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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천체망원경을 고르려면

천체관측 ABC ②

배율은 고정돼있고 또 배율만이 망원경의 성능을 평가하는 유일한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

별은 보는 사람들만을 위한 '잃어버리지 않는 보석'이다. 아름다운 밤하늘을 수놓은 별에 매료돼 별들이 전하는 지식과 언어를 이해하고 더 깊은 밤하늘을 자세히 보기 위해서는 망원경이 필요하다. 광학기기 판매점이나 백화점에 가면 여러가지 형태의 천체망원경이 있다. 이번호에는 천체망원경을 처음 구입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에게 알맞는 천체망원경을 올바르게 선택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우선 가대의 종류와 광학계의 성능을 비교 평가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이미 천체망원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자신의 천체망원경에 대한 성능과 한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난호에서 굴절과 반사, 반사굴절식 망원경의 기본적인 종류를 배웠기 때문에 광학기기 판매점이나 국내외 과학잡지 광고를 보고 그 종류를 구별하는 데는 그리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전시장에서 판매원의 어슬프면서도 과장된 설명과 예쁜 여자모델을 배경으로 찍혀있는 외국 잡지, 화려한 카탈로그만 보고 몰라도 아는 척하며 고개만 끄덕거리다가 자신의 수준과 관측조건에 맞지 않는, 고가의 이동 곤란한 천체망원경 또는 천체망원경이 아닌 장난감망원경을 구입할 수도 있다. 이런 망원경을 구입하려면 달이나 몇번 보고 창고 속에 쳐박아 놓기 십상이다.

천체망원경 카탈로그를 보면 집광력 배율 분해능 등 많은 종류의 수치 데이터가 나열 돼 있다. 여러가지 수치의 혼란속에서 초보자가 후회하지 않을 망원경을 선택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먼저 천체망원경 지지방식에 따른 가대의 종류를 알아본 후 설명서에 나오는 수치는 무엇을 뜻하며 어떻게 만들어진 것이고 그 수치를 쉽게 이해하고 계산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수식을 겁내는 초보자들을 위해 복잡한 계산식을 가능한 한 생략하고 비교표를 통해 알아보자.

별을 추적하는 가대

천체망원경은 경통이 크고 무겁다. 높은 배율이 필요하기 때문에, 저배율의 쌍안경과 같이 손에 들고 보아서는 시야(보이는 부분)가 항상 흔들려 정확히 관측할 수 없다. 따라서 가대와 다리라고 하는 지지대에다 천체망원경을 올려놓고 그 위를 움직이며 천체를 관측한다.

망원경의 경통과 다리를 연결하고 움직이게 하는 부분을 '가대'라고 한다. 가대에는 망원경을 지지하는 부분인 '경통밴드'와 망원경의 방향을 바꾸는 '가동부'가 있다. 경통밴드는 망원경의 경통을 가대에 고정시키는 부분으로 쉽게 탈착이 가능하며 견고해야 한다. 가대는 목적물을 쉽고 확실하게 포착하기 위해서 흔들리지 않아야 하며 목적하는 천체의 움직임을 원활하게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 가대는 크게 경위대식과 적도의식으로 구별할 수 있다.

■ 경위대식(altazimuth mounting)

경통을 가로로 움직이는 장치(수평회전부)와 세로로 움직이는 장치(상하운동부분)의 조합으로 구성돼 있다. 경위대식은 상하 수평이동의 단순 명쾌한 가대이므로 초보자가 처음부터 별로 망설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형식이다. 가격도 비교적 싼 편이다.

단점은 동쪽에서 떠서 하늘을 가로질러 서쪽으로 지는 별들의 일주운동을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관측 도중 자주 상하 좌우를 이동하며 관측해야 한다. 고정촬영 이외에 노출시간을 길게 하는 추적촬영은 불가능하다.

굴절식 소형 천체망원경에 주로 쓰이며 뉴턴식 반사망원경에는 돕소니언식 가대가 주로 사용된다. 특히 돕소니언식은 그 구조가 간단하고 제작하기 용이하기 때문에 아마추어가 뉴턴식 반사망원경을 처음 자작할 때는 일반적으로 돕소니언식 가대를 만든다. 국내에서는 돕소니언식 가대를 생산, 판매하지 않고 있으나 외국에서는 중·대형반사경을 대량 생산해 돕소니언 가대와 함께 주로 안시관측용으로 저가에 판매한다.

■ 적도의식(equatorial mounting)

경위대식보다는 좀 더 복잡한 구조로 돼 있다. 지구의 자전축과 평행한 극축(polar axis)을 향해 장치된 회전축에 그와 직각으로 교차되는(즉 하늘의 적도를 향한) 회전축을 또 붙이고, 거기에 망원경을 장치한 구조다. 경위대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가이며 여러가지를 조정해야 하는 까다로움이 있다. 그러나 극축을 맞추고 한번 천체를 시야 속에 넣어 적위축을 고정시킨다면 그 후에는 적경축 한방향의 회전운동만으로 천체의 일주운동을 상쇄시켜 추적관측과 노출촬영을 할 수 있다.

또 적경축과 적위축에 적경환(시환) 및 적위환이라고 하는 눈금고리를 부착해서 목적하는 별을 쉽게 찾고 위치를 읽을 수 있으며 1항성일에 1회전하게 만든 추적모터(clock driver)를 적경축에 부착시키면 조정손잡이의 조작없이 자동추적이 가능하다. 고가지만 컴퓨터화 시킨 조정장치로 천체의 위치를 기억하고 출력하여 천체를 추적하게 해주는 액세서리도 판매되고 있다.

적도의식에는 적경축과 적위축을 설치하는 방법에 따라 여러가지가 있지만 아마추어가 사용하는 소·중형 망원경에는 다음 두가지 형태의 적도의가 주로 사용된다.

프라운 호퍼형이라고도 불리는 독일식 적도의가 있는데, 이는 경통을 적위축 한 끝에서 직각으로 들게끔 고정되어 있고 다른 끝에는 경통 전체의 중량과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균형추가 달려 있다. 소·중구경의 굴절식 망원경에 적합하고 최근에는 반사망원경에도 많이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적도의식을 이야기하면 이 독일식 적도의를 말한다.

경통이 커지고 부가장치가 많이 붙으면 이와 비례하여 무게균형추가 커지고 무거워지며, 연속적인 관측이나 사진촬영할 때는 망원경을 1백80˚ 회전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 또 극축이 짧으므로 다소 불안정하여 사진촬영에는 오차가 생기는 결점이 있다. 그러나 형태를 작게 만들 수 있으므로 분해 및 이동이 쉽고 구조가 아름다우며 천체의 어떤 방향에 대해서도 관측할 수 있고 용이하게 구동될 수 있어 독일식 적도의를 많이 사용한다.

포크형 적도의는 극축의 상단을 포크로 하고 이것에 망원경을 설치한 구조다. 경통 균형추가 없어도 되므로 무게를 줄일 수 있지만 초점거리가 길어지면 상대적으로 가대가 흔들리는 등 불안해진다. 북극성 주위의 별을 보기가 힘들기 때문에 굴절식이나 반사식에는 잘 사용하지 않고 일반적으로 경통길이가 짧은 반사굴절식에만 주로 사용한다.
 

적도의 식 망원경
 

구경에 따라 어떻게 보이나

천체망원경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빛을 모으는 힘, 즉 집광력과 상의 미세한 부분까지 분별할 수 있는 분해능이다.

인간의 눈에는 홍채라고 하는 조리개가 붙어 있어서 동공을 크게했다 작게했다 하며 수정체에 들어오는 빛을 가감한다. 동공은 보통사람이 가장 크게 열었을 때(어둠 속에서 밤하늘을 바라볼 때) 최대지름이 7㎜가 된다고 한다.

집광력은 망원경으로 보았을 때 망막에 들어오는 빛의 양을, 맨눈으로 보았을 때 망막에 들어오는 빛의 양으로 나눈 수치다. 대물렌즈의 유효지름(D)을 ㎜로 나타냈을 때
집광력은 ($\frac{D}{7}$)²이며 분해능=$\frac{116˝}{D}$다.

이렇듯 천체망원경의 전체적인 성능은 구경에 의해서 결정된다. (표1)에 아마추어가 주로 사용하는 대표적인 망원경의 구경별 성능을 정리해 놓았다.

어떤 망원경이든지 어두운 별을 보는 한계 능력이나 자세한 부분을 구별해서 보는 분해 능력은 그 망원경의 구경에 의해서 정해져 있는 것이다. 구경이 클수록 보다 희미한 천체가 보이고 밝은 천체는 보다 세밀하게 분리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표 1) 망원경의 구경별 성능
 

배율이란 무엇인가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망원경에 관한 오해 중에서 가장 심한 것이 배율에 관한 것이다. 배율은 고정적으로 정해져 있고 배율만이 망원경의 성능을 평가하는 유일한 것인 양 잘못 이해되고 있다. "이 망원경은 배율이 3백배까지 보인다. 4백배다, 5백배다, 6백배다"라는 터무니 없는 선전으로 포장된 망원경이 오히려 잘 팔리기까지 한다. 초보자는 천체망원경을, 대상물체를 무조건 확대해서 보는 것이라고 알고 있고 따라서 배율이 높은 망원경이 가장 좋은 망원경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배율이란 어떻게 결정되며, 그 효과는 무엇인가?

배율(magnification : M)이라고 하는 것은 망원경을 사용해서 보았을 때와 그냥 맨눈으로 보았을 때와의 비율을 말하며 광학이론상으로는 망원경의 대물렌즈나 제1거울(반사경 또는 주경)의 초점거리 f를 그 망원경에 부착시킨 접안렌즈의 초점거리 f로 나눈 값을 말한다.

배율(M)=$\frac{대물렌즈 혹은 반사경의 초점거리f}{접안렌즈의 초점거리}$

계산상으로는 대물렌즈의 초점거리를 길게 하거나 접안렌즈의 초점거리를 짧게 하면 배율이 높아진다. 그런데 천체망원경에 있어서 대물렌즈는 가격이 비쌀뿐더러 경통의 길이 변경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접안렌즈를 교환해서 배율을 변경하는 구조로 돼 있다(이와 반대로 현미경 등에서는 접안렌즈를 고정하고 대물렌즈를 교환해서 배율을 바꾼다).

예를 들자면 대물렌즈의 초점거리가 1천㎜라고 하고 접안렌즈의 초점거리가 10㎜라고 하면 그 때의 배율은 1백배가 되는 것이고 5㎜의 접안렌즈로 교체하면 배율은 2백배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망원경의 배율은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접안렌즈를 바꿔 끼우면 배율도 이에따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그러나 배율계산에 대한 공식을 어설프게 알아 초점거리가 아주 짧은 접안렌즈를 사용하든가, 대물렌즈의 초점거리를 길게 해주는 바로우 렌즈(Barlow lens)등을 이용하면 얼마든지 배율을 늘려서 고배율로 관측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배율에는 한계가 있다. 초점거리가 짧은 접안렌즈를 쓰거나 부가장치를 쓰면 무조건 배율을 높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여러가지 수치계산으로 최고배율을 정확히 결정지을 수 있지만 "망원경의 대물렌즈 지름을 ㎜수치로 나타낸 것이 그 망원경의 일반적인 최고배율이다"라고 알면 충분하다. 관측조건이 아주 좋은 날이라 하더라도 이 수치의 1.5배 이상은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그 이상은 과잉배율이 되어 상이 어둡고 핀트조차 맞춰지지 않아 흐려지며, 시야는 좁아지게 돼 보기에도 불편해진다.

이상으로 집광력과 분해능, 최고·최저배율에 관해 알아보았다.

정해진 능력 이상의 높은 배율로 관측한다고 해서 더 잘 보이지는 않는다. 특히 배율은 망원경 시야의 넓이를 결정한다. 일반적으로 배율을 높이면 보이는 시야도 좁아지게 되고 사출동이 작아져 상이 어둡게 되며, 배율을 낮추면 넓은 시야를 갖게 된다. 그렇다고 사출동공 이상으로 무작정 배율을 낮추면 빛의 손실이 생기게 된다.

천체망원경은 그 종류도 다양하고 같은 구경이라도 광학적 기계적 성능과 기본사양, 부가장치부착, 그리고 환율에 따라 가격변동이 심하므로 직접 판매점에 물어보아야 가격정보를 알 수 있다. 참고로 어린 초보자일 경우에는 7×50㎜ 쌍안경, 60㎜ 굴절과 100㎜ 반사 경위대식, 그리고 일반 초보자일 경우에는 100㎜ 굴절과 150㎜ 반사적도의식, 중급자의 경우에는 200~250㎜슈미트-카세그레인식이나 150㎜ 굴절적도의를 권할만하다.

가장 좋은 망원경은 자신의 관측수준에 맞고, 가장 많이 사용해 손에 익숙하며, 그 장단점을 모두 파악한 것, 그리고 주변장치를 고루 갖춘, 또는 갖추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표 2) 굴절망원경과 반사망원경의 비교


구입자 점검표

□ 적정한 예산으로 구입할 수 있는 최대구경과 가대는?
물론 구경이 크고 광학계가 좋은 비싼 것이 좋겠지만 그것을 감당할 금전적인 능력과 자신의 수준, 망원경이 얻을 수 있는 효과를 생각해야 한다.

□ 전체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조잡하게 만들어져 있지는 않은가?
가대의 연결부분이라든가, 기계적인 부분의 가공상태를 보고도 대체로 성능을 판단할 수 있다. 모든 조정 손잡이가 불편하게 배열돼 엉키지 않고 양손에 쉽게 들어오면 좋다.

□ 흔들거림은 없는가?
가볍게 두드린후 1~2초 이내에 진동이 멈추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상이 떨릴 가능성이 크다. 상하좌우로 흔들어 보았을 때 끄덕거림이 적어야 한다.

□ 기동성과 조립, 분해도는?
혼자 쉽게 운반할 수 있는지, 자신의 차에 들어갈 수 있는지, 운반용 상자가 있는지도 확인해야 하고, 최소의 공구로 조립 및 분해가 쉬워야 한다.

□ 드라이브 모터가 있는가?
천체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적도의식과 자동추적장치가 필요하다. 고정용이 아니라면 야외관측을 위해 건전지로 동작하지 않으면 곤란하다.

□ 주변 액세서리는 충분하며 추가시 쉽게 구할 수 있는 표준규격인가?
아이피스의 지름이 중요하다. 0.965"짜리는 일반적으로 사지 않아야 한다. 1.25"(미국 표준규격)가 좋다. 그리고 카메라 부착용 액세서리를 부착할 수 있어야 한다.

□ 어떤 접안경이 좋은가?
오르소나 프뢰슬 아이피스가 케르너보다 더 좋다. 그러나 좋은만큼 값이 비싸다.

□ 사후지원은 충분한가?
망원경은 한번 사면 거의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장비다.
문제가 생겼을 때 쉽게 수리 및 교체가 가능한가와 적은 추가비용으로 상위기종으로 교환이 가능하다면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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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이강순 기획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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