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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운동이 당신의 몸을 망가뜨릴 수 있다

충격보고

몸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 운동을 하지만 잘못하면 부상이나 신체장애를 입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시작하는 아침 조깅이 때로는 돌연사를 유발하기도 한다.

1984년 7월 20일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조깅의 바이블로 불리는 '기적의 러닝'이라는 책을 쓴 '현대 조깅의 교조' 제임스 윅스가 조깅을 하던 차림으로 도로가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것이다. 부검 결과 사인은 심근경색. 불과 52세의 나이었다.

심근경색은 심장 주위를 흐르는 동맥이 지방 등으로 막혀버려 심장을 움직이는 신선한 혈액이 유입되는 것이 방해받아 일어나는 현상으로 영양 과섭취나 운동부족의 결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조깅이나 달리기를 일상적으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거의 발생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생각되어 왔다. 이 때문에 윅스의 죽음은 건강을 위해 조깅을 시작한 사람들에게 더욱 쇼킹한 사건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의 죽음을 계기로 한창 붐을 일으키고 있던 조깅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들이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됐다. 또한 운동 도중 갑자기 죽음에 이르는 돌연사(突然死)문제가 뒤이어 세간의 화제거리로 떠올랐다.

죽음에 이르는 「상쾌감」

작년 일본에서 조사된 바에 따르면 과거 5년간 운동 도중 돌연사한 예가 일본 전국에서 6백24건. 사망자의 연령층은 9세의 어린이로부터 79세의 고령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10대 50대 60대의 순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당시 행한 운동 종목은 달리기가 1위를 차지하고 이어 골프 수영의 순이었다.

국내에서 운동중 돌연사에 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연대 의대 황수관교수(생리학)는 "고혈압 심장병 등 심장 및 혈관질환이 있는 사람이 운동을 할 경우 돌연사의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특히 40대 이후의 혈액순환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충고한다.

일반적으로 조깅은 가벼운 운동으로 여겨져 왔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조깅은 실제로 테니스나 수영 재즈댄싱에 뒤지지 않는 격한 운동이다. 특히 심폐기능을 일시적으로 혹사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다른 종목에 비해서 돌연사의 위험이 높은 것이 조깅이다.

'가볍게 뛴다'는 것을 의미하는 조깅은 70년대 이후 대단한 붐을 일으키며 퍼져갔는데 운동후의 상쾌감이 붐 조성에 적잖은 도움을 주었다. 달리는 도중 뇌속에 엔드로핀으로 불리는 물질이 많이 분비돼 기분을 좋게 한다. 이것은 마치 마약과도 같은 효과를 지녀서 많은 사람들을 이 운동의 포로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쾌감은 죽음의 신이 현대인에게 뻗치는 거절하기 어려운 유혹의 손짓일 수도 있다.

그동안 운동에 관해 잘못 알려져 있는 사실이 적지 않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준비운동의 하나로 거리낌없이 행해져온 '토끼뛰기'도 한 예다. 그러나 이 운동은 금속피로 현상과 같이 뼈의 피로에서 오는 피로골절을 유발시키기 쉬운 것으로 밝혀져 점차 사양세를 타고 있다.

운동 도중 물을 마시는 것도 불과 얼마전 까지만 해도 금기시 된 것이었다. 물을 먹고 땀을 많이 흘리면 몸의 대사가 빨리 진행되어 쉽게 피로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도 바뀌었다. 땀을 많이 내게 됨으로 해서 피가 농축되고 그로 인해 유발되는 병이 오히려 문제로 떠올랐다. 물을 보충하지 않은 상태에서 땀으로 수분을 많이 배출한 경우 피속의 노폐물이라 할 혈중 요산(尿酸) 함유치가 급격히 높아져 신장장애 및 요산 결석을 초래하게 되는 현상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래서 의사들은 운동 도중 건강을 위해 물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권하고 있다.
 

운동을 통해서 성인병을 치료해주는 운동의학전문센터


실내경기가 부상유발

무슨 운동을 하더라도 미경험자가 부상을 입을 위험이 높다는 생각도 잘못된 상식이다. 운동 도중 부상자에 대한 조사 결과는 미경험자보다 경험자쪽이 사고나 부상을 당할 위험이 실제로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직장의 친목 배구대회 등에 참가한 사람들 중 과거에 배구를 했던 사람들이 아킬레스건 파열 등 큰 부상을 입는 사례가 적잖이 보고되고 있다.

스포츠로 인해 일어나는 사고는 크게 두가지로 대별할 수 있다. 야구나 축구 등을 하다가 입게 되는 찰과상 삠 골절 등과 같은 부상이 그 하나이며, 다른 하나는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병인이 축적되어 일어나는 만성적인 장애가 있다.

부상의 경우는 충분한 준비운동이나 주의 등을 통해 예방할 여지가 있다. 스포츠 중 일반적으로 많이 일어나는 부상을 살펴보면 축구의 경우 넘어지면서 팔을 부러뜨리는 경우가 가장 흔하며, 다음으로 발목을 삐는 것, 손가락 골절, 정강이 골절 등의 순인데, 만성적인 장애로는 요추분리증이 있다.

테니스의 경우는 팔꿈치 장애가 흔하며 아킬레스건 파열, 장딴지 근육이탈 사고 등이 자주 발생한다. 눈 부위의 타박상은 가벼울 수도 있지만 안경낀 사람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배구는 무릎관절 손상이 나이에 무관하게 전문 선수들에게 많이 나타나는데, 이는 점프를 너무 자주해서 일어나는 장애다. 또 요통이나 어깨결림, 손가락 삠의 위험도 높다.

농구의 경우는 무릎앞 십자인대에 부상을 입는 경우가 여성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며 배구와 마찬가지로 무릎관절 손상, 피로골절, 발목 삠 등이 자주 수반된다.

운동 도중 사고로 부상을 입는 경우가 늘고 있는 데는 나름대로 배경이 있다. 예를 들어 인대 파열과 같은 사고는 과거에 비해 요즘들어 현격히 많이 보고되고 있는데, 환경의 변화가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에는 옥외 경기였던 농구가 현재 체육관 내의 실내 경기로 정착했고, 신발의 성능도 좋아져 급격하게 서는 것이 가능해짐에 따라 사고가 늘어나게 된 것이다.

영양이 좋아진 것도 사고를 증가시킨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들의 경우 충실한 영양 섭취로 과거와는 달리 빠른 성장을 보이는데, 이 때문에 몸집과 근육의 균형을 취하는 것이 어려워 사고가 꾸준히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육상선수들은 격렬한 근육사용으로 자주 부상에 시달린다. 은퇴 후에도 현역시절 입었던 부상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선수들이 많다.


오버유즈 증후군

그러나 부상보다는 장애가 더욱 문제다. 충분한 주의나 워밍업을 통해 예방이 가능한 부상과는 달리 장애의 경우는 잘못된 지식이나 습관, 무리한 운동 등이 누적되어 일어나는 신체적 고장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행해진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깅이나 달리기 등은 다른 운동에 비해 부상이 비교적 많지 않은 반면 장애에 관한 한 결코 적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85,86년 두해동안 한 정형외과 병원 치료자에 대한 통계 조사는 장애를 호소한 사람들중 육상관련 운동을 한 사람이 가장 많은 비율을 점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조깅을 하는 사람들 중에 무릎을 상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육상선수 중 20~40%가 무릎장애를 갖고 있다고 보고될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로 거론되는 것이 신체의 과다사용이다. 운동을 너무 해서 오버유즈(overuse) 한 것이다. 이를 흔히 '오버유즈 증후군'이라 부른다. 신체의 동일 부분을 계속 반복 동작함으로써 장애가 일어난다. 이는 비단 횟수에 관련된 것 뿐만 아니라 양이나 강도와도 관련이 있다.

달리기를 할 경우 걷는 것에 비해 3~5배의 하중이 무릎에 걸린다고 한다. 이 하중은 무릎을 손상시킬 뿐만 아니라 무릎이 움직여야 할 횟수도 많아져 장애로 귀착될 여지가 많아지는 것이다.

몸의 구조도 사람에 따라 장애를 유발시키는 요건이 된다. 다리의 모양에 따라 무릎관절중 충격을 많이 받는 부분이 달라지고 한곳에 집중적으로 충격이 가해지면서 장애로 이어지는 것이다. 0형의 다리 모양일 경우 무릎관절의 바깥 부분이, X형 다리의 경우 안쪽 부분이 충격을 많이 받게 된다. 평족의 경우는 정강이 안쪽 부위가 손상되어 나타나는 과로성 골막염(신 스프린트)이나 아킬레스건 염증이 일어나기 쉽다.

연령이나 신장, 체중도 요인이 된다. 같은 거리를 같은 페이스로 달렸다고 해도 뚱뚱한 사람은 땅에 닿을 때의 충격이 체중의 자승에 비례해 커진다. 근육도 마찬가지다. 근육은 우선 관절의 받침대 역할을 하는데, 관절이 어긋나지 않도록 보호해준다. 달릴 때 무릎이 느슨해져 흔들리면 근육이 피로해져 받침대 역할을 못하고 만다.

환경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길의 상태나 기상조건, 신발 등이 여기에 포함되는데, 기온이 낮으면 근육이 풀리기 어렵고 따라서 신축성이 떨어지면서 충분히 움직여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충격흡수가 쉽게 되지 않아 근육이탈 등이 발생하기 쉬워진다.

딱딱한 아스팔트 위를 달릴 경우와 편평한 잔디 위를 달릴 때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흔히 도시인의 경우 주택지 부근의 아스팔트 도로 위를 조깅하는 경우가 많은데, 잔디 위를 뛸 때에 비해 무릎에 충격이 많은 것은 불문가지다. 뿐만 아니라 배수효과를 위해 도로 가장자리가 가운데에 비해 낮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오른발과 왼발의 땅에 닿는 거리가 다르고, 이 미묘한 격차 역시 자각하지 못하는 가운데 장애로 이어진다.

오르막과 내리막 역시 몸에 충격을 다르게 준다. 오르막의 경우 장딴지에서 아킬레스건에 걸리는 부담이 커지게 되고 내리막의 경우 슬개골(膝蓋骨)과 그 주위의 근육을 압박한다.
 

배구 농구 축구 등 구기종목 선수들에게 흔한 무릎관절 부상. 연골부분이 손상돼 있다.


1km를 6분 이상 뛰도록

이처럼 조깅이나 달리기가 초래하는 장애에 관한 연구보고가 활발해지자 의사들은 장애를 방지하기 위한 조언도 잊지 않는다.

국내 스포츠의학의 권위자 하권일 박사(국립경찰병원 진료부장)는 "자신의 건강상태를 감안한 운동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수영이 대단히 좋은 운동이지만 무릎이나 허리가 좋지않은 사람에게는 평영보다 자유형을 하라고 권유한다. 또 이전에는 무릎이 나쁜 사람에게 "운동을 삼가라"는 충고를 했지만 요즘에는 자전거를 조금씩 타거나 자유형 수영을 가볍게 하라고 권하는 등 각 개인에게 적당한 운동방식을 권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최근 국내에도 운동을 통해 성인병을 치료해주는 운동의학전문센터가 잇따라 설립되고 있다. 지난 90년 처음 문을 연 코오롱스포렉스를 필두로 서울종합병원 거평메디스클럽 단국대 천안병원부설 운동의학센터 등이 운동처방전문기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달리기 처럼 몸의 하중을 다리에 가하는 운동 뿐만 아니라 수영 사이클 등과 같이 직접 다리에 충격을 주지 않는 방법을 통해서도 다리 근육을 단련할 수 있다는 것이 조언 가운데 하나다. 달리기는 우선 몸이 뚱뚱하지 않은 사람이 하기에 제격이며, 달리기 전에도 충분한 워밍업을 해두는 것이 장애를 예방하는데 효과적이다.

달리는 것도 개인차가 있겠지만 1개월에 2백km를 넘지 않도록 권하고 있다. 하루로 따지면 15km 이하, 1시간 30분을 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1km 구간을 6분 이상 걸려서 가도록 주문한다. 이것은 신체 오버유즈를 통한 장애를 막기 위해서다.

운동을 하다 보면 소비 열량이 많기 때문에 입맛이 당겨 과식하기 십상이다. 이 역시 장애를 유발하는 요인이 된다. 고칼로리를 섭취하는 운동선수의 경우 은퇴 직후 이러한 식습관을 고치지 못해 요절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보고된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며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라는 옛말이 있는데, 실제로 이를 능가하는 것이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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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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