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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소포타미아 농업 기원설에 반론

솔로몬군도에서 발견된 석기연장이 증거

태평양의 한 섬에서 발견된 2만8천년 전 석기연장에 남은 미세한 식물잔류물이 메소포타미아 농업기원설을 부정하고 있다.
 

솔로몬군도는 오세아니아(호주)대륙의 북서쪽에 있다.
 

농업의 첫 발생지가 메소포타미아의 '기름진 초생달' 지역이 아닐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일군의 오스트레일리아 과학자들이 태평양의 한 섬에 살았던 사람들이 메소포타미아인들보다 거의 2만년 전부터 식물을 경작했다고 주장한 것.

최근까지도 대다수의 고고학자들은 약 1만년 전에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둑을 따라 살았던 사람들에 의해 농업이 태동했다고 믿어 왔다. 이들이 '갑자기' 밀과 보리같은 곡물의 씨를 뿌리고 수확하는 법을 터득했다고 생각한 것.

그러나 메소포타미아지역에서 농업이 출발되었다는 설은 현재 많은 반론에 부딪쳐 있다. 한 예로 런던에 있는 고고학연구소의 고든 힐맨은 자신이 이집트의 한 지역(와디 쿠바니야)에서 연마석(grinding stone)과 식물뿌리를 발견해 연대를 측정했더니 1만7천~1만8천년 전의 것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또 전직 호주국립대학 교수인 잭 골슨은 뉴기니의 고원에서 배수로와 조잡한 경작지를 찾아냈다. 이는 7천~1만년전에 이 지역에서 식물들이 경작되고 있었음을 암시한다.

시드니의 호주박물관에 재직중인 리처드 풀라가에 따르면 이같은 발견들은 농업이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고 오히려 서서히 진화해 왔음을 시사해 준다고 한다. 농업이 점차로 진화됐다는 견해는 솔로몬군도에서 발견된 잔류식물 연구로 강력히 뒷받침되고 있다.

호주국립대학의 매튜 스프릭스와 미국 하와이대학의 스티븐 위클러는 1987년 솔로몬군도 북쪽 부카섬에 있는 킬루(Kilu)동굴을 탐사했다. 여기서 하나가 엄지손가락 크기 보다 작은 47개의 연장조각을 찾아냈는데 그들은 최근에 개발된 유기물질에 대한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을 활용, 그 연장들이 2만8천년 전에 만들어진 것임을 확인했다. 또 호주국립대학의 토마스 로이는 이 연장의 표면을 현미경으로 조사해 미세한 전분알갱이와 길고 날카로운 속정(束晶, 식물의 점액세포 내에 있다)을 찾아냈다.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속정은 쐐기풀과 같은 식물에 많이 함유돼 있다.

그는 이 전분알갱이와 속정의 모양과 크기를, 현재 남태평양 일대에서 가장 흔히 재배되는 57종의 식용작물과 비교해 보았다. 로이는 그 두 잔류물들이 두 종의 토란 뿌리 또는 알뿌리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결론내렸다. 그는 또 연장표면에서 얻은 곡물알갱이와 속정이 인간이 재배하는 토란의 그것과는 유사하지만 야생토란의 그것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이 사실로 미뤄 보아 솔로몬군도로 이주한 사람들은 동남아시아에서 재배용 토란을 가져와 심었거나 현지의 야생종을 개종시켰을 것이다. 아무튼 그들은 토란을 먹기 위해 토란뿌리의 껍질을 벗기고 속정이 깨지도록 빻고 가열했던 것 같다.

토란잔류물이 2만8천년 전 사람들이 이 식물과 어떤 연관을 맺고 있었다는 직접적인 증거이긴 하지만 그것을 재배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되지 못한다는 데 연구참여자들은 인식을 같이 한다.

로이는 "어떤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증거들이 확보돼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그가 얘기하는 '잘못된 인식'은 아마도 농업이 메소포타미아에서 시작됐다는 종래의 학설일 것이다.

풀라가는 앞으로 고고학적 기술이 발달하면 흙무덤이나 식물의 씨앗과 같이 단서를 거의 남겨놓지 않은 대상에 대한 연구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무튼 태평양의 솔로몬군도 거주자들이 세계최초의 농부였다는 최근의 주장은 신빙성이 꽤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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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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