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볍씨개량사를 보면 일본형에서 통일형(일본형+인도형)으로, 다시 개량일본형으로 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쌀은 조상 대대로 이어온 주식으로서 우리의 식생활 문화에서 뺄 수 없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여 왔다. 쌀에는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각각 약 80%와 7% 내외로 들어 있고 약간의 회분과 지방 및 섬유가 함유되어 있다. 쌀은 1백g당 3백63cal의 열량을 냄으로써 우리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식품이다.

세계의 쌀 생산량은 연 3억3천6백만t으로 90% 이상이 아시아 지역에서 생산된다. 우리나라는 세계 생산량의 1.7% 정도인 약 5백80만t을 생산하며 세계 11번째 쌀생산국이다. 또 1ha당 약 4.8t을 생산하여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량성을 보이고 있다.

볍씨를 개량하는 일반적인 목표는 수량이 많고 질이 좋으며 병해충에 강한 볍씨를 개발하는데 있다. 그러나 우리가 바라는 장점만 갖춘 볍씨를 개량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어서 시대적인 요구, 볍씨 개량 및 벼재배 기술의 발달, 재배환경 등에 따라 주된 개량목표와 개량방법이 약간씩 변하여 왔다. 우리나라 볍씨개량 변천과정을 시대적으로 몇 단계로 나누어서 알아보자.
 

유전공학적 기술을 이용하여 볍씨를 개량하고 있다.


「남선 13호」의 등장

1906년 이전은 주로 재래종을 재배하던 시대였다. 농가에서 돌연변이나 자연교잡에 의한 우량개체를 골라내어 농가들끼리 교환하는 전근대적인 볍씨개량 방법이 있었을 뿐 국가적인 연구기관이 없어 볍씨개량의 목표를 설정하고 개량방법과 기술을 개발할 단계는 아니었다.

1906년부터 1931년까지는 권업모범장에서 볍씨개량이 주로 이뤄졌다. 1906년에 수원에 농촌진흥청의 전신인 권업모범장이 설립되어 이때부터 재래종을 수집하여 순계분리를 하거나 일본 종자를 도입하여 볍씨를 개량하였으며 약간의 인공교배가 실시되었다. 수량이 많고 수확시기가 빠르며 잘 쓰러지지 않는 볍씨를 생산하는 것이 주요 개량목표였다.

이어서 1932년부터 1970년까지는 국내에서 개발한 볍씨들이 농가에 보급되던 시기 였다. 1920년에 교배하여 12년 후인 1932년에 국내최초로 개발된 남선 13호라는 이름의 볍씨가 첫 장려품종이 되었다. 이 시기에는 주로 일본형(Japonica) 볍씨끼리 교배하여 품종이 개발되었다. 외국종자를 도입하여 우리나라의 환경에 알맞는 볍씨만을 골라내는 도입개량법이 널리 이용되었고, 방사선을 쬐어서 돌연변이를 유발하려는 돌연변이개량법도 시도되었으나 장려품종으로 개발된 볍씨는 없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농업국이면서 쌀을 자급자족하지 못하여 외국에서 수입하는 실정이었다. 그래서 볍씨개량 목표는 당연히 수량성이 우선이었고 다음으로 쓰러지지 않으며 병해에 강한 종자를 얻는 것이었다.

1971년부터 1980년까지는 쌀의 자급자족을 가장 열망하던 시기였다. 수량이 많은 볍씨개발에 박차를 가하던 중 1965년에 인도형(Indica) 벼와 일본형 벼의 삼원교잡을 한 후 7년만인 1971년에 통일품종이 등장하게 되었다. 이후로는 주로 통일형 품종(인도형 벼와 일본형 벼의 혈통이 섞여있는 품종들의 총칭)들이 개발보급됐다. 마침내 1976년에는 쌀을 자급자족하기에 이르렀다.

통일형 품종들 중에서 최초로 개발보급된 품종은 잎이 꼿꼿이 서서 태양광선을 많이 받아 탄소동화작용에 유리하여 수량이 많고 키가 작아 잘 쓰러지지 않고 도열병에 강한 장점이 있었다. 반면에 낮은 온도와 해충에 약할뿐만 아니라 이삭에서 벼알이 잘 떨어지고 미질이 나쁜 단점이 있었다.

70년대에는 이런 통일품종의 단점들을 보완하고 개량하여 나갔으나 1978년의 도열병 발생과 1980년에 엄청난 냉해가 발생함과 더불어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통일형 쌀 외면으로 재고가 쌓이게 되었다. 볍씨의 개량과 재배기술의 발전으로 일본형 벼가 상당한 수량성을 올리게 됨에 따라 통일형 볍씨의 개량이 크게 위축됐다. 1990년에는 모든 통일형 품종들이 장려품종에서 제외되었다.

이 시기의 개량목표는 수량이 많고 밥맛이 좋으며 수확시기가 빠르고 이삭에서 벼알이 잘 떨어지지 않으며 낮은 온도에 잘 견디고 병해충에 강한 볍씨개발이었다. 이와 같은 통일형 품종의 단점을 개량하고 보완하는 과정에서 겨울철의 세대촉진온실과 아열대 지역인 필리핀에서의 재배로 과거에는 12~14년 걸리던 볍씨개량 기간을 6~7년 정도로 단축시켰다. 또 1만여종 이상의 국내외 볍씨를 수집하여 그 특성을 평가하고 유전자원으로 활용하였으며 쌀의 질을 좋게 하는 방법과 병해충에 강한 유전자를 새로운 볍씨에 넣는 방법 등을 개발하게 되었다. 이처럼 통일품종이 출현한 1970년대는 볍씨 개량의 기초이론과 응용면에서 장족의 발전을 가져 왔으며 다른 작물에도 많은 영향을 끼쳐 우리나라 육종분야의 기틀을 마련한 시대로 평가되고 있다.
 

벼의 재배는 지금부터 6천여 전부터 시작되었다. 벼(왼쪽)와 벼의 내부도(오른족)


유색미와 향미

1981년 이후에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근래에는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쌀값이 비싸더라도 밥맛이 좋은 쌀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욕구충족과 국제적인 쌀시장 개방압력 등에 대처하기 위하여 품질이 좋고 수량도 많은 일본형 벼를 주로 개량보급하여 왔다. 새로 개량하여 보급된 일본형 벼는 60년대 이전까지 재배되던 것과는 식물체의 모습(초형)이 완전히 달라져 마치 통일형 품종들처럼 보인다. 키가 작으면서 잎이 늘어지지 않고 꼿꼿이 서서 태양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여 논의 단위면적당 탄소동화량이 많아진 것이 특징이다.

요즘에는 개량목표도 매우 다양해졌다. 주식으로 쓸 벼는 맛이 좋아야 하고 환경보존 차원에서 병해충 복합저항성을 갖춰야 한다. 또 생산비 절감면에서는 단기다수성과 직파 적응성을 갖춰야 하고 아울러 소비를 늘리기 위한 가공적성 제고 등이 개량목표다.

쌀로 밥을 지어 먹을 때 우리의 입맛에 알맞는 맛있는 볍씨를 만드는 것은 볍씨개량의 최대 현안이다.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일본에서 개량하여 도입한 아키바레 품종이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있었으나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 육성한 화성벼 진미벼 일품벼 등이 아키바레의 밥맛을 훨씬 능가하는 좋은 쌀로 인기가 매우 높다.

또 벼에 많이 발생하는 주요 병과 해충에 모두 강한 볍씨를 육성하여 농약사용으로 인한 수질오염을 방지하고 노동력과 생산비를 절감하는 것도 주요한 개량목표다. 다시 말해 병과 해충에 복합저항성을 가진 볍씨가 요구된다.

농지의 이용률을 늘리고 생산비를 절감하기 위하여 모심은 후 1백10일 내외에 수확할 수 있으면서 수량도 떨어지지 않는 볍씨를 개량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흔히 단기다수성 볍씨라고 한다.

한편 우리나라의 쌀값이 국제시장가격에 비하여 훨씬 비싸기 때문에 못자리를 만들고 모심기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논에다 직접 볍씨를 뿌려 생육시킴으로서 쌀생산비를 절감하여 국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이를테면 직파적응성을 갖춘 볍씨를 만들어야 한다.

쌀의 과잉생산에 대비한 소비촉진과 소비자의 기호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빵 국수 과자류 양조 등의 가공용과 독특한 향기를 발산하는 향미, 특유한 색깔(흑색 적색 갈색 자색 등)을 나타내는 유색미 및 특정영양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영양미(유아 및 환자용) 등을 개발하고 있다.

한편 볍씨개량 방법에 있어서는 꽃가루를 배지에서 키워 식물체로 분화시키는 약배양(Anther culture)기술의 개발로 한 볍씨를 개발하는데 4~5년의 기간이 소요될 뿐이다. 이것은 60년대의 12~14년이나 70년대의 6~7년보다 훨씬 단축된 셈이다. 또한 잡종강세 개량법으로 세포질웅성불임을 이용하는 1대잡종 볍씨개발에도 노력하고 있으나 1대잡종 종자생산 기술이 확립되지 않아 아직 실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식물배양시절 내에서 쌀의 성장실험을 하고 있다.
 

1992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이변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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