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호킹의 업적 중 대표적인 것으로 두가지를 꼽을 수 있다. 하나는 "검은 구멍은 그다지 검지 않다"라는 그의 말에 잘 나타나 있듯이, 빛도 탈출하지 못하는 지옥처럼 알려져 있는 검은 구멍(black hole)이 결코 천체물리학 세계의 '괴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상상을 초월하는 높은 온도와 밀도를 가질 수밖에 없는 태초에 허수 시간에 의하여 무경계 우주가 자연스럽게 저절로 태어났다는 주장이다. 굳이 일상 용어로 표현한다면 "신은 별로 필요가 없다"라는 말이 이에 상응되리라 생각한다.
1990년 여름 스티븐 호킹의 업적 중 우선 검은 구멍에 관한 것만을 모아 책을 쓰면서, 나는 호킹은 도대체 어떤 교육을 받았을까 하고 매우 궁금해 하였다. 물론 단편적으로 들은 얘기들과 내가 직접 케임브리지 천문학연구소를 방문하였을 때 느낀 점이 없던 바는 아니었지만(유감스럽게도 호킹은 그때 그곳에 없었다), 한번도 체계적으로 호킹이 어떻게 성장하였는지에 관하여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 궁금증이 바로 이 책을 읽고 상당히 해결되었다. '죽은 과학자의 사회'라는 비유가 걸맞을 영국의 영재교육과정이 책 초반에 걸쳐 잔잔하게 깔려 있음을 나는 발견한 것이다. 진정한 과학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학생 선생 학부모라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반드시 많은 것을 얻으리라 믿는다.
그렇다고 해서 꼭 그런 사람들만 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은 물론 아니다. 제목 그대로 운명을 넘어 감동적으로 전개되는 호킹의 삶과 사랑이 모든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게 될 것이다. 특히 호킹이 부인 제인과 헤어지게 된 일에 대해서도 자세히 언급하고 있는데, 가장 근본적인 이유로서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제인과 무신론자나 다름없는 호킹의 종교적 갈등을 들고 있다.
호킹이 돈을 벌기 위하여 '시간의 역사'라는 책을 썼다고 이 책은 명확히 밝히고 있다. 물론 왜 돈이 필요하였는지까지도. 이 책에는 또한 '시간의 역사'에 관한 많은 뒷얘기가 담겨 있고 여러 과학적 개념들도 다른 방법으로 기술되어 있어, 특히 그 책을 읽고도 많이 소화해내지 못한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이 책에 담겨 있는 재미있는 뒷 얘기들 중의 한 토막. 미국을 비행기로 여행하던 아기우주이론 권위자인 린데가 우연히 '시간의 역사'를 읽고 있는 사업가의 옆자리에 앉았다. 자기 소개도 없이 린데가
"그 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하고 묻자 사업가는
"아주 재미있어요. 책을 내려놓을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그래요? 저는 어떤 페이지는 전혀 이해할 수가 없던데." 린데가 말하자 그 사업가는 측은하다는 눈빛으로 린데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어디가 이해가 안 가는지 말해봐요. 설명을 줄 테니…" 하였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