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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풀밭에서 바늘 찾는 외계행성 탐색

이미 20여개 발견, 지구 닮은 행성은 아직…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태양계 바깥에 또다른 태양계가 있지 않을까 항상 궁금해 해왔다. 이 궁금증은 이해가 간다. 만약 또다른 태양계가 있다면 거기에 생물이 살고 있을 수 있고 나아가 거기에 지능을 가진 생명체가 살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확실한 증거나 논거 없이 우리 인간이 우주 내에 지능을 갖춘 유일한 생명체라고 단언하는 것을 자주 듣는다. 이 주장은 과연 타당성이 있을까? 우주에 대한 인류의 관점이 변화돼 온 것을 보면 이는 그렇게 옳은 주장 같지 않다. 그리스 사람들은 그리스가 지구의 중심이라고 생각했지만(중국에서도 마찬가지) 세계의 다른 지역들이 알려지면서 그리스는 지구의 한 부분에 불과함을 알았다. 르네상스 사람들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코페르니쿠스의 발견으로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도는 9개 행성 중의 하나에 불과함을 알았다.

그렇다면 태양이 우주의 중심일까. 알다시피 그렇지도 않다. 망원경의 발달로 은하수의 별들이 분해되기 시작하면서 태양은 우리 은하계의 한 모퉁이에 있고 우리은하를 이루는 1천억개 별 중 가장 평범한 하나임을 알았다. 우리 태양과 태양계의 성분 또한 다른 별이나 성간물질에 비해 특별하지도 않고 아주 비슷하고 평범하다는 것도 밝혀졌다. 더 나아가 우리은하가 유일한 은하도 아니고 우주내 수천억개 은하 중 하나임도 이미 밝혀졌다.

인간의 우주에 대한 관점의 변화는 자기 자신이 우주의 중심이라는 편견을 바꾸어나가는 과정이었다. 이 우주 안에 있는 천문학적 숫자의 별들 중에 잘나지도 못한 태양계에 사는 우리가 유일하게 지능을 가진 생물체라고 주장한다면 좀 교만한 것이 아닐까?

80년대 초부터 증거 수집

지구를 벗어나 인간이 바라보는 세계를 넓히는데 가장 앞장선 이들은 천문학자들이었다. 그들은 지구와 가까운 별들로부터 탐색하면서 지금도 우주의 끝을 넓혀가고 있다. 천문학자들은 일찍부터 우리와 비슷한 외계태양계 발견에 힘을 쏟았다. 그러나 이 탐색은 아주 힘들었다. 왜냐하면 태양과 같은 별과 행성의 밝기 차이는 엄청나기 때문이다. 별 주위의 외계행성을 찾는 노력은 마치 낮에 태양 주위에서 별을 찾는 것과 비슷하다. 대낮에 토성이나 목성이 보이지 않듯이 별에 비해 엄청나게 희미한 외계행성을 발견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밝은 별 주변에서 어두운 행성을 보기 위해 천문학자들은 태양 코로나를 관측할 때 밝은 광구를 가리고 그 주위를 촬영하는 방법을 이용했다. 별의 중심을 가리고 별 주위를 살피는 천문관측 방법을 개발한 것이다. 또한 눈으로 보이는 가시광선뿐만 아니라 적외선 카메라를 사용해 어둠 속에 숨겨진 별을 탐색했다.

이러한 노력의 첫번째 결실은 1980년대 중반 지구에서 57광년 떨어진 4등급 별 ‘베타픽토리스’ 주위를 돌고 있는 먼지구름층을 발견한 것이다. 별 주위 먼지구름층의 발견은 외계행성 발견에 좋은 징조였다. 왜냐하면 이러한 구름층은 우리 태양계에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우리 태양 주위에는 1mm 이하의 먼지 입자가 태양빛을 반사하는 황도광 현상에서 알 수 있듯이 행성간 먼지들이 많이 있고, 목성과 화성 사이에 주로 있는 소행성 띠도 있고, 명왕성 바로 바깥엔 소행성들로 차 있는 카이퍼벨트 영역(1990년대 초에 발견)이 있고, 아주 바깥에는 혜성을 공급하는 오르트 구름층도 있다. 많은 천문학자들은 태양계의 행성은 원시태양 주위의 구름층으로부터 생겨났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별 주위에 있는 먼지구름층은 행성의 존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다.


베타픽토리스 주위의 물질원반(상상도)


작은 흔적도 놓치지 않아

천문학자들은 직접적인 행성촬영에 의한 발견방법 외에 다음과 같은 방법들도 사용했다. 첫째는 행성이 우연히 별의 앞을 지날 때 별의 광도가 변화하는 것을 정밀 분석하는 방법. 광도 변화가 일어났을 때 흑점이나 별 표면에서 일어나는 어떤 현상이 아니라 행성에 의해 별의 일부가 가려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때 간접적이나마 행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행성의 광도가 크면 행성이 별을 직접 가리지 않더라도 행성의 위치에 따라 별과 행성을 합한 광도가 변화하므로 행성의 존재를 유추해낼 수도 있다. 즉 행성은 스스로 빛을 못내고 별의 빛을 받아 빛나므로 행성이 별 주위를 돌면서 별빛을 가리면 어둡고, 별빛을 반사해 별빛에 광도를 더하면 밝아지는 광도 변화를 추적해내는 것이다.

둘째는 스펙트럼(분광선)의 도플러효과를 이용한 방법. 무거운 행성을 가지고 있는 별은 행성이 별 주위를 돌 때, 별도 행성의 중력에 영향을 받아 별과 행성을 합한 무게중심 주위를 돌게 된다. 파동은 파동을 내는 물체가 관측자와 가까워지면 주파수가 높아지고, 멀어지면 주파수가 낮아지는 것처럼 관측된다. 때문에 관측자에게서 멀어지는 별빛은 주파수가 낮은 적색쪽으로 치우치고, 가까워지면 청색쪽으로 치우친다(도플러효과). 그러므로 스펙트럼을 측정해 도플러효과 중 적색편이와 청색편이가 주기적으로 일어나면 이 별은 행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행성의 질량이 클수록 별이 도는 현상을 뚜렷이 알 수 있다.

셋째 전파 신호를 주기적으로 내는 천체인 ‘펄사’의 신호주기의 변화를 측정하는 방법. 1967년 처음 발견된 펄사는 초신성의 폭발로 형성된 중성자별인데, 이들은 빠르게 회전하면서 주기적 전파 신호를 발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지금은 우리 은하에서만 6백70여개의 펄사가 발견됐다. 펄사 주위에 행성이 돌고 있으면 펄사 신호의 주기가 변화하게 된다. 이 변화를 추론해 행성의 존재를 유추해 내는 것이다.

넷째 중력렌즈에 의한 방법.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빛도 중력에 따라 경로가 휘어진다. 때문에 별빛이 행성의 중력에 의해 굽어져 별의 밝기가 변하면 이를 정밀 분석해 행성의 존재를 유추해낼 수 있다.

다섯째 별이 움직이는 경로를 추적하는 방법. 별이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일 때 혼자 움직일 경우에는 직선 경로를 보이지만, 행성과 같이 갈 경우 경로가 꼬불꼬불한 경로를 그리게 된다. 별과 행성이 공동 무게 중심을 돌면서 행진하기 때문이다(첫째 방법의 원리와 같음). 따라서 별의 경로를 정확히 측정하면 보이지 않는 행성의 유무를 알 수 있다.

외계 행성은 눈으로 쉽게 보이지 않기 때문에 천문학자들은 생각할 수 있는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엄청난 집념으로 이들을 탐색해왔다. 다음은 한 천문학자의 외계행성 발견에 대한 집념을 잘 보여준다. 위의 다섯째 방법은 천문학자 반드캄 박사가 50년 동안 쓴 방법이다. 그는 바나드별의 경로를 연구하며 바나드별 주위에 두 개의 행성이 있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 방법은 엄청난 관측데이터를 분석하고 조그마한 별 경로의 변화를 발견해내는 일이었기 때문에 무척 어려운 과제였다. 그의 주장을 가리기 위해 다른 천문학자들이 그의 데이터를 집중적으로 분석했지만, 반드캄과 달리 행성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그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1995년 사망하기 전까지 바나드별 주위에 두 개의 행성이 있다고 믿었다. 아직도 이 논란은 결판이 나지 않았다. 앞으로 보다 발달된 첨단 관측기기의 정밀한 관측으로 이 논쟁의 종식을 기대해 본다.


(그림2) 전파방출 행성계 관측개념도^아레시보 전파 천문대에서 펄사 PRS 1257 + 12의 행성계를 관측하는 모습을 개념화한 것이다. 회전하면서 물질을 분출하는 펄사는 주변을 도는 행성으로 인해 전파신호가 달라진다. 관측자는 전파망원경으로 전파신호의 특성을 분석해 행성계를 발견한다.


발견된 것만 20여개

신빙성 있는 외계행성의 첫 번째 발견은 위의 첫째 방법을 사용해 이루어졌다. 제네바 천문관측소의 마이클 마이어 박사와 그의 대학원생 디디어 쿠엘로즈가 1995년 프로렌스학회에서 발표한 페가수스자리 51번별의 주위를 도는 행성이었다. 이 행성은 목성 질량의 0.47배이고 궤도 반지름은 0.05AU(1AU=태양과 지구 사이의 거리)이다. 태양과 수성의 거리는 0.387AU이므로, 수성보다도 가까운 곳에 토성보다도 큰 행성이 돌고 있는 셈이다. 이보다 조금 먼저 1994년 셋째 방법을 사용해 여러 천문학자들이 처녀자리 펄사 주위에 두 개 이상의 행성을 발견했다. 그러나 펄사는 보통별이 아니라 초신성이 폭발하고 남긴 중성자별이라 페가수스자리 51번별의 행성 발견보다 각광을 덜 받았다.

이후 첫째와 둘째 방법을 동원해 1999년 2월 현재 약 20개의 별 주위를 돌고 있는 행성들을 발견했다. 셋째 방법으로 지금까지 2개의 펄사에서 행성들을 발견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2개의 별 주위를 도는 먼지 구름층도 확인됐다. 한편 행성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기대되던 별들 중 21개 별은 행성을 갖고 있지 않음이 확인됐다. 그러나 관측장비가 정밀하지 못해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을 뿐, 이들이 아주 작은 행성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이 밖에 10개 이상의 별에도 행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으나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10여개 별 주위에는 목성 질량의 13배가 넘어 행성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갈색왜성(Brown dwarf, 질량이 비교적 적은 별이 거치는 일생의 마지막 단계)들도 확인됐다. 발견된 행성들은 아주 다양하다. 지구보다도 질량이 작은 행성부터 목성 질량의 10배 이상되는 행성도 있다. 궤도도 수성보다도 별에 더 근접해서 돌고 있는 행성도 있고 명왕성보다도 멀리서 도는 행성도 있다.

지난 4월 초에는 미국의 몇몇 천문연구기관에서 태양계와 유사한 외부 태양계의 존재를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이는 하나의 별을 중심으로 여러개의 행성이 공전하는 태양계의 모습으로서 외부 태양계의 존재에 대한 추측을 실제로 보여준 예이다.

이와 같은 발견은 우리가 살고 있는 태양계 외에 또 다른 태양계가 있지 않을까라는 과거부터의 궁금증을 풀어줬음은 물론이고, 외부 태양계에 생물, 그것도 지적생물이 살고 있지 않을까라는 궁금증과 믿음을 한층 더해주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발견들은 이제까지 연구돼 온 행성형성이론에 큰 진전을 가져다 줄 것이다. 이 분야를 연구하는 천문학자들에게는 희망의 서곡인 셈이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행성들을 보면 지구와 같이 생물체가 살기에 적합한 행성은 아니다. 그러나 앞에서 보았듯이 이제는 외계행성계가 흔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우리 태양만이 행성을 갖고 있다는 생각은 얼마나 오만한 생각이었는가를 새삼 느낄 수 있다. 앞으로 무수한 행성계들이 발견될 것이고 지구와 같이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한 행성도 곧 발견될 것이다. 그 별의 나이도 대충 계산돼 그 행성표면에서의 생물의 진화가 어느 정도 될 것인지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비교적 가까운 곳(1백광년 이내)에서 이러한 행성이 발견되면 이 행성과 교신을 시도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이 행성으로 무인탐사선을 보내는 것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엄청난 비용이 들겠지만 여러나라가 힘을 합하면 안될 것도 없다고 본다. 현재 주요 국가들이 소비하고 있는 국방비를 10%만 절약하고 투자하면 이러한 탐사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행성으로의 여행은 가능할까? 우주여행에 대한 꿈의 실현은 당장은 어려워도 과학과 기술이 더욱 발달할 미래에는 가능해 보인다. 단 우리 인류가 그러한 기술을 성취하기 전에 서로 싸워서 멸망하지 않아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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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김상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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