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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렌즈 통해 조물주의 오묘한 섭리 느껴

한국꽃사진회

"흔히 볼 수 있는 꽃들도 카메라 렌즈를 통해 몇 배 확대해서 보면 인간의 솜씨로는 빚어낼 수 없는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꽃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꽃을 사랑하는 사람 가운데는 가만히 앉아서 내곁에 있는 꽃만을 사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산과 들에 나가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 꽃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국꽃사진회(회장 임운경·62)는 바로 그러한 사람들이 모여 만든 모임이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들여다보이는 꽃의 기기묘묘한 모습들에서 조물주의 오묘한 섭리를 느낄 수 있습니다. 회원들 가운데 식물에 조예가 깊은 사람은 드물지만 교사 사업가 회사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60여명의 회원들 모두 꽃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한결같습니다."
 

족두리풀


우리 꽃 야생화에 애착

꽃사진회 모임을 이끌고 있는 임운경 회장은, 꽃을 사랑하고 사진을 좋아하는 회원들은 틈나는대로 산에 올라 신비한 꽃의 세계에 빠져든다고 한다. 이들은 꽃이 피기 시작하는 이른 봄부터 야외에서 더 이상 꽃을 볼 수 없는 늦가을까지 주로 공휴일을 택해 야외정기촬영회를 갖는다. 그중에서도 꽃이 많이 피는 봄과 여름에는 수시로 꽃사진을 찍으러 나간다. 산에 꽃이 피지 않는 겨울철에는 식물원이나 온실, 꽃전시회장을 찾아 찍는다.

이들이 가장 큰 희열을 느낄 때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꽃을 처음 발견한 순간이다. 따라서 꽃사진회 회원들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한적하고 외진 곳을 주로 찾는다. 그러나 요즘은 높은 산 깊은 골짜기까지도 사람들이 몰려들어 꽃이 성한 곳이 드물다고 한다.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꽃을 처음 대할 때는 눈물이 날 정도로 감격합니다."

임운경 회장은 또 카메라를 통해 꽃을 보면 보통 때 발견하지 못하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흔히 볼 수 있는 꽃들도 카메라 렌즈를 통해 몇배 확대해서 보면 인간의 솜씨로는 빚어낼 수 없는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꽃사진회 회원들이 수많은 꽃 가운데서도 특히 관심을 두고 카메라에 담는 꽃은 우리나라의 야생화다. 들에 절로 피는 야생화야말로 가장 한국적인 꽃이어서 애착이 간다. 그러나 이 꽃은 원색의 강렬한 외국 꽃들에 비해 색깔이 연하면서 은은한 멋을 풍기기 때문에 더욱 아끼고 사랑한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야생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한가지 안타까운 게 있다. 한국 고유의 꽃을 소개한 책이 드문 데다 기존에 나와있는 책들마저 내용이 충실치 못해 이전까지 보지 못한 꽃을 발견해도 이름조차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은 것이 그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될 수 있는대로 보기 힘든 우리 꽃을 찾아내 사진에 담아두려 한다.
 

홀아비꽃대


지난 89년 30여명 모여 창립

한국꽃사진회는 현 임운경 회장을 주축으로 지난 89년 12월 30여명이 모여 창립됐는데, 현재는 회원이 60여명으로 늘었다. 임회장은 이 모임이 창립되기까지 10여년의 기간이 걸렸다고 한다.

"그동안 혼자서 꽃사진을 찍으며 꽃사진 전시회가 있으면 꼭 찾아가서 구경하고 꽃사진을 찍는 사람과 계속 연락을 취했습니다. 갈 수 없는 곳은 서신연락을 통해 정보를 주고 받았습니다. 그렇게 10여년간 지내니까 30여명의 동호인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임운경 회장이 사진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지난 66년 치과의원을 개업한 이후 주말 여가를 즐길 때마다 사진기를 가까이 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주로 찍었던 것은 폭포였다. 한 4년 남짓 폭포사진을 찍었으나 웬지 성에 차지 않았다. 이때 폭포를 찾아 오르내리는 산길에서 눈에 띄는 꽃들이 자꾸 카메라 셔텨를 누르게 했다.

"폭포보다 꽃들이 숫자가 많으니까 자주 눈에 띌 수밖에 없었지요. 새로 보는 꽃들을 한두 장씩 찍다가 79년 처음 해외여행을 나갔을 때 꽃사진을 찍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보지 못하던 꽃들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것이 아예 꽃사진만을 찍게 했습니다."

그가 운영하는 병원 원장실에는 의학서적보다 꽃사진 슬라이드와 꽃사진집, 식물도감 등이 더 많이 쌓여 있을 정도다. 지금까지 사진으로 찍은 꽃의 종류는 5천여 종류. 낱장으로는 수만 컷을 헤아린다.

그가 꽃을 쵤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순간은 바람이 불 때다.

"외과의사가 수술할 때 피 때문에 겪는 어려움과 같이 야생화를 촬영할 때는 바람이 제일 질색입니다."
 

개불알꽃


꽃사진 모아 도록낼 예정

꽃 가운데서 장미는 최고의 꽃으로 사랑받지만 5천여 종류의 꽃을 찍어본 그에게 제일 애착이 가는 꽃은 제비동자꽃이다. 이 꽃은 너도개미자리과에 속하는 다년초로 보기 드물고 생김새가 특이한 데다 짙은 홍색의 꽃이 매우 강렬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그는 꽃이라고 해서 다 보기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모양새가 작은 꽃이 뭉쳐서 피는 꽃은 그다지 보기 좋은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낱개로 하나씩 자세히 살펴보면 나름대로 생김새가 달라 그 존재가치를 깨닫기도 하죠."

그가 꽃을 촬영하면서 얻은 교훈은 식물의 강력한 생명력이다. 꽃을 피워내는 봉우리가 이미 지난 가을에 형성된 후 강한 추위를 견뎌내고 봄에 꽃망울을 터뜨리기 때문이다.

"이른 봄 삽도 안들어가는 언 땅을 뚫고 새순이 솟아나와 꽃을 피우는 식물을 보면 자연에 대해 외경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꽃사진회 회원들은 지난 해 4월 서울 롯데백화점에서 그동안 촬영한 전국의 알려지지 않은 꽃들의 사진을 모아 전시회를 가졌다. 이때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평을 얻은 꽃사진회는 내년에는 멀티비전으로 꽃을 보여주는 전시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들은 앞으로 지금까지 찍지 못한 꽃들을 찾아내 그것을 하나라도 더 사진으로 기록해 두는게 소망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촬영한 꽃사진을 한데 모아 도록을 엮어내는 것도 함께 이루고 싶은 욕심이다. 임운경 회장은 여기에 한가지 덧붙여 말한다.

"산에 가면 전에 볼 수 있었던 꽃들을 자꾸 볼 수 없습니다. 난 종류가 특히 심해요. 요강꽃은 내가 7~8년동안 촬영하려고 벼른 꽃인데, 아직까지 못찍었습니다. 어느 날 광릉 숲속에서 그 꽃을 발견했으나, 누가 이미 꺾어 갔더군요. 요강꽃을 촬영하는 게 내 꿈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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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임운경 회장
  • 김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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