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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의 성차는 뇌의 기능차에서 비롯

뇌량 팽대부 남성보다 커 여성은 섬세

남녀의 성차를 뇌의 차이에서 찾으려는 연구가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래트 암수의 뇌세포 밀도차이(간뇌 시상하부)^왼쪽 위가 암컷이며 왼쪽 아래가 수컷. 암컷의 밀도가 높다. 오른쪽 위는 암컷에 남성호르몬을 주입했을 때로 밀도가 떨어진다.
 

'남자답다'라든가 '여자답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남녀의 성 차이는 과연 선천적인가, 아니면 후천적으로 형성되는 것일까, 이 문제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이긴 하지만 현재까지 명확한 답변을 준비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없다.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은 노는 패턴이 다르다. 남자아이들 장난감은 자동차류가 많고 여자아이들 장난감은 인형류가 많은 것을 놓고 어른들이 일방적으로 분위기를 조성한 결과라고만 생각하는 것은 지나치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분명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는 존재하는 것이다.
최근 신경과학자들은 남녀의 성차를 두뇌의 차이에서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준텐도 대학 의학부 교수인 아라이 교수의 견해를 중심으로 남녀의 성차와 관련된 이제까지 밝혀진 신경과학의 연구결과를 살펴보자.

새끼 원숭이가 노는 모습을 살펴보면 수컷은 활발하며 공격적인데 비해 암컷은 온순해 마스코트와 같은 인상을 준다. 만약 임신중의 어미에게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을 주사하면 여기서 태어난 새끼가 암놈이라도 노는 모습이 수컷과 구별하기 어렵다. 이 사실에서 원숭이 암수의 성차는 사회생활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출생전의 뇌호르몬에 따라 결정됨을 알 수 있다.

사람에게는 부신피질로부터 과잉의 남성호르몬이 분비되는 병이 있는데, 이 병이 임신중인 여성에게서 발병하면 이 여성에게서 태어난 여자아이는 자동차나 비행기 등 남자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좋아한다는 연구결과가 알려져 있다.

태어난 지 1주일 이내의 암컷 래트(rat)에게 안드로겐을 주사하면 이래트가 성장해 수컷의 성행동을 나타낸다. 수컷은 정소로부터 남성호르몬이 분비돼 그것이 뇌에 작용, 수컷의 성행동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암컷은 난소로부터 남성호르몬이 분비되지 않아 수컷화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남성호르몬이 암수의 성차를 결정하는 1차적 물질이라는데는 이의가 없다.

호르몬뿐만아니라 하드웨어로서 뇌 자체에도 성차가 인정된다. 어느 특정 뉴런(신경세포)의 수와 돌기의 길이, 그리고 시냅스의 수에도 성차가 있다는 것이다. 간뇌의 시상하부 앞쪽에 있는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면 수컷래트에 비해 암컷쪽이 세포수가 많고 덩어리가 크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곳은 암컷의 배란을 조절하는 부위로 알려져 있다.

반면에 수컷쪽의 세포가 많고 덩어리가 큰 곳이 있다. 성적이형핵(二型核)이라고 불리는 이곳을 파괴하면 수컷의 성행동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곳은 성적 각성에 관련된 것으로 생각된다. 암컷에게 태어나기 전부터 남성호르몬을 주입하면 성적이형핵이 커진다. 이것으로 보아 성적이형핵은 남녀를 유전적으로 구별하는 특징은 아니고 호르몬에 의해 세포의 수가 결정되는 곳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남녀의 성차가 현저하게 나타나는 곳이 또 있다. 오른뇌와 왼뇌를 연결하는 뇌량. 여성은 뇌량 뒷부분의 팽대부가 부풀어 올라 있는 반면에 남성은 그렇지 않다. 이 부분은 후두엽과 측두엽의 좌우 정보교환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시각과 공간인지에 관계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처럼 정보를 좌우로 연결하는 부분이 여성쪽이 크다는 것은 여성이 남성보다 정보를 밀도있게 교환한다는 의미. 이 사실은 여성이 남성에 비해 사물을 세밀하게 관찰하며 감정이 섬세하다는 가설을 입증해준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여자는 감정적이다'는 속설이 신경과학자들에 의해 증명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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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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