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는 왜 매운 것일까?
매운 맛은 캡사이신이라는 화학물질 때문이며, 식물이 이 화학물질을 만드는 이유는 적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이다. 애리조나-소노라 사막박물관의 식물생태학자 게리 나브한과 몬타나대학의 조슈 턱스베리 교수는 지난달 미국생태학회에서 “칠레고추의 매운 맛이 겨냥하는 것은 고추의 씨를 씹는 포유동물”이라고 말했다. 대신 조류는 씨를 먹기는 하지만 소화시키지 않아 칠레고추의 씨를 새로운 서식지로 퍼뜨리는 역할을 한다.
인간을 제외한 포유동물들은 캡사이신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 물질이 뉴런을 자극해 고통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류는 세포표면에 화학물질과 꼭 맞는 수용체가 부족해 캡사이신의 영향을 덜 받는다. 캡사이신이 수용체와 결합하면 세포의 이온채널이 열려 이온들이 안으로 들어오게 되고, 이로써 신경의 전기적 충격이 촉발돼 뇌는 이를 고통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애리조나 남부의 칠레고추밭을 비디오테이프로 녹화한 결과, 개똥지빠귀와 같은 새들만 칠레고추를 먹고 선인장 쥐나 다른 종류의 쥐들은 주변에 있는 맵지 않은 빨간색 열매만 먹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실험실에서도 쥐들은 맵지 않은 고추는 먹었지만 칠레고추에는 코를 대지도 않았다. 또한 맵지 않은 고추를 먹은 쥐의 배설물에서 나온 씨는 발아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같은 것을 먹은 조류의 배설물에서 나온 씨는 손으로 씨를 뿌린 것과 다름없이 싹이 났다. 매운 고추를 먹은 후 배설한 씨도 발아율이 60%에 달했다.
이러한 결과는 식물이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동물은 내쫓고 자신의 자손을 퍼뜨리는데 도움이 되는 동물은 유인하도록 화학물질을 선택적으로 생산한다는 증거이다. 애리조나 대학의 생태학자 주디스 브론스타인 교수는 “이는 특정물질이 자신의 적에게는 독이지만 친구에게는 그렇지 않은 것을 보여주는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