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제조기술에 관한 한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하는 일본에서 개발한 이색로봇군(群)의 면면을 보면···
로봇왕국 일본에서는 별난 로봇들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예컨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로봇, 골프를 치는 로봇, 재미난 이야기를 해주는 로봇, 생선회를 만드는 로봇, 암을 진단해주는 로봇 등이 개발됐다. 그들중 몇몇은 실제 인간처럼 행동한다. 유방암을 진단해주는 의료로봇이 그 좋은 본보기다. 와세다대학 이치로 가토교수가 만든 의료로봇은 4개의 손가락을 가진 전자팔을 지니고 있다. 로봇의 손가락 끝에는 센서가 달려있는데 이것이 의사의 손가락 끝과 같은 역할을 한다. 아직 몇가지 개선할 점을 갖고 있지만 직경이 수mm에 불과한 암부위까지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 의료로봇의 미래를 밝게 한다. 멀지 않은 장래에 의료로봇은 수많은 일본인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유방암과 폐암 발병여부를 알려줄 것이다.
쓰루미에 있는 요코하마 로봇학교는 로봇제조기술에 관한 한 전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곳이다. 여기서는 세제 최고수준의 정교한 로봇들이 제작되고 있는데 일본의 거대기업인 미쓰비시가 주요한 후원자다.
바흐에서 슈베르트까지
일본내에는 현재 4백만대의 로봇 자동판매기(vending machine)가 있다. 인구 1인당 로봇판매기 보유숫자를 따져 보면 미국보다 두배나 많은 셈이다. 우리가 그림책에서나 봤던 로봇장난감들도 이미 수없이 제작돼 있다. 최근에는 애보는 로봇까지 만들어졌다. 어머니들의 가장 수고스러운 일인 애보기가 이 로봇에게는 가장 큰 임무이자 즐거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애보는 로봇은 이야기책을 읽어주고, 아이가 물어보는 것을 대답해줄 뿐아니라 음악까지 들려준다.
'앙상블'이라는 연주 로봇은 웬만한 인간연주자들을 무색하게 한다. 이 로봇은 30곡 이상의 다양한 레퍼토리를 자랑한다. 바흐에서 슈베르트까지 마스터한 바이올린로봇도 제작됐다. 그런가 하면 록에서 재즈까지 온갖 리듬을 자유자재로 내는 2인조 로봇 '밴드 머신'(Band machine)도 일본의 이색로봇대열에 낀다. 이 로봇그룹 중 드럼을 치는 로봇은 과거 비틀즈 멤버였던 링고 스타의 비트를 능가한다고.
지네처럼 무수한 다리를 가진 로봇도 개발돼 있다. 이 '지네로봇'은 지네가 다리를 움직이는 모양을 그대로 흉내내고 있다.
인간이 하기 싫어하는 여러 허드렛일을 대신해주는 로봇도 탄생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유리창을 닦아주는 로봇을 들 수 있다. 이 로봇은 부드러운 터치가 일품이다. 유압식으로 작동하고 유연한 다(多)관절을 가진 청소로봇은 보들보들한 고무로 만든 액추에이터(actuator)를 소지하고 있기 때문에 유리창을 깨거나 흠집내지 않고 자신의 임무를 완수한다.
일본 마쓰시다전기사(社)의 한 관계자는 오래지 않아 산업 전반에 로봇이 활용될 날이 올 것으로 믿고 있다. 그는 "로봇이 어떤 작업자보다 정확하게 일을 해낸다"며 로봇을 애찬하고 있다. 이는 근로자의 고임금 때문에 수심에 잠겨 있는 일본의 기업들에게는 분명히 희소식이다. 하지만 세계의 근로계층에게는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어느 날 그의 자리에 '금속인간'이 앉아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