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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뿔소

멸종위기에 놓인 '초원의 탱크'

5종의 코뿔소들이 모두 국제자연보존연맹 적색자료목록에 포함됐다. 이들이 이렇게 절종위기를 맞게 된 이유는?

코뿔소는 코끼리 버금가는 큰 몸집을 가진 포유동물이다. 피부는 두껍고 딱딱하며 앞발과 뒷발 모두 발가락이 3개인 초식동물이다. 머리 한 가운데에 1,2개의 뿔이 나 있다.

코뿔소의 뿔은 손톱과 같이 피부의 각질(角質)로 이뤄졌으며, 죽을 때까지 자란다. 이 뿔은 싸움을 하다 빠지면 다시 생긴다. 주둥이는 보통 연하고 감각이 뛰어나 먹이를 가릴 수 있다. 또 흰 코뿔소를 제외한 모든 종(種)은 주둥이 끝이 손톱과 같이 튀어나와서, 작은 풀을 뜯어 먹을 수
있다. 후각이 예민해 냄새를 잘 맡고, 청각도 뛰어나다. 반면 눈은 작고 시각은 둔한 편이다. 5, 6m 떨어진 곳의 물건조차도 잘 구별하지 못한다.


프랑스 동물원에서 지난 해에 태어난 아기 흰 코뿔소와 어미. 아기 코뿔소의 출생시 몸무게는 55kg이었다(왼쪽). 아프리카 케냐에서 서식하는 코뿔소. 아프리카 케냐에서 서식하는 코뿔소. 점점 그 수가 줄어들고 있어 동물보호론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오른쪽).


좌우는 잘 보지만···

또 눈이 머리의 옆쪽에 붙어있기 때문에 좌우는 잘 보지만 앞은 잘 보지 못한다. 이빨은 앞니와 송곳니가 퇴화됐고 속니는 3, 4/3, 4개이고 어금니는 3/3개다.

절종된 많은 코뿔소들의 선조들이 화석종(化石種)으로 발견되기도 한다. 옛날에 육상에서 가장 큰 짐승이었던 파라테륨도 코뿔소와 유사한 무리였다. 코뿔소는 현재 지구상에 2아과(亞科) 4속 5종이 남아 있을 뿐이며, 아프리카와 아시아 남부지방에 주로 분포한다.

코뿔소는 그 수가 차츰 줄어들고 있다.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이 지정한 절종위기에 처해 있는 국제보호동물이다(1990년 발행 IUCN 적색자료 목록에는 코뿔소의 5종 모두가 절종위기에 처한 종류로 명기돼 있다).

악어 큰 도마뱀 대모(바다거북의 1종) 코끼리 코뿔소 사향노루 고래류 등은 물질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어떤 종류는 절종됐고 일부는 절종의 위기에 놓여 있다. 국제자연보존연맹 세계야생생물기금(WWF)이 중심이 되어 이들을 국제보호동물로 지정해 놓았다. 절종위기에 놓인 야생동식물의 거래를 규제하는 협약(CITES) 등을 체결, 범국제적인 보호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렇지만 생물의학(生物醫學)의 연구, 동물원에서의 전시를 위해 고릴라 침팬지 타마린 긴팔원숭이 등이 수난을 겪고 있다. 또한 열대어 관상용식물 등도 비슷한 운명에 놓여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코끼리의 상아를 비롯해 코뿔소의 뿔, 사향노루의 사향, 악어의 가죽, 도마뱀의 가죽 등이 약용 장식품 공예품 등으로 수입되고 있다. 말하자면 국제적인 흐름에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정부의 강력한 시책과 업계의 자숙으로 이 동물들의 거래건수가 감소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아직도 근절되기까지는 요원한 실정이다.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서 정부는 '절종위기에 놓인 야생동식물 국제거래 규제에 관한 협약'에 곧 가입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서 외무부 환경처 산림청 및 문화재관리국 등에서 사전 보완작업을 벌이고 있다.

흙탕목욕을 즐긴다

코뿔소중 가장 대표적인 종(種)은 인도코뿔소(외뿔코뿔소)다. 인도의 앗삼과 벵골지역에서 서식하는 이 종은 풀이 무성한 습지대에서 흔히 발견된다.

이 인도코뿔소의 몸길이는 4.2m, 높이는 1.8m, 꼬리길이는 61~75㎝다. 또 몸무게는 수컷이 2천㎏ 내외, 암컷이 약 1천7백㎏이다. 이 코뿔소를 자세히 관찰하면 귀의 끝부분과 꼬리에 짧고 검은 색의 피모(被毛)가 있다. 뿔은 암수 모두 갖고 있으며 긴 것은 61㎝나 된다. 몸의 여러 곳에서 피부가 튀어나와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특히 어깨부분이 뚜렷하다.

인도코뿔소는 보통 홀로 생활한다. 그들의 서식지는 키가 큰 풀이 우거져 있고 습하기 때문에 먹이는 주로 풀 갈대 작은 나뭇가지 등이다. 흙탕목욕과 물을 좋아해 낮에는 거의 물속에서 지낸다. 아래턱에 난 송곳니는 매우 예리해서 다른 동물을 공격할 때 무기가 된다. 뿔은 한개다.

치식은 앞니 1/1, 송곳니 0/1, 속니 4/4, 어금니 3/3이다. 임신기간은 5백40~5백70일이고, 한번의 임신에서 단 한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새끼의 길이는 1m, 무게는 34~74㎏이다.

보통 때는 암수가 자주 싸우지만 번식기간에는 암컷이 수컷을 유인한다. 현재 7백마리 정도 남아있는 인도코뿔소는 세계 여러 동물원에서 사육되고 있으며 수명은 50년 쯤으로 추정된다.

제일 작은 수마트라코뿔소

한편 수마트라코뿔소(아시아 두뿔코뿔소)는 인도의 아삼지역을 비롯해 버마 태국 인도차이나 말레이시아 수마트라 보루네오 등지에서 서식한다. 산림지대에서 주로 생활하는 수마트라코뿔소의 몸길이는 2.5~2.8m, 몸의 높이는 1.1~1.5m, 몸무게는 1천㎏정도로 코뿔소무리중 제일 작다. 아시아에 사는 코뿔소는 대개 뿔이 한개인데 반해 수마트라종은 두개다. 앞에 난 뿔은 15㎝, 뒤뿔은 5㎝ 정도다. 뿔중에서 긴 것은 48~81㎝에 이른다. 몸에 짧은 털이 나 있지만 뚜렷하지는 않다. 털색은 분포지역에 따라 다르나 보통은 회색이다.

수마트라코뿔소는 보통 혼자서 생활하지만 때로는 암수가 함께 지내기도 한다. 앞니가 잘 발달돼 있으며 입술은 나무의 새싹을 먹기에 알맞다. 이들은 주로 작은 나뭇가지 나뭇잎 과일 등을 먹는다. 임신기간은 2백10~2백40일이고 한번에 한마리를 낳는다. 남획으로 인해 이 종은 전세계에 2백마리도 채 안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이 전문적으로 사육되고 있는 곳은 별로 없으며 인공사육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나 기술적인 문제가 남아있다.

흰코뿔소(넓은입코뿔소)는 남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에 주로 분포한다. 초원과 낮은 나무가 있는 곳에서 생활하는 흰코뿔소는 코뿔소중에서 가장 크다. 이 종은 몸길이가 3.6~6m, 몸의 높이 1.6~2m, 몸무게 2천3백~3천6백㎏이고 앞뒤에 뿔이 나 있다. 뿔의 길이는 60㎝ 정도이나 긴 것은 1.5m에 이른다. 몸은 담회색이며 입은 평평하다.

이 종은 낮은 나무가 자라고 있는 초원에서 2, 3마리의 가족을 이루며 살고 있다. 때로는 6, 7마리의 무리를 형성하기도 한다. 넓은 입은 나뭇가지 등을 먹는 것보다 땅에 있는 풀을 먹기에 편리하도록 발달돼 있다. 임신기간은 5백10~5백40일이고 한마리를 낳고 4~5년이 흘러야 번식이 가능하다.

동아프리카를 누비는 검정코뿔소

검정코뿔소(아프리카 두뿔코뿔소)는 사하라 사막 이남의 전지역에서 발견된다. 지금은 동아프리카에 주로 분포한다.

일반적으로 주변에 낮은 나무가 있는 지역에서 생활하는 검정코뿔소의 몸길이는 3~3.75m다. 또 몸 높이는 1.4~1.5m, 꼬리길이는 70㎝, 몸무게는 1천~1천8백㎏이다. 두개의 뿔이 나 있는데 앞의 뿔은 50㎝ 가량이다. 이들의 몸색깔은 회색이며 입은 끝이 뾰족하다.

검정코뿔소는 대개 단독생활을 즐기지만 암컷은 새끼와 함께 지낸다. 흰코뿔소에 비해 성격이 사나운 편인데 나무의 싹이나 작은 가지 등을 즐겨 먹는다. 가시가 난 아카시아나무 등도 잘 먹는다.

검정코뿔소는 시속 45㎞로 달린다. 이들의 임신기간은 5백30~5백50일이고 한번에 한마리를 낳는다. 새끼는 5년이 지나야 어미가 된다.

뿔을 얻기 위해 밀렵꾼들은 이 코뿔소를 남획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코뿔소무리중 검정코뿔소의 개체 수가 가장 많다. 전 세계에 1만1천~1만3천5백마리가 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검정 코뿔소 뿔의 절단면


자바코끼리 모두 합해야 1백마리 이하

자바코끼리는 한때 인도에서 인도차이나반도에 걸친 아시아 전역에 분포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인도네시아의 자바섬에 55마리가 생존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베트남에 15마리가 살고 있다고 한다.

그나마 자바코뿔소의 절멸을 방지한 것은 1921년 인도네시아가 네덜란드의 식민지였을 때 설치된 우중 쿨론(Ujung Kulon) 자연보호구 덕분이다. 그리고 인도네시아에서 활동한 자연보존의 대부격인 후거워프(Hoogerwerf)의 덕택이다. 면적이 7만6천헥타르(ha)에 달하는 우중쿨론은 인도네시아 제1의 자연보호구로서 자바의 서쪽 끝에 위치하고 있다.

자바코뿔소의 몸 높이는 1.5m이고 뿔도 작아서 볼품이 없다. 수컷의 뿔은 25㎝ 정도이고 암컷은 이보다 짧다. 어떤 것은 뿔이 아예 없다. 현존하는 코뿔소중 개체수가 가장 적으며 동물원에서 사육되고 있는 개체에도 드물다.

우황청심원의 원료로

코뿔소의 뿔가루는 북인도에서 최음제(催淫劑, 성적흥분제)로 사용되고 있으며 중국이나 극동의 여러나라에서는 해열제로 쓰인다. 또한 두통이나 심장 간장 등의 질병, 피부병의 치료약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가하면 코뿔소의 발굽 혈액 오줌 등을 재료로 하는 약물도 적지 않다. 동양에서는 그 약효를 실제로 믿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우황청심환의 원료로 수입되기도 했다.

그러나 화학적으로 코뿔소의 뿔은 케라틴덩어리에 불과하다. 즉 소나 영양류의 발굽 발톱 뿔 등의 성분과 동일한 단백질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동양에서 믿고있는 것과 같은 약리작용(藥理作用)은 없다. 만약 효과를 보았다면 그것은 단지 심리적 효과일 것이다. 또한 단검의 자루를 만드는 재료로 코뿔소의 뿔이 이용되기도 한다. 북예멘 사람들은 자신의 지위를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 전통적으로 몸에 지니고 다니는 잠비아라 불리는 장신구를 제작할 때 코뿔소의 뿔을 사용했다.

과거에는 코뿔소의 뿔로 만든 술잔을 사용하면 술에 독이 들어있는지 여부를 알 수 있으므로 독살을 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 코뿔소 뿔의 가루는 간질병이나 흑사병(페스트)에 특효가 있고 임산부의 분만시 고통을 덜어준다고 믿어 가루를 마시기도 했다. 또 중국인들은 가루를 마시면 늙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코뿔소는 모든 종이 국제보호동물이며 사라져가는 무리다. 한약재의 원료, 장식용 원료 등으로 마구 남획돼 개체수가 감소되고 또 분포권이 좁아지고 있어 범세계적인 보호대책의 수립이 요망된다. 이들의 절종을 방지하기 위한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을 때가 바로 지금이다.
 

코뿔소의 뿔을 일부러 잘라주고 있다. 밀렵꾼들이 뿔없는 코뿔소는 노리지 않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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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우한정 사무국장
  •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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