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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의 생사로 방탄조끼 만든다

운동에너지 흡수·분산능력 뛰어나

총탄의 운동에너지를 잘 흡수하고 분산시키는 거미의 생사는 낙하산의 소재로도 적합하다.
 

강인한 생사를 몸에 지니고 있는「골드 오브 웨버」
 

미국 육군은 방탄조끼를 제조하는데 듀폰사(社)의 케블러(Kevlar) 섬유를 주로 이용한다. 케블러섬유는 흔히 '철보다 강한 섬유'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케블러섬유보다 더 강한 방탄조끼의 신소재가 등장했다. 그것은 거미의 생사(生絲)다.

매사추세츠주에 위치한 나트릭연구센터(미육군 소속)의 분자생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이 거미의 숨은 능력을 밝혀냈다. 그곳 연구원중 한명인 스티븐 포시는 "케블러섬유는 끊어지기 직전까지 4% 가량 늘어나는데 비해 거미의 생사는 15%까지 신장되기 때문에 총탄의 운동에너지를 훨씬 효율적으로 흡수해 버린다"고 주장한다.

생사로 만들어진 거미집(줄)에 파리 등이 부딪치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파리의 운동에너지가 순간적으로 열로 변하면서 거미줄이 다소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되튀기는 서서히 일어난다. 파리가 그 반동력으로 거미줄에서 벗어나는 상황을 거미가 원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운동에너지를 흡수하거나 분산시키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방탄조끼의 소재로 거미의 생사를 주목하게 한 원인이다.

연구팀은 골든 오브 웨버(Golden orb weaver, 학명은 Nephila clavipes)종(種) 거미에서 생사를 뽑아냈다. 이 종은 강인한 생사를 다량 추출할 수 있는 거미로 원산지가 파나마다. 골든 오브 웨버의 7개의 분비선(gland)에서는 7종의 생사가 생산되는데 이들중 일부는 먹이를 꽁꽁묶는 일에, 나머지는 거미집을 제조하는 일에 쓰인다.

이번에 연구팀은 전기모터를 이용해 거미의 생사뽑기 작업을 했다. 거미의 생사 분비선에서 직접 생사를 얻은 것, 한번 작업에 3~5㎎의 생사를 뽑을 수 있었는데 이것으로 실을 만들 경우 길이가 3백20m 정도였다고 한다.

단순히 생사를 얻고 그 장점을 규명하는데 만족하지 않고 연구팀은 거미생사를 좀더 미시적으로 분석해 나갔다. 생사의 펩티드(peptide)구조와 더 나아가 단백질구조까지 밝혀내려고 연구를 계속하고 있는 것.

이 과정에서 생사를 녹이는 작업이 특히 어려웠다고 전한다. 물과 유기용매에 녹지 않아서 강산과 브롬화리튬 등을 씨서 간신히 용해시켰다고 한다.

포시는 "현재 우리는 거미 생사의 단백질 조성을 50% 정도 알아낸 상태다. 물론 우리의 최종목표는 생사 단백질의 구조를 완전하게 밝혀냄으로써 천연의 거미생사와 질적으로 동일한 인조 거미생사를 제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거미생사의 또 하나의 장점은 저온에 강하다는 점이다. 보통 -5O~60℃가 돼야 취약성을 보이기 시작하는데 이는 어떤 중합체(polymer)보다 추위를 덜 타는 셈이다. 이같은 성질은 낙하산 제조에도 거미의 생사가 유용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겨울철에 시베리아에서 낙하훈련을 한다고 하더라도 거미의 생사로 만든 낙하산은 결코 끊어지는 법이 없을 것이다. 또한 거미의 생사는 급작스런 부하(load)에도 잘 견디기 때문에 낙하산의 소재로는 제격이다.

멀지않아 거미의 생사로 짠 방탄조끼와 낙하산이 미군들에게 공급될 것이다. 또 이러한 군수기술은 늘 그러했듯이 민간기업에 이전돼 민수용품의 생산에 응용될 것이 분명하다. 거미는 어떻게 생사를 만들어내는가? 거미생사의 단백질은 어떤 구조로 이뤄져 있는가? 이 두 물음에 대한 명쾌한 답이 얻어지면 그 모든 기술은 미국의 몬산토사(社)에 제공될 것이다.

거미의 예에서 보듯이 각종 생물을 이용하는 생물재료학이 앞으로 크게 각광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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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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