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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희귀식물 50종중 40종 찾아내

"식물도감만을 갖고 공부하는 것과 현장학습을 통해 확인하는 것은 확실히 다르더라"

이창복…남한의 특산식물은 4백10종 정도 됩니다. 그중 지리산에서 찾을 수 있는 특산종은 50종 가량이에요. 이번 탐사를 통해 50종중 40종을 발견했으므로 굳이 탐사점수를 매기자면 80점을 줄 수 있습니다. 20년 전 천왕봉에서 한포기를 채집한 이후 지금까지 식물학자들의 눈에 띄지 않았던 여우꼬리풀을 이번 탐사를 통해 발견하기를 기대했으나 끝내 찾아내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또 오래 전에 반야봉에서 마지막으로 채집한 자주솜대도 끝내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이 지리산 특산종들은 우리가 반드시 보호하고 지켜야 할 식물종들입니다. 그것이 세계인류에 대한 우리의 의무지요.

손충환…20년간 교편을 잡은 생물교사로서 많은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이번 탐사는 그동안 뭘 가르쳤나 하는 반성의 기회가 되었어요. 제가 재직중인 과학고는 한반의 인원이 30명이므로 앞으론 가급적 학생들을 직접 현장에 데리고 와서 눈으로 보고 느끼는 학습을 시킬 생각 입니다.
식물의 모든 종을 다 공부하기란 역부족이므로 한 종 또는 한 과라도 저 나름대로 연구해볼 작정이에요. 저는 이번에 양치식물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 큰 수확입니다.

이창복…좋은 생각입니다. 식물에 흥미를 붙이려면 우선 어느 한 과의 식물만 집중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현재 소속돼 있는 자생식물연구회를 가보면 난전문가 야생초전문가 약초전문가 등으로 전문분야가 나뉘어 있습니다. 회원들은 거의가 아마추어 식물학자들이지만 열의와 실력은 대단합니다.

문제세…손선생님의 현장학습 계획은 큰 효과를 거둘 것으로 확신해요. 요즘 수학여행이나 소풍이 본래의 의미와는 벗어나고 있는데 이런 기회를 십분이용하면 지질 식생탐사 등은 얼마든지 가능할 것으로 생각 합니다.
저는 원래 생태에 관심이 많아 이번 탐사도 개인적으로는 지리산 생태조사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탐사는 식물분류가 중심이 되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다소 불만스럽기도 했어요. 하지만 분류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생태연구를 결코 수행할 수 없음을 곧 깨닫게 되었습니다.

정홍채…요즘에는 대학의 생물학과에서도 분류를 그리 중요하게 취급하지 않는 추세예요. 그저 개념 정도나 배우는 상태이니까요. 저도 사실 이번 탐사를 마치기 전까지만 해도 분류학을 한물간 학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이제는 분류야말로 생물학의 기초중의 기초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다만 식물명이 너무 많아 외우기 힘들었습니다. 짧은 기간동안에 너무 많은 식물을 접하다 보니 혼동스럽기도 했구요. 그러나 며느리밥풀 가문비나무 동자꽃 등 재미있는 얘기가 숨어 있는 식물의 이름과 모양은 확실히 기억됐습니다. 따라서 식물명을 지을 때 좀더 신경을 쓰고 식물명에 얽힌 사연을 모아놓은 서적이나 식물도감이 출간되었으면 해요.

이태호…제 학교나 고향 주변에도 많은 식물들이 분포하고 있으나 그동안 별로 흥미를 갖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학생들이 식물표본을 가져와 그 이름을 물어와도 대답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그저 단순한 야생풀이라면서 대충 넘어가기 바빴지요. 그런 점에서 이번 탐사는 저 자신은 물론이고 학생들에게도 유익한 탐사였다고 생각합니다.
탐사를 떠나기 1주일 전부터 저는 식물도감을 보면서 지리산에서 자라고 있음직한 식물들을 눈여겨 봐 두었습니다. 그러나 직접 보니까 잘 모르겠더라구요. 뚜렷한 특징이 있는 식물들은 그런대로 식별이 가능 했으나 식물도감만 갖고는 도저히 구분하기 어려운 식물들이 더 많았습니다.

이재수…저도 분류는 늘 자신없는 분야였습니다. 이번에 모처럼 식물 도감을 열심히 찾고 이름도 외워 보았지만 앞으로 공부를 무척 많이 해야 분류콤플렉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식물도감과 실제가 다르다는 이태호선생님의 말씀에 동감합니다. 따라서 도감만 갖고 공부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고 실제현장에 나와 학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느꼈어요. 아무튼 요즘 생물분야에서는 유전공학 생리학 분자생물학 등이 유행이지만 동식물의 이름조차 모르고 응용연구에 임하는 것은 사상누각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도열…저는 지리산의 생태를 유심히 관찰했습니다. 철쭉군락 신갈 나무군락 들메나무군락… 등을 보면서 왜 그 식물들이 그 자리에 모여 사는가를 음미해 보았지요. 산의 높이, 주변환경, 바람의 강도, 받을 수 있는 태양광선의 양 등을 고려해 보았을 때 식물들도 자신들이 살아나가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를 선택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지리산의 생태를 좀더 자세히 연구해보고 싶습니다.
지리산을 오르내리면서 한국의 자연이 참으로 넉넉하고 아름다우며 풍족하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이렇게 찬사를 받기에 충분한 우리의 자연을 더욱 사랑해야겠다는 다짐도 했구요.
 

좌담은 3시간여 동안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쓰레기 문제 심각

이태호…경치가 빼어난 곳은 예외없이 수많은 사람들로 들끓었고 사람이 많은 곳일수록 쓰레기의 홍수를 이룬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어요.

이찬호…확실히 쓰레기더미가 지리산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었어요. 저는 차라리 쓰레기폐기장소를 최소화 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노조현…마지막 하산코스였던 거림계곡은 비교적 깨끗한 편이었어요.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환경 보호가 가능했다고 보여집니다. 그에 비해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 뱀사골계곡의 쓰레기 방치상은 참으로 안타까울 지경이었어요 '쓰레기를 버리지 맙시다'라는 팻말이 있는 곳에서 라면을 끓여먹고 그 봉지를 거리낌없이 버리는 사람들도 목격됐습니다.

최영림…등산로 계곡마다 쌓여진 쓰레기를 보고 등산객의 상당수가 대학생 고등학생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되었습니다. 교육은 앎보다 행함이 강조돼야 한다는 생각을 새삼 다짐하게 되었지요.

강재모…저는 이번 탐사를 통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생각이었어요. 평소에 관심을 많이 가졌던 거미채집도 하고 식물분류 공부도 착실히 해 볼 계획이었지요. 그러나 일정이 바빠서 한마리의 토끼도 잡지 못한 것 같아요. 적어도 지리산에서만은 국내에서 발표되지 않은 미기록종 거미를 다수 발견할 수 있으리라 기대 했으나 등산로를 따라가면서 채집을 했기때문에 앞으로 동정을 해봐야 확실히 알 수 있겠지만 성과는 미흡 했다고 여겨집니다.
이번에 제가 찾아낸 거미들은 장충거미 수평거미 게거미 풀잎거미 유령거미 늑대거미 등인데 호랑거미 긴 호랑거미 왕거미 등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거미를 채집하면 즉시 70% 에탄올에 넣어 장기보관했어요.
확실히 생물은 직접 보고 체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학교 현관에 1주일마다 새로운 식물을 심어놓고 그 밑에 과명 종명 등을 붙여두는 것도 한번 고려해볼만한 일입니다.

곤충류도 함께 탐사해야

이찬호…저는 평소 나방에 관심이 있었는데 이번 탐사가 주로 낮에 이뤄져 지리산 나방을 채집하는데는 실패했어요. 어떤 지역의 식물상을 탐사할 때는 곤충상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나방이나 나비 같은 인시목 곤충은 애벌레시절부터 식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므로 반드시 동시에 관찰돼야 합니다.

홍영표…한라산의 정상에는 진달래 군락이 형성돼 있는데 지리산 정상에는 철쭉군락이 펼쳐져 있더군요. 제주도의 수목들은 대개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반해 지리산의 식생들은 군락형성이 미미했습니다.

이창복…제주도는 오랫동안 안정돼 있는 지역이고 또 습기도 풍부해 식물의 군락형성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어요.

최도열…지리산의 9백m 이상 고지에서는 신갈나무군락이 잘 발달돼 있었어요. 또 피아골계곡의 들메나무군락도 퍽 인상적이었습니다.

최영림…힘든 탐사일정이었지만 많은 것을 얻었고 신선한 충격을 받은 느낌이에요. 하지만 탐사방법은 다소 아쉬웠어요. 등산로를 따라서 탐사하는 것보다 계절적인 어려움이 있다 해도 일정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했더라면 보다 나은 성과를 거두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또 탐사대상이 식물외에 곤충 등 동물도 포함되었더라면 더 유익했을 것입니다. 아울러 탐사결과는 해당 지역의 관리소에 남겨야 다음 탐사팀이 참고할 수 있고 보완도 가능할 거예요. 예를 들어 희귀식물의 경우 그 위치를 표시한 '희귀식물지도'를 만들었다면 보호에도 도움이 되겠지요.
환경오염 공해 사람들의 인식부족 밀반출 자연도태 등으로 희귀종이 늘어가는데 이에 대한 생태 원인조사를 해당지역의 중고교 생물교사들의 연구테마로 제시해, 꾸준히 조사 해야 합니다. 식물의 경우 종자은행이나 수목원을 만들어 그 지역에서 관리운영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되겠지요.
 

고생을 많이 했지만 그만큼 보람도 컸다고….


비디오 지참하는 것이 바람직

최병래…그 지방에서 사라져가는 식물을 생물교사들이 앞장서서 보호해야 한다는데 동감합니다. 저는 그래서 홍도풍란을 자생시켜 보려고 노력했으며 지금은 백양사에 자연학습장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이번 탐사에서는 남동우선생님이 비디오촬영을 확실하게 해주어 다시 복습할 기회가 주어질 것 같습니다. 혼자 바삐 움직이면서 탐사내용을 거의 놓치지 않고 비디오에 담아준 성의에 대해 고마움을 느낌니다. 앞으로도 자연탐사시에는 꼭 비디오를 지참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노조현…도감에는 곰풀이라는 식물이 습지나 냇가에 자생한다고 적혀 있어요. 그런데 이번에 보니까 해발 1천4백20m 지점에서도 곰풀이 자라고 있었어요. 이렇게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면 마땅히 식물도감을 수정해야 하는데 그런 작업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또 식물의 이름을 너무 지나치게 세분화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봉선화 하나만 해도 수십가지 이름이 있으니…. 요즘엔 염색체수 등을 통해 과도하게 세분된 명칭을 다시 모으고 있는 추세입니다. 예를 들어 염색체수가 46개이면 사람이라고 부르면 그만인데 이를 황인 백인 흑인, 다시 아랍인 몽고인 등으로 나누면 그렇지 않아도 식물이름에 자신 없어하는 일반인의 기피증을 심화할 뿐이지요.

박창규…저는 원래 전공이 식물분류이기 때문에 이번 탐사에 큰 기대를 걸었습니다. 적어도 50종의 식물을 새로 익혔어요. 또 열심히 사진을 찍어뒀기 때문에 사진판독이 끝나면 1백여종의 식물을 접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일정이 너무 빡빡하고 계곡을 따라가면서 탐사가 이뤄진 점은 아쉬웠습니다. 산은 능선을 따라가야 진짜 탐사가 될 수 있습니다.

강영철…같은 생각입니다. 등산로를 따라가면 탐사가 아닌 등산이지요. 탐사는 어떤 거점을 정해놓고 그 지역을 중점적으로 조사하는 것이 효과적일 거예요.

분류를 더 많이 가르쳐야

남동우…식물도감을 통해서만 만나뵜던 이창복교수님을 이번에 처음 뵌 것이 최대의 수확이었습니다. 평소 저는 이교수님을 무척 존경해 왔거든요. 이교수님과 함께 등산을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칠순의 나이에도 젊은이보다 더 산을 잘 타시는데 놀랐습니다. 해박한 지식과 유머감각은 더 말할 것도 없구요.
저는 이번 탐사를 하면서 세가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첫째는 지리산 등 한국의 명산에서 나는 희귀종 특산종 약용식물 등을 따로 모아놓은 작은 도감이 제작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둘째는 95년에 단행될 제6차 고등학교교과서 개편작업에서 생물교과서의 경우 분류분야가 지금보다 더 많은 지면을 차지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분류가 생물교과서의 절반을 점해도 무방하다고 봅니다. 실제로 분류 안에서 생리도 생식도 유전도 가르칠 수 있어요.
셋째는 중고등학교 생물교사들이 연구회를 조직해 이를 활성화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광주에서는 생물교사 98명이 모여 생물교육연구회를 조직, 무등산 식생조사 등을 벌이고 있으나 재정지원이 미흡해 성과는 별로 크지 않아요.

강영철…저도 대학원 석사과정에서 식물분류를 전공했으므로 이번 탐사에 거는 기대가 컸습니다. 하지만 채집준비를 소홀히 해 구례 현지에서 헌 신문지 1박스를 구입하는 등 갈팡질팡 했습니다 .
탐사기간 내내 마대를 차고 다녀 남들이 보기엔 좀 이상했을지 모르나 여기에 2백~3백점의 식물표본을 효과적으로 담을 수 있었습니다.

최영림…사람도 이름을 알면 더 가까워지듯 예전에 그냥 지나쳤던 식물도 그 이름이 송이풀 동자꽃 홍싸리 노각나무 등인걸 알고 나니 또다른 의미로 다가와 더 가까워지고픈 생각이 들었어요.

최강문…저는 과학에 대한 문외한이지만 느낀 바가 많았습니다. 옆에서 보기에도 탐사단원들의 열의와 성의가 느껴져 참 좋은 교육현장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끝으로 이 행사를 주관한 동아일보사와 쌍용에도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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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전민조 기자
  •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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