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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한반도의 공룡

중생대 말 두발로 걷는 초식종류가 번성

1976년 국내에 공룡의 알 파편화석이 처음 공표된 이후 최근 골편화석과 발자국화석 이빨화석 발톱 및 배설물인 분화석까지 발견돼 한반도에도 중생대 백악기에 공룡이 적지 않게 살았음을 의심할 수 없게 됐다. 그동안 국내에서 발견된 공룡화석은 어떠한 것들이며 또 현재까지 연구한 결과는 무엇인가.

뼈 한 조각, 움푹 파인 발자국 또는 이빨이나 알껍질의 조각들이 암석 속에서 발견됐다고 해서 이들이 공룡의 것임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일반인들은 이를 어떤 수수께끼처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지질학자 특히 화석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고생물학자에게는 그렇게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우선 화석이 발견된 지층이 어느 시대의 것이냐가 이를 판단하는 데 중요하다. 이제까지 공룡화석이 발견된 지층은 우리나라 동남부에 널리 분포하는 경상층군으로서 이는 중생대 백악기 지층이다.

그러면 이 시대에 어떤 동물들이 살았는가. 이는 전세계 고생물학자들이 발표한 문헌에서 종합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들에 의하면 이때에는 공룡 이외에 거대한 체구의 동물들이 존재하지 않았다. 포유류도 중생대 초기부터 생존했다고 알려져 있으나 대개 현생 들쥐 정도의 체구가 작은 것들뿐이었다. 그러므로 이 시대의 지층에서 거대한 골격의 화석이나 큰 발자국이 나타나면 고생물학자들은 이를 안심하고 공룡의 것으로 판단하게 된다.
 

경남 창원군 진동면 고현리 전진 조선소 부근 해안에 나타나는 공룡의 발자국. 조각류가 나란히 걸어갔고 용각류도 비슷한 방향으로 이동했으며 육식동물인 수각용(獸脚龍)이 이들 뒤를 따라간 발자국이 나타난다.


남해안 일대에서 발자국 발견

그러면 한국에서 발견된 공룡화석은 어떠한 종류의 것이고 이 화석으로부터 알 수 있는 사실은 무엇인가. 사실 중생대에는 현생 포유류 못지않게 다양한 종류들이 살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그 가운데 어느 것이 공룡인가를 판단하는 일은 간단치 않다. 공룡처럼 수많은 골편들이 모여 하나의 개체를 구성하는 척추동물의 경우에는 각 골격이 종류에 따라 어떠한 특징을 보이는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대퇴골만으로 어느 공룡의 것인지를 알려면 유사한 공룡들의 대퇴골의 특징을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판단이 가능하다. 이를 비교해부학적 지식이라고 한다. 부분화석을 통해 그것을 소유했던 동물의 종류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정밀한 비교 해부학적 지식의 축적이 선행돼야 한다.

불행하게도 국내에서 발견된 공룡의 골격 화석은 어느 공룡의 어느 부위의 것인지 확실한 결론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들에 대한 분류명칭이 일부 거론되기도 했지만 그것을 뒷받침할 만한 연구자의 배경지식이 구비 되지 않았음을 유의해야 한다. 다만 알 수 있는 것은 골격의 단면이 단순한 변은(냉혈) 동물의 것과 다르다는 사실이다. 즉 골수조직으로 하베스관(Haversian canals)이 나타나는데, 이는 항온(또는 온혈) 동물의 특징이다. 현생 파충류와 같은 변온(냉혈)동물의 골격 단면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나이테와 유사한 동심원상의 구조를 볼 수 없다.

알껍질의 단면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이 알껍질이 조반류(Ornischians)의 것으로 판명됐다(1986년 독일 본대학 에르벤(Erben) 교수의 조언). 조반류의 알껍질은 이제까지 러시아 유럽 중국과 몽골 등의 상부백악계에서 발견됐으나 우리의 알화석이 발견된 지층은 하부백악계로서 이들보다 앞선 시대의 것이므로 진화적인 의미를 더해 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1982년 1월 공룡의 발자국화석이 경남 고성군 하이면 덕명리 해안에서 발견된 이후 남해안 일대와 내륙의 여러 곳에서 수없이 발견되고 있다. 덕명리 해안에서 2백개 이상의 층준(層準)에 나타나는 공룡의 발자국화석을 정밀히 조사 연구한 임성규박사(1990)에 의하면 이들은 거의 대부분 초식공룡의 것으로 육식공룡의 것은 전체의 약 5% 미만 이다. 발자국으로 식성(食性)을 어떻게 판단 할 수 있는가. 대개 육식공룡은 예리한 발톱을 갖고 있으며 행동이 민첩해 보폭이 초식 동물에 비해 크며 대개 독립행동을 한다. 한편 초식공룡은 단체행동을 하고 발가락이 뭉툭하고 예리한 발톱이 없으며 보폭이 작아 느린 행동을 보여준다는 사실로 판단한다.

육식공룡의 수가 초식공룡의 1/20 이하라는 사실은 생태계 내에서 이들이 항온동물에 가까웠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생 생태계에서 변온동물의 경우에는 포식동물과 먹이동물의 비가 낮은 데 비해 항온동물의 경우에는 대조적으로 높다. 예를 들면 악어나 뱀의 경우에는 먹이의 양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데 비해 사자나 호랑이의 경우에는 월등하게 많은 양의 먹이가 필요하다.

 

30㎝ 이하의 소형발자국 많아

덕명리 해안의 발자국화석은 이족보행(二足步行)의 것이 약 75%, 사족(四足)보행의 것이 25% 정도다. 이족보행의 발자국은 사람의 발자국처럼 비슷한 크기로 대칭적인 형태의 것들이 좌우 교호로 거의 같은 간격을 보이므로 판단이 어렵지 않다. 대형조류의 발자국처럼 삼지창(三枝槍) 형태를 보이는 점이 특징이다.

한편 사족보행의 것은 앞발과 뒷발의 발자국이 형태와 크기에 있어서 서로 다르다. 이는 앞발과 뒷발의 크기와 형태가 서로 비슷한 현생 포유류와는 대조를 이루는 점이다. 그리고 이족보행의 발자국과는 달리 발자국들이 보행양식과 속도에 따라 매우 다르게 배열돼 판단이 쉽지 않다. 특기할 것은 이들 여러 종류의 발자국들이 같은 퇴적분지에서 발견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들이 서로 배타적으로 따로따로 나타나는 사실과 대조적이다. 그리고 대개의 발자국 크기가 매우 다양하며 소형의 발자국이 비교적 많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즉 발자국 크기가 50㎝ 이상 1m에 가까운 초대형의 것들도 간혹 발견되지만 대개는 30㎝ 이하의 소형이다.

그리고 일부 조각류(鳥脚類, ornithopods)의 발자국들은 흔히 나란히 같은 방향으로 여러 마리들이 함께 걸어간 흔적으로 보아 이들이 단체로 행동했음을 보여준다. 한편 소형 조각류와 용각류(肢脚類, sauropods)의 보행 방향은 다양하다. 이는 성체(成體)들이 목적에 따라 일정한 방향으로 군집을 이루며 이동했으나 소형의 미성숙 개체들은 서식처 주변 혹은 어미의 주변에서 특정한 방향없이 배회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이들 발자국에서 공룡의 보행자세를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각기 독립된 발자국들이 나타나는데 이는 공룡이 또박또박 걸어갔음을 말해준다. 즉 이들은 네 발에 체중을 완전히 싣고 한 발 한 발 떼어놓으며 걸었으며 꼬리마저도 땅에 끌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 사실은 현생 파충류들이 거의 대부분 다리가 옆으로 뻗쳐 있고 복부를 땅에 대고 기어다니는 모습과 매우 대조적이다.
 

경남 합천군 율곡면 노원리 계곡에서 발견된 공룡의 골편화석, 단면에 골수조직인 하베스관이 흔적으로 남아 있다.


초식공룡 시속 4~5㎞로 걸어

이상의 사실들은 공룡을 변온(또는 냉온) 동물인 파충류의 한 군으로 해석했던 종래의 지배적인 학설과 대치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최근 콜로라도대학의 백커교수(Bakker) 등이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공룡이 파충류일 수 없으며 척추동물문의 독립된 분류군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이론에 대체로 일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발자국의 크기와 보폭 등을 측정해 보행속도를 알 수 있다. 알렉산더 공식(알렉산더가 화석에 나타난 공룡의 발자국 크기와 보폭을 이용해 공룡의 보행속도를 측정할 수 있도록 만든 공식)을 이용해 이들의 보행속도를 계산한 바에 의하면 초식공룡은 대개 시속 4~5㎞인 데 비해 육식공룡은 40~50㎞ 이상 민첩하게 움직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보행속도가 대체로 느리게 나타나는 것은 공룡이 우둔했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발자국을 만들 정도로 바닥이 소성(塑性)을 띠는 곳이었다는 사실을 유의해야 한다. 즉 단단한 땅위를 거닐 때의 속도는 이보다 민첩하게 움직였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공룡 발자국화석이 발견된 이후 일본에서도 경상층군과 대비되는 지층 에서 매우 단편적이지만 조각류의 발자국들이 발견돼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중생대 동부아시아 지역 해륙의 분포, 즉 고지리해석에 빼놓을 수 없는 자료가 될 것이다.

공룡의 이빨화석은 현재까지 5~6개가 발견됐다. 이들은 대개 카마라사우리데(Camarasauridae)과에 속하는 것을 위시해서 여러가지 크기와 형태의 것들이 나타난다(일본 요코하마대학 하세가와교수의 조언). 이빨은 동물의 체(體)화석(body fossils) 중 어느 부분화석보다도 분류학적으로 중요하다. 왜냐하면 보존가능성이 가장 높을 뿐 아니라 분류군의 특징을 가장 잘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이빨화석은 거의 초식공룡의 것이다.

예리한 발톱화석은 육식공룡의 것으로 생각하지만 확실한 분류명칭의 판단은 유보한다. 이밖에 최근에 발견된 분화석은 관련 학자들의 매우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한 연구는 한국의 공룡이 무엇을 먹고 살았으며 당시 공존생물이 무엇인지를 판단하는 데 결정적인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이는 앞으로 연구를 기대해야 한다.
 

경남 진양군 나동면 유수리 하천바닥의 하산동층에서 발견된 공룡의 분(糞)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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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양승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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