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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 재생기술은 새분야로 발전

환경산업 투자규모 20년새 30배 증가


독일의 환경산업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중요한 투자대상이 되고 있다(사진은 폐유 ·폐수를 처리하는 약품들)


독일에서 생산, 시판되는 대부분의 생필품에는 회사의 고유 상표 외에 또 하나의 상표가 부착되어 있다. 두 개의 화살표가 한 원안에서 엇갈리고 있는 모양의 상표가 그것이다. 기업의 환경문제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나타내보이고, 다른 기업의 새로운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고안된 이 제도는 이제 환경을 앞세운 기업의 상술로 퇴색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환경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 없이는 기업활동을 보장받지 못하는 독일의 상황을 나타내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폐기물 다시 이용하고 마지막에 아예 없애

'모든 길은 환경문제 해결로 통한다'고 할 정도로 독일에서의 거의 모든 생활은 환경문제와 직간접의 연관을 맺고 있다. 쓰레기를 버리는 일에서부터 중요한 정책결정에 이르기까지 환경문제를 고려하지 않고서는 행동할 수 없다. 이것은 지난 60년대 말부터 전개되기 시작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환경운 이 빚어낸 결과였다.

한편 시민들의 환경운동은 그때까지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각종 오염물질을 방출하던 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법을 요구하게 되었다. 기업은 각종 오염물질 방출량을 제한받게 되고 이를 어겼을 때는 상당한 벌과금을 물어야만 하였다. 점점 강화되는 규제법을 피하기 위해서 기업들은 각 공장에 폐수, 폐기물 처리 시설을 설치해야만 하였고, 점차 이들 설비에 대한 수요가 늘어가면서 이런 설비나 처리를 전담하는 회사들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높아가는 시민들의 환경의식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환경문제를 고민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지 않으면 안되었다. 이제 기업의 이미지 광고에 환경 문제가 단골 메뉴로 되어버렸다.

정부의 강력한 환경규제에 대처하여 기존 생산시설을 보완하는 설비투자로 시작된 독일의 소위 '환경산업'은 전세계적으로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이곳 기업들은 그간 이들 설비와 관련을 맺으면서 쌓은 '노 하우'를 바탕으로 환경기술 상품을 보다 조직적인 차원에서 개발하려는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이제 환경문제는 어쩔 수 없이 부담해야 되는 짐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중요한 투자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통계상으로도 분명히 볼 수 있다. 최근 발간된 관련자료에 따르면 1971년 38억 마르크의 자본규모로 시작된 독일의 환경산업은 92년 현재 1천1백억 마르크라는 투자규모를 보이고 있고, 1천7백~1천8백여개의 기업이 관련산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한다. 그 성장률에서도 해마다 10%의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환경산업, 정확히 말하자면 환경과 관련된 산업들은 크게 장치산업, 대체물질생산, 대체에너지 개발로 분류할 수 있다. 현재 FCKW(프레온 가스) 대체물질의 개발생산과 같은 본격적인 의미의 환경상품 개발에 많은 관심들이 기울여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환경산업 관련 기업들의 활동은 대부분 장치산업쪽에 치중하고 있다.

올해 환경산업에 투자된 규모(1천1백억 마르크) 가운데 4백45억 마르크가 폐수, 폐기물 처리시설과 관련한 산업에 투자되고 있다. 그러나 폐기가스 배출을 막기 위해서 설치해놓은 필터장치가 또 다시 특별한 처리를 요구하는 산업쓰레기로 등장하고, 환경오염과 연관한 규제들이 날이 갈수록 심화됨에 따라 이들 설비투자가 급상승하게 되었다.

폐기물 처리방법 고안해 새로운 환경상품 생산

이에 최근에는 기업마다 자체 연구소 혹은 외부 연구기관과 협력하여 아예 생산공정에서 이들 폐기물이 생산되지 않는 방법을 연구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생산에 통합된 환경보호'로 정의할 수 있는 이 연구는 자연에 존재하는 순환과정처럼 생산공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적절히 처리, 공정 내에서 다시 이용할 수 있게끔 하여 마지막 폐기물을 아예 없애버리는 것이다.

실리콘을 생산하는 독일 바이에르 주식회사에서는 이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디메틸실록산 처리에 드는 비용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실록산을 생산공정 내에서 다른 공정의 원료로 쓸 수 있는 처리기술을 개발하여 이 처리비용을 절감하게 되었다. 이 기술은 동일한 제품을 생산하는 외국 기업에 수출할 수도 있어 이중의 효과를 보는 셈이다.

세계 굴지의 자동차 생산기업인 메르체데스 벤츠 역시 증기시설을 이용하여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수를 자체과정에서 처리하는 방법을 개발하였다. 자동차 생산공정에서는 이 폐수처리에 드는 비용이 생산비용을 압도할 정도가 되기도 한다. 벤츠에서는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수를 국부적인 순환과정을 통해 자동정화하는 기술을 개발하였다.

이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 염료생산 업체들도 자체 투자로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황화물을 새로운 정화재로 이용하는 방법을 개발하여 오염공장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있다. 환경오염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라고 할 수 있는 이러한 경향은 새로운 연구분야를 개척, 전문연구직의 증가를 가져오는 한편 기업측으로서도 새로운 생산기술로 장차 늘어갈 환경기술 시장에 대처할 능력을 담보하게 되었다.

한편 이 폐기물을 처리하는 방법을 새로이 고안하여 새로운 환경상품으로 전환시킨 예도 있다. 독일의 한 조그만 섬유회사에서는 기업주의 남다른 노력에 힘입어 섬유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열효율이 높은 연료로 상품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였다. 원통모양의 이 연료는 일반 석탄에 버금가는 열효율을 갖고 있어 자체 공장에서 나오는 폐기물만 가지고도 전력공급이 가능할 정도라고 한다. 이 기술개발로 인해 한 해에 발생하는 14만5천50t의 엄청난 폐기물 처리에 드는 비용을 절감하는 한편 새로운 연료상품으로 이윤을 획득할 수 있게 되었다. 이밖에 폐기물 문제는 재생기술이라는 새로운 기술 분야의 발전도 가져왔다.

한 해 독일에서 발생하는 자동차 폐기물은 유럽을 관통하는 무제한 고속도로에 늘어 놓을 경우 시실리아 섬을 돌아 독일로 되돌아오고도 남는 엄청난 양이라고 한다. 이에 지구상 부존자원의 절약, 폐기물을 없애는 데 드는 비용의 절감이라는 측면에서 이들 폐기물에 대한 재생기술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독일 훽스트사의 경우 이들 합성물질에 대한 재생기술 연구를 중요한 연구과제로 선정,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밖에 폐지 등을 이용한 각종 재생용품들을 생산하는 기업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기존 생산공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의 처리기술뿐만 아니라 소위 자연과 조화할 수 있는 새로운 물질 개발도 중요한 환경산업 분야로 등장하였다. 여기에는 세제와 같은 일반 가정용품과 관련된 물질을 개발하는 기업부터 오존 파괴 주범인 FCKW 대체물질 개발에 종사하는 기업들이 속한다. 이들 대체물질과 관련하여서는 연구 투자능력으로 인해 주로 대기업 연구소들이 담당하고 있다. 이와 연관한 주요한 성과로는 인체에 유해한 석면의 대체물질 개발을 들 수 있다.


자동차 폐기물질을 분류한 폐차장의 모습

 

부흥기로 접어든 환경기술 독일경제의 미래를 보장

지구 대기 변화와 관련하여 현재 화석연료 사용을 대체할 대체 에너지 개발이 전지구적인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 과제는 또한 독일의 환경산업 관련 기업이 세계 시장을 겨냥하고 주요 연구과제로 삼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70년대 오일 쇼크 이후 대체 에너지 개발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온 독일은 태양열과 풍력을 이용한 에너지 생산에서 그 성과를 보이고 있다. 광전지, 태양열 주택, 태양열을 이용한 가로등이 실용상품으로 등장하는가 하면 태양열로 가는 자동차가 시운전되기도 하였다.

독일경제의 중추를 이룬다고도 할 수 있는 지멘스의 경우 태양열을 이용하는 상품개발을 주력 산업화해 가고 있다. 용량이 높은 태양열 축전지의 개발에서 태양열 주택 시스템 설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로 진출을 꾀하고 있다. 태양열 전지 연구는 대학 등 기초과학 연구소에서도 주요한 연구과제로 설정되어 있다.

태양열과 함께 환경산업 관련 기업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풍력발전이다. 1987년 본격적으로 설치되기 시작한 풍력발전기는 1996년까지 3백MW의 전력공급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 수치는 독일 전역에서 생산되는 전기의 0.1%에 해당한다. 이들 관련 산업에서는 풍력 발전기의 발전 용량을 늘려 발전기의 실용화에 주력하고 있다.

환경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반 가정에서 이들 발전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관련 종사자들은 자신들의 사업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발전기의 구조, 모터 설계 등 다른 산업에 비해 독특한 아이디어를 필요로 하는 풍력 발전기 관련 산업에는 대체로 소규모 회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대체 에너지와 연관하여 전기자동차 생산에 뛰어드는 기업들도 속속 늘어나고 있다.

에너지 개발과 관련, 기존 에너지 사용구조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움직임들도 있다. 에너지 사용 기관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다양한 형태의 에너지 사용 체제를 적절히 변화시켜 전체적인 사용 효율을 높이려는 시도다. 여기에는 기존의 기구들을 개량하여 에너지 절약형 상품을 개발하는 회사를 비롯하여 에너지 사용체제를 정비해주는 전담회사들이 속한다.

이들 전담회사들에게서는 가정 및 회사의 에너지 사용구조를 분석하여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체제를 정비해주는 한편 일반인들을 위한 에너지 절약방법을 책자로 출간하기도 한다. 이와 아울러 기존 기업들 내에서도 자체 연구를 통한 에너지 절감 노력을 하고 있다.

환경산업 발전에 따른 기술 발전은 새로운 산업 창출과 아울러 기존에 환경오염으로 인해 금지되었던 산업을 재생시키기도 하였다. 도나우 강에 인접해 있던 한 접착제 생산공장은 최근 개발된 유기세포 처리방법으로 기존 황산 폐기물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여 다시 가동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독일 환경산업은 여명기를 넘어 부흥기에 접어든 것 같다. 독일 자체에서도 환경산업에서 독일 경제의 미래를 찾아보려는 시각들이 있다. 날로 악화되어가고 있는 환경문제로 고심만 하고 있는 우리가 바로 독일이 노리는 시장이 되지 않을까 싶다.
 

20kw를 발전해 내는 풍력발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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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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