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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탄생의 비밀, 중력파 탐지로 추적한다

미국의 거대프로젝트, 쌍둥이 LIGO 진행중

수십 ㎞ 서로 떨어진 두 LIGO를 활용, 중력의 파동을 찾아내기 위한 거대프로젝트가 현재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수없이 많은 별들을 바라보면 저 별들이 어떻게 생겨났으며, 무겁디 무거운 별들이 어떻게 저처럼 공중에 떠 다닐 수 있나 하는 소박한 의문을 누구나 한번쯤은 가져보았으리라 짐작된다. 현대의 소립자물리학은 별을 포함해서 눈에 보이는 물질의 탄생과 형성과정에 대해서는 비교적 자세히 이야기해 주고 있으나 눈에 보이지 않는 별과 별 사이, 즉 공간 그 자체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하는 바가 없다. 현대 물리학을 자그마치 50년이나 앞당긴 아인슈타인박사에 의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도 마치 물질처럼 일정한 법칙을 따라서 형성되고 진화해왔다고 하는데, 이 공간의 진화법칙이 바로 저 유명한 일반 상대성이론이다.

공간의 진화를 쉽게 이해하기 위하여 물리학자들이 많이 애용하는 2차원 평면을 예로 들자. 그리고 이 평면 상에 삼라만상이 존재 한다고 상상해 보자. 이제 이 평면을 찢지않는 한도 내에서 마음대로 부드럽게 휘게 하면 휘어진 2차원 곡면을 만들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이번에는 이 휘어진 곡면이 고정된 것이 아니고, 어떤 법칙을 따라서 역동적으로 수축이나 팽창 혹은 변형과정을 겪는다고 하면, 이러한 변화 일체를 물리학자들은 2차원 공간의 진화, 즉 우주의 진화라 부른다.

이 공간을 벗어나서 홀로서기를 할 수 없는 만물은 곡면의 변화에 따라 자동적으로 상대적 위치가 재배치된다. 이러한 상대적 운동이 바로 아인슈타인의 중력현상이며, 이는 뉴턴의 만유인력보다 훨씬 더 보편타당한 고급 이론이다. 뿐만 아니라 이 공간의 변화가 마치 물결처럼 연속적이면서 주기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 경우 '공간 그 자체의 물결'을 중력파라고 부른다.

초기 우주와 중력파

공간의 숨결은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어떠한 극미의 물리량보다 더 미세하다. 이것의 존재를 실험적으로 입증할 경우 일반상대성이론의 옳고그름을 확인하게 될 뿐만 아니라, 초기 우주 즉 지금으로부터 약 1백50억 년 전 우주가 막 탄생되던 절대시간 0의 순간을 포착할 수 있다. 빛조차 아직 존재하지 않던 캄캄하던 순간, 바로 그때의 우주에 대한 생생한 정보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고요한 지금의 밤하늘과는 달리 격렬했을 초기 우주는 중력의 충격파를 충분히 발생시키고도 남음이 있었으리라. 빛의 진행은 그림자가 생기게 함으로써 가로막을 수 있다. 그러나 중력파는 '공간 자체의 물결'이므로 공간 상에 존재하는 만물은 공간의 물결을 따라 움직일 뿐, 중력파를 변형시킬 수도 차단할 수도 없다. 이처럼 중력파는 절대시간 0의 순간에 관한 귀중한 정보를 암호의 형태로 간직한 채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가고 있는지 모르는 일이다. 실험 물리학자들의 도전을 기다리면서···.

1년에 3,4개는 찾아낼 듯

이 중력파를 찾아내기 위하여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의 손(K. Thorne) 교수와 MIT의 바이스(R. Weiss) 교수팀은 1991년에 LIGO(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란 장치를 고안하기에 이르렀고 2000년 이전에 이를 완성하여 본격적인 중력파 탐사에 나설 계획이다. 이 실험장치의 원리는 너무나 간단하므로 여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거울 두개와 레이저광선 총 한자루를 준비하고, L자 모양의 구조를 가진 진공튜브 한개와, 측정장치로서 감도가 좋은 전광판 한개를 준비하면 된다. L자의 가운데 귀퉁이에 레이저광선 총과 전광판을 두고, 그 지점을 A라 부르자. 그리고 L자 튜브 양쪽 끝에 거울을 하나씩 설치하고 그것들을 각각 B, C라 부르자. 이제 A지점에서 양쪽 거울을 향하여 동시에 레이저광선을 발사하면 그 광선은 각각의 거울에 반사되어 A지점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이 때 L자의 가로 세로 길이를 잘 조절하여 A지점으로 되돌아 온 두 광선이 완전히 상쇄되도록 할 수 있다. 이는 레이저 광선이 빛의 일종인데 빛은 중첩의 원리를 따르기 때문이다. 이처럼 두 광선이 완전히 상쇄되게 한 상태에서 L자 튜브의 가로 세로를 고정시키면 실험장치는 완성된다.

이제 남은 일은 중력파가 지나가기를 바라며 기다리는 일 뿐이다. 행운의 여신이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마침내 중력파가 A와 B 사이를 지나가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이미 고정된 A와 B 사이의 평평했던 공간이 중력파에 의해서 물결처럼 휘어지게 되고 A와 B 사이를 왕복하던 레이저광선은 공간물결의 궤적을 따라 굽이치며 진행하게 될 것이다. 이는 마치 A와 B간의 실질적인 거리가 증가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오고, 중력파가 통과하지 않는 A와 C간의 거리에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이 한 쪽 길이의 실질적인 증가로 인해 A지점에서 다시 만난 두 개의 광선은 더 이상 완전히 상쇄되지 않고 얼마 간의 강도를 가지면서 A 지점에 놓인 전광판을 때리게 된다. 이처럼 중력파가 어느 한 쪽을 지나가면 캄캄하던 전광판에 별안간 신호가 켜진다. 이 신호를 분석함으로써 지나가던 중력파가 지니고 있던 태초의 신비를 캐낼 수 있다.

이런 분석을 하는 일이 바로 물리학자들의 소일거리다. 물론 중력파가 다 지나가 버리면 전광판의 신호는 다시 꺼지게 되고 실험 장치는 원상태로 되돌아가게 된다. 다음 사건이 일어날 때까지. 천체물리학의 이론적 예측과 현재 추진되고 있는 LIGO의 정밀도로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중력파를 1년에 서너개 정도 탐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과 그 공간의 세밀한 숨소리를 전광판의 전기적 신호로 바꾸어서 탐구하는 것, 이것이 바로 LIGO의 원리이자 물리학의 매력인 것이다.
 

레이저광선의 발사. 한 지점에서 양쪽거울을 향해 동시에 레이저광선을 쏘면 그 광선은 각각의 거울에 반사돼 발사지점으로 되돌아 온다. 이때 두 광선이 완전히 상쇄되게 한 상태에서 L자형 진공큐브의 가로 세로길이를 고정시키면 중력파 검출장치는 완성된다.


실패를 거듭하고

일반적으로 중력파는 너무도 미세한 탓에 이와 다른 방법으로 지금까지 찾아보았으나 실패를 거듭했다. 미국 메릴랜드대학의 웨버(J. Weber)교수의 중력실험실은 1957년에 최초로 중력파 탐지를 시도하였고 이를 탐지했다는 보고가 1969년에 발표되었으나, 다른 연구팀에 의해 재확인되지 않았기때문에 이 결과를 물리학계에서 정설로 받아주고 있지 않다.

중력파는 너무나 섬세하므로, 어떠한 실험장치일지라도 근본적으로 이 실험은 소음(noise)과의 싸움에 사활이 걸려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를 들어 지구 내부의 운동으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소음이 LIGO에 전달된다고 하면, 이 소음은 중력파에 의한 진동으로 오인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그러면 이 피할 수 없는 소음으로부터 중력파를 분간해낼 방법은 과연 있을 것인가, 물론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물리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기발한 방법을 고안하였다.

즉 일란성 쌍둥이 LIGO를 두 개 이상 만들어서 서로 멀리 떨어진 곳에 설치한 다음 각각 작동시킨다. 그러면 각각의 LIGO는 중력파와 소음이 뒤섞인 신호를 모두 전광판에 기록할 것이다. 이를 충분히 수집한 다음 다른 LIGO의 기록과 비교하여, 똑같은 신호가 여러 곳에서 동시에 기록된 경우만 중력파로 간주하고 나머지는 모두 버린다. 이리하여 중력파 신호를 소음공해로부터 깨끗이 분리해낼 수 있다.

현재 쌍둥이 LIGO는 미국 워싱턴주의 하포드(Harford)와 루이지애나주의 리빙스턴(Livingston)에 각각 건립중이고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및 이웃 일본에서도 별도로 이를 추진중에 있다. 이 야심적인 LIGO 계획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이와 관련해서 중력파에 관한 세계적인 권위자인 손교수와 미국 프린스턴대학의 오스트라이커(J. Ostriker) 교수 사이의 재미있는 일화 한 가지를 소개한다. 손교수와 오스트라이커교수는 1981년에 2000년까지 중력파를 발견할 수 있을지에 대해 포도주 한 병을 걸고 내기를 했다. 손교수는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오스트라이커교수는 지금도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과연 누가 이길까.
 

중력개념의 발달^ 뉴턴은 중력이 물체의 질량과 두 물체사이의 거리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았다. 뉴턴의 중력이론이나 고전적인 장(場)이론과는 달리 일반상대론에서는 휘어진 2차원 곡면에서 중력을 논하고 있다. 아인 슈타인은 물체가 가능한 한 곡면의 최단경로를 다라 움직인다고 보고 있는데 반해 양자역학자들은 결정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2억3천만달러짜리 프로젝트

미국의 기초과학연구를 지원하는 임무를 띠고 있는 국립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은 쌍둥이 LIGO 건설에 2억3천만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연방의회는 1993 회계년도 LIGO예산을 두배 이상 증가시켜 4천3백만달러를 연구와 관측소 건설에 할당했다.

이처럼 돈이 많이 드는 LIGO 프로젝트는 구상단계에서부터 열띤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프로젝트의 지지자들은 그것이 꼭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음을 인정하면서도 그 계획의 과학적 보상이 잠재적으로는 매우 크다고 주장한다. 그들에 따르면, 프로젝트의 부수적인 성과는 빛이나 전파의 방사를 이용한 전통적인 망원경으로는 도저히 관측할 수 없는 우주의 미지의 대상을 연구할 수 있는 새롭고 강력한 도구를 얻는 것이라고 한다.

반대자들은 그 계획의 과학적 매력을 인정하면서도, 큰 규모의 지출을 정당화하기에는 너무 위험하다고 말한다. 1991년 3월에 과학 재단의 천문학자문위원회의 의장인 타이슨 박사는 하원의 토론회에서 LIGO 프로젝트를 전면적으로 실행에 옮기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이 열띤 논쟁은 1991년 의회가 LIGO 프로젝트를 위해 연구비용으로 5백만달러, 관측소 건설비용으로 1천6백만달러(둘다 1992년 할당분)를 허용함으로써 지지자들의 승리로 귀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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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윤종혁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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