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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사] XR 콘텐츠부터 게임까지, 국가유산 디지털콘텐츠 페어

▲김태희
 

 

10월 11일 금요일, 오전 10시. 서울 코엑스에서는 2024 국가유산 디지털콘텐츠 페어가 한창이었다. 특히 이날은 제3회 국가유산 디지털콘텐츠 경진대회 시상식이 열리는 날이었다.

 

시상식에 앞서 현대적으로 해석한 전통 한복을 유명 캐릭터에 적용해 일러스트로 그리는 흑요석 작가(본명 우나영)의 강연이 진행됐다. 흑요석 작가는 2024년 6월, 국가유산청의 홍보대사로 위촉돼 앞으로 한국 유산의 세계화를 위한 콘텐츠를 제작할 예정이다.

 

전통 문화유산을 현재의 즐길거리로 재생산하고 미래의 문화 자산으로 재구성하는 방법엔 또 무엇이 있을까. 그 답을 많은 이들에게 직접 들어보고자, 2024년 7~9월 제3회 국가유산 디지털콘텐츠 경진대회가 열렸다. 

 

▲김태희
다니엘 사르프라즈 UNIST 디자인학과 연구원(왼쪽)은 지도교수인 김관명 교수(오른쪽)의 제안으로 2024년 국가유산 디지털콘텐츠 경진대회에 참여했다.

 

총 19개 작품이 제시한 새로운 국가유산 향유법

 

국가유산 디지털콘텐츠 경진대회는 총 2개 분야로 개최됐다. ‘국가유산 디지털 기획콘텐츠’와 ‘국가유산 3D 데이터 제작’이다. 각 분야는 학생부와 일반부로 나눠 접수 및 심사가 진행됐다. 2024년에는 총 19개 작품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시상식에 앞서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이번 수상작들이 “국가유산에 대한 새로운 향유 방법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분야와 부문별 시상식이 완료된 뒤, 수상자들이 연단에 올라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2024년 처음 신설된 외국인 부문 특별상을 받은 다니엘 사르프라즈 UNIST 디자인학과 석사과정생이었다. 파키스탄의 최고 대학인 카이디아잠대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한 뒤 UNIST로 유학 온 사르프라즈 연구원은 지도 교수인 김관명 교수의 제안으로 이번 경진 대회에 참가했다. 김 교수가 제자에게 대곡천 유물을 소개했다.

 

반구대 암각화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 암각화다. 국보로 지정돼 있을 뿐만 아니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 목록에 올라 정식 등재를 준비하고 있는 국가유산이다. 하지만 약 4000년 전, 선사시대에 그려진 고래 그림을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은 쉽지 않다. 교통편이 마땅치 않을 뿐만 아니라, 도착해서도 대곡천 맞은편에서 망원경을 통해서나 그림 몇 점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르프라즈 연구원은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를 비롯한 대곡천의 유물을 확장현실(XR)로 구현한 보존 및 홍보 방안을 제시했다. 대곡천에는 천전리 각석과 정몽주의 유배지가 있다. 사르프라즈 연구원은 유적을 찾아가는 길부터 유물까지 약 4개월에 걸쳐 직접 촬영한 뒤, 언리얼 엔진을 사용해 3차원으로 구현했다. 사르프라즈 연구원은 “XR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처음이라 언리얼 엔진에서 코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며 웃었다.

 

국가유산청도 사르프라즈 연구원이 개발한 콘텐츠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신성희 국가유산청 국가유산산업육성팀장은 과학동아와의 e메일 인터뷰를 통해 “대곡천 유물 XR 콘텐츠를 보고 한국 문화유산을 세계화하는 정책에 대해서 고민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국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음식과 대중문화를 넘어 역사와 유산에 이르는 시점임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국가유산청
국가유산 디지털콘텐츠 페어에서 흑요석 일러스트 작가가 한복이라는 국가문화유산을 현대 캐릭터로 재탄생시킨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김태희
김종빈, 남도현 학생은 ‘프로젝트 창덕궁’이란 로블록스 게임을 개발해 디지털 기획콘텐츠 학생 부문의 최우수상을 받았다.

 

로블록스부터 스크래치까지, 게임으로 재탄생한 국가유산

 

학생부 수상작에선 국가유산을 게임으로 재탄생시킨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디지털 기획콘텐츠 부문 학생부 최우수상을 받은 김종빈(경기 호평고 1학년), 남도현(경기 호평중 3학년) 학생은 창덕궁을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로 구현한 뒤 체험 요소를 추가했다. 로블록스는 사용자가 게임을 프로그래밍하고, 다른 사용자가 만든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세계적인 온라인 게임 플랫폼이다.

 

창덕궁 프로젝트는 ‘창덕궁의 낮’과 ‘창덕궁의 밤’으로 나눠 주간 콘텐츠에서는 문화유산 투어, 야간 콘텐츠에서는 궁을 배경으로 한 방탈출형 게임으로 구성됐다. 창덕궁의 밤엔 좀비를 피해 창덕궁에서 탈출해야 하는데, 이때 낮에 살펴본 창덕궁의 건축 및 역사적 정보가 이용된다.

 

창덕궁을 어떻게 로블록스로 구현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남도현 학생은 “여러 지도에서 제공하는 로드맵을 활용하고, 로드맵에서 얻기 어려운 요소는 직접 창덕궁에 가서 촬영한 뒤 게임에 반영했다”고 대답했다. 두 학생은 목적을 갖고 방문한 창덕궁은 “평소와 다르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사실 이전까지는 문화유산에 큰 관심이 있는 편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대회를 준비하면서 직접 창덕궁에 가고, 각 전각에 대해 공부하면서 유산과 역사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국가유산 시간 여행 게임도 있었다. 류효민(채드윅송도국제학교 7학년) 학생은 학교에서 배운 블록형 프로그래밍 언어, 스크래치를 활용했다. “해외여행을 가면, 자연스럽게 그 나라 유산에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런데 한국에 여행 오는 외국인들은 아직까지 음식이나 문화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았어요.” 이런 이유로 류효민 학생은 “외국인들도 재밌게 한국 문화유산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시간 여행은 청동기시대부터 시작된다. 게임 이용자들은 이후 삼국시대와 조선시대를 거쳐 현재로 돌아오기 위해 시대별 대표적인 국가유산을 공부하고 이후 퀴즈를 풀어야 한다.

 

게임으로 재탄생한 국가유산은 심사위원단의 호평을 샀다. 심사위원단을 이끈 문화재 디지털 복원가, 박진호 고려대 ARMR 시스템콘텐츠 융합연구단 연구교수는 “국가유산을 게임으로 즐길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대중화의 외피를 입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게임이야 말로 더 많은 사람들이 재밌게 국가유산을 향유할 수 있는 방법이란 것이다.

 

한편 국가유산청은 앞으로도 계속해 국가유산 디지털콘텐츠 경진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5000년 역사 동안 쌓여 온 국가유산이 과학기술과 함께 꽃 피는 순간을 함께 향유해보자. 

 

▲김태희
류효민 학생은 학교에서 배운 블록형 프로그래밍 언어인 스크래치로 시간 여행 컨셉의 국가유산 퀴즈 게임을 개발해 장려상을 받았다.

 

▲국가유산청
2024 국가유산 디지털콘텐츠 경진대회 시상식에서 총 144개의 제출작 중 19개 작품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 기사는 국가유산청의 제작지원으로 진행된 광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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