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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킨토시의 고유한 기능이었던 탁상출판(DTP)은 현재 IBM 호환기종에서도 널리 채택되고 있다. 원고작성 교정 사식 레이아웃 제판 등의 책 출판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컴퓨터로 책상위에서 처리하는 DTP의 실체를 좇아가 보자.

탁상출판시스템(DTP, Desk Top Publishing)이 처음 선을 보인 곳은 미국이다.

1985년 미국의 앨더스사는 매킨토시에서 글과 그림, 그래픽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문서편집용 소프트웨어 '페이지 메이커'(Page Maker)를 발표했는데 이 제품이 바로 DTP의 효시다.

이 제품은 워드프로세서가 단순히 문자(text)의 입출력에 그치는데 반해 문자 그래픽 그림 사진 표 등을 혼합 사용해 문서를 만듦으로써 PC에서도 보다 고품위의 문서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발매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페이지 메이커의 뒤를 이어 퀵익스프레스(Quick Express) 벤추라(Ventura) 등 우리들 귀에도 낯설지않은 DTP 프로그램들이 연달아 나왔다.

전산사식에서 DTP로

DTP는 탁상출판시스템 또는 간이(簡易)출판시스템으로 불리는데, 여기에는 기존의 출판시스템에 비해 책상에서 모든 작업을 끝낼 수 있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즉 기존의 출판 작업이 필자로부터 원고를 받아서 정리하고 이를 사식기에서 인화지로 출력을 한 뒤 대지(臺紙)에 붙이고 다시 제판 작업을 거친 뒤 인쇄에 들어가 책이 완성되는,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하므로 이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탁상출판시스템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 와서는 전자출판용 프로그램의 전단계라는 뜻에서 간이출판시스템의 개념에서 해석하는 사람이 더 많다.

출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고를 인쇄용 글자체로 찍어내는 것이다.

사식(寫植)이라 불리는 이 작업은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글자씩 찍어내는 수동사식이 주류를 이루었다. 이것은 여러 글자의 원형들을 마이크로필름화 해두어 원하는 크기로 인화지에 사진 찍듯이 촬영한 후 현상과정을 거치는 사진식자 방법이다.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것이 전산사식이다. 전산사식은 고성능 편집기를 사용하며 금속활자판이나 마이크로 필름이 아닌 전산화된 서체(digital font)를 사용한다는 점이 특징. 편집자가 편집내용을 확인해가며 작업을 할 수 있고 최종 출력은 인화지에 인쇄하는 방법이다. 현재 가장 많이 쓰이고 있지만 이 방법 또한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시간과 비용 면에서 그다지 효율적인 방법이 아니다.

시간은 줄어들고 출력은 고품위

DTP 프로그램의 등장은 이러한 출판작업 환경에 일대 변혁을 가져 왔다. 아무리 사소한 출력물이라도 사식집과 출력소를 거쳐야 가능하던 것을 편집자의 책상위에서 가능토록 했기 때문이다. 인화지 출력, 대지 작업, 제판을 DTP 프로그램 내에서 통일성 있게 작업할 수 있는 것이 DTP의 장점이다.

DTP 프로그램의 도입 효과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나타난다.

우선 문서처리 시간과 공간의 절약을 동시에 꾀할 수 있다. 종전에는 편집자, 레이아웃(layout) 디자이너, 사식집, 인쇄소를 거쳐야 하나의 인쇄물이 나올 수 있었다.

그러던 것이 DTP를 사용함으로써 모든 작업이 일체화되어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발생할 소지가 있는 문제점(가령 오퍼레이터들의 오타, 편집자와 디자이너의 불일치 등)들을 많이 줄일 수 있어 시간의 단축을 가져왔다. 시간을 다투는 홍보물 제작의 경우 DTP를 이용하면 매우 편리하다.

사식을 맡길 때의 문제점을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것도 DTP의 장점. 즉 사식집에 맡기면 디자인이나 사식에서 불분명한 점이 있어서 당초 의뢰한 것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와 편집자를 골탕먹이기 일쑤였다. 그러나 DTP를 사용하면 PC 화면에서 곧바로 이를 확인할 수 있어 오류가 발생할 소지가 그만큼 줄어든다.

다음으로는 문서의 고급화다. DTP라는 편리한 도구로 작업을 하므로 비숙련자라 할지라도 고품질로 신속하게 작업이 가능하다. 따라서 품질의 균일화, 고급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작업능률 또한 향상됐다. 수작업에 비해 생산성이 뛰어나므로 납기일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 똑같은 것을 수백, 수천장씩 찍어낼 수 있다. 또 편집자를 단순작업으로부터 해방시킨다는 의미도 있는데 이는 기존의 단순 반복 업무로부터 탈피, 작업 환경의 변화를 유도함으로 작업자의 노동 의욕을 고취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사내에서 DTP로 문서를 작성할 경우, 사내 문서처리 기술의 향상과 함께 회사의 대외적 이미지 향상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386 이상에서 제기능 발휘

그러나 DTP는 '만능'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편집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골고루 갖춘 '입에 맞는 떡'은 결코 없다는 것이다.

다른 소프트웨어와 결합해서 사용할 경우 DTP의 활용도는 배가된다. 사용자가 각종 어플리케이션(응용소프트웨어)에 능숙하면 할수록 DTP의 내용도 그 사람의 수준에 따라서 향상된다.

초창기 DTP는 워크스테이션급 이상의 시스템을 필요로 했지만 IBM PC 호환기 사용자를 겨냥한 벤추라의 등장과 함께 PC급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DTP들이 속속 개발되었다.

다음은 효율적인 DTP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시스템의 구성은 어느 정도가 적절한지 알아보자.

DTP 프로그램도 일종의 응용 소프트웨어다. 따라서 중앙처리장치(CPU)의 처리 속도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80286(AT기종) 이상의 시스템이면 DTP를 수행할 수 있지만 최적 환경은 아니다. 적어도 80386(386기종) 이상의 CPU를 탑재한 시스템이 DTP 수행의 적절한 환경이다. 80286 CPU를 탑재한 기종은 윈도우 및 스프레드시트 등의 응용프로그램과 동시에 작동하기엔 무리다.

램(RAM)도 최소 2메가바이트(MB) 이상은 되어야 한다. 윈도우의 멀티태스킹(multitasking, 하나의 PC로 여러가지 일을 수행하는 기능) 환경이나 여러 종류의 어플리케이션을 자유자재로 불러 쓰려면 2MB 이상의 RAM을 확보해야 한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하드디스크의 용량이다. 대부분의 DTP 프로그램이 20MB 이상의 하드디스크를 권장하고 있지만 마음놓고 작업하려면 40MB 이상의 하드디스크 용량은 확보해 둬야 한다는게 전문가의 얘기다.

대개의 경우 편집할 문자와 그래픽 데이터를 하드디스크에 저장해 두고 작업한 뒤 플로피디스크에 백업을 받아 두는 방법을 쓰고 있기 때문에 하드디스크의 용량은 큰 것이 좋다.

다양한 출력 기능도 중요한 문제. 제 아무리 편집을 뛰어나게 했다손 치더라도 출력이 엉터리거나 출력할 곳이 마땅치 않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국내 시판되는 DTP 프로그램은 HP 레이저 버전(삼성 휴렛팩커드) QLaser(큐닉스) TG LBP(삼보컴퓨터) Mac(엘렉스컴퓨터) 등 레이저프린터와 버블젯 프린터, 잉크젯 프린터를 지원하고 있다.

개발 열기 높은 국산 DTP

현재 미국과 일본에서는 사무자동화(OA)용 전자출판 소프트웨어가 급속도로 보급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이러한 고품질의 출력을 기대하는 요구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종전의 국내 DTP 프로그램들은 특정 하드웨어만을 지원하고, 서체가 부족해서 전자출판 시장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현재까지 많은 단점들이 보완되었지만 아직까지도 전문 출판용으로 사용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점이 많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비싼 시스템과 소프트웨어의 가격 때문에 전자출판을 망설이던 사람들에게 국산 DTP 프로그램이 가지는 의미는 자못 크다. 비교적 하드웨어 구성이 간단하고 소프트웨어의 가격 또한 싼 편이서 개인 사무실이나 비전문 출판업자, 기획사무실 등에서는 초보적인 DTP 프로그램을 사용해 볼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90년 초부터 선보이기 시작한 국산 DTP는 해가 갈수록 그 종류가 다양해지고 기능 또한 뛰어난 제품이 개발되고 있다.

금성사의 장원급제, 삼성전자의 MY-DTP, 삼성데이타시스템의 POPS, 휴먼컴퓨터의 문방사우, 코아기술의 오토페이지(Auto Page) 등이 대표적인 국산 DTP 프로그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