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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밤하늘, 어디가 가장 어두운가

제1회 「대기오염 측정 전국 별자리관측」분석 결과

도시의 밤하늘 얼마나 오염됐을까? 5대도시를 중심으로 전국 11곳을 동시 관측해 그 결과를 비교했다.
 

(사진1) 담양과 서울(신촌)의 거문고 자리^똑같은 시간(8월3일 밤 10시) 똑같은 조건(f/2.8 가이드 찰영, 노출 10분)으로 촬영한 사진임에도 차이가 너무 뚜렷하다(왼쪽이 담양, 오른쪽이 신천). 그 이유는 도시를 덮고 있는 먼지층이 도심의 인공조명을 받아 스스로 밝기를 가지는 광공해 현상 때문이다. 별의 개수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며 별상의 또렷한 정도도 다르다. 구체적으로는 베타와 감마별 사이의 M57(가락지 성운)이 담양 사진에서는 어렴풋이 판독할 수 있었는데(슬라이드 상태) 신촌 사진에는 없었다.


현대인들, 특히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별보는 일을 포기한 지 오래다. 하늘을 바라볼 여유도 없으며 어쩌다 밤하늘에 시선이 가도 두터운 먼지층으로 뒤덮인 희뿌연한 하늘만이 멀건히 모습을 드러 낼 뿐이다. 어렸을 때 본 견우별과 직녀별, 그 사이를 가로질러 유유히 흐르고 있는 은하수, 은하수를 따라 남쪽으로 비상하는 백조는 쉽게 찾아볼 수가 없다.

도심의 밤하늘, 과연 얼마나 오염됐을까. '과학동아'에서는 "잃어버린 별을 찾아드립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제1회 대기오염 측정을 위한 전국 별자리 관측회를 지난 7월 31일부터 8월3일까지 개최했다. 서울 부산 광주 대구 대전 등 5대도시를 중심으로 전국 11개 지역에서 동시에 개최된 이 행사는 같은 시간에 같은 장비로 사진촬영과 쌍안경 관측을 실시해 그 결과를 다각도로 분석하는 방법으로 진행됐다.

그동안 많은 아마추어 천문인들은 도시의 밤하늘이 점점 본래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음에도 과연 그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내지 못했다. 도시를 돔 모양으로 뒤덮고 있는 먼지층이 별빛을 흡수하는 양은 어느 정도인지, 도심의 인공조명(가로등 건물조명 자동차불빛 등)이 먼지층에 되반사돼 돌아오는 광공해(광해 라고도 함)가 어느 정도 심한지 구체적인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했다. 광공해가 발생하는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밝혀놓은 논문도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서울의 밤하늘과 부산의 밤하늘은, 대구의 밤하늘과 광주의 밤하늘은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까. 혹시 도심에서도 선명하지는 않지만 이미 잃어버린 북두칠성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어두운 시골에서의 관측법과 도시에서의 관측법은 어떻게 다를까. 도심 관측이 어렵다면 어느 정도 교외로 나가면 별 하나 나 하나를 세며 머리위로 쏟아져 내려오는 별들의 소나기를 흠뻑 맛볼 수 있을까.

전국 별자리 관측회는 대도시끼리의 상대적인 대기오염도(주로 먼지)를 알아내기 위해 도심을 주요 관측지역으로 설정했다. 그 결과 부산 서울 대구가 같은 수준으로 판정 됐고 대전 광주는 이보다는 상대적으로 광공해가 덜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쌍안경을 통한 극한 등급 측정시 광주와 대전의 밤하늘은 서울 부산 대구와 비교해 약 두배 더 어두운 것(대기오염과 광공해가 덜 심할수록 밤하늘이 어둡게 보임)으로 판명됐다(표1, 표2, 표3 참조). 구체적인 순위(대기오염의 광공해 심한 순위)는 부산 서울(신촌) 대구 서울(양재) 광주 대전 순. 이 결과는 환경처가 발표한 91년 대도시 부유분진 오염도(표4)와 크게 다르지 않다.
 

(표1) 거문고자리 삼각형 안에서 관측된 별의 개수


사진관측은 10등급 이하에서 차이가 드러 나기 때문에 구체적인 수치화가 불가능했으나 사진에 나타난 별의 숫자와 배경색(광공해가 심할수록 칠흑 같은 검은색이 푸르스름한 색으로 바뀜)은 도심과 근교가 확연하게 구별됐다. 대표적인 예가 광주 근교인 담양과 서울 신촌(사진1). 같은 시간에 동일 조건(가이드촬영, f/2.8 노출 10분)을 찍은 사진분석 결과, 담양은 바탕색이 매우 컴컴하며 잔별들이 매우 많이 보이고 별상이 매우 선명했다. '가락지 성운'이라 불리는 M57도 어렴풋이 보였다. 신촌의 경우는 배경색이 대낮처럼 환하게 나왔으며 잔별들이 별로 없고 별상이 매우 흐렸다. M57도 찾아볼 수 없었다. 특정부분(베타별에서 직녀별쪽으로 1/3 되는 지점)을 사진 판독한 결과, 담양은 9.6등급까지 보이며 신촌은 8.0등급까지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5대 도시의 도심 사진촬영에서는 도시와 근교처럼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쌍안경을 통한 극한등급측정과 크게 다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2, 고정촬영 f/1.4 노출 20초). 거문고자리 삼각형 안의 별을 사진(슬라이드 상태 인쇄되면 상태가 안 좋아진다)으로 판독한 결과, 부산 서울(서강) 대구 서울(양재) 대구 광주 대전순으로 결과가 나왔으나 임의성이 많아 공식 관측 결과로 채택하지 않았다. 가능한 한 관측 조건은 동일하게 처리했으나 도심의 위치선정이라든가 당시의 인공조명이 완벽하게 같은 조건일 수는 없다. 어떠한 방법으로 행사를 진행했으며 분석 방법은 어떠했는지를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자.
 

(사진2) 5대 도시의 도심관측사진 비교^f/1.4 고정촬영 노출20초로 찍은 사진을 슬라이드 상태에서 판독해 극한등급을 측정하기로 했으나 별상이 선명하지 않아 임의성이 많아진다는 의견에 따라 공식결과로 인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사진상태로는 서울 부산 대구가 별 숫자가 비슷하며 그 다음이 광주. 대전이 압도적으로 별이 많이 나타나 있다.


광공해라는 복합적 현상

이 행사의 이론적 근거는 대도시의 별관측이 뿌옇게 대도시를 덮은 먼지층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데에 있다. 이에 대해 국내 아마추어천문가로서 일본 미국 등 외국의 아마추어와 교류를 빈번하게 가지고 있는 이혁기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광해(光害)는 도시의 인공조명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우선 대기가 깨끗하지 않다는 전제 조건 하에서 출발합니다. 지구의 대기는 수증기도 포함하고 있고 각종 먼지 입자들이 대류하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은 자연적인 물질이 아닌 인간이 배출해내는 물질이 대기에 표류 하면서 도시의 불빛을 받아 스스로 밝기를 가지게 됩니다. 이 먼지층이 밤하늘 원래의 빛을 차단하거나 묻히게 만듭니다. 따라서 광해라는 단선적인 표현보다는 광공해(光公害)라는 복합적인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상적으로 본다면 스크린과 같이 외부의 빛(밤하늘의 별빛)을 차단하는 효과와 먼지 등 입자 자체가 지상의 빛을 반사해 밝기를 가져 그보다 더 어두운 빛을 보이지 않게 하는 현상이 복합적으로 일어난다는 설명이다. 광공해의 주요 원인으로는 웬만한 지역은 후자가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지만, 낮에도 먼 산이 잘보이지 않는 공해가 아주 심한 대도시에서는 차단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밤하늘 관측 결과가 대기오염 정도를 절대적인 수치로 표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다만 상대적인 비교만이 가능할 뿐이다. 밤하늘 관측은 단순한 공해도 아니고 광공해라는 복합적인 현상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3일 동안 전국 11곳을 동시 관측

구체적인 관측에 들어가서 제일 중요한 것은 지역을 선정하는 문제였다. 우선 5대 도시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데는 이의가 없었으나 나머지는 도시와 떨어진 독자적인 곳을 선정할 것인가, 아니면 도시 근교를 선정할 것인가는 논란이 많았다. 행사 목적 중의 하나가 '별 보기를 포기한' 도시인들에게 잃어 버린 별을 찾아준다는 것이므로 도시에서 가깝고 별관측에 유리한 곳을 선정해준다는 의미에서 도시 근교를 선택했다. 서울은 워낙 넓으므로 도심을 강북과 강남으로 결정.

행사 참여 인원은 올해가 첫번째 행사이므로 일반인(초보자 포함)의 참여는 보류하고 어느 정도 숙련된 전국대학생아마추어천문회(UAAA) 회원들을 중심으로 하고 지역별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KAAS) 회원들, 이미 졸업한 UAAA선배들이 지원하기로 했다. 도심과 근교의 구체적인 장소는 지역에서 독자적으로 정하되 도심은 비교적 광해가 적은 곳으로 하고 근교는 도심과 가까우면서도 도심을 둘러싸고 있는 먼지층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곳을 선정 하기로 했다(관측장소 참조). 단 서울 근교는 대기오염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가평으로 결정.

관측일자는 월령을 고려하고(초승이나 그믐이어야 관측에 유리함) 장마가 끝날 것으로 예상되는 7월31일~8월3일(8월2일은 일요일이므로 제외) 3일간으로 정했다. 날짜를 3일씩 잡은 것은 전국이 모두 날씨가 맑은 날을 찾기 위해서다. 장마가 계속돼 이 기간 중에 관측이 불가능할 때(11곳이 모두 관측 되는 날이 없을 경우)는 8월18일~20일에 2차 관측회를 열기로 했다. 관측 방법은 7x50㎜ 쌍안경을 이용한 극한등급 측정(몇등급까지 보이느냐를 측정, 밤하늘의 밝기를 알아내는 방법)과 표준 50㎜ 렌즈 사진촬영으로 정했다. 관측대상은 백조자리 전체를 사진촬영 대상으로 하고 극한등급 측정은 백조자리의 베타별과 에타별 사이(백조의 목부분)의 23개 별을 측정대상(3.1에서 9.5등급 까지)으로 삼았다.

UAAA의 관측부장인 최현석(서강대 화공과 3년)군이 전국을 돌면서 장비와 참가 인원을 점검했고 최종적으로 7월27일 충북 영동 송호리에서 지역 대표자들이 모여 실제 관측에 관련된 모든 조건을 최종 결정했다. 이 자리에는 KAAS 박석재 회장을 비롯 최한우(동력자원연구소 연구원) 박승철 이혁기 조상호 씨 등 내로라하는 아마추어 천문가들이 대거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일본에서는 전국에서 8천명이 참가

송호리 준비모임에서는 관측대상을 거문고자리로 교체하고 촬영조건을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백조자리는 별자리가 차지하는 면적이 너무 넓고 은하수 중심이라 주변에 별이 너무 많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됐으며 거문고자리는 상대적으로 좁으며 은하수 주변에 위치해 있어 주변에 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거문고 자리에는 일반인들에 익숙한 직녀(베가)별이 포함돼 있는 것도 관측 대상을 바꾼 이유 중의 하나.

촬영방법은 고정촬영과 망원경을 이용한 가이드촬영을 병행하기로 했다. 고정인 경우 f수 1.4에 노출시간을 10초 20초 2분으로 하고 가이드 촬영은 f수 2.8에 노출시간을 2분 5분 10분으로 결정했다. 결국 한지역에서 6장의 사진을 찍기로 한 셈.

고정 10초는 육안 관찰과 가장 유사한 사진이 나온다(사진5). 노출 시간이 길수록 빛을 많이 모으기 때문에 많은 별이 사진에 나타나지만 별은 지구 자전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고정으로 2분 이상 노출을 주면 별이 흘러 점상이 아닌 선상으로 나타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카메라를 별이 움직이는 것을 따라가게 만드는데 이를 가이드 촬영이라 한다. 별을 추적하는 데는 망원경 적도의 마운트를 사용한다. 촬영시간은 거문고자리가 천정 근처에 있는 10시부터 11시 사이로 정했다.

고정과 가이드 촬영을 다단계로 나눈 것은 도심과 근교에서 어떤 촬영법이 더 적당한가를 알아보기 위함이다. 촬영필름은 어두운 밤하늘 촬영에 적합한 에타크롬 400 슬라이드로 결정했다.

쌍안경을 이용한 극한 등급 측정도 백조자리 목부분이 쌍안경의 한시야에 들어오지 않을 뿐더러 별이 너무 많아 관측이 어렵다는 의견이 개진돼 조상호씨가 제안한 거문고자리 삼각형(성도 참조) 안의 별 숫자를 세는 방법으로 바꾸었다. 직녀별과 엡실론별(쌍성) 제타별이 이루는 삼각형 안의 별숫자를 세기만 해서 기록하면 분석팀이 자세한 성도를 이용, 극한 등급을 측정할 수 있다는 논리. 예를 들면 대전 도심에서 삼각형 안에 10개(꼭지점 포함)를 관측했다면 극한 등급은 8.2등급(표2).
 

(표2) 거문고자리 삼각형 안의 별의 개수에 따른 극한등급


송호리 준비모임에서는 이밖에도 촬영시 주의사항, 관측일지 작성법, 날짜를 구분하기 위해 필름을 태우는 방법 등이 전문가들에 의해 참여 학생들에게 전달됐다. 현상에 따른 지역별 차이를 줄이기 위해 필름을 통째로 서울로 송달, 동일한 조건으로 현상 하기로 했다. 참가자들이 이구동성으로 걱정한 것은 기상조건. 전국의 날씨가 동일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 전국적으로 맑아도 국지적으로 구름양까지 똑같기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일본에서 발간되는 천문잡지를 꾸준히 구독하면서 망원경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박승철씨는 "일본에서는 87년부터 환경청이 주도해 전국에서 스타워칭 대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작년에는 8천명이 참가해 대성황을 이루었다"고 말하면서 "전국을 세분해 수십군데에서 관측하기 때문에 '밤하늘 관측 지도'가 나오며 매년 데이터가 쌓이기 때문에 해가 갈수록 악화되는 대기오염정도를 별 자리 관측으로 알아낸다"고 소개했다.
 

(사진5) 육안가 가장 비숫한 사진^서울 양재 고정 10초(위)와 대전근교 고정 20초(아래)


장마와 태풍 사이, 절묘하게 성공
 

(표3) 극한등급에 따른 밤하늘의 어두운 정도를 비교


장마전선이 말끔히 걷히지 않은 가운데 7월31일 첫 행사날이 다가왔다. 첫날은 서울과 광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지역에서 날씨가 흐려 관측이 불가능했으며 8월1일은 서울 광주가 날씨가 안좋아 관측을 실시하지 못했다. 다행히 마지막날인 8월3일은 모든 지역에서 별 탈없이 사진촬영과 쌍안경 관측이 실시됐다. 8월3일 이후에는 곧바로 태풍이 닥쳐 '하늘이 도왔다'는 이야기가 나중에 나오기도 했다.

서강대 천문반 '별' 팀이 맡은 신촌지역(서강대 과학관 옥상)에서는 한종현군 등 5명이 참여해 3일 연속, 날씨를 가리지 않고 관측을 추진해 분석팀으로부터 감투상을 주어야 한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관측일지에는 8월3일의 날씨를 "약간의 구름이 있었으나 투명도가 좋았다"고 적었다.

서울 양재는 성균관대(팀장 조봉연)에서 맡았다. 서울에서도 광해의 영향을 가급적 피해보려고 한적한 양재역 근처를 택했으나 자동차 불빛 때문에 고전. 마지막날은 새벽 1시경 윤봉길 기념관이 있는 시민공원으로 자리를 옮겨서 관측해 조금 선명한 결과를 얻었으나 분석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서울 도심에서도 자동차 불빛이나 건물의 빛, 그리고 시야 방해만 없는 곳이라면 맨눈으로도 약 3등급의 별을 볼 수 있으며, 시민공원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는 7x50 쌍안경으로도 안드로메다 은하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고 관측일지에 적었다.

서울 근교를 대신해 선택된 가평은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지역. 관측은 연세대(팀장 김동훈)에서 진행했다. 다른 지역과는 달리 4박5일을 KAAS 가평 천체관측소에서 머물며 관측을 계속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8월3일은 특히 날씨가 좋아 궁수자리 별들이 초롱초롱 빛났으며 은하수가 뭉게뭉게 남북으로 뻗어 있었다고 관측일지에 기록했다. 운량은 0/10. 사진 결과는 광주 근교의 담양과 우열을 다루기 어려울 정도로 새까만 밤 하늘에 별들이 많이 찍혔다.

부산은 환경처가 발표한 부유분진 오염도 (91년, 표4)에서 5대도시 중 챔피언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애초부터 관심지역. 수영만에 위치한 수산대학교 학생회관 옥상에서 도심 관측이 이루어지고 근교는 양산군에 가까운 회동동 구월산에서 관측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회동동 구월산은 인근에 큰 규모의 회동 저수지가 자리잡고 있어 수증기 영향 때문에 관측결과가 좋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5대도시 중 도심과 근교 차이가 가장 안나는 지역으로 사진이 나타났다.

도심은 수산대(팀장 반재탁)가 맡았다. 날씨는 대체로 양호했고 쌍안경을 이용한 극한 등급 측정에는 3명이 동시에 관측, 평균하는 방법을 취했다. 결과는 6.66개가 나왔으나 분석팀에 의해 7개로 정정됐다. 3명중 2명이 7개를 봤다면 7개로 취급해야 한다는 논리.
 

(표4) 5대도시 부유분진 오염도


하산중 다리를 다치기도

회동동 구월산에는 동아대(팀장 서동철)가 올랐다. 8월3일 날씨가 대체로 좋았으나 뭉게구름이 자주 출현했고(운량 4/10) 바람이 불어 카메라가 세팅된 망원경이 흔들리지 않았나 걱정했다고 한다. 구름이 매우 빨리 흘러 별들이 움직이는 것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으며 관측 도중 유성이 백조자리를 스쳐 지나가는 것을 목격하기도. 일요일이기 때문에 관측을 쉬기로 한 8월2일 날씨가 너무 좋아 울화가 치밀었다는 내용도 관측일지에 적었다. 호수 주변이라 습기가 많음을 피부로 느꼈으며 마지막날 관측을 마치고 내려 오다 한사람이 발목을 다치는 불상사가 일어 나기도 했다.

대구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경북대 제2과학관 옥상에서는 이 학교 아마추어천문회(팀장 김진모) 회원이 여러명 참여해 관측을 실시했다. 특히 관측부장과 학술부장은 3일밤을 꼬박 샜다. 8월3일은 근래에 보기 드문 좋은 날씨라 사진이 너무 잘 나와서 대구가 공해없는 도시로 판명날까봐 걱정이 된다고 관측일지에 적었다.

대구 근교는 성서 인터체인지에서 버스로 7분 거리인 계명대 성서캠퍼스에서 이 학교 아마추어천문회(팀장 김은주)가 관측을 시행 했다. 8월1일 관측을 하던중 미확인비행물체(UFO)로 추정되는 이상한 물체를 발견하는 신비스러운 경험을 했다고 밝히면서 이 물체의 경로까지도 지도로 그려 보내왔다. 관측팀 전원(5명)이 본 이 물체는 형체는 아메바 같고 크기는 직녀별의 10배는 되었으며 속도는 비행기의 3,4배라고 소개했다. 백조의 알비레오에서 견우별로 직진하는듯 싶더니 방향을 바꾸어 직녀별과 데네브 사이를 지나 용자리쪽으로 사라졌다는 것. 비행기라고 하기에는 소음이 전혀 없고 바람에 날린 비닐 봉지가 불빛을 받은 것이라고 하기엔 밝기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광주는 전남대 광주대생들이 이정훈군을 팀장으로 범광주팀을 구성, 도시와 근교로 나누어 관측을 실시했다. 도심은 광주역 북쪽 뒤편에 위치한 전남대 사범대 4호관 옥상에서, 근교는 광주 북쪽 담양군 대전면 대치리에서 관측을 실시했다. 전남대에서 북쪽은 밤하늘 답게 깨끗했으나 남쪽(시가지)은 보기 힘들 정도로 광해가 심했다고 관측일지에 기록했다. 도심팀은 망원경의 스카이그래프 조임새가 잘 조여지지를 않아 가이드가 불완전했다고 실토했다. 8월3일은 사진촬영 중간에 옅은 구름이 지나가기도. 담양팀은 8월3일 바람이 많이 불고 시상이 별로였으나 이번 행사의 촬영지역중 가장 많은 별을 사진으로 담는데 성공했다.

대전 도심은 한남대(팀장 이선형)가 맡아서 진행했는데 4학년에서 1학년까지 전회원이 처음부터 끝까지 촬영을 지켜보고 쌍안경 관측에 적극 동참했다고 알려왔다. 특히 학교 선배는 아니지만 직장(동력자원연구소)이 대전인, 경험이 많은 아마추어천문가 최한우씨가 마지막날 합세, 가이드촬영에 결정적 도움을 주었다. 8월3일 운량은 2/10이며 시상 투명도 모두 비교적 좋았다고 기록했다. 극한등급 측정에는 5명이 참여, 별의 수를 세었다. 이선형군(3년)은 "신입생일때 보던 밤하늘과 지금의 밤하늘과는 차이가 엄청 나다"며 "대전이 최근 2,3년간 급속히 개발 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나타내주는 증거"라고 밝혔다.

대전 근교는 과학기술대 정문 뒤의 잔디밭을 관측장소로 정하고 이 학교 천문서클 '별 바라기'(팀장 강현규)가 관측을 주도했다.

에타크롬 400 슬라이드를 대전에서 구하지 못해 애를 먹다가 뒤늦게 서울까지 올라와서 사가는 고충을 겪기도 했다. 8월3일 날씨는 구름은 별로 없어 투명도는 좋았으나 바람이 불어 시상은 별로 좋지 않았다고 기록했다. 국방과학연구소에 근무하는 조상호씨가 도움을 주어 가이드 촬영을 수월히 마칠 수 있었다고 관측일지에 적었다.

서울과 가평은 4배 이상
 

(사진3) 도심과 근교를 비교한 사진


(사진3) 도심과 근교를 비교한 사진^f2.8 가이드촬영 노출5분. 부산이 도심과 근교가 차이가 나지 않는 이유는 부산 근교지역이 호수 근처이기 때문에 증발된 수증기입자가 별관측을 방해했기 때문.


분석은 필름과 관측일지가 다 모이고 현상이 끝난 8월9일 서울 여의도 '과학동아'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분석팀은 이 행사와 자문위원인 박석재 박승철 이혁기 조상호씨와 간사인 최현석군이 참여했다. 처음 행사인지라 어떤 분석틀을 가져야 하는지부터 논의하기 시작했다. 마지막날 모든 지역에서 관측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므로 8월3일의 결과만을 갖고 분석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우선 극한등급측정을 위해서 거문고자리 삼각형안의 별의 숫자에 따른 극한 등급을 정하고(표2) 관측결과(표1)를 대비시켰다. 서울 신촌지역을 밤하늘의 어두운 정도의 기준으로 잡고 다른 지역이 어떠한가를 살폈다. 별이 1등급 차이는 100${ }^{ \frac{1}{5} }$ 의 밝기 차이가 나므로 100$\frac{x}{5}^{-7.5}$ 식을 사용해 어두운 정도를 비교했다(여기서 X는 비교지역의 극한등급이며 7.5는 신촌지역의 극한등급). 결과는 앞에서 밝혔지만 부산 서울(신촌) 대구 서울(양재) 광주 대전 순(표3). 가평은 서울 신촌 지역에 비해 4배 이상 어두우며 광주 도심이나 대전 도심은 서울 신촌 지역에 비해 2배 정도 어두운 것으로 드러났다.

분석팀은 쌍안경 관측이 사람의 육안에 의존하므로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지역의 기상 조건이 똑같지 않으므로 오차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다음번 행사 때는 관측법만이라도 좀더 구체적으로 통일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조상호씨는 "대기오염의 영향이 거의 없는 것으로 추측되는 가평과 담양이 서울이나 부산과 2등급의 오차가 있으므로 가평이나 담양이 육안 극한등급이 6등급이라면 서울에서도 광해의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지역만 고른다면 4등급까지는 맨눈으로 볼 수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고 밝히면서 "실제로 서울 사람들도 별보기를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밤하늘을 관측한다면 의외로 많은 별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분석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우선 슬라이드를 환등기로 비춰보았을 때 나타나는 차이가 인쇄로는 구별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각 도심간의 비교(사진2)에서는 노출시간이 많은 것을 사용하기 어려웠다. 도시는 광공해가 많아 노출시간이 많으면 바탕색이 허옇게 변해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심간 비교에는 고정촬영에 노출시간 20초 짜리 (f수 1.4)를 사용했다. 우라노메트리아 2000 성도를 놓고 여러 부분을 비교하려 했으나 미세한 차이라 객관적으로 인정하기 어려웠다. 삼각형안의 별을 세서 극한등급을 비교 했으나 사진으로는 광공해에 따른 바탕색 차이와 전체적인 별의 개수밖에 비교할수 없었다.

다음으로는 도심과 근교가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지를 사진으로 보여주는 것이 필요 하다(사진3). 여기서 문제가 됐던 것은 부산의 경우 도심과 근교가 별 차이가 없었다는 것. 그 이유는 부산 근교지역이 호수의 영향으로 촬영조건이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수적으로는 도심에서 또는 근교에서 어떤 촬영조건을 주는 것이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느냐를 서울 신촌 지역과 가평 지역을 노출시간에 따라 늘어 놓음으로써 독자들이 판단하게끔 하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좋은 밤하늘 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되도록이면 노출을 많이 주어 빛을 많이 모으는 것이 좋으나 광공해가 심한 도시에서는 노출시간이 많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사진4). 마지막으로 육안 관측과 가장 유사한 모습의 사진(도심은 고정촬영 f/1.4 노출시간 10초, 근교는 고정촬영 f/1.4 노출시간20초)을 게재하기로 결정했다(사진5).
 

(사진4) 촬영조건 비교^① 고정10초(f/1.4) ② 가이드 2분(f/2.8) ③ 가이드 10분(f/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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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김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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