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측량도
동굴 지형이 자세히 기록된 지도. 미개척 동굴을 탐험한 뒤에는 직접 그려 자료로 남긴다.
B. 와이어 래더
높이가 낮은 수직 동굴을 탐사할 때 사용하는 사다리.
C. 동굴자일
동굴탐사용 자일은 일반 자일보다 뻣뻣해 잘 늘어나지 않고 쉽게 꼬이지 않는다.
D. 지역지도
동굴의 위치가 표시된 지도. 베이스캠프나 동굴의 위치가 표시돼 있다.
E. 망치
수직 동굴을 오르내릴 때 동굴자일을 고정시킬 침을 벽에 박는 데 쓴다.
F 무전기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는 깊은 숲이나 동굴에서 필수.
지난 6월 10일 오후 1시. 동국대 동굴탐험연구회 회원 두 사람이 동국대 정각원과 혜화원 건물을 잇는 다리에 묶인 밧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자일에 발 걸고 줄 꼭 잡고 힘껏 밀고 올라가!”
“이렇게요? 으윽….”
김아름(04학번) 씨가 날랜 몸놀림으로 동굴자일을 이용해 오르내리는 시범을 보이자 동아리의 신참내기 박용우(08학번) 씨가 이를 힘겹게 따라한다. 25℃가 넘는 초여름 날씨에 두 사람은 두꺼운 방한복을 입은 채 땀을 뻘뻘 흘리며 수직동굴 하강 연습이 한창이다.
김 씨는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동굴에서 오직 손전등과 자일에 의지해 몸을 가눠야 하기 때문에 눈 감고도 탐사용 자일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훈련을 반복한다”며 “실전과 똑같이 연습하느라 더운 날씨에도 방한복을 입는다”고 설명했다.
1 969년 창립된 동국대 동굴탐험연구회는 우리나라 대학에 있는 8개 동굴탐험동아리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역사만큼이나 탐사활동도 활발하다. 동아리 회원들은 1년에 20여 차례 탐사여행을 떠나 80여개의 동굴을 탐사한다.
“주로 지금까지 사람의 발길이 닿은 적이 없는 미개척 동굴을 탐사했어요. 캄캄한 동굴에서 파이프 오르간 같이 흘러내린 종유석 벽을 만나 손전등을 비출 때면 수 천 수 만년 동안 만들어진 자연의 예술품에서 웅장한 음악이 들리는 듯 하지요.”
동아리 회장 조익수(02학번) 씨는 동굴 탐험의 매력을 ‘오래된 시간과의 만남’이라고 설명했다. 동굴 탐험에는 언제나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지만, 아름다운 동굴 생성물을 관찰하고 ‘막장’(동굴의 가장 안쪽)을 정복한 뒤 느끼는 희열은 익스트림 스포츠가 주는 짜릿함 그 이상이다.
하지만 이들의 탐사는 동아리 이름에 ‘연구회’가 붙어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동호회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수 백 개의 미개척 동굴을 탐사해 측량도와 생태지도를 만든 뒤 이를 해당 관청이나 관련 학회에 보고한다. 현재 전국에는 600여 개의 동굴이 있다고 알려졌지만, 전문적인 탐사 인력이 부족해 학술적이나 관광 산업적으로 가치 있는 동굴의 목록조차 정리된 적이 없다.
지난해 여름에는 강화군청에서 강화도 마니산에 있는 동굴 2개를 탐사해 달라는 의뢰를 받고, 관광동굴로 개발할 만한 규모인지 평가해 주기도 했다. 동굴탐험연구회는 탐사활동과 더불어 지난 40년 동안 축적된 동아리의 동굴탐사자료를 디지털 데이터 베이스로 구축하는 작업을 최근 시작했다. 자료가 워낙 많아 모두 정리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지 모른다. 하지만 작업이 끝나면 우리나라 동굴에 대한 가장 방대하고 정확한 자료가 탄생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