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파천문학자들은 관측에 근거를 둔 새로운 통일이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따르면 퀘이사 블레이저 전파은하 세이퍼트은하 등은 동일한 천체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 것이라는 설명인데…
밝게 빛나는 천체는 천문학자들에게 오랫동안 하나의 수수께끼였다. 몇몇 은하들이 아주 작은 핵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불과 몇십년 전의 일이며, 오늘날에는 그 핵이 별 정도의 크기를 지니며 태양의 1조배에 해당하는 빛을 낸다고 믿어진다. 그 핵이 왜 그렇게 밝은 빛을 내는가하는 의문은 최근에야 깊이 있게 탐구되기 시작했다. 격렬하게 활동하는 핵은 전파 X선 감마선과 고에너지 입자와 함께 우주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초강력 제트를 뿜는다.
천문학자들은 이렇게 신기한 대상을 다루면서 현재 그 의문의 대부분을 해결했다고 믿고 있다. 은하들로 채워진 동물원에 서식하는 여러가지 동물들 중 몇몇은 사실 하나가 여러개로 보이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이 은하의 중심부에는 거대한 블랙홀이 있어서 가히 환상적인 에너지를 방출한다고 추측된다. 그 블랙홀을 먼지와 가스가 도우넛 형태로 둘러싸고 있어서 지구의 관측자는 도우넛 중심에서 나오는 강력한 복사 제트 외에는 거의 아무 것도 볼 수 없다.
천체물리학자들에 따르면 이렇게 복잡한 천체는 지구에서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였을 것이라 한다. 즉 이 이론에 따르면 퀘이사 세이퍼트 은하 BL라세르타는 동일한 천체를 다른 각도에서 본 것이다.
이러한 견해는 널리 확산되면서 표준모델 혹은 통일모형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 이론의 주창자 중의 한 사람인 밀러(Joseph S.Miller) 박사(릭 천문대장)는 " 이 이론은 수많은 현상들을 설명하는 기준틀이 되었다. 동물원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수의 동물이 있다"고 말한다. 블랜드포드(Roger D. Blandford) 박사(캘리포니아 공과대학 천체물리학자)는 말하기를, "아주 놀라운 순간이다. 우리들은 엄밀하게 물리적인것들, 말하자면 블랙홀, 어크리션디스커(accretion disk), 어두운 먼지, 상대론적 빔 등을 다루면서 이리저리 맞추어 보고 있었다. 우리는 아직 그곳에 있지 않았다. 그러다가 진보를 깨달았다."
1990년 설치된 허블 천체망원경과 작년에 궤도에 올려진 콤프턴 감마선 관측기에서는 최근에 이 표준이론의 증거로 여겨지는 것들을 발견했다.
"천체물리학의 중대한 관심 중의 하나는 이렇게 신비스런 은하를 이해하는 것이다." 감마선 관측소 연구원의 말이다. "그것들이 동일한 물체의 여러가지 모습일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사실은 대단히 놀라운 발전이다. 그것은 하나의 통일이기 때문이다."
이 이론의 전개과정은 메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발간되는 과학 잡지 'Sky & Telescope' 최근호의 'Sorting out the Mess'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기술되고 있다.
왜 은하핵이 밝은가
밝은 은하들을 설명하는 몇몇 다른 이론들이 있기는 하지만, 표준모델만큼 널리 공감을 받고 있는 이론은 아직 없다. 그 중 어떤 이론은 밝은 은하들 사이에는 공통적인 것이 전혀 없다고 하며, 또 다른 이론에 따르면 블랙홀을 가정하지 않고도 밝은 은하들의 유사성을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천문학자들은 어떤 모델을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고성능 망원경으로 수년 간 관측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은하는 1백만개에서 1천억개 정도의 별이 모여있는 거대한 집단이다. 그 중 별들이 밀집해 있는 은하의 핵은 우리은하의 중심부와 같이 엄청난 빛을 낸다. 그러나 현재 알려진 은하들 중 1% 정도만이 그렇게 신비하게 밝은 핵-격렬하게 활동하는 핵-을 가지고 있다. 이것들은 퀘이사 블레이저 전파은하 세이퍼트은하 BL라세르타 등으로 불린다.
그 강렬한 핵은 분명히 별은 아니다. 별은 에너지의 대부분을 가시광선 영역에 밀집된 협소한 파장대에서 발산한다. 반면에 은하핵은 전자기 스펙트럼의 전 영역-전파에서부터 감마선까지-에 걸쳐 강한 복사를 낸다. 예를 들어 시그너스 A라 불리는 은하는 핵에서 X선 복사를 내며, 바깥쪽에서는 전파를 많이 함유한 제트를 발산한다.
이러한 활동성 은하핵 이론은 블랙홀이 그 중심부에 있다는 것을 가정한다. 은하핵의 중심에 있는 블랙홀은 10억개의 태양보다 더 질량이 큰 것으로 보인다.
블랙홀의 증거
블랙홀의 증거는 최근 수년 사이에 급속히 축적됐다. 칼텍의 블랜포드박사는 "그곳에 어크리션디스크(accretion disk)와 블랙홀이 있다는 사실에 대한 공감이 확산되고 있으며 몇가지 다른 중요한 것에 대한 공감도 퍼져간다"고 한다.
밝은 은하들을 구별해낸 것은 몇십년 전의 일이다. 1944년에 윌슨산 천문대의 세이퍼트 박사는 은하수보다 1백배 가량 밝은 나선은하(세이퍼트 은하)를 분석했다. 스펙트럼 분석을 통해 그는 그 핵에 있는 가스가 대단히 고온이며 엄청난 속도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오늘날에는 밝고 X선이 풍부하며 자외선을 내는 세이퍼트 1형 은하와, 흐릿하고 적외선 파장의 빛을 발산하는 세이퍼트 2형 은하를 구분하고 있다.
1950~60년대에 출현한 전파천문학 분야에서는 전파영역에서 믿을 수 없을 만큼 강한 신호를 내는 은하를 발견했다. 역시 1960년대에 천문학자들은 엄청나게 먼 거리에 있는 전파 '별'을 발견했는데, 그것은 우주의 가장자리에서 형성되고 있는 원시은하로 추측됐다. 이 물체들은 전파를 내는 별과 비슷한 천체로 여겨졌으므로 퀘이사(준항성체)라고 불리었다. 현재 퀘이사의 대부분은 X선도 방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1986년에는 변광 정도가 심한 '별'-BL라세르타로 알려졌다-이 엄청난 전파를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곧이어 그 엄청나게 밝은 핵이 관측됐다. 천문학자들은 전자기 스펙트럼의 전 영역에서 복사의 세기가 변화하는 BL 라세르타를 현재까지 1백여개 발견했다.
1970년대에 이르러 천문학자와 천체물리학자들은 이렇게 혼란스런 현상들의 공통분모를 찾기 위해 노력을 쏟기 시작했다. 그들은 상대적으로 지구에 가까운 세이퍼트 은하들과 멀리있는 퀘이사를 다루면서, 몇몇 퀘이사와 세이퍼트 1형 은하들의 스펙트럼이 비슷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통일을 향해
1978년데 블랜포드 박사와 마틴 리 박사(현재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천문연구소장)는 블레이저에서 나타나는 강한 광학신호와 전파신호는 지구를 향해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운동하는 제트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의 분석은 범위를 넓혀 제트를 보는 각도의 차이 때문에 비슷한 물체들이 다르게 보인다는 제안을 했다.
1983년에는 릭 천문대의 밀러 박사와 제자 안토누치 박사(현재 산타 바바라 캘리포니아 대학의 천체물리학자)가 중요한 것을 관측했다. 그들은 편광필터를 사용해 NGC1068(세이퍼트 2형 은하)을 관측한 결과 그 중심에 더 밝은 세이퍼트 1형 은하가 숨어있음을 발견했던 것이다. 그들의 분석에 따르면 두터운 도우넛 형의 물질이 본질을 감추고 있었는데, 은하의 중심에서 주변 물질들을 떼어냄으로써 그 속에 숨어있던 복사가 편광됐다고 한다. 안토누치 박사는 편광에 관한 분석을 퀘이사와 전파은하에까지 확대해 거기서도 비슷한 결과를 얻어냈다. 다시 한번 물체들의 차이는 각도의 경사에 기인한 것으로 여겨졌다.
1983년 말에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안토누치와 밀러 박사의 발견이 출판되자 그들의 발견은 퀘이사 등 밝은 천체들의 내부를 연구하는 데 '최초의 중요한 실마리'로 인식됐다. 그러나 밀러 박사는 인터뷰에서 "그 사실이 완전히 무시되었다"고 지적했다.
그 모델-밝은 핵을 둘러싸고 있는 어두운 도우넛에서 좌우로 강렬한 제트가 방출되는 모델-은 몇가지 예측을 하고 있다. 그것들이 관측을 통해서 검증되고 일반적인 진실로 받아들여짐에 따라 그 이론은 서서히 확고해질 것이다.
일례로 존스홉킨스 대학의 크롤릭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먼지로 된 도우넛의 몇부분이 이온풍으로 증발하여 X선을 방출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러한 현상은 일본의 X선위성과 1990년 12월 우주왕복선에 탑재된 광대역 X선 망원경에서 관측됐다.
그리고 1990년에 허블 천체망원경에서는 처음 통일의 노력을 실현시킨 NGC 1068, 즉 세이퍼트2형 은하의 사진을 찍었다. 여기서는 감추어진 핵에서 바깥쪽으로 완전한 뿔 형태로 나오는 복사를 발견했다.
그 사이 작년에 궤도에 올려진 콤프턴 감마선 관측기는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천체현상인 감마선 퀘이사를 15개 발견했다.
"그렇게 밝은 것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 관측 프로젝트에 속한 게렐즈 박사의 말이다. "이 관측들은 통일이론에 유력한 증거가 될 것이다."
표준모델에 따르면 시그너스 A와 같은 강한 전파은하의 제트가 지구쪽으로 방출되고 그 핵이 아주 밝게 보이면, 관측자는 퀘이사등의 밝은 천체를 보게 된다. 그것들 중 가장 밝은 천체-블레이저와 같이-는 그 엄청난 제트를 직접 머리 위에서 보게 된 결과로 생각된다.
우리 박사(발티모어 우주과학연구소의 천문학자)는 "그 모델에 대한 테스트는 근본적으로 통계적"이라고 한다. 블랙홀의 경사가 임의적이라 가정한다면, 우주 전체를 통해 지구방향으로 직접 제트를 뿜는 밝은 물체의 수는 상대적으로 작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 중 대부분은 격렬한 활동이 가리워져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어둡게 보일 것이다.
우리 박사는 독일에서 동료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하늘에서 관측가능한 활동적인 전파은하의 경사를 통계적으로 분석했다. 그녀는 현재까지 "그러한 테스트는 만족할 만하다"고 말한다.
완전무결은 아니지만
위에서 말한 것이 이 모델이 완전무결하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몇몇 활동성 은하는 강한 전파를 내지만 전파를 내지 않는 은하도 있다는 사실도 의문의 하나이다. 많은 이론가들은 은하핵의 에너지원인 별들이 주변에 얼마나 많이 존재하는가 하는 문제가 그 사실을 해명해 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또 다른 의문은 물질들이 빨려 들어간 다음에 왜 제트로 분출되는가 하는 것이다. 아무도 이 문제를 명확히 해결하지는 못했지만 이에 관해서는 현재 여러가지 의견이 제시되어 있다.
무소츠키 박사(메리랜드에 있는 NASA의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의 천체물리학자)는 표준모델은 아직 과학이론으로서는 유아에 지나지 않지만 계속해서 성장하고 변화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 모델은 물론 모두는 아니지만 많은 테스트를 통과했다. 아직은 완전하지 않다. 약간의 수정이 필요하다."
무소츠키 박사는 표준모델이 최근 수년 사이에 천체물리학을 강타한 가장 강력한 이론중의 하나였으며 따라서 그 영향도 깊다고 한다.
" 이 모델은 본질적으로 달라 보이는 물체들의 차이점을 아주 많이-전부는 아니지만-설명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아주 훌륭하다. 그것은 최소한의 가설로 최대한의 사실을 설명하고 있다. 바로 이것은 훌륭한 과학이론이 항상 추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