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칩은 작동하면서 상당히 큰 열을 낸다. 그런데 이 열을 식히는 작업은 상상외로 어렵다.
풀어보고
1.요즘들어 나노기술(nanotechnology, ${10}^{-9}$기술)이란 말이 많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많이 써온 밀리(milli, ${10}^{-3}$)미크롱(micron, ${10}^{-6}$)등의 단위로 표시하기 어려운 더욱 더 정밀한 세계로의 진입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전기는 빛의 속도로 흐르는데 (1초에 30만km), 이 전기가 1나노초(1 nano second, ${10}^{-9}$초)에 움직이는 거리는 얼마일까?
① 3천m ② 30m ③ 0.3m ④ 0.03m
2.컴퓨터의 하드디스크는 기억장치의 하나다. 일반적으로 헤드라고 불리는 장치가 움직이면서 하드디스크 위에 정보를 쓰거나 지운다. 보통은 디스크가 3천6백rpm(revolution per minute, rpm은 1분당 회전수)의 속도로 회전하게 된다. 이때 헤드와 디스크 사이의 간격은 극히 작은데, 보통 1천 ㎛의 크기를 갖는 먼지의 크기와 비교하면 이 간격은 몇배가 될까?
① 10 ② 5 ③ $\frac{1}{10}$ ④ $\frac{1}{50}$
3.컴퓨터의 주기억장치로 쓰이는 초대규모집적회로(VLSI, very large scale integration)와 관련된 여러 문제중 열발생은 대단히 큰 골칫거리다. 5mm×5mm 크기의 컴퓨터칩에 10W의 열량이 발생한다고 할 때, 이때의 열유속(heat flux, 단위면적당 열전달률, 단위는 W/㎡)을 우주선이 지구의 대기권으로 재진입할 때의 열유속과 비교하면 몇 배가 될까?
① 1 ②$\frac{1}{10}$ ③ $\frac{1}{100}$ ④ $\frac{1}{1000}$
4.유리같이 잘 깨지는 재료를 가리켜 보통 취성(brittle)을 가졌다고 한다. 이런 재료가 깨질 때, 금이 가는 속도를 음속과 비교하면 어떨까?
① 4배 ② 2배 ③ $\frac{1}{10}$ ④ $\frac{1}{100}$
맞춰보고
1.③ 1나노초(1nsec)는 빛이 30cm밖에 전진하지 못하는 매우 짧은 시간이다. 공학에서 이러한 정밀도를 요하게 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컴퓨터의 기억장치들의 데이터 검색속도를 보면, 하드디스크(hard disk)는 20밀리초(1백분의 2초), D램(D RAM, dynamic random access memory)은 80 나노초 (즉 80×${10}^{-9}$)초)다. 또 최근에 등장한 플래시(flash) 메모리는 20 나노초다. 기계적인 가공정밀도의 측면에서 한번 생각해 보자.
정밀도가 10㎛ 이상에 그치면 선반이나 연삭 등 일반기계가공 수준이고, 1~10㎛이면 정밀연삭과 방전가공, 0.1~1㎛이면 정밀 다이아몬드 연삭기계에 알맞다. 또 정밀도가 10~1백nm에 이르면 렌즈연마와 초정밀연삭,1~10nm이면 IC용 마스크, 1nm 이하는 초정밀 전자빔(beam)장치가 요구하는 수준이다.
물론 물리 화학의 영역에서는 피코(${10}^{-12}$)단위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공학에서 나노(${10}^{-9}$)를 이룬다는 것은 참으로 엄청난 진보라고 할 수 있다.
2.④ 하드디스크의 검색속도를 20m초로 하기 위해서는 3천6백rpm이란 고속의 회전해야 할 뿐 아니라 헤드와 디스크와의 간격을 20㎛(20×${10}^{-6}$m)로 유지해야 한다. 보통 먼지의 크기가 1천㎛이므로 그것보다 50분의 1 크기여야 한다는 말이다. 또 담배연기의 입자크기는 2백50㎛이므로 이 입자보다도 12.5분의 1만큼 작아야 한다. 보통 하드디스크의 크기를 3.5인치로 보면, 3천6백rpm의 속도로 도는 디스크의 제일 바깥부분 속도는 다음 공식으로 계산된다.
v=${r}^{ω}$ . 여기서 v는 속도, r은 반지름, ω는 각속도다. 즉 속도 v는 16.8m/초다.
이 속도는 그 자체로서는 별로 빠른 것 같지 않으나, 극히 작은 간격을 유지하면서 회전한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다.
3.① 슈퍼컴퓨터는 국내에 들어와 있는 4개(한국과학기술연구원 대덕시스템공학연구소 국방과학연구소 기아자동차 삼성)를 모두 제작한 미국의 컴퓨터회사 크레이(Cray)사 외에 일본에서도 만들어지고 있다. 일본의 후지쓰(Fujitsu)컴퓨터의 한 시스템은 54cm×49cm 크기의 회로판에 3백36개의 칩을 장치했다. 각 칩이 각각 10 와트(W)의 열량을 발생시키므로 전체의 회로판은 3kW 이상의 열을 내는 셈이다. 대략 5mm×5mm의 크기의 면적에서 10W의 열을 내는 꼴. 따라서 열유속(heat flux, 단위면적당 열전달률)은 5×${10}^{5}$W/㎡으로 계산된다. 이 양은 태양표면에서의 열유속과 비교했을 때 약 20분의 1이다. 그러나 이 열을 식힌다는 관점에서만 보면 태양표면보다 칩의 열을 식히는 작업이 훨씬 어렵다. 태양의 표면은 약 6천℃의 고온을 내는데 비해 컴퓨터 칩은 약 1백℃의 온도를 갖도록 설계돼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열전달은 온도차이에 비례하기 때문에 온도차이가 적게 날수록 열을 식히기가 그만큼 힘들다.
만약 칩에서 나오는 열을 그냥 실온상태에서 식힌다면 온도가 6천℃ 이상으로 올라가게 될 것이다. 열은 전도 대류 복사의 형태로 전달되는데, 강제대류를 시키면 기체를 사용할 때 1천℃, 액체를 사용시는 50℃까지 낮출 수가 있다고 한다. 또 25℃의 구리판을 연결하면 온도를 30℃까지 낮추는 것도 가능하다.
크레이컴퓨터는 액체를 사용해 컴퓨터를 식히고 있는데 최근에 공냉식을 개발해 시판중이다. 컴퓨터 칩의 열유속은 우주선이 대기권으로 재진입할 때 표면에서 나타나는 열유속과 같은 양이다. 단 이 표면의 온도는 1천4백℃ 정도로 매우 높다.
4.① 문제의 내용은 구조물의 안전성을 평가하는데 중요한 파괴역학(fracture mechanics)에 나오는 것이다. 잘 깨지는 정도를 기준으로 재료의 성질을 나눠보면 취성(brittle)적인 재료 연성(ductile)적인 재료가 있다. 취성적인 재료의 극단적인 예가 유리다. 유리를 다이아몬드칼로 흠을 낸 뒤 손으로 힘을 가하면 깨끗이 잘라지는데서 볼 수 있듯이 금이 가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이것이 균열전파속도(crack propagation speed)인데 시속 약 4천8백km 정도 된다. 이를 초속으로 환산하면 1.33km다. 공기중의 음속이 초속 3백31m이므로 음속의 4배가 되는 빠른 속도다. 철에서는 탄소의 함유량이 많으면 취성이 커지는데 초속 2천1백m의 속도로 깨지는 철도 있다.
이런 취성파괴(brittle fracture)가 생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아무런 경고없이 순식간에 수많은 인명피해를 내기도 한다. 미국에서 1942년부터 1952년 사이에 건조한 선박중 11척이 이 취성파괴로 인해 완전히 두동강났다. 특히 1967년 12월 15일에는 미국 버지니아주의 한 교량(Point pleasent)이 무너져 46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