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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빛은 우주의 비밀 캐는 열쇠

우주공간이 곧 실험실

보이지 않는 우주를 관측하기 위해서는 갖가지 방법이 동원된다. 지구대기에 도착하는 빛과 전파는 물론 우주공간에 망원경을 올리기도 하고 중력파나 중성미자 등을 검출하기도 한다.

천문학이란 한마디로 '빛'의 학문이다. 다른 자연과학에서처럼 연구대상을 실험실로 가져올 수는 없다. 천문학자들은 오로지 천체가 보낸 빛만을 단서로 우주의 원리를 추리하게 된다. 즉 천문학에서는 온 우주가 곧 실험실인 셈이다. 따라서 천문학이라는 탐정놀이를 재미있게 즐기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단서가 되는 빛에 관해 잘 알지 않으면 안된다.

라디오나 텔레비전 수신에 이용되는 전파는 병원에서 환자의 신체 촬영에 쓰이는 X선과 완전히 다른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전파와 X선은 사실 본질적으로 같은 빛에 불과하다. 우리가 보통 빛이라고 부르는 가시광선 이외에 적외선 자외선 γ선과 같은 방사선 등도 모두 빛의 일종이다.

파장에 따른 빛의 종류
 

(그림1)
 

빛의 본질이 알갱이 형태의 입자냐 물결과 같은 파동이냐 하는 문제는 물리학사를 통하여 커다란 논쟁거리였다. 현대 물리학에서는 빛이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을 지닌다고 해석한다. 그리하여 입자의 입장에서 빛을 기술할 때는 광자(photon), 파동의 입장에서 빛을 기술할 때는 전자기파(electromagnetic wave)라고 한다. 따라서 이제는 빛을 파동의 입장에서 기술해도 문제는 없는 셈이다.

모든 파동에는 (그림1)에서처럼 파장이 정의된다. 파장은 파동의 성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음파의 경우 파장이 짧으면 짧을수록 음의 높이는 높아지고 반대로 파장이 길어지면 음의 높이는 낮아진다. 이와 마찬가지로 빛도 파장에 따라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빛을 파장이 짧은 것부터 긴 것 순서대로 늘어놓으면 (그림2)에서와 같이 γ선 X선 자외선 가시광선 적외선 마이크로웨이브 전파 등이 된다.

여기에 열거된 대부분의 빛들은 우리 인체에 해롭다고 말할 수 있다. 현대 물리학에 따르면 빛은 파장이 짧을수록, 즉 진동수가 많을수록 높은 에너지를 갖게 된다. 파장이 짧은 γ선 X선 등은 강한 투과력을 지니게 되어 우리 인간에게 치명적인 존재다.
 

(그림2) 파장에 따른 전자기파의 스펙트럼


우주를 향한 두 개의 창문

태양을 비롯한 모든 천체들은 앞에 열거한 모든 종류의 빛들을 제각기 다른 세기로 발산한다. 만일 이러한 빛들이 그대로 지구 표면에 내리쪼이게 된다면 우리는 모두 죽고 말 것이다. 하지만 우리 지구의 대기는 인간에게 무해한 가시광선과 전파만을 주로 투과시킴으로써 생명의 낙원을 조성해 주고 있다. 이는 물론 인간이 지구의 환경에 적응하도록 진화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 자연의 혜택이 천문학 연구에는 적지 않은 장애가 되고 있다. 왜냐하면 우주를 내다보는 창문은 광학 창문(optical window)과 전파 창문(radio window) 2개만으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이 두개의 창문을 통하여 우주를 관측하는 천체 망원경을 각각 광학 망원경(optical telescope), 전파 망원경(radio telescope)이라 한다.

현재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천문대(이하 천문대) 산하 소백산천문대에는 구경 60cm 광학 망원경이, 대덕전파천문대에는 직경 14m의 전파 망원경이 각각 설치되어 연구과제들을 수행하고 있다. 94년에는 경북 영천군 보현산 정상에 세계 어디에다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직경 1.8m의 대형 광학 망원경이 완공될 예정으로 있어, 벌써부터 천문학 관계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최근 선진국에서는 보다 선명한 관측 또는 지구 대기를 투과할 수 없는 빛의 관측을 위하여 천체 망원경을 인공위성에 실어 대기권 밖으로 올리는 일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우주 공간에 설치된 것들은 우주 망원경(space telescope)이라 부르고, 우주 망원경을 통하여 연구하는 천문학의 분야를 우주 천문학(space astronomy)이라고 한다.

우주 망원경의 대표적인 예로는 세계적으로 뉴스거리가 되었던 허블(Hubble) 망원경이나 COBE(Cosmic Background Explorer)를 들 수 있겠다. 우주 천문학은 이제 막 과학실험 위성 '우리별 1호'를 올린 우리실정에 비추어 보았을 때 아직은 요원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범국민적인 지원과 이해가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 우주 천문학이다.

최근 선진국에서는 빛 뿐 아니라 중력파(gravitational wave)나 중성미자(neutrino) 등을 이용한 우주 관측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천문학은 다음 세기에 어떻게 변모할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
 

지구대기를 벗어나 우주를 관찰하는 허블망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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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박석재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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