는 방법이다. 촉매는 반응에 필요한 활성화 에너지를 낮춰주는 역할을 해 반응이 더 왕성하게 일어나도록 한다. 현재 촉매의 주원료가 값비싼 백금인 만큼 더 많은 양의 수소가 만들어지게 하거나, 만들어지는 수소 양이 적더라도 백금을 쓰지 않을 수 있다면 충분히 경제성 있는 새로운 촉매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촉매를 개발하는 일은 쉽지 않다. 새로운 촉매물질을 찾아내는 것과 같은 혁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혁신을 만들기 위해 이 부소장은 초고진공 챔버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 과정을 관찰하고 있다. 초고진공의 환경이 필요한 까닭은 반응 과정에 공기가 개입하는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서다. 이 부소장은 “혁신은 이런 기초연구에서부터 나온다”고 강조했다.

만약 촉매의 효율이 개선되면 연료전지로만 움직이는 자동차가 곧 미래에 등장할까. 이 부소장은 “기존 배터리와 연료전지, 축전지가 조화를 이룬 상태가 이상적일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시동을 걸 때처럼 순간적으로 고전압이 필요한 경우에는 축전지를 이용하고, 보통 주행할 때는 연료전지가 주축이 되는 식이다. 배터리는 기존처럼 주행 중에 충전돼 에어컨 등 필요한 부분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에틀 촉매연구센터의 또 다른 연구분야는 이산화탄소 재자원화다.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속 탄소를 이용해 탄화수소 등 실용적인 탄소 함유 분자로 만드는 기술이다. 세계적인 환경문제가 된 이산화탄소 공해 해결에 도움을 줄 것으로 주목 받는 이 기술의 핵심은 역시 촉매다. 이 부소장은 “에틀 촉매연구소가 미래 에너지와 환경보전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한빛 연구원이 촉매 기초연구에 필수인 초고진공챔버(UHV)를 작동시키고 있다. 초고진공챔버 내부의 기압은 10-11hPa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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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광주 = 이우상 기자 | 사진 이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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