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흡수하는 태양에너지는 저위도대가 고위도대보다 훨씬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위도대의 온도가 매년 높아지는 일도 없고 고위도의 온도가 계속 낮아지지도 않는다. 왜 그럴까.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약 1억5천만㎞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하나의 행성인데, 태양을 중심으로 타원궤도를 그리며 공전함과 동시에 23.5°기울어진 회전축을 중심으로 24시간 주기로 자전하고 있다. 이렇게 지구가 공전함으로써 계절변화가 생기고, 자전함으로써 밤낮이 교차한다. 이러한 계절변화는 태양의 남중고도(정오때 태양의 고도)에 변화가 있음을 뜻한다. 즉 각 위도별로 지표면의 단위 면적당 에너지 흡수량이 계절에 따라 다름을 뜻한다.
지구에 의해 흡수되는 태양에너지는 저위도대가 고위도대보다 훨씬 크다. 따라서 1년을 통해서 보면 약 40°보다 저위도인 지대에서는 들어오는 열량이 나가는 열량보다 크고, 고위도대에서는 그와 반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위도대의 온도가 매년 높아지는 일도 없고 고위도의 온도가 계속 낮아지지도 않는다. 이것은 (그림1)과 같이 저위도대의 여분의 열량이 알맞게 고위도대로 운반되고 있기 때문이다.
바다도 극방향의 열수송에 일익
그러면 각 위도권을 통해서 얼마만큼의 열이 어떤 전달 매체를 통해 극을 향해서 수송 되고 있을까? (그림2)의 굵은 실선은 대기 밖에서의 복사에 의한 열수지의 측정으로, 각 위도에서 이것만큼의 열량이 대기 및 해양층을 통해서 극방향으로 수송되고 있는 것이라고 믿어지는 양이다. 나머지 세 개의 선을 합산하면 이 실선이 된다. 이 그림에서 흥미있는 것은 해양이 극방향의 열수송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저위도에서 그렇다. 바다중에서 고온의 해수가 극으로, 저온의 해수가 적도를 향해서 흐르는데, 이를 평균해 보면 열의 고위도로의 수송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이것은 매년 기후의 변동을 고려하는 데 중요한 척도가 된다.
또한 (그림2)에서는 대기중의 열수송을 건조공기가 갖는 열과 잠열의 형태로 수증기에 저장된 열의 수송으로 나누어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열에너지의 전달매체는 지구규모로 존재하는 대규모 흐름에 실려서 고위도로 이동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열을 고위도로 전달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 전달 메카니즘을 논하기 전에 먼저 각 위도별로 존재하는 대규모 흐름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다.
또 지구상의 각 위도별로 고유한 공기의 연직순환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적도에서 위도 30°까지는 해들리순환(동에서 서로 수평으로 바람이 엇비스듬히 부는 무역풍대가 존재), 30°에서 60°까지는 페렐순환(서쪽에서 동쪽으로 수평으로 부는 편서풍대가 존재), 60°에서 90°까지는 극순환이 존재한다. 해들리 순환영역의 상층(위도 약 30°)에서는 적도쪽으로부터 극으로 향하는 흐름과 극쪽에서 적도쪽으로 향하는 흐름이 수렴하고 이때 모여든 공기는 하강, 지표 부근에서 주위로 불어나가는 고기압이 돼 위도 30° 지역은 하늘이 맑고 비가 적다.
따라서 지표면이 육지라면 사막이 된다. 사하라나 아라비아반도의 사막이 그 예다. 옛날 범선이 이 해역에 들어가는 것은 항해에 큰 어려움을 초래했다. 즉 바람이 없어 배가 나아가지 않는 데다 연일 강렬한 태양이 내리 쪼이고, 비가 좀처럼 오지 않는다. 위도 30°부근을 일명 말의 위도(Horse latitude)라고 불렀던 것도 옛날에 이 해역으로 들어간 스페인의 범선이 물 부족으로 항해에 고통을 받아 말을 자주 배 밖으로 버리지 않으면 안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30°기준으로 독립적 메커니즘
위에서 언급한 30°부근의 아열대 고압대 보다 저위도인 적도 부근에서는 기압이 낮은 영역이 있다. 이것을 적도 저압대라고 한다. 아열대 고압대에서 적도 저압대로 흘러나가는 기류는 지구자전으로 인한 코리올리의 힘을 받아서 북반구에서는 북동무역풍이 되고, 남반구에서는 남동무역풍이 된다. 이 무역풍은 기상변화가 적고 온화하다. 하와이제도 카리브해제도 등 관광지가 많은 나라가 이 지역에 속한다.
1492년 콜럼버스는 범선으로 처음 대서양 횡단에 성공했는데, 그것은 그가 북동무역풍을 교묘하게 이용했기 때문이다. 그 이전에도 이미 몇명의 항해자가 대서양 동부를 탐험하고, 아조레스제도에 도달했었다. 아조레스제도는 북위 30°, 즉 스페인의 거의 정서(正西)방향에 있다. 그러나 콜럼버스 이전의 사람은 아조레스제도에서 곧 바로 더 서쪽으로 나아가려고 해서 그 위도대에서 탁월한 편서풍의 방해를 받고만 것이다.
그런데 그것보다 반세기 전부터 포르투갈 사람은 아프리카대륙의 연안을 따라 항해하는 데에 북동무역풍을 이용하고 있었다. 저 위도로 가면 동풍이 부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콜럼버스는 스페인을 출발해 우선 남쪽으로 내려가서 카나리아제도에 이른 다음 거기서부터 무역풍을 이용해 빠르게 대서양을 횡단하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돌아올 때는 우선 북상한 후 편서풍대로 들어 가서 아조레스제도에 도착했다.(그림3)참조. 이상 기술한 내용을 볼 때 지구상에는 각 위도별로 뚜렷한 연직적, 수평적 흐름이 존재 함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이러한 전달매체는 대기중에서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 저위도에 있는 여분의 열을 고위도지대로 수송할 수 있는가? 이것은 위도 30°를 기준으로 이보다 저위도와 고위도로 나뉘어 독립적인 메커니즘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먼저 저위도의 열전달 메커니즘을 알아보자. 저위도에서는 해들리순환(적도 부근의 상승기류가 북쪽으로 이동되다가 30°부근에서 하강해 그 일부는 다시 적도쪽으로 돌아오는 순환)이 저위도에서의 열의 남북연직 수송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앞에서 기술한 내용을 잠시 상기해 보자. 저위도대와 고위도대의 대기 온도가 각각 매년 증가 또는 감소하지 않기 위해서는 여분의 열이 극을 향해서 수송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 필요로 하는 수송량을 표시한 것이 (그림4)의 곡선 a다. 이것은 (그림1)의 파선과 같은 것이다. 이 열수송의 메커니즘으로서 우선 적도와 극을 연결하는 남북 연직단면내의 순환을 생각 했다. 실제로 세계 각지의 상층기상관측자료를 이용해 남북연직 단면내의 순환에 의한 극으로의 열수송량을 각 위도권에 대해서 계산한 결과가 (그림4)의 곡선 b다. 분명히 위도 30° 정도까지는 이 메카니즘에 의한 열수 송만으로 충분하다. 이것은 이미 말한 것과 같이 해들리 순환이 저위도대에 존재하는 것과 일치한다.
고위도에서는 경압불안정 파동에 의해 열평형
그러면 위도 30° 이상의 고위도대에서는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서 열수송이 일어나는 것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고위도대에서는 대기의 경압불안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압불안정파동에 의한 열수송이 위도별의 열평형을 이루는 데에 본질적인 역할을 다하고 있다.
그러면 경압불안정파동이란 어떻게 해서 일어나는 것일까? 여기서 자세하게 설명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편서풍이 고도에 따라 너무나 증가하면, 이와 같은 상태는 불안정을 유발해 동서방향으로 수천㎞의 파장을 갖는 파동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때 이러한 파동에 수반되는 기압골의 동쪽에서는 고온의 공기가 북쪽으로, 기압골의 서쪽에서는 저온의 공기가 남쪽으로 흘러서(결국 전체적으로 보아 열은 북쪽으로 수송돼), 남북의 온도구배를 완화시켜 불안정한 상태를 해소시키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위도별 부등가열에 의한 저위도대에서의 과잉열량의 고위도 수송은 지구규모로 존재하는 공기흐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특히 저위도에서는 해들리순환, 고위도대에서는 경압불안정파에 의해 적도부근의 과잉 열량이 극쪽으로 전달 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대기는 위도별 태양에너지의 차등입사에 의해 발생하는 고위도와 저위도의 온도차를 위해 위도별로 고유한 양상의 운동을 끊임없이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