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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순환 초고속전철 제안한 김영구씨

환상 노선을 건설하고 노선주변에 소도시들을 세웠으면…

인터뷰 전국 순환 초고속전철 제안한 김영구씨


국내 고속전철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는 가운데, 동서전철이나 경부전철과는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환상(環狀)초고속전철을 건설해야된다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국토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해 서울~서해안~남해안~영남내륙~강원~서울로 이어지는 총 연장 7백89km의 전국순환 초고속전철 건설계획서를 낸 사람은 전(前)풍한방직 회장인 김영구씨(79). 김씨는 지난 69년에 이미, 현재 노선선정작업이 막바지에 이른 동서고속전철 건설계획을 정부에 제안한 바 있다.

김씨의 구상은 전국순환 환상노선에 시속 4백km의 자기부상열차를 도입하고, 서남해안과 강원 영남 내륙의 미개발지역에 40km 구간마다 인구 50만명 정도의 소규모도시를 20여개 건설한다는 것. 결국 이 소규모 도시를 한시간 내의 생활권으로 묶어 수도권 과밀현상을 극복하고 균형있는 지역개발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드는 예산은 용지보상비용과 초고속전철 선로건설 및 차량비용까지 포함 8조1천1백여원으로 잡고 있다.

김영구씨를 직접 만나 이러한 제안을 하게된 동기와 앞으로의 계획을 알아보았다.

50년대에 동서전철 착상
 

환상초고속전철 노선계획도


-환상초고속전철 건설계획은 개인이 제안하기에는 엄청난 계획이라 생각되는데 이러한 제안을 하게된 동기는 무엇입니까.

"설명하려면 길지요. 제가 처음 고속전철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54년도입니다. 생산기반의 바탕은 국토이고 국토를 신속하고 긴밀하게 연결시킬 수 있는 것중의 하나가 고속전철이며, 영동지방의 산업자원활용을 위해 동서전철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는데, 막상 시작해보니 보통 어려운 작업이 아니었읍니다. 자료부족, 기술수준의 낙후, 관심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14년 후인 69년에 2백여페이지에 달하는 '동서횡단 전기철도 건설계획서'를 완성했고 70년에 정부의 건설승인까지 났으나 시작하려는 순간에 풍한방직이 부도가 나고 말았읍니다. 전력을 쏟다가 마지막에 기력이 쇠한 셈이지요.
아무튼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오늘의 현실에 비추어 전국 순환 환상초고속전철을 다시금 제안하게된 것입니다."

외도(?)하지 않고 사업에만 전념했다면 어느 재벌 못지않게 큰 돈을 벌었을 것이라고 농담삼아 이야기하는 김영구씨의 고속전철에 대한 집념은 남다른데가 있는 듯하다. 이러한 집념은 기본적으로 김씨 특유의 국토개발론에 근거한 것이지만, 14년 동안 본업을 팽개치고 매달린 동서전철계획이 제대로 결실을 맺지 못한데서 오는 면도 없지 않은 것 같다.

- 이 계획이 알려지면서 일부에서는 개인이 이러한 제안을 하게된데는 어떤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갖고 있는데…

"제 나이가 내일 모레면 팔십입니다. 다른 어떤 생각을 하겠읍니까. 다만 일부에서 저항감을 보이는 것은 나라에서 할 일이 있고 개인이 할 일이 따로 있는데, 이 일은 정부가 계획해서 추진할 성격이라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제안은 개인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받아들여 객관적으로 검토하고 분석하여 타당하다면 그 추진 주체는 당연히 정부가 되어야겠지요."

-전국을 순환하는 환상노선은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경부전철 계획과도 다른 특색있는 노선인데, 노선선정에 따른 부동산에 관련된 이권이 있는 것 아닙니까.

"문제는 바로 그점에 대한 시각입니다. 제가 환상노선을 제안한 것은 경부선에 밀집돼있는 우리나라의 산업분포를 좀더 균형있게 넓혀나가자는 것입니다. 경부전철이 놓여진다고 해서 우리나라 국토개발이 새롭게 추진되는 측면은 거의 없읍니다.
초고속전철 주변을 따라 인구 50만명 규모의 '신소(新小)서울'을 20개 정도 건설하는 것이 바로 이 계획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읍니다. 여기에 일터를 마련하고 교통시설 교육시설 문화시설 등의 기본 도시골격을 만들어놓는다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여들지 않겠읍니까. 물론 이 '신소서울'들은 시속 4~5백km급 자기부상열차로 1~2시간내로 연결되어야겠지요. 기초 도시건설에 들어가는 경비 및 초고속전철 건설비는 연선(沿線)도시에서 얻어지는 지가상승분으로 충분히 감당해낼 수 있읍니다. 이를 부정적으로 보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읍니다. 저는 환상고속전철 노선 주변에 한평의 땅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신소서울'이야말로 과학기술시대에 걸맞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산업사회 초기에는 자연스럽게 도시가 형성되었지만 앞으로는 개발의지에 따라 특색을 갖춘 다양한 기능의 중소도시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

과학기술시대의 도시론

-현재 동서전철계획이 마무리단계이고 경부고속전철의 기술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이와는 전혀 다른 제안을 해 혼란이 생기지 않을까요.

"왜 잔잔한 호수에 돌팔매질을 해 파문을 일으키느냐는 것이지요. 저는 경부고속전철에 반대하기 위해 이안을 낸 것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고속전철건설에 대한 사회적분위기가 형성돼있는 지금 시기야말로 가능한 모든 형태의 아이디어를 모아 미래를 대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경부전철의 타당성조사를 한다면 이 기회에 환상노선도 동등한 조건으로 비교검토해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 비록 그 결과 경부전철로 귀결되고 환상형이 차후로 미루어진다하더라도 헛수고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제안서만 던져놓고 '나몰라라'할 수는 없지 않읍니까.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실 생각입니까.

"책임을 져야겠지요. 우선 이 계획을 검토하고 추진할 수 있는 주체를 구성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능하다면 여기에는 경제기획원 교통부 건설부 과기처 등 관련 부처 및 연구기관 등에서 모두 참여했으면 합니다. 아마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1차적으로 거기까지가 아닌가 합니다. 나이도 있으니깐요. 요즘은 이일로 사람 만나는 일이 일과입니다."

관련자들을 만나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 그 다음 단계를 이야기하고, 부정적인 견해면 또만나 설득하는 고집스러움은 팔십노인네 같지가 않다는게 주위의 이야기다. 자식들한테는 이런 골치아픈 일은 절대로 넘겨주지 않겠다고 말하는 김영구씨는 이번에 제기한 건설계획서 이상을 나름대로 준비하고 있는 듯하다. 나이가 있다고 하지만 건강에는 자신이 있다는 표정이다.

"술도 안마시고 골프도 안친다고 해서 자식들한테 '사업을 못한다'는 비판을 자주 받지만 '뒷물 출입'을 한번도 한적이 없는 자기 스타일이 훨씬 편하다"고 말하는 김영구씨는 외국 용역회사에 국토에 관련된 조사를 맡기는 것을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이번 건설계획서를 만들때도, 자기부상 초고속열차에 대한 도움을 받은 서독이나 일본에서 노선 기본계획도를 보내달라고 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했고 자신과 과거에 동서전철계획서를 작성한 팀을 다시 불러모아 노선계획을 확정했다고 한다.
아무튼 환상초고속전철 제안이 어떠한 결실을 맺을지 모르지만 고속전철에 관한 논의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계기는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

1989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김용해 기자
  • 김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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