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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잔화, 살충제 발산 해충 격퇴한다

아름다움과 향기 외에 꽃이 가진 또 하나의 '능력'이 드러나고 있다. 금잔화 같은 꽃은 휘발성 살충제를 주위로 발산, 모기 등 해충을 격퇴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무엇일까? 괴테는 하늘엔 별이요, 땅엔 꽃이 있다고 했다.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꽃이라는 생각은 괴테만의 것은 아니다. 수많은 시인과 예술가들이 꽃을 소재로 노래했고 비유의 대상으로 삼았다.

꽃은 인류가 지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언제나 감탄과 찬미의 대상이었고 미적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아름다움의 대명사였다. 꽃이 지상에 없었다면 우리의 문명과 예술은 미적 표현의 다양성뿐 아니라 미감 그 자체에서도 척박했을 것이다.

'꽃'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향기다. 선덕 여왕의 고사나 가수 이문세의 노랫말만 향기에 대해 언급하는 게 아니다. 가령 한 남성이 사랑하는 여성에게 꽃을 바칠 때를 생각해보자. 거기에는 아마도 이런 무언의 말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이 꽃과 같은 아름다움을 간직한 당신에게 저의 사랑을 바칩니다." 꽃을 받은 여성은 자연스럽게 코밑으로 가져가 향기를 맡는다. 마치 꽃의 향기에서 그 남성의 마음을 맡기라도 하듯이. 물 없는 기러기를 생각할 수 없듯 향기 없는 꽃을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세심한 남성이라면 꽃을 고를 때 향기에 신경을 써야만 한다. 가능하면 매혹적이고 달콤한 향기를 가진 꽃을 골라야 한다.


금잔화
 

꽃에 담긴 또하나의 메시지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꽃은 아름다움과 향기로 미적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외에도 한 가지 더 인간에게 유용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시사되고 있다. 과천 서울랜드, 용인 자연농원 등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국화과의 한해살이 풀인 금잔화(marigold: Tagetes 속의 식물을 통칭하여 일컫는 말.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관상초인 천수국, 만수국 같은 종류를 볼 수 있다)가 지독한 해충으로부터 주위 식물을 보호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정원사들에겐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다고 한다. 이번에는 과학자들이 어떻게 금잔화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는지 그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금잔화는 휘발성 살충제를 주위로 발산함으로써 해충을 격퇴한다는 것이다.

이 발견은 금잔화 살충제가 특히 말라리아와 바이러스성 급성 감염증인 황열을 옮기는 모기에 독성이 있기 때문에 아주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1960년대 초까지 말라리아는 병균을 옮기는 모기를 DDT로 공격, 승리함으로써 곧 사라질 것처럼 여겨졌던 병이었다. 그러나 모기가 DDT나 다른 살충제에 내성을 획득함으로써 생각만큼 만만하게 퇴치되지 않았다.

심지어 과학자들은 불임 수컷을 이용한 모기군집의 공략으로 생식 속도를 줄이는 기발한 방법을 개발해내기도 했다. 그러나 모기들은 굉장한 속도로 새끼를 치는 단순한 방법으로 이 시도를 무력화시켰다. 이런 낭패를 당한 뒤라 이 실험은 더욱 의미가 있다.

금잔화가 모기유충을 죽이는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는 점은 여러 문헌에 보고된 바 있다. 천수국(Tagetes erecta), 만수국(Tagetes patula) 등에서 추출한 기름성분으로 모기 유충을 죽이는 실험을 하여 긍정적 결과를 얻었다. 그 기름 중 테르핀(terpene), 옥시메논(ocimenone) 같은 성분이 유충을 죽이는 역할을 하며, 물에 풀었을 경우 약 24시간 정도 살충효과를 가져 모기를 조절하는데 쓸 수 있음을 제안한 바 있었다(J.-Am. -Mosq. -control. -assoc.1991, 7권 2번 202쪽-286쪽).

이번에는 미국 앨라배마 대학의 웰스(C. Wells) 등이 천수국과 만수국을 포함하는 3종류의 금잔화를 가지고 연구했다. 그들은 식물의 어떤 부분이 가장 높은 자연 살충제 효과를 가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뿌리 잎 꽃의 추출물을 끓여서 가스크로마토그라피를 사용하여 각 화학물질을 분리하여 비교분석했다 .

그 결과 3종류의 금잔화가 모두 휘발성 살충제 물질을 가지고 있고 그 중에서도 꽃이 가장 강력한 효과를 나타내는 부분임을 발견했다. 특히 금잔화의 한 종 (Tagetes minutae) 은 가장 강력한 살충제를 함유했다고 한다.

그들은 또한 금잔화에서 티오핀(thiopenes)이라 불리는 화학물질을 포함하는 식물의 몇몇 휘발성 화합물이 해충을 구제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이것들은 또 말라리아를 옮기는 학질모기인 이집트 습모기(Aedes aegyptii)와 황열을 옮기는 모기(Anopheles stephensi)의 유충과 성충을 죽였다(Chromatographia, vol35, p209).

모기를 물리치는 여러 방법

말라리아나 황열과 같은 병을 옮기는 모기를 금잔화로 막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면 민간 요법같은 아마추어 냄새가 풍긴다. 물론 과학자들은 이들 병을 옮기는 모기를 다루는 과학적이고도 세련된 여러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얼마 뒤엔 약물에 저항성을 가지고 백신도 작용하지 않는 새로운 교활한 놈에게 직면해야 했다.

그래서 최근엔 모기를 완전히 박멸하는 대신 유전공학적 방법으로 말라리아와 같은 병원균을 옮길 수 없는 모기를 개발하여 대항하려 하고 있다.

가령 말라리아 병원체에 저항하는 유전자를 모기에서 찾아 이용하는 방법이나 말라리아 항원에 대해 항체를 만들어내는 포유류 면역체계 유전자를 모기에 넣어주어 모기의 유전자 구조를 바꿈으로써 모기가 그런 병을 매개하지 못하게 하려는 시도가 그런 예다(Science. 1993, 261권, 546쪽-548쪽).

그러나 이런 유전공학적 방법은 말처럼 간단한 것은 아니고 많은 비용이 든다. 유전공학적 형질전환모기의 부작용 여부도 간과할 수 없다. 이에 비해 금잔화를 이용하여 모기를 다루는 법은 아주 간단하면서도 유전자오염이나 환경오염과 같은 겁나는 위협이 없고 예쁜 꽃과 향기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라고 하겠다.

생물은 무궁무진한 자원의 보고

또한 금잔화가 꽃을 비롯, 온몸으로 살충제를 발산한다는 사실은 생물자원의 잠재적 가치를 다시 한 번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우리에게 제공한다. 최근 개구리에서 항생제를 추출한 사실이나 금잔화 살충제 이야기는 자연이 인간에게 얼마나 무궁무진하고 유용한 자원의 보고인가를 다시 한 번 웅변한다고 하겠다.

지난 6월 9일 서울대 교수회관에서 열린 생물자원보존 선언대회에서 강조된 바 있지만, 자연 파괴로 어느 한 종이 멸종하게 되면 그건 그대로 잠재적 자원의 손실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금잔화 살충제를 하나의 상품으로 개발한다면 시장성은 무척 밝다고 할 수 있다. 환경에 손상을 주는 DDT나 앨드린(Aldrin) 같은 합성 살충제들이 점차 천연 살충제로 대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잘 알려진 자연 살충제는 유고의 아드리아 해안, 다르마지방 원산으로 국화과의 제충국 (Chrysanthemum cinerariaefolium, 이 속에 포함되는 우리가 흔히 알 만한 식물로는 국화 구절초 쑥갓 등이 있다) 에서 추출한 살충제류(pyrenthrins) 다.

이것은 비교적 안전하고 곤충들이 저항력을 아직 개발하지 못했으며 특히 꽃의 분말은 구충용으로 유용하다. 또한 이들 천연살충제는 다양한 살충제 요소들이 해롭지 않은 화학 물질로 분해되기 때문에 환경에 대한 영향도 아주 미미하다.

만약 금잔화가 효과적인 살충제라고 증명되면 꽃 살충제 시장은 크게 각광받을 것이다.

특히 모기가 옮기는 말라리아와 황열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개발도상국에서는 대단한 인기를 모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9월 초 말라리아 환자가 발견되었다는 신문보도가 있었듯 말라리아는 남의 얘기만은 아닌 듯 하다.

모기약 뿌리던 시대에서 모기향이나 전자 모기향 켜놓고 자는 세상으로 바뀌더니, 바야흐로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과 함께 모기에서 해방되어 편히 잘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 같다.

한걸음 더 나아가 살충제를 만들어내는 유전자를 찾아내고 그 유전자를 다른 식물에 집어넣는 게 안전하다는 게 증명된다면, 그 유전자를 장미 튜울립 카네이션 난초와 같은 식물에서도 발현되도록 집어넣어 각자의 기호에 맞는 꽃을 골라서 방안에서 키우며 모기를 막는데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꽃을 바칠 때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또 하나의 메시지를 담을 수 있겠다. "꽃처럼 아름다우며 향기로운 마음을 간직한 당신에게 이 꽃을 바쳐 말라리아와 황열, 모기로부터 당신을 보호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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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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