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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외국의 과학소설들이 여럿 소개되었다. 그것들 가운데 추천할 만한 작품들은 톨킨의 '반지 전쟁' 허버트의 '듄' 아시모프의 '로봇'과 '파운데이션'으로, 모두 과학 소설의 고전들로 꼽힌다.

그러나 '반지 전쟁'은 엄격하게 말하면 공상 소설(fantasy)이고 '듄'도 공상 소설의 빛깔을 짙게 띠었다. 과학 소설과 공상 소설을 깔끔하게 나누는 기준은 없고 그 둘을 엄격하게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지만, 일반적으로 얘기하면, 소설의 배경에 등장하는 중요한 특질들이 현재 정설로 여겨지는 과학 이론들을 거스르지 않는 작품을 과학 소설로 볼 수 있다. '로봇'은 주제가 작고 줄거리가 단순해서, 비록 연작이지만, 소품이다. 반면에 '파운데이션'은 비교적 튼튼한 과학적 바탕 위에 세워진 웅장한 얘기로 재미와 문학성을 아울러 갖췄다. 그래서 훌륭한 과학 소설을 찾는 분들에게 선뜻 권할 수 있다.

파운데이션(foundation)이란 영어 낱말은 무엇의 '기초'를 가리킨다. 뒤에는 기금을 운용하는 단체, 즉 재단도 뜻하게 됐다. 이 작품의 제목은 후자의 뜻을 지닌다고 볼 수 있지만, 전자의 뜻도 짙게 풍긴다.

얘기의 무대는 사람이 태어나서 자란 지구가 사람에게 잊혀졌을 만큼 먼 뒷날의 우리 은하계다. 그때 인류는 은하계 전체에 퍼져서 제국을 이루었다. 마침 어떤 수학자가 사회의 움직임을 설명할 수 있는 '심리역사학'(psychohistory)이란 학문을 발전시켜 은하계 제국이 곧 무너지고 긴 암흑시대가 오리라는 것을 알아낸다. 심리역사학의 지식을 이용하면, 암흑시대가 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줄일 수는 있다는 생각에서 그는 그 지식을 보전하고 활용할 파운데이션을 만든다.

얘기가 펼쳐지는 시공의 광대함, 잘 짜여진 줄거리, 긴장된 분위기(과학 소설과 추리 소설을 함께 읽는 솜씨는 아시모프의 강점들 가운데 하나다), 그리고 심리역사학이 지닌 과학적 흥미는 이 작품의 상업적 성공을 도왔고, 오랫동안 인기를 누리도록 했다. 그래서 1966년의 휴고상에서는 '역사상 가장 좋운 연작'이란 특별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원래 1940년대에 미국의 과학소설잡지 '어스타운딩'(Astounding)에 연재됐으며 핵심 부분은 그렇게 발표된 세 권, 즉 '파운데이션''파운데이션과 제국' 그리고 '제2파운데이션'이다. 여섯권들 가운데 나머지 것들은 뒤에 덧붙여졌다.

과학소설을 읽을 때는 그것을 소설로 읽어야 한다. 소설보다 '과학'에 주목하는 것은 과학 소설의 재미를 놓치는 가장 효과적인 길이다. 과학적 지식을 전파하거나 과학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것은, 비록 과학 소설이 그런 기능들을 실제로 수행하지만, 과학 소설의 본령이 아니다. 그래도 과학적 방법론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은 심리역사학이라는 개념에 큰 흥미를 느낄 것이다.

이 개념은 '사회적 경제적 자극에 대한 인간집단들의 반응들을 다루는 수학의 한 갈래'로 설명됐다. 이어 그런 정의에는 '그런 집단들이 유효한 통계적 처리에 충분할 만큼 크다는 가정'과 '그런 집단들의 반응이 참으로 무작위적이 되도록 그런 집단들은 심리역사학적 분석이 행해지는 것을 알지 못한다는 가정'이 담겼다는 점이 지적됐다.

위의 가정들은 심리역사학을 방법론적으로 떠받치는 데 당연히 따라야 할 것들이고 심리역사학의 가능성과 엄밀성은 그런 가정들이 과연 얼마나 현실적이냐에 크게 달렀다. 물론 문제가 되는 것은 앞의 가정이다.

이 작품은 지난해에 현대정보문화사에서 아홉 권으로 나눠 펴냈다. 최서래, 김옥수 두 분이 옮겼고 권마다 3백 쪽 안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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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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