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로의 도약을 의미하는 한빛탑에 오르면 박람회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보통신관에서는 첨단통신기기가 창출해내는 21세기의 모습을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다.
올해 최대의 과학기술 이벤트, 대전 엑스포. 우리가 미국의 시카고엑스포에 참가한 지 꼭 1백년이 되는 해에 우리 힘으로 개최하는 대전 엑스포에는 우리나라 과학기술발전에 일익을 담당한 기업들이 중심이 돼 주제관을 운영한다. 자연생명관 정보통신관 우주탐험관 지구관 소재관 등의 일정한 주제 아래 그동안 개발된 첨단 과학기술 관련 제품들이 다양하게 선보일 것이다. 특히 주제관은 1회성 전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엑스포가 끝난 이후에도 '과학공원'으로 이어져 국민들의 과학기술 이해에 큰몫을 담당할 예정이다.「과학동아」에서는 엑스포가 개막되기 직전까지 우리나라 과학기술력을 총집결한 주제관의 내부 모습을 상셍히 연재할 계획이다. 그 첫번째 순서로 이번호에서는 대전 엑스포의 상장이라고 할 수 있는 '한빛탑'과 미래정보통신 세계를 한자리에 모아놓은 '정보통신관'을 소개한다.
대전 한밭벌에 드넓게 자리잡은 엑스포장을 꿈돌이 로봇의 인사를 받으면서 들어서면 엑스포 상징탑이 하늘을 향해 도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탑의 이름은 한빛탑. "지혜로운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와 미래를 잇는 한줄기 빛"이란 의미를 담고 있는 이 탑은 한국화약그룹에서 1백20억원을 들여 건립하고 있다.
「빛의 과학」으로 환상적 분위기 연출
우선 외형을 살펴보면 높이는 93엑스포를 상징하는 93m. 관람객들이 올라가서 박람회장 전체를 조망할 제1전망대는 지름 32m의 원형고리로 약 3백명이 동시에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탑이 위치하고 있는 광장 바닥에는 성도(별자리 지도)와 팔괘가 새겨져 있으며, 탑의 하단부는 과거를 상징하는 첨성대의 석벽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화강암으로 건축되고 있다.
탑의 중앙부(제1전망대)는 현재를 상징하는 의미에서 첨단과학기술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우주정거장 모습으로 설계됐다. 전망대의 총무게는 4백t으로 지상에서 조립해 40m 높이까지 끌어올렸다.
미래를 상징하는 탑의 상단부는 '미래에의 도약'을 의미하게끔 약간 차가우면서도 빛의 반사가 잘 이루어지는 스텐레스스틸로 만들어진다. 높이 55m 지점에는 제2전망대가 마련돼 있으나 일반에게는 공개하지 않으며 현장 중계를 담당하는 언론사가 사용할 예정.
관람객은 탑 안에 들어가서 2백70도를 돌아야 승강기 앞에 이른다. 이 동안에 감상할 전시물은 '라이팅 아트'(lighting art)가 연출해내는 빛의 예술. 라이팅 아트란 반사 굴절 간섭 회절 등 빛의 과학적 성질을 활용하여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하는 현대 표현예술의 한 분야다. 92년 세비아 박람회의 일본관에서는 라이팅 아트를 이용한 여러가지 빛조형물이 등장해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고 한다.
승강기에 올라서면 환상적인 우주여행이 시작된다. 승강기에서는 3백60도 트인 유리창을 통해 은하 등 우주와 관련된 그림들이 탑 하단부에서부터 전망대까지 연속적으로 펼쳐진다. 특히 이 그림들은 자외선에서만 발광하는 무기형광도료가 발라져 있어 보통의 그림을 보는 것과는 매우 다른 분위기를 느낄 것이라고 담당자는 밝혔다. 1층 바닥에는 레이저 방출기가 위쪽으로 계속해서 레이저 빛을 뿜어낼 계획.
전망시설로는 망원경과 쌍안경이 설치될 예정이며, 전망대 내부에는 불꽃놀이를 광섬유로 표현한 조형물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야간을 위한 조명효과도 고려 중인데, 탑의 눈에 해당하는 두개의 스카이 빔이 화려한 빛을 발하면서 눈망울을 굴릴 예정. 스카이 빔은 일종의 서치라이트로 컴퓨터를 통해 빛의 색과 세기, 방향 등을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다.
또하나 탑 자체를 인공위성이 로켓에 실려 발사되는 모습으로 연출시키기 위해 전망대 하단부에 다운 라이트(down light)를 설치하고 안개연기를 뿜어낼 예정이나, 풍속이 워낙 강하면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에 설치를 고려 중이다.
한빛탑은 92년 말 현재 80% 이상의 공사진척도를 보이고 있으며 5월까지 내부 전시물을 비롯한 모든 공사를 완료할 예정이다.
인간과 통신
앞으로의 사회를 정보화사회라고 한다. 생산을 통한 재화의 가치 창조 이상으로 정보의 효율적인 활용이 중요하게 부각되는 사회를 말한다. 정보화사회의 기반은 역시 통신수단의 발달. 어떤 통신수단이 자리잡느냐에 따라 정치 사회 문화는 물론 인간의 생활양식조차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엑스포 주제관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며 다양한 모습을 선보일 곳은 한국통신에서 주관하고 있는 정보통신관이다. "단순한 통신기기의 나열식 전시가 아니라 정보통신이 인간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심도 있게 추적하고 있다"고 실무책임자인 강상규부장은 밝혔다.
정보통신관은 크게 두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하나는 궤도전시장과 영상관이 자리잡고 있는 정보통신주제관이며, 또 하나는 관람객들이 직접 통신기기를 조작해보고 원리를 체득할 수 있는 첨단통신전시관.
주제관을 들어서면 우주돔 천장을 가진 텔레콤플라자가 관람객을 맞는다. 버튼 하나로 세계 주요 도시의 언어나 풍속을 보여주는 안내정보시스템이 중앙통신탑 아래에 자리잡고 있고, 거대한 지구본 위에는 통신위성이 떠서 각국간의 통신을 중계하는 모습이 보인다.
5분 동안 텔레콤플라자를 살피고 난 후 왼쪽으로 꺾어지면 비디오텍스 화상전화 등 간단한 통신기기가 곳곳에 설치된 휴식공간이 나타난다. 나무와 벤치 등이 첨단 통신기기와 어울려 조화를 이루고 있어 미래의 공원이 어떤 모습일까를 충분히 상상케 한다.
텔레파크를 지나면 주제관의 하일라이트인 라이드쇼(ride show)가 펼쳐진다. 궤도차를 타고 '전기통신의 어제 오늘 미래'를 관람하는 라이드쇼는 총 48장면으로 구성돼 있다. 장면마다 로봇이나 특수조명, 영상세트를 이용해 실제와 같은 상황을 생동감 있게 연출할 예정이다. 4인승 차량 약 1백60대(초속 0.45m로 성인이 걷는 속도)가 콘베이어벨트처럼 돌아가면서 보여주는 라이드쇼는 15분 동안 천지창조에서부터 우주여행이 일상화 되는 21세기까지를 '통신의 변천사'를 중심으로 보여준다.
"최초로 인간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다. 그러나 얼마나 소중한 소리인가. 서로를 부르고 명령하는 소리, 즉 통신의 기초인 말(언어)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그 말로 인해 포악한 맹수는 인간들에게 무릎을 꿇는다." 다섯번째로 등장하는 장면에서 비로소 '인간과 통신'의 원초적 관계가 설정된다. 이어 북과 징, 파발마, 봉수대가 이어지며 통신이 인간 생활에 얼마만큼 중요한지를 사실적 장면을 통해 보여준다. 우리 조상들의 뛰어난 발명품이라고 할 수 있는 팔만대장경과 금속활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그리고 한글이 창제되는 모습이 정교한 미니어처와 영상기법을 복합적으로 사용해 표현된다.
번개 치고 천둥소리가 들려오면서 전구에 불이 들어오는 장면은 인류의 전기 발명을 상징한다. 이어 전신 전화가 탄생하면서 근대 통신혁명이 일어나는 과정도 상세히 소개된다. 이 장면들의 특징은 통신수단이 초점이 아니라 그로 인해 생활상이 어떻게 변하는가를 집중적으로 추적한 데 있다.
우편제도가 발달하고 신문이 등장해 국민들이 통신의 중요성을 체험적으로 깨닫는 과정이 묘사된다. 소년이 거리에서 독립신문 호외를 외치는 모습이 음향효과와 함께 표현됨으로써 관람객들에게 당시 독립을 바라는 마음이 얼마나 간절했는가를 전달해준다.
라디오와 텔레비전의 탄생에 이어 자동전화가 널리 보급되고 방송통신위성이 위력을 보이는 장면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모습이 종결되고, 미래에 이루어질 통신혁명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재택 유엔총회
미래의 첫장면은 재택유엔총회. 10년 후라는 자막과 함께 서울의 모습이 보이면서 한국 대표가 모니터를 통해 아프리카 유럽 남미 아랍 대표들과 선진국의 관세장벽에 대해 토론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다른 나라의 대표들도 마찬가지로 자국의 모니터를 이용하고 있다.
'미래도시'. 2050년 한국의 가정생활을 묘사하고 있다. 창문 밖으로는 자기부상열차가 숨죽이며 총알같이 지나가지만 집안에는 아무런 진동도 없다. 외국에 출장중인 아빠가 딸의 생일날 홀로그램 모니터를 통해 딸과 대화하고 있고, 그 옆에는 로봇개가 앙증맞게 앉아서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컴퓨터를 두들기며 간단한 명령으로 무인 트랙터를 움직이며 온도와 습도센서를 채용한 스프링클러가 스스로 작동하는 장면은 미래 농업의 한단면을 연상케 한다. 수중에 세워진 각종 연구소와 관광시설은 20세기의 인류가 푸른 녹지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 이상으로 포근하게 느껴진다. 건물과 건물 사이의 투명관을 유유히 달리는 수중열차의 모습도 눈에 띈다.
해저광산에서는 망간단괴를 비롯해 여러종류의 광물이 제련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처리하는 공장도 바다속에 세워져 있다. 우주로의 진출도 눈부시다. 화면 가득히 무수한 별이 보이고 고요한 우주바다를 헤엄쳐 움직이는 인간의 모습이 무척 평화롭게 느껴진다. 지구궤도 곳곳에는 우주정거장이 설치돼 달이나 화성 여행의 중간기지로 활용되고 있다. 진공이라는 특수 조건을 활용한 순도 높은 수정 생산 등 우주산업도 활발하다.
미래의 도서관은?
라이드쇼를 관람한 후에는 멀티슬라이드 극장에 들어가 역동적인 슬라이드 영화를 한편 보게 된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확정이 안된 상태. 멀티슬라이드 프로젝트 60대와 레이저시스템, 특수 음향시스템이 어우러져 복합영상매체의 진면목을 보여줄 예정이다.
정보통신 주제관이 수동적인 자세로 지켜보는 관람의 형태라면 첨단통신전시관은 직접 통신기기를 다루면서 그 효능을 체험하는 배움의 장소. 우선 '탐구의 장'을 들어서면 통신의 기본이론을 체험을 통해 배울 수 있다. 위성통신과 광통신의 원리, 그리고 화상이 어떻게 전달되는가를 보여준다.
캡슐 입구에 들어서면 CCD 카메라가 관람객의 모습을 모니터에 나타내준다. 그 중에서 마음에 드는 장면을 터치스크린을 통해 선택하면 화면이 멈춰진다. 이를 원하는 다른 모니터에 전송하고 그 곳으로 가서 자신의 모습을 컬러프린터로 뽑아낸다.
'미래의 도서관'에서는 각종 정보를 문자 그림 소리와 함께 움직이는 영상으로 찾아볼 수 있다. 시나 소설 중에서 제목을 선택하면 배경화면을 바탕으로 책의 내용이 모니터에 나타나며 작가의 작품세계, 작가의 초상 등이 문자와 그림으로 곁들여진다. 물론 소리정보도 동시에 제공된다. 유전자 항목을 선택하면 DNA 이중나선 구조가 입체적으로 나타나며 DNA의 역할이 생동감 있게 표출된다.
'정보 확산의 장'에서는 현재 일부 시행되고 있는 원격영상회의 비디오텍스 개인용휴대폰 등은 물론 원격의료진단서비스나 영상응답서비스 등의 실제를 경험할 수 있다. 산간벽지나 지방도시에서 입력된 자가진단 자료(영상자료 포함)는 대도시의 종합병원에 전송되고 이를 전문의가 정밀진단해 그 결과를 환자에게 전송하는 시스템이 가상으로나마 표현된다.
재택사무실로 활용되며 홈쇼핑 홈뱅킹이 가능한 '정보화 가정'에는 멀티미디어가 설치돼 영화감상은 물론 미술감상까지도 화면으로 할 수 있다. 부엌에는 버튼 하나로 조작이 가능한 다양한 가전제품이 가정부로봇의 지휘를 받으며 요리를 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물론 외출 중에도 전화로 집안의 가전제품을 콘트롤할 수 있다.
한국통신이 5백25억원을 들여 건설하는 정보통신관은 엑스포 이후에도 중부지역 정보센터로서 국민계도와 교육의 장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정보통신관은 전체적으로 정보통신혁명이 가져올 여러 혜택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했으며, 또 관람객들이 피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직접 참여하는 형태의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다. 그러나 정보통신혁명이 가져올 '장미빛 미래'만을 일방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이로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측면에 대해 관람객들이 경각심을 갖게 하는데는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통신혁명에 따라 다소 소원해질 수 밖에 없는 인간관계에 대처하는 문제라든가, 프라이버시 침해 등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