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아직까지는 석유에 비해 떨어지는 면이 많지만 생물공학기술을 적극 이용하면 바이오매스는 석유대체물질로 손색이 없게 될 것이다.
동식물 또는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에너지가 인류의 미래를 보장해줄 것이다. 즉 생물이 생성하거나 배출하는 유기물에서 얻어지는 에너지가 석유나 석탄 등 화석연료를 대체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것이 바이오매스(biomass)에너지인데 이 에너지의 생산과정에도 생물공학기술이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특히 바이오리액터(bioreactor)라 불리는 탱크의 기여도는 절대적이다. 이 탱크 속에서는 셀룰로오스를 분해해 알코올을 만들어 내는 세균,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유기물을 분해해 메탄가스를 발생시키는 세균 등이 활약하게 된다.
1970년대의 두차례에 걸친 석유파동으로 경험한 에너지 무기화문제와 고갈돼 가는 화석연료 공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대체에너지 개발이 세계 각국에서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공정에 이용되는 바이오매스는 전 세계에 걸친 광범위한 분포와 무진장한 부존량을 자랑한다. 그리고 재생가능한 것이 또 하나의 장점으로 평가된다. 전세계의 바이오매스 축적량은 1.84×${10}^{12}$t으로 추정되며 연간 석유소비량의 약 10배에 달하는 매년 1.7×${10}^{10}$t의 재생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와같이 풍부한 바이오매스는 물리화학적 또는 생물공학적 방법에 의해 에너지로 전환된다. 여기서는 생물공학적 방법을 활용, 바이오매스로부터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술에 대해 소개하기로 한다. 바이오매스는 적용 미생물에 따라 기체연료인 메탄 수소와 액체연료인 에탄올(알코올의 일종)로 전환된다.
메탄으로 열병합발전까지
먼저 메탄가스에 대해 알아보자. 메탄은 혐기성(즉 산소를 싫어하는) 세균이 산소가 결핍된 조건에서 유기물을 분해할 때 발생한다. 사실 폐기물로부터 메탄을 얻는 일은 꿩먹고 알먹는 일이다. 즉 폐기물에 의한 환경오염을 줄이고 대체에너지를 획득한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선진국이나 후진국 모두 이 분야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실제로 바이오에너지 중 가장 실용화에 근접해 있다. 폐기물로부터 메탄을 얻는 가장 보편적인 예는 농산폐기물과 가축분뇨 등을 혐기발효(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유기물을 분해하는 것)해 메탄을 발생시키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 공정은 우리나라에서는 농가의 생활수준 향상으로 더 이상 활용되고 있지 않지만 후진국에서는 현재 주요에너지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중국의 경우 농가 또는 작은 마을 단위로 약 5백만기(基), 인도에는 70만기의 소형 메탄발생장치(반응기 부피 1~5㎥)가 설치돼 있으며 여기서 얻어지는 메탄은 농가의 취사 및 난방연료로 쓰인다. 낙농업이 발달한 덴마크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도시별로 농축산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 대형 메탄발효장치(반응기부피 5백㎥ 이상)를 설치, 여기서 발생하는 메탄을 공급망을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연료로 제공함과 동시에 열병합발전에 이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생활하수 또는 산업폐수에 의한 수질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폐수에 포함된 유기물을 혐기성(산소를 좋아하지 않는) 세균으로 분해해 수질오염을 낮추는 방안이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폐수로부터의 메탄생산 연구는 메탄생산보다는 폐수의 고효율 처리공정개발에 집중되고 있다. 대체에너지로 메탄을 활용하는 기술에 대한 연구는 비교적 저조한 편이다.
또하나의 주요 메탄공급원으로는 쓰레기 매립장을 들 수 있다. 현재 도시폐기물의 대부분은 매립을 통해 처리되고 있는데 매립 폐기물중 약 50%가 메탄으로 전환가능한 유기성 폐기물이다. 매립지 내부에서 생성된 메탄은 가연성 폭발성 때문에 위험하므로 효율적인 메탄회수기술의 개발이 요구된다. 현재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연료화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메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열병합발전소가 1백여 곳이나 가동중이며 발전량은 1천1백MW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서도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연료로 해 열병합발전하는 기술을 2001년까지 실용화할 예정이다.
에탄올이 자동차연료로 사용되고
둘째로 식용 알코올로 알려진 에탄올도 매우 귀중한 바이오매스 에너지자원이다. 미생물의 도움을 받아 바이오매스로부터 에탄올을 생산하는 것은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액체연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매력적이다. 특히 에탄올은 석유에 비해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10%에 불과한 저공해 연료다. 그만큼 지구 최대의 현안인 지구온난화와 온실효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참신한 에너지자원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 브라질 등에서는 바이오매스로부터 에탄올을 얻는 기술을 적극 개발하고 있으며 에탄올 연료의 다양한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재정지원과 세금감면 정책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에탄올 생산에 필요한 원료인 당(糖)은 주로 당질계 전분질계 목질계 바이오매스 등으로부터 얻어진다. 사탕무 사탕수수 등 당질계는 간단한 전처리(前處理) 공정후 직접 발효를 통해 에탄올로 전환된다. 이렇게 생성된 에탄올은 정제공정을 거친 후 연료로 쓰이게 된다. 따라서 에탄올 생산공정은 간단하지만 이 공정의 문제점은 당질계 원료물질이 식품업계에서도 사용되므로 원료비가 비싸다는 점이다. 현재 이 공정은 브라질에서 실용화돼 사탕수수로부터 생산된 에탄올이 자동차연료로 사용되고 있으며 생산단가는 에탄올 1ℓ당 0.3달러다.
옥수수 타피오카 등 전분질계는 당질계 원료물질보다 원료비는 약간 싸지만 전분질을 당으로 전환하는 가수분해공정이 추가로 필요하며 따라서 운전비용이 높아지는 단점이 있다. 미국에서는 현재 옥수수를 원료로 하여 에탄올을 생산하고 있다. 이 공장들의 에탄올 1ℓ당 생산단가는 0.3~0.4달러다.
마지막으로 농촌 부산물과 도시폐기물로부터 얻어지는 목질계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에탄올을 생산할 수 있다. 여러 단계의 전처리 및 당화(糖化) 발효공정을 거쳐야 하므로 운전비용은 가장 높지만 원료비용이 낮고 양이 풍부해 선진국에서 가장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분야다. 현재 미국 일본 프랑스 캐나다 등에서는 운전실험을 진행중이거나 마쳤으며 미국은 1997년까지 목질계 바이오매스로부터 에탄올을 생산하는 공정을 실용화할 예정이다. 현재 목질계로부터 얻는 에탄올의 1ℓ당 생산비는 0.6~0.8달러이며 앞으로 꾸준한 기술개발을 통해 2000년대 초까지는 원유와 경쟁성을 갖는 수준인 에탄올 1ℓ당 생산비 0.3~0.4달러 선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세계추세에 맞춰 정부주도로 연구를 진행중이다. 단기적으로는 전분질계 바이오매스로부터 에탄올을 생산하는 기술을 1994년까지 운전시험을 마치고 2001년에는 이를 실용화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도시폐기물과 임산부산물 등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해 에탄올을 생산하는 공정을 개발, 2010년까지 상용화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오리액터의 활약
미래의 에너지라는 수소가스도 바이오매스로부터 얻을 수 있다. 일부 광합성 미생물은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한다. 수소가 탈 때 유일한 연소생성물이 물이므로 공해가 전혀 없는 청정원료이며 높은 연소에너지를 가져 미래의 에너지자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대규모 수소 생산공정 개발을 위해 늪지 호수 바다 등에서 광합성 미생물을 대량배양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으나 실용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요구된다. 빨라야 2010년 경에나 실용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캐나다 독일 등에서는 값싼 전기를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공정의 실용화 가능성이 검토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광합성 박테리이를 이용한 수소생산에 대한 기초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일부 연구기관에서는 폐수를 처리해 수소를 얻는 공정에 대한 연구를 칙수한 상태다.
생물공학과 에너지와의 만남은 주로 바이오리액터를 통해 이뤄진다. 바이오리액터란 효소나 미생물을 이용해 유용한 물질(여기서는 에탄올 등)을 얻고자 할 때 이 일이 효율적으로 진행되도록 도와주는 장치를 말한다. 예를 들어 바이오리액터 안에 고정된 클로스트리듐 같은 세균은 에탄올의 대량제조를 돕는다. 즉 바이오리액터라는 탱크 속에서, 알코올을 분해하는 장기를 가진 클로스트리듐균(菌)이 녹말이나 셀룰로오스 등과 같은 바이오매스에 작용하면 바이오매스에너지의 일종인 에탄올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아무튼 바이오매스에너지와 이 에너지를 생산하는 미생물에 대한 유전정보의 확보는 다가올 석유고갈시대를 대비하는 중요한 방책이 된다. 언젠가 석유가 바닥나는 것은 이미 정해진 길이다. 그런데 다행히도 석유가 생물자원에서 유래했으므로 생물자원과 석유자원 간의 연결고리만 생물공학기술로 연결하면 된다.
석유산업의 대체기술 개발이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유전정보의 확보를 통해 효율적으로 생물지원을 얻고 또 이를 이용해 석유산업제품과 유사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신생물공학기술의 창출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