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정거장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인류를 우주에 정착시키기 위한 적응장소를 제공하는 일이다.
우주의 영역과 지구를 비교할 때 우주 영역의 광대함으로 미루어 지금까지 지구에서의 인류문명의 발달은 미래에 전개될 우주문명에 비해 태동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미래에 전개될 이러한 광대한 우주영역에서 거주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우주정거장이 건설되어 왔다. 현재 미국의 주도로 유럽 일본 캐나다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제 우주정거장 건설 계획은 우주시대 개척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우주정거장 기술은 어디까지 와있으며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초기의 우주개발은 미·소의 군사 경쟁으로 추진돼 왔다. 옛소련의 우주기술이 최초의 인공위성 발사 및 소형급 우주정거장 건설 등에서는 한발 앞서 왔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뒤늦게 우주전략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아폴로 계획을 수립하여 최초의 인간 월면 착륙을 이룩했으며 잠재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아직까지 우주 정거장 기술에 있어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한편 유럽공동체와 중국 일본 인도 등에서 우주개발 계획을 세워놓고 추진중에 있으므로 앞으로는 공동개발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얼마나 머무를 수 있는가
우주정거장에서는 주로 사람을 실은 우주비행체의 발사와 우주공간에서의 체류 및 활동을 주요 임무로 삼았다. 우주공간에서의 체류기간은 경쟁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초기에는 1일정도 체류하다 지구로 귀환했으나 현재는 미국의 우주왕복선이 개발됨에 따라 항공기 형태로 지구귀환이 가능하게 되었으며 아울러 체류기간도 급속히 늘어났다. 원시적 형태의 우주정거장은 옛 소련에서 발사한 소유즈 우주비행체며 사람을 실은 최초의 소유즈는 1967년에 발사되었다.
최초의 우주정거장 살류트는 1971년 4월에 발사됐다. 사람이 탑승하지 않은채 우주 궤도로 진입하여 후에 소유즈 10호와 결합해 무게 26t, 총길이 23m의 우주정거장을 형성 했다. 이와 병행하여 코스모스 비행체가 개발되어 살류트 7 우주정거장에 소유즈와 함께 결합돼 더 큰 우주정거장을 형성했다. 규모가 커진 살류트는 승무원과 장비의 운송을 용이하게 하였으며 총 22명의 승무원이 탑승하여 1천6백회의 실험과 관찰을 하였다.
미국 최초의 우주정거장은 스카이랩(skylab)으로 1973년 5월에 발사되었는데 태양전지판에 이상이 생겨 폐기상태에 놓여 있다가 승무원의 용감한 수리작업에 의해 제기능을 회복했다.
스카이랩은 비록 문제가 다소 있었지만 임무수행을 충실히 해 지구와 태양, 우주관측을 통하여 많은 자료를 제공했으며, 특히 무중력상태에서의 인간활동에 대한 실험을 통해 그 유용성을 증명했다.
스카이랩은 임무완료 시점에서 궤도를 높여 계속 사용할 계획을 세웠으나 궤도를 높여줄 우주왕복선이 여의치 못해 폐기 처분 했다. 궤도가 낮아지면서 1980년 7월 지구 대기권에 돌입하면서 분해되어 버린 후 인도양으로 가라앉았다.
옛소련의 3세대 우주정거장 미르는 1986년 2월에 발사됐다. 미르는 모두 6개의 접속 장치를 가지고 있어 규모 확장 가능성을 넓혀주었다. 3개의 모듈 중 2개가 가압되고 나머지 1개의 모듈은 궤도 운행을 위하여 3백 뉴턴의 추력을 가지는 로켓모터와 자세조정을 위한 32개의 소형 로켓모터가 장착된다. 미르는 이외에도 연료 저장소와 열제어 시스템 및 접속장치를 가지고 있는 총길이 13m에 지름 4.2m의 대형 우주정거장이다. 이 정거장은 지구와의 통신을 언제나 가능하게 하기 위하여 지구정지궤도에 있는 위성들과 통신망을 구성하고 있다.
내부는 벽과 천정 및 마루를 구분할 수 있도록 각각 다른 색깔의 페인트를 칠하여 승무원이 자기 위치를 쉽게 알아보도록 했다. 두개의 작업공간 모듈 중 작은 것은 지름이 2.9m, 큰 것은 4.2m다. 작업공간 내부에서는 자유로이 활동할 수 있으며, 먹고 자고 실험하는 일 등은 주로 큰 모듈에서 수행하고 작은 모듈에서는 조정 통신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외부의 태양전지판은 총면적이 76㎡로 전 우주정거장 살류트보다 25㎡가 크며 갈륨비소전지판을 사용하여 에너지 변환효율을 높이고 있으며 항상 태양열을 최대한으로 받도록 자동 조절된다.
화성진출의 전초기지
승무원 유리 로마넨코가 3백26일간 우주 체류 기록을 세웠는데 지구 귀환 후에도 재적응을 훌륭히 해내 인류의 우주공간 장기체류 가능성을 높여주었다. 반 영구적 우주체류도 시간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국제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우주 정거장 프리덤(Freedom)은 길이 1백m 이상의 거대한 구조물로 지구상공 약 2백km 지점에 떠 있게 된다. 이러한 규모의 우주정거장을 지상에서 발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하기 때문에 구조물의 골격을 분절해 수십회에 걸쳐 우주로 이송한 후 우주공간에서 거대한 우주정거장을 조립하게 된다.
현재 이 계획은 미국 의회와 행정부의 지지를 얻어 국제공동협력서가 체결되었으며 기본설계가 시작되었다. 우주정거장 프리덤의 국제 공동개발은 우주개발이 한 국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다음 세대에 물려줄 인류공동체의 개발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는 우주를 인류의 공동자산으로 인식하고 평화적으로 개발해야 된다는 명제에 부합하는 것이다.
프리덤이 완성된다면 30년간의 우주활동 장소가 제공된다. 이곳에서 화성탐사선을 조립 발사하여 화성기지 건설의 전초기지로 활용할 것이며 더 멀리 우주탐사의 길을 열게 될 것이다.
우주개발이 좀더 본격화되면서 기술과 경험이 축적된다면 향후의 우주정거장은 더욱 크고 복잡한 형태로 발전돼 궁극적으로 우주 기지 내지는 우주도시로 발전할 것이다. 또한 상업적 이용도 활발하여 자유로운 우주여행도 가능해짐에 따라 우주호텔도 등장할 것이다. 이미 미국 하이야트 호텔에서는 우주 호텔 조감도를 선보인바 있다. 우주정거장 건설의 규모가 커져 사람이 영구적으로 우주 생활을 할 수 있게 되면 우주가족이 탄생하게 되는 것도 멀지않은 장래의 일일 것이다.
광대한 우주를 보고온 우주인들은 우주의 신비로움과 광대함에 경이로움을 느끼고 지구로 귀환해서는 종교에 심취하거나 환경보호론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는 사파이어 빛을 내는 별로,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는다고 한다.
갖가지 무중력 실험
우주정거장의 환경은 지구와 전혀 다르다. 지구중력의 약 1백만분의 1인 마이크로 중력 환경(거의 무중력 상태)을 가진다.
이러한 무중력상태를 이용하여 여러가지 실험을 수행하는데 지구상에서는 지구 중력 때문에 불가능한 순도 100%의 결정체를 만들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은 새로운 재료의 합성이나 신의약품 제조에 활용된다. 또한 무중력 상태에서 지상의 생물이 어떻게 성장하는지에 대한 관찰과 실험을 통해 우주에서의 생활에 필요한 자료를 얻는다.
우주정거장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인류를 우주에 정착시키기 위한 적응장소를 제공하는 것일 것이다. 지구에서의 일상 생활 양식은 우주환경에 처했을 때 변화가 생기며 두통과 멀미 등의 현상이 일어난다. 이를 우주병(space sickness)이라 하는데 이를 극복 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구와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방법들이 고안되고 있으며 인체의 적응 능력을 높여주는 장치들도 개발되고 있다. 우주환경에 적응된 후의 우주에서의 생활은 지구중력으로부터 해방된 생활이 될 것이다. 물속에서 느끼는 기분이나 모태에서 느끼는 태아의 상태와 유사할 것이다.
무중력 상태에서 운동을 하게 되는 우주공간에서는 사람의 팔과 다리가 지상에서처럼 지구중심을 향하지 않고 자유롭게 유영하는 기분이 느껴진다. 따라서 한지점에 고정되는 것이 힘들어지며 조그만 힘으로도 멀리 유영하게 된다 또한 인체의 혈액순환도 하반부에서 상반부로 쉽게 순환되기 때문에 인체의 각 부분이 장력을 잃어버리고 모든 근육이 부유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아마 신장도 몇 ㎝는 늘어날 것이다.
우주에서의 식사는 또다른 기분을 느끼게 해줄 것 같다. 모든 음식물은 포장되어 있으며 공중에 둥둥 떠다니는 식사 그릇에서 음식을 들어누워 먹는 모양이 될 것이다. 음식의 조미료로 소금이나 후추를 치는 일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소금을 칠 경우 그 소금은 공중으로 사방에 퍼져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우주에서 세수나 면도 또는 대소변은 어떻게 할까. 아마도 우주에서 당신의 머리카락은 사방으로 뻗쳐 흩날리고 면도도 거꾸로 서서하는 기분이 들것이다. 대소변은 벽에 붙은 쓰레기 처리 장치에서 하며 좌석벨트를 매고 하게 된다. 여기에는 하수구가 없고 휴지는 특수용기에 넣어 처리된다.
잠은 어떻게 잘까. 우주정거장에서는 밤낮의 구분이 없고 태양이 하루에 두번 떴다 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잠을 자기 위하여 수면 마스크를 사용하게 되며 잠자는 동안 떠다니지 않게 하기 위하여 고정대를 사용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과 더불어 우주정거장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지구와 우주 천체의 광활한 모습은 우주공간에서의 생활을 신비하고 경이롭게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