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적우적, 와그작와그작, 파사삭! 무슨 소리냐고요? 쓰레기통들이 2차 방정식의 근의 공식을 먹어치우는 소리죠. 그동안 골머리를 앓게 하던 복잡하고 귀찮은 근의 공식 대신 쓸 수 있는 편리한 풀이법이 공개됐거든요!
2019년 12월 16일, 지난 4000년 동안 근의 공식으로 고통받던 전세계 사람들을 구원할지도 모를 논문이 공개됐습니다. 미국 카네기멜론대학교 수학과 교수인 포-쉔 로는 ‘근의 공식에 대한 간단한 증명’이라는 논문에서 평균을 이용해 2차 방정식을 쉽게 풀 수 있는 방법을 소개했습니다.
지금까지 2차 방정식을 풀 때 주로 사용하던 근의 공식은 x에 관한 2차 방정식 ax²+bx+c=0(a≠0)에서 유도한 식(아래)에 각 계수를 대입해 근을 구합니다. 반면 로 교수는 두 근의 평균을 이용한 방법으로 계산 과정을 단순하게 만들었습니다.

아래 칠판을 따라 풀어보면 실제로 근의 공식 없이도 문제가 금방 풀리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은 모든 2차 방정식에 대해 성립하니, 아무 2차 방정식이나 자유롭게 만들어서 한번 확인해보세요!

수학 교과서, 바뀔까?
이렇게 쉬운 방법을 왜 그동안 찾지 못했던 걸까요? 로 교수는 새로운 방법을 찾은 뒤 수많은 수학 서적을 뒤졌으나 같은 알고리듬을 쓴 해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각 단계의 일부는 이미 기원전에 발견된 내용이란 걸 알아냈죠.
예를 들어 더해서 B가 되고 곱해서 C가 되는 두 수가 2차 방정식의 근이라는 사실은 16세기 프랑스 수학자 프랑수아 비에트에 의해 밝혀졌고, 더해서 B가 되는 두 수의 평균이 B/2라는 사실은 바빌로니아, 그리스 수학자들에 의해 기원전부터 밝혀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각각의 사실을 하나의 단계로 엮어 2차 방정식 풀이에 적용한 공식적인 논문이나 연구가 널리 알려진 적이 없었던 거죠.
로 교수는 논문을 통해 “근의 공식에 대한 4000년의 역사와 그동안 증명을 마주했을 수십 억 명의 사람들을 생각할 때 이 방법이 오늘날까지 인간의 발견을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이 방법이 알려지거나 가르쳐지지 않았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브렌트 요기 미국 헨드릭스칼리지 수학 및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놀라운 논문’이라며, ‘수학자가 기초적인 수학에 관한 논문을 발표한 것과, 그것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쓴 것도 주목할만하다’며 자신의 수학 블로그에 로 교수의 논문을 소개했습니다.
4000년의 역사를 건너 이제야말로 2차 방정식 근의 공식과 이별할 날이 온 걸까요? 오래된 2차 방정식 교육법이 바뀌고 새로운 수학 교과서가 쓰이게 될지 기대됩니다.
참고자료
Po-Shen Loh ‘A Simple Proof of the Quadratic Formu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