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3. 알파파와 바이오피드백

정신생리장애 치료·학습 능력 증가에 큰 몫


일본에서 만든 알파파 피드백 장치


불안하고 긴장될 때 혹은 생리적 이상을 느낄 때 손쉽게 알파 피드백을 응용할 수 있다.

바이오 피드백(biofeedback)이란 평상시 수의적(隨意的, 제마음대로 함) 조절이 불가능한 생리적 반응이나, 수의적 조절이 가능했던 생리적 반응이라 할지라도 외상 또는 질병으로 인하여 불가능한 상태에 있을 때 이것을 자신의 의지대로 조절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학습과정을 말한다. 바이오 피드백을 이용한 훈련방법을 바이오 피드백 훈련이라 하며, 대개의 경우 사용목적에 따라서 특수하게 고안된 정밀기기를 이용한다.

예컨대 자신의 체온을 올리고자 할 경우 (원래는 불수의적) 체온의 증감을 민감하게 반영하는 기기의 반응을 통해서 자신의 체온 상태를 순간순간 감지할 수 있게 된다. 이때 피험자는 자신의 온갖 상상을 동원하여 기기에 나타난 체온을 높이는 방향으로 훈련을 쌓아야 한다. 이런 연습을 수없이 반복하다 보면 나중에는 체온을 자신의 뜻대로 상승 또는 하강시키는 방법을 저절로 체득할 수 있게 된다.

알파상태를 유도해

바이오 피드백의 종류는 다양한데 임상에서 주로 쓰이는 것으로는 근전도 바이오 피드백, 체온 바이오 피드백, 피부전도 바이오 피드백 또는 알파 바이오 피드백 등이 있다. 어느 경우든 기본적으로는 생리적 긴장상태를 이완상태로 바꾸려는데 그 목적이 있다.

알파 바이오 피드백은 인간의 뇌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알파(α)파형을 자신의 의지대로 증가 또는 감소시키는 훈련과정이다. 이 훈련의 이론적 근거는 알파파의 증가와 긴장의 이완상태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알파파(1초당 8~13Hz의 뇌파)는 1929년 독일의 생리학자인 베르거가 인간 두피(頭皮)에서 최초로 찾아낸 뇌파이다. 그후 인간 뇌파에서 가장 널리 연구돼 왔다.

초기 연구들은 시간경과에 따른 알파파 생성정도, 알파파 유무와 의식 간의 관계, 알파파와 여러가지 인격특성 사이의 관계 및 알파파 반응을 억제하는 인자를 조사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그후 알파파를 인위적으로 증감시키려는 연구가 광범위하게 진행되어 왔다. 그 결과 알파파는 눈을 감고 있을 때, 즉 평온하며 이완되고 졸리지 않은 상태에서 최고로 증가하며 반대로 눈을 뜨고 있을 때는 약화되거나 차단되고 또 수리계산과 시각적 심상과 같은 정신활동에 의하여 약화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또한 선과 요가의 수행자가 명상을 하고 있는 동안 알파파의 증가가 일어나고 이것이 의식적 경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밝혀졌다.

이런 배경하에서 바이오 피드백과 같은 훈련을 통해서 알파파를 마음대로 증감시키려는 노력이 꾸준히 진행돼 왔다. 그 결과 바이오 피드백 훈련으로 알파파의 증감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바이오 피드백에 의해서 증가된 알파파는 유쾌하고 이완된 기분과 관련이 있다. 실제로 알파 증가훈련에 의해서 알파파가 증가될 때 어느 정도 이완된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이런 기분상태를 '알파상태'라고 하는데 이는 자율훈련이나 명상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경험하는 의식상태와 매우 유사하다. 즉 이완되고 편안하며 고요한 마음상태를 경험할 수 있다.

알파상태의 유도는 처음에는 바이오 피드백 기기를 이용한 훈련에서만 가능하나 점차 숙달됨에 따라서 나중에는 기기없이도 혼자서 알파상태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불안하고 긴장될 때 혹은 생리적 기능상 이상을 느낄 때 손쉽게 응용할 수 있다.

알파파는 중간수준의 각성상태와 연관되어 있다. 이 파형은 시각과 관련된 대뇌 피질부위인 후두부에서 가장 현저하게 발생되나, 눈으로 뭔가를 주시하고(visual attention) 있는 동안에 약화된다.
 

알파파피드백 장치를 이용해 자신의 긴장상태를 플려는 사림도 적지 않다.


알파밀도를 조절한다

카미야(Kamiya)라고 하는 학자가 최초로 알파피드백훈련을 수행했다. 그는 임의로 조절할 수 없다고 믿어왔던 알파파를 수의조절 하는데 성공했다. 즉 알파 피드백훈련을 통해 알파밀도(alpha density)를 조절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더 높은 알파수준을 제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울러 이렇게 증가된 알파밀도는 유쾌하고 이완된 느낌을 주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견해는 그후 여러 학자들의 연구결과로 뒷받침되었다. 이들이 연구한 피험자들의 주관적 경험을 '알파상태'(alpha state)라고 부르는데 그 결과는 자율훈련 및 명상을 수행한 사람들의 체험과 비슷했다.

알파 피드백훈련의 초기 연구에서 재미있는 결과들이 쏟아져 나왔다. 개중에는 훈련을 통해 알파파를 증가시킴으로써 '알파 경험'(alpha experience)을 유도하는데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었다. 따라서 알파 피드백은 스트레스나 긴장상태에서 신경생리적 각성수준을 직접 조절함으로써 불안과 불쾌한 감정을 해소시키고 정신적 이완과 평온상태를 줄 수 있는 방법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알파 증가훈련을 임상에 적용하는 근거는 이렇다. 무엇보다 알파파를 증가시킴에 따라 성취된 정신적 이완이 통증 불안 우울 그리고 그밖의 정신생리적 장애증상들을 감소시킬 수 있다. 바이오 피드백훈련에 의한 알파파의 증가는 알파파의 직접적인 증가라기 보다는 알파파의 형성을 저해하는 자극을 차단함으로써 얻어지는 2차적 증가라고 말할 수 있다.

바이오 피드백훈련을 통해서 알파파를 증가시키는 훈련을 한다고 할지라도 그 증가 정도가 어둠속에서 눈을 감고 있을 때 자연히 증가하는 수준에는 미칠 수 없다. 이런 사실은 알파파의 증가 자체가 임상적 효과를 준다기 보다는 알파파 증가훈련에 수반되는 주관적 경험이 뭔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두통의 발현이 지연되고

알파피드백훈련을 임상에 적용한 최초의 공식적 실험보고는 혈관성 두통환자에 관한 가논(Ganon)과 스테른바흐(Sternbach)의 보고이다. 이들에 의하면 혈관성 두통환자를 대상으로 67회의 알파피드백 훈련을 수행한 결과, 두통의 기간이나 빈도에 있어서 별다른 효과가 없었으나 두통이 올만한 상황에서 평상시에 비해 두통의 발현이 현저히 지연되었다고 한다.

28명의 편두통 환자를 대상으로 바이오 피드백훈련의 영향을 연구한 학자들도 있었다. 이때 이 환자들은 주 1회씩 10주동안 알파증가훈련을 받았다. 또 손을 따뜻하게 하는 바이오 피드백훈련과 자가최면을 받았다. 이처럼 각기 다른 훈련을 받은 세 집단간에 치료 효과의 차이는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치료 방법에 관계없이 어떤 암시에 대한 반응이 높은 환자들의 치료효과가 더 좋았다. 이러한 사실은 가짜약 효과(placebo effect, 僞藥效果)가 존재함을 뒷받침해주었다.

그후 두 학자 와진과 파리온이 두통을 감소시키기 위한 온도(손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 등) 훈련 프로그램에 '동시성 알파훈련'(synchronized alpha training)을 추가하면 상당한 치료효과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들은 긴장 편두통 불안 우울 강박적 사고장애를 보이는 환자를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환자들은 손을 따뜻하게 하는 훈련(hand temperature training) 이완운동 자율훈련 진통제복용 등의 치료를 받고 경미한 호전을 보인 상태였다. 그후 8주간 알파증가 훈련을 실시했더니 두통 강박적 사고가 줄고 사용약물의 용량이 크게 감소되었다. 연구진들은 온도 근전도피드백훈련 알파피드백훈련을 결합하면 이러한 방법중 한가지만 시행한 경우보다 치료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멜잭(Melzack)과 페리(Perry)는 만성 통증이 있는 환자들을 세 집단으로 나눈 뒤 알파피드백훈련 최면훈련 그리고 이 두가지를 결합한 경우의 치료효과를 비교하였다. 여기서 두가지 훈련법을 결합한 경우에는 통증감소를 보였으나, 한가지만 시행한 경우에는 의미있는 치료효과를 발견할 수 없었다. 연구진들은 "복합적인 치료방법이 통증과 같이 복합적인 원인을 지닌 문제들을 치료하는데 더 효과적이다"고 제안했다.

강박적 사고장애를 보이는 신경증 환자를 알파피드백훈련을 통해 치료해 보려는 시도도 있었다. 이때 다수의 환자들이 효험을 봤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5명중 3명은 주목할만한 알파파의 변화가 없었다. 따라서 알파량의 증가가 강박적 사고장애의 치료에 별다른 도움이 안된다고 결론지었다.

뱀공포증 환자에게도 효과적

그후 웨버(Weber)라는 신경정신학자는 신경증 환자들에게 알파피드백훈련을 시행했다. 그는 60%의 환자에게서 효험을 봤다고 주장했다. 또 "자율훈련에 비해서 뇌전도 피드백은 훈련을 단순화하고 단축시킨다"고 밝혔다.

정신과 입원환자의 긴장을 누그려뜨리기 위한 세가지 이완방법, 즉 알파피드백훈련 초월명상(TM) 자율훈련의 효과를 비교한 적이 있다. 이 연구를 수행한 신경학자들은 알파피드백훈련이 불안증상 치료에 대단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머피(Murphy)라는 신경학자는 언어장애를 보이는 청소년기 학생들을 대상으로 뇌전도피드백훈련을 수행한 후 그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알파피드백훈련이 불안을 감소시키고 주의집중력을 증진시켜서 언어장애를 어느 정도 극복하게 해준다고 얘기했다.

뱀공포증이 있는 학생들에게 알파피드백 훈련과 자콥슨의 점진적 근이완법(Jacobsonian progressive relaxation)을 시행한 결과도 바이오 피드백훈련의 효용성을 잘 암시해 준다. 훈련실시 후 뱀회피행동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심한 불안증세를 보이는 학생에게 알파피드백훈련을 실시했더니 불안증세가 가셨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이는 바이오 피드백연구의 선구자중 한 사람인 카미야가 밝힌 내용이다. 그는 극심한 불안증상을 치료하는 데 있어서 근전도피드백훈련보다 알파피드 백훈련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런가 하면 알파피드백훈련은 약물중독의 치료에도 유용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실례로 메타돈중독자(methadone addicts)들에게 뇌전도와 근전도 피드백훈련을 실시했더니 큰 치료효과를 봤다는 연구결과가 이미 나와 있다. 이 실험을 수행한 코헨(Cohen) 은 67%의 환자들이 성공적인 해독을 보였고, 금단증상이 크게 감소했다고 한다.

간질환자에 대해서도 알파피드백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신경학자 그린은 4명의 간질 환자들에게 근전도 및 온도 피드백훈련 후 알파를 포함한 뇌전도피드백훈련을 시행해 보았다. 훈련실시 후 그는 치료효과는 물론이고 뇌파의 어떠한 변화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 존슨(Johnson)과 메이어(Meyer)는 이완운동과 함께 알파 및 세타(theta) 증가 훈련을 실시, 간질발생을 46%까지 감소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3개월간 추적조사를 해 보았어도 그 효과가 유지되었다고 보고했다.

알파증가훈련과 자콥슨의 점진적 근이완법을 동시에 간질환자에 적용해보기도 했다. 이 두가지 치료로 3명의 환자가 모두 평균 92%의 간질감소를 보였다고 한다. 이때 세 사람의 알파파가 예외없이 증가했으며 그중 2명은 이상뇌파가 감소되었다.
 

같은 알파파라 할지라도 어떤 상태에 있느냐에 따라, 주파수 영역이 달라진다. 사진에서 붉은색이 짙어질수록 주파수가 낮아진다.


찬반양론으로 엇갈려

알파 바이오 피드백의 임상적 효과면에서는 찬반양론이 많은 것이 작금의 실정이다. 편두통 혈관성 두통 긴장성 두통 소화장애 및 그밖의 정신생리적 장애의 치료에 응용되기도 하고 정상인의 경우에는 학습능률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알파 피드백이 이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효과가 좀 있는 것 같다" 또는 "경우에 따라서는 꽤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정도이다. 반론자들은 그것은 바이오 피드백 효과 때문이 아니고 "바이오 피드백 훈련상황의 어떤 분위기 때문에 암시를 받아서 좀 좋아졌다는 기분이 든 것 뿐"이라고 꼬집기도 한다.

알파피드백 훈련을 임상에 적용하는데 있어서 몇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인간의 두뇌는 인체부위중 가장 복잡하고 가장 이해가 덜 된 부위로서 뇌전도활동과 행동사이의 확실한 관계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둘째 이러한 복잡성 때문에 뇌전도피드백훈련을 받으려면 적절한 분석과 해석을 위해 정교한(그리고 값비싼) 장비를 필요로 하며 다양한 피드백훈련 방법들을 필요로 한다는 기술상의 난점이다. 셋째 뇌전도피드백훈련이 어떤 임상적 효과가 있는지 아직은 그 과학성이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일부 연구가와 임상가들은 알파피드백이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이유를 설명할만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이론적 근거는 없다고 인정하면서도 실제적인 면에서는 알파피드백 훈련의 가치를 계속 주장하고 있다.

저명한 정신학자인 바스마지안(Basmajian)은 임상수단으로서의 알파피드백은 사실상 과학적 의미를 찾기 어렵다고 하면서 "그것은 다시 과학적 연구와 검증을 거친 뒤 다음 세대에나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알파 피드백훈련이 통증이나 불안 혹은 그밖의 정신 생리성 장애의 치료 뿐만 아니라 정상인에서 학습능력을 높이거나 긴장상태를 이완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소개되기도 하지만 그 임상적 유용성과 과학성이 아직 확실히 입증되지 못한 단계에 있다. 따라서 이와같은 현실에서 알파 피드백훈련이 마치 현대인의 다양한 스트레스장애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처럼 과장되거나 미술적 효과를 기대하도록 부추기는 일은 위험한 발상이다. 그러나 전문가에 의해서 보조적 치료방법으로 적절히 이용될 경우 이용가치를 과소평가할 수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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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황익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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